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흔적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원효는 머물렀던 곳, 또는 지나간 곳에는 유형이든 무형이든 흔적이 남아있다. 사찰은 물론 산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문학, 사학, 철학을 비롯해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원효가..
무지개 문태준 소나기가 지나가고 활 같고 낫등 같은 무지개가 여름 하늘에 걸렸습니다 무지개는 측백나무 위에, 널어놓은 내 젖은 비옷 위에, 칸나 위에, 다시 붉은 꽃 주변을 어정거리는 흰나비 위에, 저르렁 울려오는 소읍의 유희와 소음 위에 떠 있습니다 무지개는 한가운데..
제12차 전력수급계획 총괄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에는 원자력발전소 19기 분량의 막대한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화석연료의 확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
“미래에나 있을 법한 전선(戰線)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경고였다. 물론 일부 지역이란 한계도 있지만, 자국의 보병 한 명 투입하지 않고 지상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했으니 말이다. 인간이 벌인 전쟁 역사상 최초..
경주시의회 박종우 의원이 던진 5분 자유발언은 짧았지만 울림은 무겁다. 손곡동 227번지 일원 골짜기에 계단식으로 쌓인 최대 5만톤의 불법폐기물, 그 틈으로 스며 나오는 침출수, 그리고 그 아래에서 여전히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불안. 이 장면은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
늦여름 뙤약볕이 채 가시지 않은 요즘, 도로 위 자동차들이 조용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여름철 차량화재는 537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6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만도 50억원을 웃돈다. 무엇..
문무왕은 당의 침략을 물리치고 삼국통일을 이룩한 5년 뒤인 681년(문무왕 21) 7월 1일 56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이후 태자 김정명이 새 왕으로 즉위하는데 그가 31대 신문왕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문무왕은 죽음을 목전에 둔 어느 날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
경주시 노동동에 있는 크고 작은 고분군 14기 가운데 봉황대(鳳凰臺)는 지름 82m, 높이 22m 큰 규모의 무덤으로 눌지왕·자비왕 등 매장 인물이라 추정되지만, 주변에 금관총(金冠塚)ㆍ식리총(飾履塚)이 5~6세기경 고분임을 생각할 때 봉황대 역시 비슷한 시기로 보인다..
삼성과 SK가 호남에 800조원이 넘는 반도체 투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지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언론은 ‘호남 반도체 시대’, ‘지역 발전의 전환점’, ‘늦게 찾아온 기회’라는 제목을 쏟아낸다. 오랫동안 산업화에서 소외됐던 호남이 마침내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
폭염중대경보. 이런 말도 있었나? 아줌마의 라떼 시절에는, 9시가 되면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광고 다음에 9시 타이머가 울리고 9시 뉴스가 시작된다. 그리고 뉴스의 마지막은 언제나 일기예보다. 일기예보의 형식은 언제나 똑같았지만 여름철에는 특별히 ..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저마다의 강점을 앞세워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주시가 지난 12일 ‘경주지속발전포럼’을 통해 내놓은 접근법은 눈여겨볼 만하다. 단순히 이전 기관을 유치하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원자력·문화유..
경주시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5~16일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8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 전국 결선에는 전국 16개 시·도 예선을 거친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뤘다. 이터널 리턴, 브롤스타즈, FC 온라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산을 오르거나 절을 찾아 여행하다 보면 원효라는 이름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도대체 원효라는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 원효봉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어떤 형태로든 원효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원효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를..
신라의 달밤 백무산 경주 남산 자락이었네 조용한 식당 창가에 중년의 부부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네 손님은 그들과 나밖에 없고 창밖엔 산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어 식당은 상자처럼 작아지고 그들은 액자 속에 담긴 듯 했네 여자가 훨씬 젊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몸 전체가 창..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2025년 한 해 추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이행 상황을 점검해, 지난 5월 31일까지 광역지방정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각 지자체가 법정계획을 세운 뒤 처음 받아든 성적표였다. 정부..
1학기 종강이 한 주일 정도 남았을 때 일이다. 수업 진도는 밀렸고, 채점할 과제물은 넘쳐나고, 확인할 출결과 성적 처리도 산더미다. 마음이 급한 상태로 강의를 이어가던 어느 오후, 강의실에 모기처럼 불편한 소리가 강의실을 맴돈다. “딸깍, 딸깍···” 규칙적이었다면 ..
국세청 월간 지역경제지표가 보여준 경주의 소비 흐름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지역경제의 구조적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관광 소비는 살아나고 있지만 지역 내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관광도시의 활기와 시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황오동·성건동·황성동 일대의 주차난은 더 이상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일상과 안전, 공동체의 신뢰를 흔드는 생활 기반시설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경주시의회 최진열 의원이 지적한 현실은 오래된 도심이 현재의 생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황..
중남미 니카라과 섬에 한 여인이 서 있다. 이름 모를 80대의 여인. 젊은 시절 부푼 꿈을 안고 1969년 뉴욕으로 온 그녀는 생화학 전공자로서의 삶을 뒤로한 채 나무를 심는 사람으로 살기로 다짐하게 된다. 세포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거대한 우주를 떠올리던 그녀는 영..
국보 제25호인 ‘태종무열왕릉비’는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고 백제를 멸망시킨 뒤 전쟁 와중에 세상을 떠난 태종 무열왕의 능비다. 이 비는 통일신라 석비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석비의 형식이나 비액(碑額)의 새김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으로, 이후 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