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눈길 교통사고로 세 달 가까이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지금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지만 그 시절엔 단 몇 센티미터의 문턱도 넘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졌다. 몸이 불편한 이들의 하루는 턱을 넘는 일의 연속이다. 예전 그 시간은 지금의 무장애도시 논의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확실한 진실과 마주했다. 복지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손’에서 완성된다는 것. 양남면, 황오동, 안강읍, 성건동 등 각 지역의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신경주대학교가 부지 매각을 둘러싸고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학교 정상화보다 부지 매각에 몰두하는 대학의 행보에 학생, 교직원, 지역사회 모두가 실망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학교와 지역 거버넌스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졌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화창한 봄날, 경주 대릉원 옆 오아르미술관 개관식을 찾았다. 유려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공간에 주요 인사들과 언론인들이 모여 새로운 미술관의 시작을 축하했다. 미술관 전면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고분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로 30m, 높이 12m
경주시가 내년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최종 선정됐다. 외교부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경주를 비롯해 인천, 제주 등 3개 도시에 대한 심사 결과 압도적인 표를 얻은 경주를 개최지로 의결했다. 선정위원회 위원 17명 가운데 13명이 투표를 통해 경주를 선택한 것이다. 외교부 장관 주재의 APEC 준비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최종 확정한다. 지방자치단체인 경주가 광역단체 2곳을 제치고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신라 천년 역사를 간직한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 외교부가 20일 배포한 자료에서도 경주시는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문화·관광자원 등에서 우수성을 보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했다. 경주시가 APEC이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과 정부 국정철학인 지방균형발전을 극대화할 수 있고, 신라 천년의 문화를 보유한 역사문화관광도시임을 강조한 것이 이번 심사에서 주효했다. 경주가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곳곳에서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자축하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APEC 정상회의는 내년 11월 열린다. APEC 정상회의는 미·일·러·중 세계 4강을 비롯해 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과 각료, 언론인 등 6000여명 이상 방문하는 매머드급 국제행사다. 참가 21개국 인구는 약 30억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며, GDP는 61.5%, 교역량은 50.4%를 육박하는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내년 정상회의는 역사문화의 보고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경주의 역사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경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정상회의 개최로 972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654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7908명의 취업 유발 효과 등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경주가 국내와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다. 정상회의가 열릴 보문관광단지는 5성급 호텔과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등 회의 시설이 일정 수준 갖춰져 있다. 회의장과 숙박시설, 전시장 등이 3분 이내 거리에 모든 인프라가 집적돼있어 원활한 회의 진행이 가능하다. 특히 정상경호와 보안 측면에서도 최적의 장소다. 대구국제공항과 김해·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도 50분대 거리에 있어 정상들의 이동에도 무리가 없다. 게다가 울산공항을 제외한 3개 공항이 민간·군사공항이어서 의전과 경호에 있어 최적의 상황을 구현할 것이다. 특히 도심에 산재한 왕릉과 동부사적지, 불국사를 비롯한 역사를 간직한 찬란한 유적지들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까지는 이제 1년 4개월 정도 남았다.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앞으로의 준비 기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회의인 만큼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정비를 비롯해 전시관 증축사업 등도 마무리해야 한다. 또 보문관광단지 전역에 대한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정상과 각료 등이 머물 숙소 역시 보완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를 위한 시간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경북도와 경주시의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경주는 지난해 9월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 전개 결과 불과 85일 만에 25만 경주인구 보다 약 6배 많은 146만3874명이 서명하면서 경주시민, 경북도민을 넘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경주시민들의 유치 염원이 이뤄낸 결과였다. 이 같은 시민 염원은 이제 정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이할 수 있는 선진 시민의식으로 전환돼야 할 때다. 천년고도의 역사문화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마음 졸이며 유치에 성공한 만큼 전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이끌어야 한다. 경주가 단순 과거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지의 명성이 찾는 것이 아니라 한류를 타고 세계인이 찾아오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이상 기후로 인한 문제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로 개인 또한 어떻게 하면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국가 단위의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은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한 방법을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에 본보에서는 경주지역에서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움직임을 확산시키고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삶을 지향하는 공익사업을 실시했으며, 지역에서 직접 친환경 삶을 실천하는 개인과 단체를 지면을 통해 소개했다. 경주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도시 지역보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실천 방법) 등 친환경 삶의 방식 공유가 한정적인 곳이다. 대도시의 경우 제로웨이스트 용품점의 활성화, 친환경 삶을 공유하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단체 구성, 다회용기 사용 인센티브 제공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경주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물론 경주도 읍·면·동 단위의 단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환경정화 활동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신라문화제나 벚꽃 축제 등 경주시 차원의 행사에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등 친환경 움직임을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정책이라고 하기에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최근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황리단길이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지만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대다수는 일회용 컵과 포장 등 먹거리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에게 다회용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먹거리 판매를 금지 할 수도 없는 상황. 경주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는 일부 카페와 제과점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분해가 되는 포장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생분해 비닐과 같은 친환경 소재는 그 가격이 일반 소재보다 3배 이상 비싸다는 점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다가 비싼 가격으로 인해 다시금 일반 소재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줄이고 친환경 소재 사용을 권하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확대하고 있는 현 상황에 실제적으로 친환경 소재 사용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없다. 예전과 다르게 지역에서도 친환경적인 삶의 실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에서 다회용기를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마켓을 열어 친환경 먹거리와 포장 없는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또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해 플로깅을 실시하는가 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황리단길을 비롯한 도심지에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 등 공익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이 환경을 생각해 스스로 시간과 수익을 줄이며 활동하는 지금, 경주시에서도 이러한 친환경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장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아니더라도 친환경 소재 사용을 권하고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유도하는 동시에 친환경 활동에 많은 단체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작지만 다양한 지원과 계도가 필요하다. 