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장 위에 놓인 이불과 베개, 화분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그리고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인 자리다. 누름한 꽃은 한때 피어 있던 생명을 평면의 형태로 바꿔진 것이다. 그 안에는 여전히 계절의 숨결과 순간의 감정이 남아 있다. 전통적 풍경과 자연의 재료를 함께..
1937년, 월성 서쪽에서 돌 한 조각이 나왔다. ‘존(存)’이라는 글자 하나만 뚜렷했고, 나머지는 부서진 채였다. 오랫동안 그 조각은 조용히 수장고를 지켰다. 83년이 지난 2020년, 월성 해자 발굴 현장에서 또 하나의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돌은 3D 스캔..
산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장작더미는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온 자연의 얼굴이었다. 단단하고 거친 나무의 질감 속에서 나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안식을 읽었다. 그 투박한 나무 위에 핀 붉은 능소화는 마치 척박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도 같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
동궁과 월지를 화폭에 담으면서 나는 신라 화랑의 정신을 함께 그리고 싶었다. 충성, 효도, 믿음, 용기, 분별 원광법사의 세속오계는 한 시대를 지탱한 삶의 결이었다. 월지의 물결 위에 그 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고 느낀다. 예술을 하면서 조금씩 깨닫는 것이 있다. 음과 ..
자연이 건네는 안부 저는 자연이 제 안에 남기고 간 빛과 숨결을 그립니다. 자연은 풍경이 아니라 회복의 순간입니다. 지친 하루 끝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창이 되고 잊고 지냈던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빛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을 마주하는 누군가의 마음 한켠에 작..
어제와 오늘이 맞닿은 자리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한옥과 화려한 꽃 그리고 그 평화로운 풍경을 지나치는 어르신의 일상이 겹쳐진다. 어제와 오늘이 맞닿아 흐르는 경주의 모습은 언제나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역사의 숨결 속에서 묵묵히 오늘을 일구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맑은
나는 오래된 천과 손의 노동이 남긴 흔적에 관심이 있다. 직물은 몸에 닿는 가장 가까운 재료이면서 동시에 시간과 기억을 품고 있는 물질이다. 이번 작업에서 나는 단단한 도자의 형상을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재구성했다. ..
일상에서의 따스한 위로 정사각형의 하얀 백자 위에 자연의 작은 조각들을 정성스레 옮겨 담아봅니다. 일상에서 지친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제 마음의 투영이기도 합니다. 섬세한..
기억 약소한 골목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안을 지나가는 시간은 매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멈춰 선 표지판 바람에 흔들리는 전선과 나무는 말없이 하루의 풍경을 기록한다. ..
펜 끝으로 새긴 우리 문화유산의 숨결 찰나를 긋고, 영원을 기록한다.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적과 유물은 그 자체로 거대한 역사다. 그 숭고한 정신을 펜 끝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펜화의 길에 들어섰다. 망구..
화폭에 피워낸 인생 2막의 봄 붓을 들고 그림을 시작하며 나의 인생 2막은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작약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했다. 작품 ‘넌, 나의 봄이야’는 그런 염원을 담은 그림이다. 크고 하얀 캔버스를 마주했을 때의 막막함과 두..
나무에 깃든 천년의 비상, 신라의 숨결 성덕대왕신종의 깊은 울림 속에서 천 년을 날아온 비천. 긴 세월을 지나 느티나무의 결 위에서 다시 한번 날개를 폅니다. 그녀의 옷자락은 구름과 바람이 선물한 자유이며, 따스한 미소는 우리네 마..
펜으로 그리는 고향 늦게 시작한 그림이기에 더 간절히 담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고향, 경북을. 영덕, 청송, 경산, 포항, 경주. 그곳의 산과 바다, 들녘을 펜 끝에 담는다. 펜화로는 계절의 색을 온전히 담지 못해 아쉽지만 ..
청룡의 비상 혼돈과 어려움으로 지친 시간 앞에서 소원을 빈다. 순수한 복을 가득 담을 것 같은 달항아리에 열정으로 빛나던 청춘의 마음을 담아 다시 희망을 꿈꾼다. 솟구치는 청룡의 비상을 응원하며.
야생동물주의 겹겹이 포개진 경주 남산의 능선 사이사이에는수많은 문화유산과 이야기들이 스며 있습니다.저는 그 풍경 속에 담긴 저만의 추억을 익살스럽게 풀어내고,남산에 남아 있는 따스한 기억들을 한 화면에 겹겹이 쌓아 올렸습니다.‘야생동물주의’라는 제목처..
가을의 페스티벌 사과밭 과수원을 지날 때면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이 스친다. 하루 종일 사과를 따며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도 내게는 늘 웃음을 건네던 아버지가 그립다. 사과꽃이 피고, 가을날 풍성한 사과가 과..
늦가을의 속도 노랗게 번지는 가을 숲길을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나도 저 길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을 때는 보이지 않던 색들이 이제야 또렷하다. 느리게 물드는 잎사귀 하나까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나의 속도가 그만큼 늦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창은 세상과 나를 잇는 틈이다. 닫힌 문 너머의 고요 속에서 열린 창은 마음의 시선을 밖으로 이끈다. 달과 별이 빛나는 작은 창을 통해 나는 세상을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본다.
나비는 예로부터 길상과 행복, 그리고 환생의 상징이다. 애벌레에서 성충으로의 변태는 다시 태어남과 자유를 뜻한다. 두 마리 나비가 함께 있는 ‘쌍접도’는 부부의 사랑과 다정한 정을 나타낸다. 이번 작업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작은 기도다. “이제
꽃은 언제나 시간의 경계를 넘는다. 피고 지는 짧은 생 속에서 계절을 잇고, 감정을 남기며, 공간의 온도를 바꾼다. 이번 작업에서 나는 경주의 빛을 따라 천년의 숨결을 담고자 했다. 중앙의 빛은 세월의 비바람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본질의 고요함이며 그 빛을 향해 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