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기 안희연 나는 심전도 그래프의 바늘, 당신의 숨을 대신해서 적고 있습니다 당신은 바다에 도착해 있군요 언젠가 당신은 흰수염고래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지요 현존하는 짐승 가운데서 가장 큰 짐승, 무리를 이루지 않고 단독 혹은 두세 마리만 산다는, 심장의 질량은 ..
여왕의 서거 <3-1> 여왕은 평소 지병이 도져 걸음조차 힘들었다. 더욱이 비담의 난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했고 몸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가슴에 통증이 심하여 헛기침을 크게 했다. 흰 손수건에 선홍빛 객혈이 묻어났다. “폐하, 괜찮으신가요? 어의..
남자 셋한테 지금 당장 뭘 할지 우선순위 정해보라면 결과는 뻔하다. 아마 첫째는 술이고, 둘째도 술이며, 셋째는 맥주 정도랄까? 누구나 예상한(?) 대로다. 여기에 야구 경기나 컴퓨터 게임을 곁들이면 더욱 완벽하다.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욕망은 단순하고도 선명하다. 물..
“드디어 북산 서쪽 고개에 장사 지냈다. 나인(內人)들은 이를 슬퍼하여 좋은 땅을 가려서 절을 세우고 이름을 자추사(刺楸寺)라고 했다. 이로부터 집집마다 부처를 받들면 반드시 대대로 영화를 얻게 되고, 사람마다 불도(佛道)를 행하면 이내 불교의 이익을 얻게 되었다.”..
주요 등장인물 ● 선덕여왕백제에게 서북쪽 40여 개의 성과 전략적 요충지인 대야성을 빼앗기고 신라를 위기의 상황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첨성대와 수많은 사찰, 황룡사 9층 탑을 성공적으로 건축하였다. ● 아비지주인공 비목랑의 목수 스승이며, 삼국의 대목장 중 최고의 목조..
여흥민씨 수월당(水月堂) 민주면(閔周冕,1629~1670)은 증조부 민유부(閔有孚), 조부 민성휘(閔聖徽) 그리고 부친 민진량(閔晉亮)과 모친 기계유씨 유대비(兪大備)의 따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1648년(인조26) 진사에 오르고, 1653년(효종4) 문과에 급제, ..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있었다. 우리나라 구기 종목들이 다들 일본과 결승전을 하게 되면서 아줌마도 아시안게임에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 예전에는 금메달 순위도 나오고 해서 나라별 경쟁 구도가 꽤 뚜렷했다. 그런데 나라가 발전하면서 그런 경쟁을 앞세우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
초의선사(1786~1866)는 명맥만 이어져 오던 한국 다도를 중흥시켰기에 한국 차문화 중흥조(中興祖) 또는 다성(茶聖)으로 칭한다. 초의선사의 생애와 사상을 ‘다선일미(茶仙一味)’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지성인으로, 당대의 고승으로 한 시대를..
제주도 이슬 마종기 얼마 전 한 열흘 제주도에 머물 때 눈을 반짝이며 노래하는 이슬들을 만났지. 몸통이 보통보다 작기는 했지만 누구를 기다리면서 안 기다리는 척하는 일찍 잠이 깬 그 눈들이 얼마나 반갑던지. 그 섬에는 내가 아는 친구가 많아서 그런가, 음악가도 있고 시..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새 유행이 일어났다. 이름하여 ‘생일 펀딩’이다. 이름 그대로다. 가령 원하는 선물과 목표 금액을 지인들에게 공지하면, 각자 형편껏 계좌로 ‘축하금’을 보내는 식이다. 기사에서 읽은 건데 어느 직장인은 ‘손목에 애플워치 채우기 프로젝트’라는..
경주는 1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로 번성하며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됐다. 그 흔적은 지금도 경주 곳곳에 남아 있다. 그 흔적은 신라에 살았던 이들을 떠올릴 수 있는 타임머신이다. 경주에 남은 고대 유적을 둘러보며 옛 신라인을 만난다. /편집자 주 ‘삼국유사’와 ..
조선후기 경주를 대표하는 영양남씨 치암(癡庵) 남경희(南景羲,1748~1812)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1711~1781)에게 수학하고, 이만운(李萬運,1736~1820)·이기경(李基慶,1756~1819)·이우(李㙖,1739~1811)·한치응(..
아빠들의 어리숙한 육아 모습은 예능의 즐거움이다. 시간이 지나니 제법 능숙한 아빠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육아는 힘들다. 그렇다. 힘들다. 한 생명이 오롯이 나에게 의지한다. 한 생명을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이 쉬울 수 있을까? 때로는 아주 버겁다. 그럼에도 ..
입구 The Doorway 루이스 글릭 나는 머물고 싶었다 세계가 가만히 있지 않듯이 가만히 한여름 아니라 첫 꽃이 피기 직전의 순간, 그 어떤 것도 아직 과거가 되지 않은 그 순간 - 취하게 하는 그 한여름이 아니라 늦은 봄, 정원 가장자리 풀이 아직 웃자라지 않고,..
이곳 한국에서는 ‘총알 없는 군인’이 화제라면 미국은 ‘사내다움’ 이슈가 그 중심에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30세 이상 전 장병을 대상으로 매년 테스토스테론 결핍 검사를 의무화하고, 30세 미만은 희망자에 한해 검사받도록 하며, 수치가 낮게 나올 경우 본인이..
경주는 1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로 번성하며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됐다. 그 흔적은 지금도 경주 곳곳에 남아 있다. 그 흔적은 신라에 살았던 이들을 떠올릴 수 있는 타임머신이다. 경주에 남은 고대 유적을 둘러보며 옛 신라인을 만난다. /편집자 주 법흥왕이 통치하..
황룡사(黃龍寺)는 월성 동쪽에 있고 분황사와 마주한다. 진흥왕 553년 2월에 대궐을 용궁(龍宮) 남쪽에 새로 지을 때 황룡이 나타났기에 황룡사라 이름하였고, 566년 그리고 569년에 담을 쌓아 17년 만에 완성하였다. 574년에 장육존상과 좌우 보살상을 조성하고,..
거실 책상 너머 논의 푸르름이 반짝인다. 가뭄에 잠시 잃었던 빛을 찾은 것처럼 벼의 연둣빛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 너머 산의 녹음을 책임지는 소나무는 군데군데 갈색빛이 돈다. 코로나 때 소나무재선충 사업비가 줄고, 작업을 제대로 못 해서 이제는 손을 쓸 수 없는 단..
원효의 흔적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원효는 머물렀던 곳, 또는 지나간 곳에는 유형이든 무형이든 흔적이 남아있다. 사찰은 물론 산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문학, 사학, 철학을 비롯해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원효가..
무지개 문태준 소나기가 지나가고 활 같고 낫등 같은 무지개가 여름 하늘에 걸렸습니다 무지개는 측백나무 위에, 널어놓은 내 젖은 비옷 위에, 칸나 위에, 다시 붉은 꽃 주변을 어정거리는 흰나비 위에, 저르렁 울려오는 소읍의 유희와 소음 위에 떠 있습니다 무지개는 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