환경을 위한 이상적인 방법은 소비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움직임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스스로 한 번 더 움직여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이 친환경적인 삶이다. 최근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과거와는 결이 많이 달라졌다. 극단적인 활동과 주장으로 환경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던 예전과는 달리 개인 삶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하나라도 줄이고 소비를 조금이라도 덜 하자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으로 일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1명이 100%의 온전한 실천이 아닌 100명의 1% 실천이 더 효과적이고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환경을 위한 행동은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국가는 정책으로, 개인은 실천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경주에서도 심각한 기후 위기를 인지하고 경주시와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경주에서 크고 작은 축제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로 손꼽히는 제50회 신라문화제가 오는 6일부터 15일까지 경주일원에서 열린다. 또 같은 기간 ‘경주에 세계를 담다’를 주제로 한 황금정원 나들이도 황남동 고분군 일원에서 열려 많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을 전망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역사문화관광도시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빅데이터(KT)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1년간 경주를 찾은 외부 방문객은 4700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2% 증가했다. 특히 벚꽃 시즌인 4월과 휴가철, 그리고 가을인 10월, 11월에 방문객들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보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지만, 크게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숙박일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 결과다. 지난 1년간(2022년 9월~2023년 8월) 전체 방문객 중 경주에서 숙박을 한 사람의 비율은 15.5%(737만4271명)였다. 평균 숙박일수는 1.51일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대비 0.23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숙박 방문객 비율은 1.6% 떨어졌다. 숙박 방문객 중에서는 1박이 76.1%로 대다수였고, 2박 17.4%, 3박 이상은 6.5%에 그쳤다. 평균 체류시간은 282분(4.7시간)으로 평균 대비 81분(1.35시간) 길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들었다. 관광객 소비패턴 분석 결과 당일여행은 평균 6만4000원을 지출하고, 숙박여행은 22만40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관광산업에서 외부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빅데이터 분석결과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정작 밤이 되면 고요한 도시로 변하면서 경주 관광산업은 그야 말로 ‘속빈 강정’이 되고 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경주가 야간 관광 활성화를 통해 숙박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을 늘리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로 낮에 이뤄지는 관광활동을 야간으로 확장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해야 한다. 경주에는 예전부터 야간에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한결같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가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신라문화제 행사 중 먹거리 야시장인 ‘달빛난장’,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불금예찬 야시장’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행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숙박 관광객 유치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앙시장 야시장 또는 심야식당 운영 확대, 야간 박물관과 문화·예술공연 운영, 야간 관광프로그램 운영 등 숨겨진 야간소비 수요를 찾아내 야간 경제활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문화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주만의 야간 볼거리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동궁과월지, 월정교, 첨성대 등 일부 사적지에 국한된 야간 경관조명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경주시는 오는 연말까지 봉황대 앞 광장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야간 볼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황리단길과 대릉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도심으로 유입돼 중심상권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주 삼릉, 명활산성, 쪽샘지구 등지의 사적지에까지 조명시설을 확대해 야간에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탐방할 수 있도록 하면 야간 관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현재 야간경관조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동궁과월지, 월정교, 첨성대, 경주읍성 등지의 사적지를 연계한 야간 탐방프로그램도 하나의 방편일 될 것이다. 이제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획하고, 예산과 인력의 투자, 지역주민 참여 등을 이끌어내 지속가능한 야간관광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분명한 것은 야간에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 이벤트를 다양하게 마련한다면 체류형 관광의 물꼬를 틀수 있다. 지금이라도 서두르자.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해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가는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오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희소식이다. 가자미마을은 지난 2022년 지역 청년단체인 ‘마카모디’가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위해 추진되는 행안부 사업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3년간 국비 6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시작됐다. 선정 당시 11:1의 경쟁률이던 행안부 사업에 지역의 청년모임이 선정된 것으로 지역에서도 상당한 이슈였었다. 이들은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그동안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감포를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가을부터다. 감포를 배경으로 한 ‘영상제작’ ‘상품촬영’ ‘워크숍’ 감포주민들과 함께하는 ‘기억을 담는 목욕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1925감포’라는 앵커공간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또 청년들이 지역 정책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는 팟캐스트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그만큼 마카모디라는 모임이 지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었고, 청년마을 사업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발판이 됐다. 이들이 만들어갈 감포는 ‘가자 미래로’라는 슬로건에 감포의 특산품인 ‘가자미’를 접목시킨 ‘가자미마을’이다. 이들은 가자미마을 이라는 이름에 4가지 의미를 담았다. 가자미의 끝 글자인 ‘미’에 맛 味, 멋 美, 미래 未, 그리고 나 자신을 뜻하는 ME가 그것이다. 풀이하자면 청년들이 감포의 맛과 멋, 미래와 나 자신을 찾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의미대로 이들은 가자미를 매개로 식당(맛)과 영화제작(미래의 꿈), 마을 여행(멋), 나 자신의 삶의 터전(ME)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년동안 총 67명의 청년들이 가자미마을을 체험했고, 이중 10여명이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지역에 정착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을 통해 1명의 참여자가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 가자미마을의 정착률은 타 지역 청년마을에 비해 많이 높다. 기자는 지난 3월부터 가자미마을을 통해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을 인터뷰해 연재했다. 기자가 만난 청년들 중 일부는 타 지역 청년마을을 체험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경주였다. 그들이 지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의 대부분은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여행자로서는 볼 수 없는 마을의 이야기, 주민들의 정이 그들이 느낀 매력이었던 것이다.