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출신 웹툰 작가 김채환(필명 김산)이 네이버 웹툰 데뷔작 ‘악신소년’ 50화 연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치열한 웹툰 시장에서 대한민국 양대 산맥 중 하나로 평가받는 네이버 웹툰 정식 작가로 데뷔해 첫 작품을 완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제 그는 새로운 장편 작품을 준비하며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문무대왕릉에서 시작된 ‘꿈’
김 작가의 창작은 어린 시절 추억에서 시작됐다. 아화초등학교를 다니던 그는 방과 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을 채워준 것은 어머니와 함께 찾았던 문무대왕릉과 국립경주박물관이었다. 문무왕 용왕 신화와 김알지 신화, 만파식적 이야기들을 듣고 돌아오면 종이에 만화를 그리고 종이인형을 만들며 상상의 세계를 키웠다.
그는 “그때 접했던 신화와 전설이 지금도 제 작품의 가장 큰 뿌리”라며 “현재도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경주의 신화가 깃든 장소들을 다시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필명 ‘김산’에도 경주가 담겨 있다. 힘들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찾았던 단석산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자신의 성인 ‘김’과 산을 합쳐 ‘김산’이라는 필명을 선택했다.
데뷔의 기쁨보다 컸던 마감의 무게
웹툰 작가의 길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공모전이 아닌 직접 원고를 투고하는 방식으로 담당 PD의 선택을 받아 데뷔 기회를 얻었다. 반년 넘게 준비한 끝에 선보인 작품이 바로 동양 판타지 웹툰 ‘악신소년’이다.
하지만 연재가 시작되자 현실은 달랐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만큼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늘 마감에 쫓기는 삶이었다”며 “글과 그림을 모두 혼자 하다 보니 체력과 정신력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독자들의 댓글은 다시 펜을 들게 하는 힘이었다. 김채환 작가는 “캐릭터를 실제 사람처럼 응원하고 함께 슬퍼해 주시는 댓글을 볼 때마다 ‘정말 진심으로 봐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들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다음엔 더 오래 기다려지는 작품
데뷔작을 마친 지금은 새로운 장편 연재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 설정은 대부분 마쳤고, 이번에는 3~4년 이상 이어갈 작품을 목표로 한다. 첫 작품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성과 자신만의 색깔을 함께 담아낼 계획이다.
그는 “첫 작품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다음 작품은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독자들이 다음 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경주서도 웹툰 작가가 나올 수 있다!
김 작가는 후배들에게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학창 시절 경주에는 웹툰을 제대로 배울 곳이 거의 없어 다른 지역까지 오가며 공부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예전보다 교육 환경이 좋아졌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경험을 들을 기회는 많지 않다”며 “기회가 된다면 지역 청소년들에게 현실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AI시대에 따른 웹툰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창작자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 김 작가는 “기본기는 반드시 갖춰야 하지만 AI도 결국 하나의 도구”라며 “시대 변화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앞으로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김채환 작가는 “요즘은 짧고 강한 콘텐츠가 많지만 한 주를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주변 소음도 잊을 만큼 몰입할 수 있는 작품, 그리고 독자들에게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가로 오래 기억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누군가는 문무대왕릉을 관광지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단석산을 등산 목적으로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 청년은 그곳에서 상상력을 키웠고, 그 상상력은 네이버 웹툰이라는 무대까지 닿았다. 경주라는 도시가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듯, 그 역사와 신화는 또 한 명의 젊은 창작자를 길러냈다. 첫 작품은 끝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그가 그려낼 새로운 세계와, 그 발걸음이 지역의 또 다른 꿈나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길 조용히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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