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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축제의 판을 짜는 ㈜ 다이나믹오디오 김용호 대표, 20년 현장 엔지니어에서 무대 총괄 기획자로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45호 입력 2026/09/03 14:41 수정 2026/09/03 14:46

㈜ 다이나믹오디오 김용호 대표. <사진=김용호 제공>확대
㈜ 다이나믹오디오 김용호 대표. <사진=김용호 제공>
행사 시작을 앞둔 야외 무대 뒤편,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콘솔 앞에서 김용호 대표가 헤드폰 너머로 번지는 현장 소리를 예민하게 짚어내며 페이더를 조율한다. 신라문화제와 봉황대뮤직스퀘어, 경주벚꽃축제 등 관객이 모이는 대형 축제의 화려한 조명과 함성 뒤편, 복잡한 신호와 하중 데이터를 한눈에 읽어내는 그의 손끝에서 경주의 무대들이 빈틈없이 굴러간다. 오늘의 안정적인 무대를 만들기까지 그가 무대 뒤편에서 보낸 지난 20년은 숱한 시행착오와 치열한 현장 경험의 연속이었다.


앰뷸런스 타고 친 수능, 차 한 대로 일군 20년 현장


그의 시작은 거칠고도 극적이었다. 수능 전날 불의의 사고로 턱뼈가 부서져 앰뷸런스를 타고 시험장에 들어갔고, 양악 붕대를 감은 채 진통제 기운으로 시험을 치렀다. 경남 거창 출신인 그는 호텔리어를 꿈꾸며 경주로 내려왔지만, 실습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벤트 무대와 음향 시스템이 청년의 진로를 바꿨다.

스물네 살 무렵 처음 잡은 음향 콘솔은 열병과도 같았다. 어린 나이에 기술을 배우며 ‘이 장비는 나만 다룰 수 있다’는 치기 어린 자신감에 차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땐 정말 철이 없었죠. 하지만 모난 성격을 다 받아내며 끝까지 품어준 첫 직장 대표님이 계셨기에 이 거친 바닥에서 20년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기술에 대한 집착만큼 사업에 대한 열정도 뜨거웠다. 마이크 유통에 뛰어들어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의류 브랜드 제작부터 장비 유통까지 과감히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던 2014년, 퇴직금과 대출금을 밑천 삼아 독립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번듯한 사무실 하나 없이 차 한 대에 장비를 싣고 현장을 누비며 사업가로서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귀로만 듣던 소리에서 보는 음향과 통합 시스템으로


외지인과 신생 업체에 유독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경주에서 그가 내세운 무기는 정밀한 데이터였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최신 디지털 측정 프로그램을 파고들었고, 소리를 감각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닌 주파수와 음압을 시각 데이터로 분석하는 ‘보는 음향’을 현장에 적용해 운영했다.

“음향은 사람마다 체감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공간의 소리를 정밀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스피커를 세팅하고 음악이 오차 없이 터져 나올 때의 전율, 그리고 관객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순간의 보람 때문에 이 일을 놓을 수가 없었죠.”

현장 경험이 쌓이면서 시선은 음향·조명·무대·영상을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과 총괄 기획으로 확장됐다. 화랑힙합페스타,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 1918피크닉페스타, APEC뮤직페스티벌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거치며 무대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안목을 갖췄다.


김용호 대표가 직접 기획한 행사들. <사진=김용호 제공>확대
김용호 대표가 직접 기획한 행사들. <사진=김용호 제공>


3D · 캐드 도면으로 현장의 안전과 행정 공백을 메우다


발주처와 현장 실무자들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는 무대 연출 이전에 까다로운 행정적·안전적 요소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야외 축제 현장에서 발생하기 쉬운 하중 문제나 구조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작업이다.

“요즘은 행사장 안전 기준이 매우 엄격해져 도면과 서류 작업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지방 현장에서는 이를 세밀하게 챙기기가 쉽지 않죠. 직접 3D 도면, 캐드 도면을 그려 구조물에 하중을 검토하고 구조진단을 진행해 행정 서류를 미리 정리해 제공하면 발주처는 물론 현장 작업자들도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현장을 함께 꾸미는 조명, 영상, 무대 스태프들과의 소통에서도 일방적인 지시 대신 투명하고 유연한 방식을 고수한다. 협업한 팀들이 다시 그를 찾는 이유다. 현재는 타 지역 대형 무대에서도 협업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그를 단단하게 만든 것은 1년 여간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대형 계절 축제 프로젝트 ‘윈터 포차라이트’ 직후 찾아온 번아웃과 깨달음이었다. 모든 과정이 무사히 끝나고 텅 빈 아침 햇살을 마주했을 때 쏟아졌던 눈물은 그가 무대에 쏟아온 무게를 증명했다.

“젊었을 때는 제 기술과 고집대로 밀어붙여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현장을 거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함이라는 사실을 배웠어요. 돌발 상황이든 타인의 의견이든 넓게 수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무대가 만들어집니다.”
20년 현장을 거치며 고집 대신 유연함과 노련함을 채운 김용호 대표. 화려한 조명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정직한 시스템으로 관객과 무대를 잇는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현장 중심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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