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의 매력’ 이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것이 바로 가자미마을이 타 지역의 청년마을과는 차별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자미마을은 체험자들이 단순히 경주의 감포라는 바다마을을 체험만 하게 하는 것이 아닌, 감포라는 마을을 스스로 공부하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보조의 역할만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체험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이 이곳에서 정착할 이유와 미래를 찾는다. 때문에 가자미마을을 체험한 청년들이 경주와 감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열심히 활약한 덕분일까. 지난 4월에는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전국 청년마을 중 유일하게 가자미마을을 방문하기도 했고, 6월에는 경주시가 ‘2023년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경주시는 시비 10억원을 포함해 총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감포 전촌리 일대에 청년 공유주거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청년마을과 공유주거시설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는 초고령화 도시다. 그동안 정책 대부분이 노인 인구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청년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소모임으로 시작해 청년마을로 진화한 ‘가자미마을’처럼 제2, 제3의 청년마을이 생겨 활기가 넘치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들어 황리단길에는 부쩍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가족 또는 연인 등의 단위로 거리를 거니는 벽안(碧眼)의 외국인들이 전과 달리 많아진 것이다. 경주만의 외국인 관광객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치를 가늠할 순 없지만, 경주를 찾는 외국인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방한한 외래 관광객이 88만9000여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595% 늘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163만5000여명)의 54%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대륙별로 보면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지역이 61만4000여명(69.1%)으로 가장 많이 찾았다. 다음으로 미국 등 아메리카 13만7000여명(15.5%), 유럽지역은 10만2000여명(11.6%)으로 뒤를 이었다.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 영향에 힘입어 경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11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발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코로나 위기 극복 후 가볼만한 세계 최고의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경주를 선정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경주를 “벽이 없는 박물관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면서 “한반도 남동쪽에 있는 이 도시는 고대왕국 신라의 천년의 고도였다”고 소개했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에는 불교 예술품, 사찰, 왕궁 유적, 석탑, 벽화, 고분 등 유적들이 있다”면서 “경주국립박물관에 전시된 금, 은, 금동으로 만들어진 왕관과 장신구들은 신라가 금의 왕국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주는 노천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매력 있는 도시다. 황리단길을 찾은 외국인들이 들러봤을 법한 대릉원과 노동·노서고분군은 그들 입장에서 틀림없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또 동궁과월지,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등 천년고도의 모습은 곳곳에 산재해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물러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경주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에 있다. 이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주에서 행복한 추억을 담고,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보여 아쉽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나 홍보책자 등 관광정보가 적재적소에 있는지 서둘러 살펴볼 일이다. 또 숙박, 교통, 음식 등 경주여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를 이용하는데 불편은 없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천년고도를 찾아 온 외국인들에게 낯익은 외래문화와 음식 등이 아닌 경주만의 색다른 역사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정확한 외국인 방문객 통계 시스템도 마련해 관광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경주가 진정한 국제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이를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경주의 진면목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편은 그들의 사소한 입장부터 배려해 주는 일이다. 그 기본이 관광객의 눈과 귀의 역할이 돼 주고, 편안한 체류 일정이 되도록 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해외 관광객들도 단체여행보다 소수의 자유 여행객으로 트렌드가 변했다. 덩치 큰 관광개발정책 보다 이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낯선 나라, 그리고 경주에서 고유한 전통과 얼마나 잘 어울리게 자연스레 이끌어 주느냐는 그 도시 문화관광 수준의 척도가 된다. 국제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경주시가 이제부터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정책 개발에도 적극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방폐물법)이 세 개나 계류돼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당안,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의 정부안,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구미을)의 원전업계안 등 3개 법안이다.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0일 소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은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핵폐기물이 포화되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사용후 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한빛원전이 2030년부터 저장 공간이 가득차고,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원전 등의 순서로 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따라 포화시점이 지난 2021년 12월 전망 당시보다 대부분 1∼2년 앞당겨진 것이다. 새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7년 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원자력발전 가동이 순차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고준위 방폐물법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폐기물 저장 용량’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이 때문이다. 원전 설계수명만큼 폐기물만 저장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원전 수명을 연장해 폐기물 저장량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의힘 입장이 맞서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 관리 주체도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 김영식 의원 안은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담당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나머지 2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관리주체로 했다. 이를 두고도 여야 간 입장 간격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법에는 모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 ‘부지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까? 결코 아니다. 법률안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마련이 주 내용이지만, 처분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각 원전 외부에 ‘중간 저장시설’을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원전 내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미반출에 따른 사과와 함께 대안제시를 촉구했다. 정부가 중저준위 방폐장 경주유치 후 2016년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경주 밖으로 반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맥스터 7기를 추가 건설해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고준위 방폐물법안에 명시된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운영’은 독소조항으로 즉시 삭제하고, 관리주체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책위는 경주시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우선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의 기자회견 내용에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가 담겼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해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는 중대 과제임은 틀림없다. 방폐장 부지 선정이 쉽지 않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한시가 급한 것도 맞다. 