어두운 작업실 한구석, 가느다랗게 피어오른 향 연기가 빔프로젝터의 서늘한 빛을 가르며 허공에 흩어진다. 16년 넘게 무대 위 결정적 순간을 쫓아온 사진가 김지용의 시선이 요즘은 고요한 작업실, 공중으로 흩어지는 연기 위에 머물러 있다. 익숙한 카메라를 쥔 손끝에 오랜 ..
폭염과 열대야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여름이면 반복되는 기록적인 더위와 집중호우,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는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일상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6년 7월 전국 열대야일수는 9.7일로 평년의 3.5배에 달해 역대..
경주 교촌마을 인근, 화려한 신라의 유적들 사이에 조선시대 지방 지식인들의 치열한 삶과 학문적 열정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조선시대 사마시 시험인 생원시와 진사시에 합격한 경주 유생들이 모여 유학의 올바른 길을 실천하고 사회 기강을 바로 세운 ‘경주..
1986년 2월 경주고속버스터미널, 서울행 버스에 오르는 열아홉 살 아들을 환하게 배웅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정지영 대표의 가슴에 뭉클한 잔상으로 남아 있다. KBS 콘텐츠사업국장과 KBS아트비전 경영이사로 한류 콘텐츠의 최전선을 치열하게 누볐던 그..
장성애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이 지난 12일 고청기념관에서 교육과 문화, 기술을 결합해 평범한 시민들이 지역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조력자로서의 삶과 철학을 털어놓았다. 교육학 박사이자 상담가인 그는 현재 디딤ESG교육원 대표, 마음샘교육심리연구소 소장, 고청윤경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검도를 하고 싶어요.” 경주여자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서진 선수는 자신만의 검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화려한 기술이나 뛰어난 재능보다 성실함과 꾸준함을 먼저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또래답지 않은 단단함이 느껴졌다. 세 차례 ..
경주에서 나고 자란 한 청년의 상상력이 대한민국 최대 웹툰 플랫폼으로 이어졌다. 경주 출신 웹툰 작가 김채환(필명 김산)이 네이버 웹툰 데뷔작 ‘악신소년’ 50화 연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치열한 웹툰 시장에서 대한민국 양대 산맥 중 하나로 평가받는 네이버 웹툰 ..
오는 6월 말, 경주문화재단을 7년 3개월 동안 이끌어온 오기현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타 지자체 문화재단 대표의 임기가 보통 2년 남짓인 것에 비하면 무려 7년 넘게 책임을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경주의 문화예술을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뜻이다...
경상도 민요의 투박한 숨결을 지키면서도, 힙합이라는 현대적 언어와 대담하게 조우하는 예술가가 있다. 해바라기공연예술단 김경희 단장이다. 그는 연 2회 정기 발표회를 꾸준히 이어가는 동시에, 이·미용 재능기부 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의 곁을 지키고 있다. 무대 위의 열정..
“초등학교라고 하면 감흥이 없어요. 그런데 국민학교라고 하면 그 시절 냄새와 기억이 같이 떠오르죠.” 지난 1일 경주에 문을 연 옥수수빵 전문점 ‘콘이코니’는 단순한 베이커리가 아니다. 남해 본점과 하동점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연 경주점은 1960~70년대 국민학교..
한궁 직할교육원장, 축구 심판, 하브루타 강사, 다문화 프로그램 기획자. 한국글로벌인재교육계발원 최상길 원장에게 붙는 수식어는 한둘이 아니다. 스포츠에서 인문학, 전통 공예에서 다문화 교육까지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행보는 단순한 다재다능함을 넘어, 하나의 일관된..
경주시 강동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동인엔지니어링은 산업 플랜트 단열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지역 강소기업이다. 1987년 창업 이후 발전소와 산업 플랜트 설비 단열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재사용 가능한 모듈형 단열 시스템 ‘RAPID’를 개발해 국내 원전 ..
30년간 산업 현장에서 ‘안전’을 지켜온 전문가가 이제는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회자(MC)이자 전문 시(수필) 낭송가로 활동 중인 배만식 울림문화예술원장은 5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당당히 열어젖혔다. 최근 제32회 대한민국 연예예..
사단법인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주시지회(이하 지회)가 지역 장애인의 든든한 권익 보호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5년 1월 설립된 지회는 지체장애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해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복지행..
코로나 시기 경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봉사단체 ‘식모회’가 4년째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시민 참여형 나눔 모델로 주목받았던 행복공유냉장고 운영부터, 운영의 한계를 겪고 복지시설 중심 후원으로 방향을 전환하기까지. 식모회는 ‘음식’이라는 가장 ..
경주지역자활센터가 지역 공공기관과 참여주민, 민간 네트워크를 촘촘히 연결하며 경주만의 자활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을 넘어 복지서비스, 환경순환, 지역공동체 회복을 아우르는 통합형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지역 사회정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
지난달 2일 부임한 최혁준 경주시 부시장은 경주에서 나고 자란 행정가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경주시 재난안전과장으로 근무하며 시민의 안전과 일상을 최일선에서 책임졌고, 이후 경북도 메타AI과학국 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미래 산업과 과학기술 정책을 ..
경주의 한 펜션. 묵향 가득한 거실 한켠에 커다란 항아리가 놓여 있다. 도자기 표면에 소나무와 학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75세 노서예가는 반야심경을 새긴 항아리 작품으로 지난해 충무공 문화예술대전에서 입선했다. 놀라운 건 도자기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을 하는 이가 ..
2022년 12월, 당시 스물다섯살이던 신근용(29) 씨는 성건동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아버지의 병환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프로그래밍을 해보니 적성에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하는..
“매일 아침 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유심히 봅니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웃는 모습,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들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거창한 정책보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이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을 행복해하고 있느냐는 것이 아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