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산업 현장에서 ‘안전’을 지켜온 전문가가 이제는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회자(MC)이자 전문 시(수필) 낭송가로 활동 중인 배만식 울림문화예술원장은 5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당당히 열어젖혔다. 최근 제32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을 수상하며 그 존재감을 입증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산업안전 전문가에서 문화예술 활동가로,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직원들의 생명과 기업의 자산을 지키는 안전인으로서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치고 소진돼가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죠. 타인의 안전을 챙기면서 정작 나 자신의 안전과 건강은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문화예술이었습니다. 수필을 쓰고, 시 낭송을 하고, 크고 작은 행사의 사회자로 나서면서 스스로 치유의 시간을 만들어갔습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고독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저는 작은 예술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퇴직 후를 막연하게 맞이하는 것과 달리, 선생님은 현직 시절부터 ‘은준인’으로서 철저히 준비해오셨습니다. 그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회사를 떠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현실입니다. 저는 그 시간에 그저 순응하기보다, 시간의 멱살을 쥐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재직 중에는 재해 예방에 온 열정을 쏟아 고용노동부장관상, 행정안전부장관상, 대통령 산업포장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동시에 틈틈이 문학을 공부하고 각종 행사를 진행하며 다양한 무대에 서면서 서서히 문화예술의 세계에 스며들었습니다. 무대에 선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긴장감도 컸지만, 꾸준한 연습과 특유의 차분함으로 내공을 쌓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안전과 예술, 두 분야 모두 결국 ‘사람’을 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 시절의 철학이 지금의 예술 활동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요?
“안전준수는 규정에 의해 강제되는 만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크고 작은 부담이 따릅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딱딱하고 복잡한 안전관리에 문화예술을 접목해 유연하게 풀어나갔습니다. 안전교육 시간에 인문학 강의와 시낭송으로 힐링의 시간을 곁들이고, 무재해 결의대회에서도 공연을 더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고된 현장 안전점검을 ‘Safety Talks(안전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전환해 대화 중심으로 운영했습니다. 결국 힐링과 소통이라는 유연함으로 사람의 내면을 끌어올리면, 매슬로우가 말한 안전·안정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충족되고, 그다음 단계인 사회적 욕구로 이어지게 됩니다. 예술은 그 가교 역할을 한 셈입니다.”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신입’으로 시작하는 것이 낯설고 힘겨울 법도 한데, 이를 유쾌하게 즐기실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요?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바빴던 50대에 조기 퇴직, 문화예술 활동가로의 전환, 그리고 재취업이라는 굴곡을 연달아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배려와 봉사의 마음으로 일을 즐기고 있고, 모든 것이 고요하게 안정되어 있습니다. ‘혼즐삶(혼자 즐기는 삶)’과 ‘함즐삶(함께 즐기는 삶)’을 균형 있게 병행하면서, 무리하지 않되 최선을 다해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제 멘탈 관리법이자 삶의 방식입니다.”
인생 2막을 앞두고 막막함을 느끼는 후배 은준인들에게,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준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준비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당장은 편안할 수 있지만, 은퇴 후에는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인생 2막을 무엇으로 시작할지, 명확한 그림이 필요합니다. 수익이 되든, 취미가 되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인생의 성공 조건은 결국 ‘일과 사랑’입니다. 그 명쾌한 명제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하며 남은 삶을 즐길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배 원장은 사회자와 공연 출연을 병행하며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그 결실로 제32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서 모범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이 시상식은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연예예술인을 발굴·포상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이들을 격려하는 자리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예술은 나를 구원한 언어”라며 “앞으로도 안전과 예술, 두 가지 언어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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