고준위 방폐물을 무한정 임시시설에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구처분을 위한 로드맵 설정이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미봉책이 아닌 고준위방폐물 처리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으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특히 현재 원전 내 임시로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불신과 불안이 가득했던 주민에게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떠안기는 셈이 되는 만큼 그냥 넘어가서 될 일은 아니다. 그동안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을 적체한 것에 대해 소위 ‘보관세’ 명목의 지원 등 실현 가능한 방안은 분명히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주민을 위한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 그것이 고준위 방폐장을 적기에 건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경주시가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에 따라 폐역사 및 폐철도 활용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지만 남은 과제가 더 커 보인다. 폐역사에 대한 활용방안은 큰 가닥을 잡은듯하지만,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 활용은 부지를 소유한 국가철도공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듯해 보여서다. 폐역사는 한국철도공사, 폐철도는 국가철도공단이 부지 소유 및 관리권을 갖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9일 역사 및 폐철도 개발 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최종보고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먼저 폐역사는 총 17개소 중 경주역 등 10개 역사를 활용하기로 했다. 경주역과 서경주역, 불국사역, 입실역, 안강역, 부조역은 ‘지역 거점 플랫폼’으로, 동방역, 모화역, 건천역, 아화역은 ‘생활권 중심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임시활용계획에 따라 문화플랫폼 조성을 위해 리모델링에 들어간 ‘경주역’은 향후 복합 플랫폼인 상업업무복합개발을 통해 역사, 생태, 행정, 상업 업무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기존 경주역사는 황오동삼층석탑이 있는 자리로 이전한 뒤 화랑로와 연결하는 도로 개설을 계획했다. 특히 경주역 부지에 상징성 부여를 위한 랜드마크 타워 조성 등도 계획안에 포함됐다. 서경주역은 복합상업시설과 공동주택, 공공청사, 공원조성 등의 개발구상을 통해 뉴타운으로, 불국사역은 공원조성과 불국사역을 보존해 주민편의시설 등 역사문화공원으로 활용할 구상이다. 입실역은 생활권 중심상업지구, 안강역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동방역은 그린웨이가 연계되는 역사·문화공원, 모화역은 근린 센트럴파크, 건천역은 역사전시관 조성과 휴식 공간을, 지역 최초 철도역인 아화역은 보전 활용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번 최종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폐역사 활용방안은 경주시와 시민의견이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해남부선 53.2km, 중앙선 27.1km 등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에 대한 활용방안 수립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폐철도 구간에 대한 활용방안은 현재 국가철도공단이 공모 중인 민간 제안사업의 선정 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다. 시는 우선적으로 동해남부선 수소트램을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친환경 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울산~경주~포항을 잇는 84.5km 구간의 수소트램(광역철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노선은 우선 ‘울산 북구 효문역~송정지구~입실역~불국사역~경주역’까지 추진되는데 ‘효문역~송정지구’ 구간은 향후 건립될 울산도시철도 2호선과 연결된다. 이후 장기적으로 포항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울산, 경주, 포항 세 도시는 수소트램 건설 타당성 용역을 공동으로 실시해 최적노선 선정을 비롯해 수요, 비용, 경제성 분석 등을 모색하고 있다. 용역이 끝나는 대로 해오름동맹이 합동 건의를 통해 정부 상위계획 반영 및 건설·운영비 전액 국비지원 대정부 건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은 지난달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 부지 경주시 구간 개별사업 추진을 위한 민간 제안 공모를 10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제안사업은 내년부터 폐철도 일부 구간에서 민간 개발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공모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철도 유휴부지 활용사업을 통한 그린웨이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기타 활용방안으로 기존 철로를 와인터널, 레일바이크, 레일 정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타 도시 사례와 함께 최종 용역에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계획에 차별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찌됐던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제안 공모 사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 놓인 셈이 됐다. 국가철도공단이 내놓은 민간 공모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은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경주시나 시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폐철도 활용은 경주에 철도가 개통된 지 100여년 만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주시의 장기적인 발전계획과 주민의견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소통을 강화해 향후 100년 대계를 이어나갈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제8대 경주시의회가 20일부터 24일까지 마지막 임시회를 갖고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한다. 이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의원 당선인들은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에서 주관한 당선자 역량강화 세미나와 간담회 등을 가지면서 제9대 시의회에서의 의정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맘때쯤 이면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의장,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게 되는 시의회 의장단 구성에 있다. 경주시의회 의원 선거 결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8명, 무소속 2명, 더불어민주당 1명 등 총 21명의 의원이 선출되면서 이번에도 역시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당이 됐다.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의장단 자리는 의석을 석권한 정당의 의원이 차지해왔다. 그래서 이번에 구성될 제9대 전반기 의장단은 국민의힘 의원 중 다선, 연령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는 개연성은 차고 넘친다. 어찌됐건 제9대 시의회의 첫 임시회가 열리는 7월 1일이면 그 윤곽은 드러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1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된 ‘지방지차법 전면 개정’과 관련한 사항이다. 즉 풀뿌리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래한 ‘자치분권 2.0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나갈 시의원의 책무다.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주민참여권을 목적조항에 명시해 정책 결정과 집행에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했다. 주민이 조례를 청구할 수 있도록 나이를 19세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했고, 최소 동의 인원을 대폭 줄였다. 무엇보다 지방의회의 권한이 확대되고 전문성이 강화된 점이 핵심이다. 지방의회의 인사권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도입 등이 명문화돼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정책대안 개발 등에 있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주어진 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윤리특위 등과 같은 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대거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명시하고 있다. 지난 1월 13일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으로 그동안 경주시의회 의장이 의회사무국 인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짧은 임기 동안 충분한 권한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제9대 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실질적으로 강화된 권한과 전문성 강화를 본격화해나가는 첫 시의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권한 강화가 결코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자치분권 2.0시대를 맞아 제9대 시의회가 준비해나가야 할 혁신 과제가 수없이 많아서다. 당장 주민조례 발안제도만 해도 적극적인 주민참여 유도라는 긍정적인 측면 뒤에 숨은 제도의 악용이 우려된다. 이익집단들의 무분별한 조례 청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9대 시의회는 이 같은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 공론화의 절차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세밀한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정책지원관의 경우에는 의원들의 ‘개인보좌관’, ‘내 사람 심기’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정당출신 등 의원들과 관계가 있는 사람은 정책지원관 채용에서 배제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사권 독립 등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윤리특위 설치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도 이뤄졌지만, 지방의회 스스로 도덕성과 자질을 강화해 그동안 전문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는 노력도 요구된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으로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그런 만큼 제9대 시의원들 스스로도 공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에 임해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운영하는 사람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옥상옥에 불과할 뿐이다. 