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니카라과 섬에 한 여인이 서 있다. 이름 모를 80대의 여인. 젊은 시절 부푼 꿈을 안고 1969년 뉴욕으로 온 그녀는 생화학 전공자로서의 삶을 뒤로한 채 나무를 심는 사람으로 살기로 다짐하게 된다. 세포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거대한 우주를 떠올리던 그녀는 영..
2025 APEC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지금부터다. 국제행사는 개최 자체보다 무엇을 남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APEC이 대한민국 외교의 성과를 넘어 미래 성장의 자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레거시(Legacy)가 필요하다. 그..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난 직후 방송사에서 ‘히딩크사단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이 영웅으로 칭송될 당시, 그들을 도와서 그라운드 바깥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 대표팀 스태프들의 숨은 ..
지금의 안강 들녘은 평화롭다. 가을이면 황금빛 벼가 넘실거리고,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웃으며 뛰어논다. 농기계가 오가는 들녘과 저녁마다 켜지는 마을의 불빛은 전쟁과는 너무나 먼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1950년 8월, 이 평화로운 들판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는 기후변화와 지역 소멸의 가속화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30개(57%)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고, 농어촌 마을은 초고령화와 공동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의 기저에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의 모순이 자리한다..
당신이 사는 마을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추진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하루 99톤의 폐기물을 태우는 시설이다. 그런데 당신은 이 사실을 모른다. 행정기관도, 사업자도 알려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인허가 절차는 서류 위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당신..
신라의 숨결이 살아 있는 천년고도 경주에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특별한 수행 도량이 있다. 원효대사의 수행 전통을 잇는 선무도 수행처로 알려진 골굴사다. 바위 절벽을 파 만든 석굴 사찰의 독특한 풍광 속에서 진행되는 골굴사 템플스테이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스스로를..
6·70년대의 트로트를 들을 때면 나는 아주 오래된 장면으로 돌아간다. 취학 전, 아직 ‘박자’라는 말을 알기 전의 일이다. 아버지는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 입으로 칫칫 소리를 내셨고, 어린 나는 그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춤 추며 노래를 불렀다. 노..
새해의 경주는 늘 고요하다. 관광 성수기를 지나 한숨 돌린 도시에는 사람보다 시간이 먼저 보인다. 유적 사이로 흐르는 서늘한 겨울 공기, 아무런 설명 없이도 제 자리를 지키는 고분과 길, 그리고 이른 아침 대릉원 담장 너머를 스치는 발걸음 소리는 이 도시가 언제나 ‘사..
개인정보 유출 소식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해킹, 관리 부실, 내부자 유출, 외주·공급망 공격 등 원인은 매번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수백만 명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고, 그 정보는 보이스피싱과 금융 사기, 신원 도용으로 되돌아온다. 피해는 개..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조엘 모키르(Joel Mokyr), 필리프 아지옹(Philippe Aghion), 피터 하위트(Peter Howitt) 세 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공통된 관심은 단 하나, ‘왜 어떤 사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어떤 사회는 정체되는가’에 있었다.
오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며 천년의 고도 경주에 세계인의 이목이 다시 한 번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한 연결과 혁신, 그리고 번영(Building a Sustai..
아침 출근길에 신호등 앞에 서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불법현수막이 신호등을 가려 초록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이 손을 잡은 부모도, 운전대를 잡은 시민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천년고도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
아파트, 사무실, 병원 등 수많은 건물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방화문. 우리는 그저 ‘닫혀 있어야 하는 문’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방화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으면 화재 발생 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화재는 순식간에 뜨거
다음달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개최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주제(theme)를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올해 APEC이 내세운 화두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입니다.
비단벌레(Chrysochroa coreana)는 초록색 광택과 붉은 줄무늬가 조화를 이루며 화려한 외형을 지닌 아름다운 딱정벌레이다. 이 곤충은 신라시대 ‘옥충식’이라는 장식 기법으로 왕실의 장신구에 활용되면서 경주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비단벌레 앞날개는 황남대총에서
경주 원도심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두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중부동과 황오동입니다. 이름만으로도 시민들의 기억을 불러내는 생활공간이자, 천년 고도의 상징입니다. 중부는 ‘도시의 중심’을 뜻하고, 황오는 신라 왕궁과 인접한 왕경의 핵심 공간을 가리킵니다. 두 이름
올해 10월 말, 경주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역사적인 무대를 통해 세계로 도약합니다. 21개 회원경제체 정상과 각국 장관, 다국적 기업인, 언론인 등 약 2만명이 방문할 이번 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라, 경주와 대한민국의 위
과거 ‘밥 안 먹으면 식사 안 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그 밥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쌀은 우리 식탁의 중심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며 밥의 위상도 변하고 있다. 쌀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주식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
사람들은 흔히 화재라 하면 겨울을 먼저 떠올립니다. 난방기구 사용이 늘고 실내 활동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계는 조금 다르게 말합니다. 전기 사용이 급증하고, 야외 활동이 잦은 여름철 역시 결코 화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 부산의 한 노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