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에서 태종로를 교차해 북쪽으로 봉황로라는 이름의 도로가 나있다. 길은 시작지점에서 200여m 거리에 있는 금관총과 봉황대 사이를 지나 대구지법 경주지원 방향으로 이어진다. 금관총을 지나 신라고분정보센터 앞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붉은색을 칠한 홍살문이 보인
아버지 최식 선생에 대한 최염 선생의 조심스런 회고를 들으며 떠올린 것은 일제강점기를 산 뛰어난 문인들의 일화였다. 이 시대의 문인들은 주색잡기가 다반사였고 기괴하고 파격적인 언행들이 도처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고 한량노릇이 다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망국의
떠난 사람의 ’그늘’ 아래 자신을 되비쳐 보다 유월,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 해의 중간, 호국 보훈 같은 것도 생각나겠지만 뜨거운 햇살과 함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달이라는 말이 가장 피부에 체감될 법하다. 요즘같이 더위가 지속되는 날은 그늘을 찾
요즘 인터넷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춤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로봇이 마라톤도 하는 판에 춤추는 게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사람처럼 춘다는 건 의미가 다르다. 알다시피 손발을 움직인다고 다 춤은 아니다. 쇳덩어리(!)가 춤을 추려면 먼저 센서나 모터, 제어 시
10여년 전, 눈길 교통사고로 세 달 가까이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지금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지만 그 시절엔 단 몇 센티미터의 문턱도 넘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졌다. 몸이 불편한 이들의 하루는 턱을 넘는 일의 연속이다. 예전 그 시간은 지금의 무장애도시 논의를
진평왕릉에서 명활성 입구까지 이어지는 1.8km의 도보길에는 ‘선덕여왕길’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인터널저널’에서는 가을에 걷기 좋은 경주 둘레길 10곳을 2020년에 소개했는데 ‘선덕여왕길’이 포함되었다. 이때 ‘선덕여왕길’은 선덕여왕릉에서 황복사지와 진평왕
2018년 5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몇 달 후였다. 내 오래된 아일랜드 친구 레이몬드가 한국을 찾았다. 슬라이고(County Sligo)의 조그마한 섬(Coney Island)에서 태어나 미국계 회사에서 평생 샐러리맨으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TV로 평창 개막식
때 이른 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가 일상화된 가운데 여름은 길어지고, 폭염과 열대야는 매년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6월 들어 경주는 지난 10일 낮 최고 기온이 34.3도까지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뜨거웠다. 기상청의 3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원전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6일 본계약 체결 하루를 앞두고 체코 지방법원이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난관에 부닥쳤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가처분을 최종 파기하면서 본계약이 성사
흔히 문파선생이 대구대학만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사실을 알고 보면 대구대학 이외에 또 하나의 대학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계림학숙이다. 전문학교 과정으로 만든 계림학숙은 6·25 전란 시기에 만들어진 학교다. 대구대학이 문파선생을 비롯한 대구 경북
1909년 세계문화의 중심 파리에서 데뷔하며 일약 돌풍을 일으킨 러시아 발레단 ‘발레뤼스’는 수장 디아길레프의 사망(1929년)으로 딱 20년 만에 해체된다. 디아길레프는 발레뤼스 그 자체로 대체불가한 인물이었기에 이 단체는 그냥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미 세
경주읍성은 동쪽에 향일문(向日門), 서쪽에 망미문(望美門), 남쪽에 징례문(徵禮門), 북쪽에 공진문(拱辰門) 성문이 있고, 성 안에 각각의 기능을 맡은 건축물이 가득하였지만, 일제강점기에 광폭(狂暴)한 총독의 사사로운 행보에 1912년 경주읍성과 많은 건축물이 훼손되거
격세지감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아줌마가 봤던 공익광고다. 조금 과장한다면 TV만 틀면 계속 나온 말이다. 오죽하면 어린 내가 기억할 정도다. 세상은 변했다. 이제는 낳으라고 해도 안 낳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 민족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립니다. 올해는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분들의 이름을
2025년 하반기 대한민국의 다양한 행사 중 가장 핵심적, 전략적인 행사를 선정하라고 하면 어떠한 행사가 1순위에 해당할까? 국가단위, 지역단위의 참으로 많이 개최될 행사 중에 ‘세계 21개국 정상들과 글로벌 기업 회장들이 10월 말 경북 경주에 총집결하는 ‘2025
6월 3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정치와 외교, 경제의 거대한 방향은 중앙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다. 경주신문은 지역 주간지로서 이번 대선이 경주에 어떤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인지에 주목한다. 올해 경주의 최대 현안은 단연 오는 10월 말 예
6·25 한국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산화한 고(故) 이봉수 하사의 유해가 75년 만에 경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2022년 11월 안강읍 노당리 어래산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수도사단 소속 고 이봉수 하사로 확인했다. 국
조선은 개국 초부터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전국 주요 지역에 태조의 어진(임금 초상화)을 봉안했다. 경주 집경전을 비롯해 전주 경기전, 영흥 준원전, 평양 영숭전, 개성 목청전 등에 어진을 모셨다. 모두 태조 이성계와 깊은 관련이 있던 곳이었다. 현재 경주
흔히 대학을 일컬어 상아탑(象牙塔)이라고 한다. 상아는 알다시피 코끼리 어금니다. 코끼리 어금니는 매우 귀해 보석처럼 취급한다. 코끼리는 생명이 다하면 본능적으로 자신들만의 무덤을 찾아 길을 떠나는데 그렇게 죽은 코끼리의 무덤에 가면 상아로 탑이 세워져 있다는 전설이
꽃시를 읽는 마음의 빛과 그늘 이렇게 아름답고 애련한 꽃시가 있었는가 싶다. 시는 서경에 잔잔한 서사가 결합된 구조로 진행된다. 서사의 중심은 “오늘 두돌을 맞”은 아기다.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그 아기가 풍경을 온통 꿈틀거리게 하며, 특유의 여백과 파문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