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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고 같이 땀 흘린 7년, 참 행복했습니다”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37호 입력 2026/06/25 13:39 수정 2026/06/25 13:57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의 아름다운 마무리

 

오는 6월 말, 경주문화재단을 7년 3개월 동안 이끌어온 오기현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오선아 기자확대
오는 6월 말, 경주문화재단을 7년 3개월 동안 이끌어온 오기현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오선아 기자
오는 6월 말, 경주문화재단을 7년 3개월 동안 이끌어온 오기현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타 지자체 문화재단 대표의 임기가 보통 2년 남짓인 것에 비하면 무려 7년 넘게 책임을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경주의 문화예술을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재단을 책임지며 경주의 대표 축제인 ‘신라문화제’를 성공적으로 혁신하고, 세계적인 미술 거장들의 전시를 이끌어온 오 대표.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땀 흘려온 그를 만나 지난 7년의 소회와 앞으로의 새로운 계획을 편안하게 들어보았다.


원칙을 세우니 오히려 일하기가 참 편해졌습니다


오 대표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큰 사고 한 번 없이, 매년 경영평가 최고등급을 받으며 재단을 이끌 수 있었던 최고의 비결은 다름 아닌 원칙이었다. “직원을 새로 뽑을 때 누군가를 슬쩍 밀어주는 일은 아예 없앴습니다. 시험 문제 출제부터 면접 채점까지 외부 전문 기관에 100% 맡겨버렸죠. 공연 티켓도 마찬가지예요. 소위 높으신 분들이라고 공짜 표를 빼놓는 관행을 없애고 투명하게 팔았습니다.” 예외 없이 깐깐하게 원칙을 지키다 보니 억지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사라졌다. 오 대표는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결정적 이유로 주낙영 경주시장을 꼽았다. “시장님께서 부당한 지시나 인사 청탁을 단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어요. 저를 믿고 온전히 맡겨주신 덕분에 저도 흔들림 없이 소신껏 일할 수 있었죠. 참으로 운이 좋았고 감사한 시간입니다.”


다 같이 땀 흘리고, 다 같이 박수받는 건강한 조직 문화


오 대표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일은 재단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고용이 불안정했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불공평했던 임금 체계를 바로잡으며 성과급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그러자 유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조직이 탄탄해지기 시작했다. “저는 뛰어난 슈퍼맨 한 명보다 여러 사람의 머리를 맞대는 집단지성의 힘을 굳게 믿습니다. 우리 재단은 대리, 과장 같은 낡은 직급을 없애고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습니다. 국장도 신입사원에게 ‘○○님’이라고 부르고 신입사원도 국장에게 ‘○○님’으로 부릅니다. 게다가 야외에서 큰 행사가 열리면 부서를 가리지 않고 전 직원이 다 같이 나가서 땀 흘리며 돕습니다. 나 혼자 돋보이는 솔로 플레이보다, 고생도 같이 하고 칭찬도 같이 받는 건강한 문화를 만든 게 경영자로서 가장 뿌듯합니다.” 이렇게 똘똘 뭉친 힘은 경주의 대표 축제인 신라문화제를 새롭게 바꿔놓았다. 너무 많고 산만했던 행사 가지 수를 과감히 줄이고,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야간 축제 위주로 싹 바꾸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경주 시민들의 높은 문화 의식, 정말 감동적입니다


재단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진짜 공로를 오 대표는 관객들에게 돌렸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아티스트들이 꽃밭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그 꽃밭에서 진짜 향기가 나게 완성하는 건 바로 관객들입니다. 지난 7년간 곁에서 지켜본 경주 시민들의 관람 예절과 문화 의식은 정말 훌륭합니다.” 실제로 지금 경주예술의전당의 수준 높은 기획 공연은 예매 시작 단 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기도 한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어렵게 들여온 모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원화 전시는 경주에서 가장 먼저 기획돼 전국적인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값비싼 티켓을 기꺼이 구매하고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는 시민들의 호응 덕분에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무대 밖, 더 넓은 세상으로의 새로운 출근을 준비합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오 대표에게 퇴임 후 계획을 묻자 “지금까지는 매일 아침 사무실로 출근했다면 이제부터는 넓은 세상으로 출근할 생각”이라며 미소 지었다. 어릴 적부터 길에 떨어진 기와 조각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을 만큼 경주의 역사와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최근 전문가들이 모인 신라왕경연구회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문 학자나 연구원은 아니지만 훌륭한 전문가들 곁에서 꾸준히 역사를 공부하며 학구적인 열정을 쏟고 있다.

여기에 평생 방송 PD로 살아온 소통 경험을 살려 경주의 진짜 역사를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제가 평생 해온 일이 방송과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진 경주의 역사를 팩트에 기반해 재미있게 알리는 일에 어떤 방식으로든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아울러 오랜 시간 마음을 쏟아온 남북 문화 교류 역시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서 묵묵히 제 역할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인터뷰 내내 “좋은 직원들과 훌륭한 예술인, 멋진 시민들 덕분에 참 운이 좋았고 매 순간 행복했다”며 스스로를 낮춘 오기현 대표. 화려한 무대 뒤에서 경주의 문화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그가 이제 무대 밖 더 넓은 세상에서 그려나갈 묵직하고 의미 있는 발걸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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