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결 실용으로 풀어내다 30여년간 화선지 위에서 전통 회화를 이어왔다. 익숙한 재료였지만 점차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 더 넓은 가능성을 찾고자 했고 그때 원단이라는 재료를 만났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 ..
별을 세던 밤, 그 꿈을 닮은 인형 어릴 적,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세던 기억이 있다. 별 하나에 소원을 담고, 달 위에 올라가는 상상을 하며 꿈을 키우던 그 시절의 순수함. 나는 그 마음을 전통한지 닥종이 인형에 담고 싶었다. 닥종이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따뜻
아침에 피는 연꽃 연둣빛 꽃대는 해마다 키를 더해가며 수줍은 여인처럼 조심스레 얼굴을 내민다 그 모습은 해마다 변함이 없건만 그 꽃을 바라보는 나만이 세월의 갈피를 넘기고 있다 진흙 속에 서 있어도 연꽃잎이 맑은 까닭은 물들지 않음의 뜻을 보여주기 위함이고
멈춘 듯 흐르는 시간 오랜 세월을 거쳐 새겨진 나이테는 삶의 연대기처럼 조용히 말을 건넨다. 멈춰 있는 듯 보이는 나이테의 그 고요한 결 속에 수많은 계절과 숨결이 차곡히 쌓여 있다. 삶은 멈춤과 흐름 사이의 반복이다. 멈춘 듯한 그 시간 속에서도 삶은 여전
유년의 꿈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작고 말랑한 꿈 하나쯤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유년의 꿈’은 그때의 감정, 보호받고 싶었던 마음과 순수함의 흔적을 곰돌이라는 상징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곰돌이는 유년기의 나 자신이며, 혹은 나를 감싸주던 따뜻한 존재이기도 하
감정에 따라 다시 보는 풍경 내면의 감정은 우리가 마주하는 외부 세계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고 또 변화한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그날의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며, 때로는 그 외형마저 달리 보이고 재조합돼 낯선 인상으로 남기도 한다.
능소화 연가 여름날, 오래된 담벼락을 타고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능소화를 보면 나는 한참을 그 앞에 멈춰선다. 화려하게 피어나지만, 너무 빨리 지는 꽃.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지 모른다. 여름이 되면 나는 능소화의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든다. 경주 동방의 나무판자 담
오늘도 아무일 없던 듯이 현대인의 삶은 마치 잘려나간 꼬리를 다시 자라나게 하는 도마뱀과도 같다. 무너지고, 상처받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결국 다시 일어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도마뱀의 잘린 꼬리는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상처와 흔적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당신의 봄을 담다 계절은 자연 속에서 피어나지만, 봄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도 자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함께 웃는 순간마다 봄은 조용히 다가옵니다. 디지털 드로잉은 그 계절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화면 위에서 선을 긋고 색을 입히며, 당신의 봄날을 담
색연필로 담은 교감의 순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오랫동안 취미로 반려동물 그림을 그려왔다. 반려동물은 우리 삶에서 소중한 존재다. 털 한 올 한 올과 반짝이는 눈빛을 표현할 때마다 느껴지는 섬세함과 따뜻함에 매료됐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마다 실제 동물과 교감하는 듯
전통의 지혜, 현대의 위안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역경 속에서도 고결함을 지키는 능력을 상징하며, 우아한 자태의 학은 장수, 지혜, 관직에서의 발전을 상징하는 존재로 존경받아 왔다. 민화를 그리며 이러한 전통적 상징들이 현대인의 삶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는
토함산 자락의 월암요에서 35년간 청자와 함께한 시간은 ‘어울림과 조화’를 찾는 과정이었다. 매일 아침 물레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며, 흙과 물, 불과 사람이 하나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 작품은 고려청자 특유의 비색을 재현하고자 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화병이
언더클로(UnderClaw), 모험과 포용의 고양이 세계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길고양이들이 아웃도어를 입고 세계를 탐험하며 새 구성원을 영입하는 ‘언더클로’의 이야기는 우리 삶에 필요한 모험심과 포용력을 담고 있다. 언더클로 크루는 작가 본인의 관심사를 캐릭터에
시간의 흔적, 기억의 풍경 사진을 통해 담아낸 순간들은 나의 개인적 기억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감정의 풍경이다.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 과자 한 조각으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렸듯, 내
기다림의 항해 양남 읍천항에서 봄철, 짙은 안개와 황사로 인해 출항하지 못하고 있는 어선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정박은 완전한 포기가 아닌,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준비의 시간이다. 우리 삶도 이와 같다. 때로는 우리의 계획과 열망이 외부 환경에 의..
겨울 하늘의 점들 경주에 오고 나서 처음 본 장면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까만 새들. 그리고 곧 하늘 가득 떠다니는 모습들. 날고 있다기 보단 떠있는 듯한 까만 점들. 늦가을부터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그 장면들을 지켜보곤 한다. 그걸 보며 종종 내가 작은
빛을 담은 조형언어_기억을 걷는 시간 산책하듯 기억과 감정을 따라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본다. 함께 마음을 나누고 소통했던 사람이 생각나고 그 시간들이 소중하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작품으로 수놓은 빛을 따라 걷다보면 자세히 그리고 오래 들..
고요한 외침 오늘날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살아간다. 결혼과 동시에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정해진 역할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할 것들은 많다. 그로 인해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때로는 감정
어둠 속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아무리 어두운 길을 걸어도 난 혼자가 아니다. 언제나 내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있어 세상 어떤 어려움도 두렵지 않다” 힘들어하는 여인에게 살며시 다가가 슬프고 힘든 마음을 보듬어주는 수호천사를 상상해본다. 인생에서 지치고
역사 속 잠재된 순간을 담은 회화 나의 회화의 과정은 유물발굴과 유사하다. 이미 평면 아래에는 무언가가 숨어있다.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땅을 파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색을 덧칠하는 과정 속에서, 점차 그 실체가 드러난다. 그것은 우리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