제9대 시의회가 새 시대를 맞이하는 지방자치의 첫 출발이 진정한 자치분권 2.0시대를 활짝 열어나갈 수 있는 혁신적 발전을 기대해본다.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 원자력 거점 조성계획이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확정 후 인수위에 원자력 주요 사업을 건의하고 소관 중앙부처를 방문해 설명하는 등 활동을 펼쳐온 결과 국정과제에 반영되는 결실을 거뒀다. 경북도 전체로 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및 기존 원전 계속 운전,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선점 등이 눈에 띈다. 경주지역에는 SMR 특화 국가산단 유치,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조성, 국립 탄소중립 에너지미래관 설립,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전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됐던 원전기술 연구개발, 원전 산업계 일감창출, 인력양성 활성화 등 원전 생태계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MR 특화 국가산단’은 SMR 상용화를 통한 수출 공급망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향후 경주가 이 분야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경주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연구·개발을 주도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조성 중에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소 내에는 연구기반시설과 연구지원시설, 지역연계시설 등 총 16개 시설이 구축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7월 착공해 2024년까지 일반시설, 1년 뒤인 2025년 말까지 원자력 시설을 준공해 전체 단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연구소가 본격 운영되면 한국만의 독자적인 소형 및 초소형 원자로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또 연구소의 운영으로 경주는 이미 자리 잡은 한수원, 원자력환경공단,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양성자가속기 등과 함께 원자력 연구·실증·산업화의 전주기 기술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SMR은 300MW(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전기출력 1000~1400MW에 비해 규모가 작다.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가 크고 작은 배관으로 연결된 기존 원전과 달리 이 기기들이 모두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들어가는 일체형 원자로다. SMR은 배관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을 크게 높인 것은 물론, 공장에서 제작된 원자로 기기들의 현장 조립이 가능해 호기 당 건설비용이 적다. 특히 SMR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는데 있다. 세계적으로 500여기에 달하는 500MW 이하 노후 원전과 노후 화력발전소를 대체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고, 전력 생산 외에도 수소 생산과 수소 환원 제철, 해수 담수화, 초대형 선박과 극지 탐험 및 우주 탐사용 동력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SMR 건설 관련해 수용성 문제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3월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맡았던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에 SMR을 지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당진환경운동연합은 “지역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석탄발전 부지에 핵발전소 지으면 된다는 망언은 그간 수도권을 위해 묵묵히 고통을 감내해온 당진시민을 두 번 죽이는 파렴치한 짓”이라며 “당진은 수도권의 식민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들도 ‘석탄발전 이후, 핵발전(SMR)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주에 건설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본격 운영돼 SMR 기술이 상용화된다 하더라도 안전성과 주민수용성 문제 등으로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눈에 선해 보이는 대목이다. 원전 관련 전문가들은 연구소는 전기출력 수십 메가와트 규모의 초소형 SMR 원자로를 이용해 기술을 실증하는 순수 연구개발 시설이라고 강조한다. 상시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연구개발 과정에서 일부 방사성 물질이 사용되지만 그 양이 많지 않고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와 관련 기관의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게 돼있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시설을 조성해놓고도 정작 SMR을 설치할 곳이 없다면 연구소도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연구소 건설과 운영 등 사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쌓아나가야만 미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는 순수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지방행정을 통해 경주발전을 견인하고, 지역 살림을 꾸려나갈 일꾼을 선택하는 선거다. 특히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대선에 가려 예비후보 등록조차 자유롭지 못하면서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피해를 보는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기도 했다. 지난 2월 18일부터 시작된 시장, 도·시의원 예비후보 등록에는 대선 전까지 시의원 5명만 등록하는데 그쳤다. 주요 정당이 대선 후 예비후보 등록 등의 제한을 걸면서 공천을 희망하는 정치 신인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오전 기준으로는 시장 1명, 도의원 1명, 시의원 16명 등 모두 18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이제야 지방선거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오는 5월 10일 예정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선거인만큼 여야가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제20대 대통령선거후 불과 3개월 만에 치르게 되는 선거로, 대선 결과가 경주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앞을 내다보면 오는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거여서 여야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번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자칫 여야 중앙당의 정치쟁점으로 묻혀버리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열어갈 ‘지방자치 2.0시대’의 취지가 훼손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런 목소리도 있다. 군부 정치로 중단된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재개돼 3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지방자치가 가야할 길은 멀다. 자치분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3일 본격 시행되면서 전국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으로 그동안 시장이 가졌던 지방의회 직원 인사권은 의장에게 옮겨졌다. 또 지방의회는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관’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권한이 많아지는 만큼 전문성을 갖고 의원 역할에 충실히 하라는 의미도 담겼다. 주민참여권 보장과 주민참여제도도 강화됐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 도입과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두는 주민소환·주민투표의 청구요건 등도 완화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지방의회와 주민참여제가 강화되는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린 만큼 지역정치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이는 유권자가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에 옮길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경주의 경쟁력을 연결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계획을 잘 짜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경주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있어, 정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누가 어떻게 경주발전을 일궈낼 것인가라는 확고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치열한 경선 경쟁이 불러오는 네거티브로 후보들의 정책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선거가 재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등록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각 정당은 앞으로 누구를 공천해야 할지 고심하고,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결국 주민자치의 기반인 지방자치의 본질을 지켜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관위는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학력, 경력, 학력 등을 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치는 않지만 민주시민의 기본자질과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후보의 자질부터 가리고, 정치권의 거대담론과 후보들의 휘황찬란한 공약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지역공약, 민생 공약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자치분권 2.0시대’를 열어가는 주체임을 인식하고, 누가 경주발전을 이끌어 낼 적임자인지 관심만 가진다면 투표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주역 폐역일이 불과 4~5일 남아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제 서야 여러 매체에선 경주역을 감상적 소재로 앞 다투어 보도하기 바쁜듯하다. 