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에서 태종로를 교차해 북쪽으로 봉황로라는 이름의 도로가 나있다. 길은 시작지점에서 200여m 거리에 있는 금관총과 봉황대 사이를 지나 대구지법 경주지원 방향으로 이어진다. 금관총을 지나 신라고분정보센터 앞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붉은색을 칠한 홍살문이 보인
아버지 최식 선생에 대한 최염 선생의 조심스런 회고를 들으며 떠올린 것은 일제강점기를 산 뛰어난 문인들의 일화였다. 이 시대의 문인들은 주색잡기가 다반사였고 기괴하고 파격적인 언행들이 도처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고 한량노릇이 다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망국의
떠난 사람의 ’그늘’ 아래 자신을 되비쳐 보다 유월,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 해의 중간, 호국 보훈 같은 것도 생각나겠지만 뜨거운 햇살과 함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달이라는 말이 가장 피부에 체감될 법하다. 요즘같이 더위가 지속되는 날은 그늘을 찾
요즘 인터넷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춤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로봇이 마라톤도 하는 판에 춤추는 게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사람처럼 춘다는 건 의미가 다르다. 알다시피 손발을 움직인다고 다 춤은 아니다. 쇳덩어리(!)가 춤을 추려면 먼저 센서나 모터, 제어 시
흔히 문파선생이 대구대학만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사실을 알고 보면 대구대학 이외에 또 하나의 대학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계림학숙이다. 전문학교 과정으로 만든 계림학숙은 6·25 전란 시기에 만들어진 학교다. 대구대학이 문파선생을 비롯한 대구 경북
1909년 세계문화의 중심 파리에서 데뷔하며 일약 돌풍을 일으킨 러시아 발레단 ‘발레뤼스’는 수장 디아길레프의 사망(1929년)으로 딱 20년 만에 해체된다. 디아길레프는 발레뤼스 그 자체로 대체불가한 인물이었기에 이 단체는 그냥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미 세
경주읍성은 동쪽에 향일문(向日門), 서쪽에 망미문(望美門), 남쪽에 징례문(徵禮門), 북쪽에 공진문(拱辰門) 성문이 있고, 성 안에 각각의 기능을 맡은 건축물이 가득하였지만, 일제강점기에 광폭(狂暴)한 총독의 사사로운 행보에 1912년 경주읍성과 많은 건축물이 훼손되거
격세지감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아줌마가 봤던 공익광고다. 조금 과장한다면 TV만 틀면 계속 나온 말이다. 오죽하면 어린 내가 기억할 정도다. 세상은 변했다. 이제는 낳으라고 해도 안 낳
조선은 개국 초부터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전국 주요 지역에 태조의 어진(임금 초상화)을 봉안했다. 경주 집경전을 비롯해 전주 경기전, 영흥 준원전, 평양 영숭전, 개성 목청전 등에 어진을 모셨다. 모두 태조 이성계와 깊은 관련이 있던 곳이었다. 현재 경주
흔히 대학을 일컬어 상아탑(象牙塔)이라고 한다. 상아는 알다시피 코끼리 어금니다. 코끼리 어금니는 매우 귀해 보석처럼 취급한다. 코끼리는 생명이 다하면 본능적으로 자신들만의 무덤을 찾아 길을 떠나는데 그렇게 죽은 코끼리의 무덤에 가면 상아로 탑이 세워져 있다는 전설이
꽃시를 읽는 마음의 빛과 그늘 이렇게 아름답고 애련한 꽃시가 있었는가 싶다. 시는 서경에 잔잔한 서사가 결합된 구조로 진행된다. 서사의 중심은 “오늘 두돌을 맞”은 아기다.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그 아기가 풍경을 온통 꿈틀거리게 하며, 특유의 여백과 파문을 이
인간과 로봇의 결정적 차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뼈와 근육 대(對) 쇠나 티타늄? 생명 대 전기와 모터? 기억 대 데이터? 다 맞는 말이겠지만 난 감성에 기반한 행동양식을 꼽겠다. 가령 대화 중 상대방의 말에 동의를 표시할 때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통영을 일컬어 예향(藝鄕)이라 부른다. 또는 항구가 아름다워 동양의 나폴리로 부르기도 한다. 예술의 고장인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푸른색의 화가 전혁림, 청마 유치환, 극작가 유치진, 초정 김상옥
대구대학의 두 번째 위기는 6·25전쟁 중에 문교부가 시행한 국립종합대학안(국대편입안)이었다. ‘국대편입안’이란 각 도마다 종합대학을 신설하거나 지방에 있는 단과대학을 합쳐 국가가 운영하는 종합대학으로 육성한다는 문교부의 계획안이었다. 그 무렵 대구에는 대구대학과 청
포킨과 니진스키는 발레뤼스가 자랑하는 에이스 안무가이며 무용수다. 그들은 100여년 동안 여성 무용수의 보조역할에 머물렀던 남성 무용수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루이 14세 시절 이후 다시 발레리노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킨(Michel Fokine, 18
서악동 서악서원을 지나 고분군을 따라 선도산(仙桃山) 정상부에 이르면 그곳에 성모사(聖母祠)가 있다. 성모사는 신라 시조왕 박혁거세의 어머니이신 선도성모정영(仙桃聖母精靈)을 모신 사당으로, 신라 때 건립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선도산은 부의 서쪽 7리에 있다. 신
선거철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떤 사람에게 투표했는지 다 기억한다. 아버지는 누구에게 투표했다고 이야기하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선거운동 기간 내내 뉴스에 나오는 피선거권자나 선거 포스터를 보고 아버지는 은연중에 이번 선거에 자신
이 시리즈 첫 회에서 소개했던 화랑수련원(옛 야마구치병원 건물) 남쪽 벽면을 끼고 나있는 골목을 따라 50m쯤 가다보면 오른편에 고풍스런 건물 하나가 보인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건물의 모양새가 어색하다는 것을 금방 눈치채게 된다. 지붕 한쪽은 팔작지붕인데 다
대구에 제대로 된 대학이 생겼다는 소식, 더군다나 그 대학을 설립한 사람이 경주최부자라는 소식이 삽시간에 대구·경북 전역에 퍼져 나가자 신입생이 쉽게 모집되었다. 많은 독지가들의 기부로 학교 재정도 양호했다. 이대로 가면 대구대학은 별 탈 없이 문파선생이 꿈꾼 ‘국가를
쥐 김덕남 초침을 갉아먹는 오밤중 쥐 한 마리 손가락 침을 발라 콧등을 톡톡 친다 쥐뿔도 중뿔도 없이 뻣뻣해진 종아리 미지에 닿으려나 검색창 두드린다 문장을 다듬는 손 모니터에 눈을 꽂고 꽃문 앞 오체투지로 마우스를 당긴다 클릭도 스크롤도 밤을 깔고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