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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번의 점과 선이 이어진 펜 끝… 손원조 관장, 울산서 ‘지성과 예술’ 특별전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42호 입력 2026/08/06 12:43 수정 2026/08/06 12:51

손원조 관장의 펜화 작품 ‘경주읍성 야경’. <사진=손원조 제공>확대
손원조 관장의 펜화 작품 ‘경주읍성 야경’. <사진=손원조 제공>
통합 제6대 경주문화원장을 역임한 취연 손원조 경주벼루박물관장(85)이 오는 19일까지 2주간 울산시 중구 윤아트갤러리(관장 정윤숙)에서 펜화 특별초대전을 연다.

‘지성과 예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국보 건축물인 불국사 범영루를 비롯해 분황사 삼층전탑, 보물 옥산서원 무변루 등 경주의 대표적 역사 유산과, 둥지에서 날갯짓하는 새끼 황새, 1960년대 정겨운 농촌 풍경 등 30여 점의 정교한 펜화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직 언론인이자 서예 40년, 민화 20년의 깊은 내공을 지닌 손 관장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펜화가 지닌 특유의 정교함과 매력에 끌려 작화에 몰두해 오고 있다. 이번 초대전은 경주와 울산을 잇는 문화적 교류의 일환으로 정윤숙 화가의 초대로 성사됐다.

오늘날 최첨단 인쇄 기술과 디지털 기기가 발달해 사진을 찍어 간편하게 복사할 수 있음에도 손 관장의 작업실에서는 고집스러운 정통 방식이 고수된다. 작품의 정밀한 대칭과 구도를 잡기 위해 원고지 형태의 모눈을 밑그림 단계부터 직접 하나하나 격자로 그려 넣는 방식이다.

벼루박물관 한켠에서 펜화작업을 학오 있는 손원조 관장. 오선아 기자확대
벼루박물관 한켠에서 펜화작업을 하고 있는 손원조 관장. 오선아 기자
손 관장은 “선 하나가 조금만 어긋나도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밑그림부터 모눈을 직접 그릴 수밖에 없다”면서 작화의 소신을 전했다.

손 관장에게 펜화는 수많은 점과 선을 끊임없이 잇고 쌓아야만 하나의 형태가 갖춰지는, 찰나의 피로마저 잊게 만드는 치열한 수행의 과정이다.

그는 “수천, 수만번의 점과 선을 잇고 쌓아야만 비로소 한 점의 작품이 완성된다”며 “눈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펜을 잡고 점을 찍다 보면 나에겐 마음과 정신을 맑게 다스리는 수행의 한 과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경주문화관 1918’에서 열린 제3회 개인전에 이어 마련된 이번 울산 초대전은 한 고령의 문화인이 평생을 바쳐 닦아온 서예와 민화의 필력이 펜화라는 단단한 매체를 통해 어떻게 승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8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맑은 정신과 수행의 자세로 펜 끝을 움직이는 손원조 관장. 그가 펜 끝으로 촘촘히 그어 내린 점과 선들은 1500년 신라의 고건축과 잊혀가는 옛 농촌의 기억을 가장 담백하고 정직하게 기록하는 경주의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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