경주역의 정확한 폐역일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달 27일 23시 59분까지 운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토부 고시가 되어야 최종적인 것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최종 발표는 아직 안된 상황이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폐역을 기념해 경주시 문화예술과는 28일 간단한 행사를 할 예정이나 실상 이날은 이미 경주역사 전체가 텅 비어 있을 거라고 한다. 또 지난 15일은 경주시와 경주상공회의소 주관으로 경주역에서 부산방면으로 추억여행(아듀! 경주역, 잊지마 레일)을 다녀오기도 했다. 폐역의 순간이 다가오자 일각에서는 경주시에서 추억의 기차여행 기획을 좀 더 일찍 시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민들도 경주역 폐역 사실을 보도로 접하고 평소보다 경주역을 찾아 기차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기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차례 경주역에서 출발하는 기차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지만 지난 19일 다시 한 번 경주역에서 출발해 울산 태화강역까지 다녀왔고 폐역 직전에 또 한 번 더 다녀올 계획이다. 경주역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울컥해졌다. 많은 이들이 경주역 광장에서 역사와 역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맞이방에서는 많은 이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플랫폼에서도 막 들어오는 기차를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극성스럽던 한파가 다소 누그러져서인지 객차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친구, 가족, 연인들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기차를 탔을 것이다. 한편, 새로운 동해선의 개통에 맞춰 정해진 신설 역명들을 살펴보니 대표성이나 일관성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폐역을 며칠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는 경주역이라는 역명은 흡수되지 않았고 신경주역이라는 역명이 그대로이며 현곡파출소 앞 역은 서경주역이라는 것. 경주시에 ‘경주역’은 없고 신경주역과 서경주역이라는 역명만 존속될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경주시에 묻고 싶다. 10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운행된 ‘경주역’의 역명 안에 내포된 스토리나 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휘발시킬 수 있는지. 울산시의 경우 2010년 KTX울산역이 개통될 때 예전 ‘울산역’을 ‘태화강역’으로 바꾸고 KTX역을 ‘울산역’으로 역명을 존속시켰다. 바로 인근 지자체에서 이런 좋은 선례가 있으니 참고하기를 촉구한다. 애초 경주시는 KTX신경주역 개통 당시, ‘경주역’이라는 역명 전환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보류해왔다고 한다. 신경주역이 개통될 때 경주역으로 역명을 정했으면 쉬운 일이었는데 새삼스러운 일이 됐다고 안타까워하는 관계자도 있다. 경주역 역명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 경주역은 역명 안에서라도 이어져 숨 쉬고 경주시민과 국내외 방문객들과 함께 호흡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경주역의 모든 기능을 신경주역이 통합, 흡수하는 마당에 ‘경주역’이라는 역명은 존중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경주시폐철도활용사업단 관계자는 폐역일과 역명에 대해 “현재 국토부 고시에도 경주역이라는 역명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역명은 폐역 고시 전에 결정되어야 하는데 아직 코레일과 국토부에서 최종 폐역 고시가 나지 않은 상태다. 신설역이 개통되기 직전에 고시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24일이나 27일 즈음 국토부 고시가 날 것으로 보인다. 저희도 신경주역 명칭을 경주역으로 바꾸는 건에 대한 협의가 수차례 진행돼 왔다. 곧 코레일과 협의를 해 봐야 하는 부분으로 경주역의 역명을 존속하자는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경주시에 ‘경주역’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역명은 지자체와 국토부 간의 협의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게 반영된다고 한다. 한 번 정해진 역명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간단치 않은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니 국토부 고시가 나기 전, 서둘러 경주시의 의견을 전달하기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주시민과 애환을 함께해 온 103년 경주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활용방안이 모색되는 시점이다. 경주역은 10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경주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이거나 혹은 특별한 삶의 한 부분을 감당해 낸 공간이었다. 이제 그 공간이 다시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경주역이여! 굿바이!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내로남불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족국가 대한민국’의 저자 정치평론가이자 사회학자인 강준만 교수는 ‘한국에서 부족주의는 내로남불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정치적 이념이다. 나름 노선과 원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부족이나 패거리의 이익이다. 부족주의는 부족의 이익을 도모하는 이익 투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라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이 부족주의에 노예가 된 정치를 하고 있으며 각계각층 기득권에 부족주의가 만연해 사회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부족주의(部族主義)는 ‘일반적으로 동질적인 전통과 조상, 언어, 문화, 종교 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추구하는 이념이다’라고 정의한다. 부족사회(部族社會)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대체로 사회분화와 교역의 증대에 따라 씨족사회가 해체되면서 보다 큰 단위로서의 부족사회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 그리고 친족집단의 혈연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단계의 사회로 보는 편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에 갇혀 ‘진보팔이’와 ‘보수팔이’ 판을 벌이고 있다. 국민을 위한 명분도, 원칙도 없고, 정치적 지향도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정치가 능력주의가 아니라 부족주의 성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중앙정치판의 난타전을 벌이는 사이 지방은 병들고 있다. 중앙정치권의 위선에 찬 부족주의가 지방 곳곳에까지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행정, 경제, 교육 등 각 분야가 중앙정부에 종속되고 있으며 그 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특히 중앙정치가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보이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소외되고 있으며 지방의 취약한 경제사회적 기반은 또 다른 지방 간 대립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굳이 지방대학의 위기나 지방의 인구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인한 지방소멸을 논하지 않더라도 지방은 스스로 변화와 포용을 하지 못하면서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들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 지고 있다. 특히 지역특정정당이나 일당독식의회, 특정정당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지방정치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건강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것이 지역 간 대립구도이다. 그동안 고착화된 특정지역 간 정치적, 이념적 대립은 주민들의 선택이 아닌 중앙정치판 산물이며 이를 이용한 정치인들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 정치적 성향이 고착화된 지방일수록 상대적으로 부패나 독선적인 경우가 많아 지방의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경주의 정치 환경도 시민들의 다양한 여론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중앙정치를 추종하는 경주의 정치 환경 때문이다. 지금 경주사회는 중앙정치권에 판치는 부족주의에 못지않은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런 정치적 환경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 경주다. 지금 경주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다양한 논의구조가 존재해야 할 때다. 경주는 지방소멸위험지역이다. 특히 젊은 층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으며 대학들도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폐점하는 소상공인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모든 문제가 경주사회의 문제다. 그리고 이를 풀어가는 것도 경주사회의 몫이다. 지금 경주에 필요한 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부족주의가 아닌 소통하고 통합하는 열린 부족주의가 필요한 때다. 