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 2회 정기 발표회를 꾸준히 이어가는 동시에, 이·미용 재능기부 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의 곁을 지키고 있다. 무대 위의 열정과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하나의 예술혼으로 녹아드는 그의 행보는, 지역 예술계와 공동체에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경상도 민요의 정수를 지키며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철학과 예술관을 들어봤다.
경상도 민요의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숨결에 매료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연구자이자 가창자로서 ‘경상도 소리’만의 독보적인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상도 민요를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투박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안에 담긴 삶의 무게와 진심이 전해졌어요. 꾸밈이 없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토해내는 소리. 그것이 바로 경상도 소리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경상도의 소리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사람의 마음을 곧장 울리는 힘이 있어요. 어떤 수식도 없이 삶을 직통으로 담아내는 그 힘, 그것이 경상도 소리가 가진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경상도 민요라는 든든한 뿌리를 지키면서도 ‘힙합’이라는 현대적 장르와 협업하시는 행보가 매우 신선합니다. 국악의 원형을 보존하는 일과 동시대적 변주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예술적 균형’은 무엇입니까?
전통은 멈추지 않아야 살아남습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사라지고 맙니다. 동시에 살아 있는 예술은 시대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 시대의 언어인 힙합과 협업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힙합은 에너지와 리듬이 강한 장르입니다. 그 에너지가 경상도 민요의 힘과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섞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항상 하나의 기준을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이 소리가 우리 소리의 뿌리를 해치지 않는가?” 그 기준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어떤 시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요 전파와 이미용 봉사는 언뜻 결이 다른 활동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소외된 이웃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두 활동이 대표님의 삶 속에서 서로 어떤 영감을 주고받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결국 두 활동 모두 사람을 향한 일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것을요. 봉사 현장에서는 삶이 힘든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에게는 화려한 공연보다 진심 어린 한 소절이 오히려 더 깊은 위로가 될 때가 많아요. 그 경험이 제게도 큰 가르침이 됩니다. 봉사를 통해 제가 더 많은 감정을 배우고, 그 감정이 다시 제 소리 안에 쌓입니다. 두 활동은 서로를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민요를 넘어 국악 전반을 아우르며 후학을 양성하고 계십니다. 단원들에게 연주 기법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 ‘우리 것을 이어가는 예술가’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내면의 자세는 무엇이라고 강조하십니까?
기술은 노력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제자들에게 늘 말합니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어가는 사람이 되어라.” 우리 소리는 누군가가 지켜야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책임감을 품는 것이 예술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겸손함, 꾸준함,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 이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이 없는 날에도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단원들을 독려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단원 한 분 한 분의 성장을 이토록 세심하게 챙기시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느끼시는 보람은 어디서 오는지요?
혼자 잘 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성장해야 오래 갈 수 있고, 오래 가야 전통도 이어집니다. 단원 한 명 한 명이 무대 위에서 자신감을 찾고, 스스로 설 수 있게 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단장이지만, 결국 이 팀은 예술을 통해 ‘사람’을 키워가는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년 연 2회의 발표회를 꾸준히 개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대를 준비하며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비용, 시간, 사람…언제나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무대가 있어야 소리가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소리도 무대가 없으면 결국 사라집니다. 그것을 막고 싶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 무대를 만듭니다. 무대를 세우는 일이 곧 소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이 저를 움직입니다.
마지막으로, 후학들이 어떤 예술가로 성장하길 바라시는지, 그리고 대표님 스스로는 어떤 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닦아놓은 길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그 위를 조금 더 편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후학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큰 무대에서 우리 소리를 펼치기를 바랍니다. 지역 사회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민요가 흘러나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힘들 때 “아, 우리 소리 한번 들어볼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요. 예술인으로서 화려함보다 깊이를, 속도보다 지속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가장 뜨거운 무대에서 전통을 새롭게 살려내는 예술인. 그것이 제 제자들에게 바라는 모습이자, 제가 꿈꾸는 예술인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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