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 경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봉사단체 ‘식모회’가 4년째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시민 참여형 나눔 모델로 주목받았던 행복공유냉장고 운영부터, 운영의 한계를 겪고 복지시설 중심 후원으로 방향을 전환하기까지. 식모회는 ‘음식’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매개로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온 사람들의 모임이다.
경주신문에서는 ‘식모회’의 김은정 초대회장, 한동철 2대 회장, 김규철 현 회장을 만나 ‘식모회’의 지난 4년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식모회의 시작은?
식모회는 거창한 계획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한식뷔페를 운영하던 김은정 초대회장은 손님 수를 예측하기 어려워 음식을 넉넉히 준비했다가 남기는 날이 잦아졌고, 신선한 음식을 내는 걸 원칙으로 삼다 보니 남은 음식을 버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주변에 나눠주는 방법도 시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지인 결혼식장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 ‘좋은 일 한번 해보자’는 말이 오갔고, 그 자리에서 모임이 만들어졌다. ‘경주에서 식당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로 시작한 이름 ‘식모회’는 지금은 ‘음식을 나누는 모임’이라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SNS에 활동을 올리자 공감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지인이 아니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보고 ‘함께하겠다’는 사람들이 합류하며 회원은 30명 가까이 늘었다.
김은정 초대회장은 “처음엔 서로 홍보도 해주고 상부상조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 장사는 뒷전이 되고 봉사에 더 마음이 가더라”면서 “SNS로 만난 사람들이 이제는 가족 같다”고 했다.
행복공유냉장고, 식모회가 만든 ‘참여형 나눔’
식모회가 처음 선택한 나눔 방식은 ‘행복공유냉장고’였다.
2022년 7월 황성동 1호점을 시작으로 용강동, 동천동까지 3곳에 설치됐다. 회원들이 준비한 물품을 채워 넣고, 시민들도 ‘빵 하나·우유 한 개·라면 한 봉지라도’ 보탤 수 있게 하며 참여 문턱을 낮췄다. 텃밭 농산물부터 기업 후원 물품, 익명 정기 후원까지 다양한 참여가 이어졌다.
이 시기 식모회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장면을 만들었다. 2022년 열린 ‘K-Food 국제요리경연대회’에 식모회 회원 7명이 팀을 꾸려 출전해 금상을 수상했다. 각자 식당에서 쌓은 실력을 모아 팀으로 참가했고,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았다. 봉사만 하는 모임이 아니라, ‘음식으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동철 2대 회장은 “회원들 대부분이 기존 지인이 아니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라며 “봉사 하나로 모였는데 시간 맞추기 어려워도 회비를 꾸준히 내주는 게 고맙다”고 했다.
행복공유냉장고의 ‘성과’와 ‘그늘’
행복공유냉장고는 식모회를 전국적으로 알린 상징이 됐다. 방송·라디오 인터뷰 요청이 이어질 만큼 관심도 컸다. 하지만 운영이 길어질수록 취지를 흔드는 장면도 반복됐다.
냉장고 앞에서 기다렸다가 물품이 채워지면 한꺼번에 가져가는 일이 생겼고, 일부는 싹쓸이하듯 가져갔다. ‘하루 한 개’ 안내문도 무의미해졌고, ‘시에서 나눠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잘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운영 방식을 수차례 바꿔봤다. 매일 채우던 것을 주 2회, 주 1회로 줄였고, 한 번에 채우지 않고 나눠서 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했고 행정복지센터 직원들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취지를 설명해야 하는 등 현장에서의 소통 문제도 발생했다. 결국 행복공유냉장고 운영은 2024년 말 마무리됐다.
김은정 초대회장은 “회원들과 시민들의 정성이 필요한 이웃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길 바랐다”면서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 반복돼 상실감이 컸다”고 말했다.
한동철 2대 회장도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취지대로 흘러가지 않아 숙고 끝에 정리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방향 전환, 그리고 새로운 시도
2025년부터 식모회는 복지시설 중심 후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시설을 찾고, 장애인의 날에는 백년가게 ‘어향원’의 후원으로 짜장면 봉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안경업체 ‘글라스 팩토리’와 함께 시력검사 및 안경제작 지원도 진행했다.
공유냉장고 부활 가능성도 완전히 닫진 않았다. 다만 행정의 시스템 지원과 시민 참여 문화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자립센터·자활센터처럼 대상이 비교적 명확한 곳에서 다시 시도하는 방안, ‘행복꾸러미’ 형태로 물품을 전달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식모회는 26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회원 모집도 이어가고 있다.
김규철 회장은 “봉사는 중독성이 있다. 한번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식모회와 함께해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도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식모회 회원 명단>
김규철-운수대통닭갈비
한동철-큰기와 포석로갈비1·2호점
김은정-지에이코리아금융에셋경주지점
양광태-삼영복집
고동후-황성숯불갈비
박기원-상평농원딸기
황찬민-삼촌축산
김진규-영진상사
오윤석-하나수산
서은숙-컴포즈커피원효로점
안나영-교동집밥
최승민-교동집밥
박정호-돈사무소
김경진-라이브뽕닭
김준표-신라쌈밥
박진용-정록쌈밥
최호준-홍시한정식
홍성후-가마치통닭용황휴포레점
김현주-참선진녹즙
박정환-건축업
정두화-호반오리
한용석-한솔스튜디오
허충로-수연당제과
<자문위원>
김기호-(전)시청복지국장시청홍보담당
이상득-외식업지부국장
정성룡-경주시의원
최해경-콘텐츠경영연구소소장
<후원업체>
남경엔지니어링
미정당
한국외식업중앙회 경주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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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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