외부인들은 경주를 혈연, 학연, 지연이 매우 강한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주의 독특한 정서도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열면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주 최대 전통시장인 성동시장의 보행로 개선사업이 막바지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주역 광장 맞은편에 위치해 경주의 관문격이기도 한 이곳은 난민촌을 방불하듯 낡은 파라솔과 비닐천막, 방치된 쓰레기로 인해 도시미관을 크게 훼손해왔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노점상들이 마치 자기 점포인 양 좁은 인도를 불법 점거하고 장사를 해왔고, 일부 상가의 경우 봉이 김선달처럼 노점상들로부터 자릿세를 받아 사익을 챙기는 일도 있어왔다. 좁은 인도를 노점상들이 차지하다 보니 어린이, 여성, 노약자 등 많은 주민들이 통행불편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오랜 관행에다 서민들의 생계가 달린 일인지라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으로 어느 누구도 손을 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주시민 뿐 아니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경주역 앞 ‘성동시장 노점상 정비’는 해묵은 고질 민원이었다. 이에 민선7기 주낙영 경주시장 취임 이후 성동시장 노점 상인들과 첫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장조사, 공청회, 기존상인들과 협의, 주민설명회 등 100여 차례가 넘는 꾸준한 소통을 통해 화랑로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정비사업의 가장 큰 난제였던 도로점용료 부과와 관련해 물리적 충돌 없이 노점상 연합회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큰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 1월부터 시가 ‘노점 점용 허가’와 ‘규격화된 가판대 설치’를 골자로 한 노점상 정비 사업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펼쳐왔는데 이 같은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후 시는 시비 4억원을 들여 경주역 앞 화랑로 인도 120m 구간(해동약국~교보생명)에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고,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우후죽순 난립한 노점상들이 있었던 자리에는 규격화된 가판대 48개소가 들어선다. 가판대 규격은 차로 쪽은 길이 2m·폭 2m, 상가 쪽은 길이 2m·폭 1.3m로 통일했다. 화랑로의 인도 폭이 6m인 점을 감안하면, 보행통로는 기존보다 최소 2m 이상 넓어진다. 한전과 협의해 전선지중화사업도 동시에 실시해 가로환경을 정비했다. 이번 사업으로 시민의 보행권은 물론 노점상의 생존권도 동시에 지키게 됐고, 거기다 도시미관까지 개선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경주시는 새롭게 설치될 노점상에 대한 전매, 전대, 상속을 금지하며 신규 허가는 받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다. 목 좋은 자리를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리순환의 원칙도 세웠다. 아울러 조건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허가를 취소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단순히 환경개선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된 환경을 유지하는데도 행정력을 투입하겠다는 경주시의 의지가 읽혀진다. 하지만 이 사업이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일부 노점상의 경우 기득권이 인정되지 않고 매대 면적도 줄어드는데 따른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들은 카누피 설치로 간판이 가리고 조망권을 해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이 사업 성패의 관건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인 손해는 잠시 내려놓을 줄 아는 양보와 희생의 미덕이다. 내가 조금 손해라고 엉망진창이었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정비사업이 단순히 시민의 보행권과 노점상 생존권을 동시에 보장하면서 도시미관 개선과 도심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상생과 협치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되길 기대한다. 현재 경주시에서는 이번 보행환경 사업을 시금석으로 도심과 사적지에서 영업 중인 노점상을 대상으로 한 환경개선 사업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변화될 경주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살기 좋은 도시란 도시 생활의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제공하는 여유롭고 안전한 도시로 의미된다.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직접 행복도 추구하고 있다. 새해 벽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각 기초지자체 주민들의 ‘사회안전체감도’를 측정한 ‘2021사회안전지수’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수는 여론조사기관을 비롯한 복수의 기관이 기존 지자체의 안전수준을 평가하는 정부의 통계자료와 같은 객관적인 지수에 주민 설문조사와 같은 주관적인 지표를 활용해 도출한 내용이어서 의미 있다고 한다. 이 지수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생활안전’ ‘경제활동’ ‘건강보건’ ‘주거환경’ 등 4개 분야를 지표로 했다. 이 지수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해온 통계를 통한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직접 느끼는 만족도나 기대감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이란 생활 전반에 대한 개인의 만족감이나 행복의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회안전지수’ 순위를 보면 일반적인 지역의 경제적, 물리적 환경보다는 미래에 대한 안정과 행복, 심리적 안정 등에 따라 다르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삶의 질이 단순히 경제적 기반이나 도시환경의 정량적 수치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주관적 만족도에 따라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과거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경제와 일자리, 주거여건, 쾌적한 도시환경, 교육여건, 생활안전 등이 잘 갖춰져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통계에 의한 객관적인 주민 만족도가 아닌 주민들이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 주민 만족도가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이 된 것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민선 단체장들은 ‘가장 살고 싶은 도시’ ‘행복도시’ ‘잘사는 도시’ ‘미래도시’ 등의 각종 슬로건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단체장들도 도시의 성장과 함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수행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회안전지수’를 보면 기존에 알려졌던 ‘살기 좋은 도시’의 순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에 따르면 전국에서 ‘사회안전지수’ 1위를 차지한 용산구의 경우 객관적 지표에서는 10위였지만 주민들의 체감도가 반영된 주관적 지표에서 압도적 1위로 나왔다. 남원시의 경우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중소도시 중에서 가장 안전지수가 높게 나왔다. 특히 세부 지표 중 생활안전(4위), 건강보건(3위) 분야의 순위가 높아 주민 체감형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풍부한 역사문화유산과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춘 경주시. 살기 좋은 도시로 꼽자면 항상 최상위에 있다고 여겨왔던 경주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번 ‘사회안전지수’ 분석에서 경주시는 조사대상인 155개 시·군·구 중 하위 그룹인 103위를 기록했다. 경북에서는 1위인 영주시(74위), 2위인 안동시(79위)에 이어 3위다. 경주시의 이 같은 결과는 주민들이 직접 생활하는데 불편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국회미래연구원이 개통한 ‘대한민국 행복지도’ 분석결과 경주시민들의 국민행복지수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하위권에 머문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주시의 낮은 ‘사회안전지수’는 주민들이 지역 내에서의 경제활동에 대한 소득 만족도가 떨어지고, 직업 만족도와 일자리의 안정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생활안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로 보여 진다. 또 도시 정비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주민들의 주거환경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도 요인일 것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해가 바뀔 때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 올해도 주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소통하며 시정에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 시장이 ‘소통과 공감행정’을 강조한 것도 주민들의 지지가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2021년부터는 통계의 의존한 객관적인 지표를 올리기보다는 주민들이 경주에 살면서 행복을 체감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를 지향하는 경주시를 기대한다.
2021년은 지방자치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91년 광역, 기초의원선거를 시작으로 1995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하면서 주민대표는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골격이 갖춰졌다. 지방자치제는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된 이후 1991년 시행에 들어갔지만 지방분권이나 주민참여권 등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지역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지방선거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리고 지방자치제의 큰 틀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한 지방선거는 주민을 위한 선거가 아닌 중앙정치의 지방정치 장악으로 변질됐다. 광역단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시장, 광역, 기초의원 등 선거직들은 서로 유·불리 관계를 따지면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외면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법이 제정된 지 32년 만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법률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강화한 지방분권과 주민참여자치권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법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의 자율적인 사무배분을 방지하기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해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과정에 지방의 주체가 참여하도록 했다. 즉, 중앙정부의 획일적 정책 결정이 아닌 지역의 여건에 따라 기관구성을 할 수 있고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대의기구인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를 위한 규정도 마련됐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임면, 징계 등 인사권이 의장에게 부여되고 자치입법, 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정수의 1/2 범위 내에서 둘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전문성을 높여 주민대표기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주민참여자치권 강화이다. 지방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 참여권을 신설했다. 특히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제정,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운영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중요한 활동사항을 모두 공개하는 조항도 만들어 주민들이 참여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보면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된 것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전문 인력 충원 과정이나 의회의 사무국 직원 임용권과 집행부와의 임용관계 등도 현 여건상 출동소지가 있어 좀 더 세밀한 내용으로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공포 후 1년 뒤인 2022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상위법에 따른 후속 법령 개정을 서둘러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지체가 정착되기 위해선 관련 법령의 제·개정에 못지않게 주민들이 지방자치제 이해하고 참여하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은 집행부와 의회, 주민이 주축이다.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높을수록 지방자치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될 것이며 주민들의 권익 또한 보장될 것이다. 지방중소도시의 경우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지방분권이나 주민참여자치권에 대해 인식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앙집권형 정책을 수행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심화돼 국가역량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다. 건강한 지방이 받치고 있을 때 나라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주민들은 어느 지역에서 생활하던 삶의 질 높아질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다. 지금 경주사회의 지방자치제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지방자치제는 주민이 지역의 주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들의 권한이 보장되더라도 주체적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지방자치법이 아무리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개정되더라도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주민들이 스스로 주권을 행사하는 시기임을 직시해야 한다. 경주시와 경주시의회는 경주라는 수레를 끌고 가야 하는 두 바퀴다. 그리고 주민은 그 수레에 타고 있다. 수레가 제대로 균형을 잡고 앞으로 가기 위해선 두 바퀴가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레에 탄 주민들도 두 바퀴가 갈 굴러가는지 살피고 힘을 보태야 한다. 지방자치제는 주민들을 위한 것이며 정착여부도 주민들에 달렸다는 점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신라왕국의 부근에 있었다하여 황촌이라는 명칭과 동경잡기의 6방 중 5번째 방이라는 의미의 황오방이 합성돼 황오라 불리는 황오동은 1950년대부터 40여년간 경제, 사회, 생활, 문화적으로 경주 구도심의 중심지였다. 경주역 바로 앞에는 성동시장, 남쪽 인근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던 황오동은 경주의 교통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황오동을 중심으로 한 경주 도심은 1990년 이후부터 동천, 황성, 용강, 현곡 등 외곽지역이 개발되면서 경제권과 생활권이 분산되었고 구도심과 연결된 경주 쪽샘지구까지 철거되면서 도심 공동화는 더욱 가속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경주뿐만 아니라 전국 중소도시에서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2013년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차원의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그리고 경주시는 현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중심시가지형 ‘경주 황오도시재생뉴딜사업’을 공모해 2018년 8월 31일 선정되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밀려난 과거의 기반시설과 생활공간을 자원으로 주거 및 경제적 생산 공간, 일자리 창출 등의 새로운 미래형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경주 황오도시재생뉴딜사업도 역사문화자원을 이용한 청년창업 공간 확보, 글로벌커뮤니티센터를 통한 국제 도시 위상 정립, 주민 중심의 문화장터 및 정통시장 활성화, 글로벌 어울림마당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는 이 사업에 선정된 후 경주도시재생과 신설, 경주시 선도 지역 지정고시, 경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개소 등 발 빠른 추진을 보여 왔으며 현재 이 사업에는 시와 경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주민협의체(주민)가 함께 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는 5년간(2020년~2024년). 하지만 이 사업에 선정된 후 준비기간이라 할 수 있는 지난 2년여 동안의 진행과정을 보면 앞으로도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업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그동안 각자의 역할을 되짚어 볼 때라 여겨진다. 우선 경주시의 역할과 의무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경주시는 이 사업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시책을 수립·추진해야 하며 사업 추진에 있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업을 경주시 도시재생전략계획이나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지방재정법에 의한 중기지방재정계획에 잘 반영해야 한다. 이는 주민들에게 이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을 주기 때문에 열린 행정으로 일처리를 해야 한다. 시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친 간섭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섭이 많으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쉽지 않다. 시는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원을 최대한 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경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들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 센터는 그동안 시를 대신해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이 사업의 기틀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그동안 그리 순탄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센터의 역할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센터가 시에 눈치를 보고 자율적인 역할을 못한다면 주민들과의 소통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사업 진행 또한 순조롭지 못할 것이다. 주민들은 상생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이 사업의 주체는 주민들이다. 사업 대상구역 내에는 다양한 업종과 주거형태가 존재하고 있으며, 생존권과 재산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주민들 간에 일치된 의견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주민들은 침체된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고 소통하고 협조하며 함께 풀어가는 자치의식을 가져야 한다. 주민들이 배척이 아닌 상생으로 참여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실패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행정과 센터, 주민들 간의 소통부재가 주원인이며 이로 인해 사업 시행이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주는 우리나라 대표 역사문화관광도시다. 기본적인 여건은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싸고 있다.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기반으로 시작한 황오도시재생뉴딜사업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있는 자산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도시를 만들지만 그 도시의 기능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달라진다. 사람과 도시가 유기적인 기능을 할 때 살고 싶은 도시공간이 만들어 진다. 그리고 그 공간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사람(주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