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박사이자 상담가인 그는 현재 디딤ESG교육원 대표, 마음샘교육심리연구소 소장, 고청윤경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 어깨가 무거운 직함들을 여럿 짊어지고 있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분야의 일들 같지만 이 거침없는 행보의 본질은 결국 하나다. 교육과 상담, 문화와 공동체, 그리고 시대의 화두인 ESG와 인공지능(AI)을 질문이라는 따뜻한 실로 엮어내어 사람과 지역의 건강한 변화를 돕는 일이다.
고청의 품에서 자란 아이, 유대인의 지혜를 만나다
그의 철학은 어린 시절 어린이 박물관 학교에서 고청 윤경렬 선생에게 역사를 배우며 체득한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에서 출발한다. 신라의 깨진 기와 한 조각에서도 찬란한 이야기와 민족의 얼을 찾아내던 스승의 가르침은 그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나침반이 됐다. 훗날 대학원에서 교육 심리를 전공한 그는 서구에서 들여온 MBTI나 에니어그램 같은 심리 검사 도구들이 한국인의 깊은 내면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었다. 한국인 특유의 심리와 정체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다 가닿은 곳은 뜻밖에도 유대인의 전통 토론 교육인 하브루타였다. “유대인들의 끝없는 질문과 토론 문화를 연구하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그들처럼 우리 한국인에게도 이미 이웃을 배려하는 찬란한 공동체 의식과 수많은 훌륭한 질문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단지 머릿속의 그 좋은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어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고 뼈대를 짜는 훈련과 기회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그는 박사과정에서 김상섭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의 교육철학을 배우며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예리하게 벼렸다. 외국 대안학교만을 무비판적으로 추앙하는 교육 사대주의를 경계하고 대한민국 공교육과 우리 문화 안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스승의 매서운 철학을 가슴 깊이 이어받았다.
“진짜 어른이란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사람”
장 소장이 부모와 교사들에게 가장 깐깐하게 강조하는 것은 개념이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만 서 있다면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변하고 혼란스러워도 길을 잃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유대인 사회를 보며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세계적인 유대인 물리학자나 최고의 지식인들이 은퇴 후 편히 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세대를 위해 가장 쉬운 언어로 유아용 책을 쓰며 기꺼이 교육 현장에 뛰어든다는 사실이다. 가장 뛰어난 지성이 어린이들을 위해 지혜를 나누는 것이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참된 어른과 교육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차가운 기술(AI)과 환경(ESG)에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입히다
스스로 기계 조작에 서툰 기계치임을 쿨하게 자처하면서도 그가 챗GPT 같은 최첨단 인공지능을 일선 교육과 마을 컨설팅에 가장 먼저 접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스마트 기술이 그랬듯 어른들이 AI를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먼저 기술을 흡수해버리면 부모와 교사는 결국 신뢰를 잃고 길잡이로서의 자리를 잃게 됩니다. 어른들이 먼저 AI를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만 아이들이 이를 활용해 어떻게 올바른 글을 쓰고 생각을 확장할지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이끌기 위한 교육적 사명감으로 도입한 AI는 마을 어르신들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도구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실제로 장 소장은 최근 영덕과 영천의 행복대학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AI 자서전 및 에세이 쓰기 교육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AI와 대화하며 평생의 삶을 자서전으로 풀어내며 눈물짓는 모습을 통해, 그는 차가운 기술도 마음을 치유하는 따뜻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안목은 환경 실천(ESG)에서도 돋보인다. 코로나19 시절부터 이러한 흐름을 미리 간파한 그는 이를 기업의 숙제가 아닌 시민이 스스로 권리를 찾는 생활 운동으로 여겼다. 덕분에 그가 이끄는 모든 모임과 행사 현장에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생수병이 자취를 감췄고, 모두가 텀블러를 챙겨오는 아름다운 풍경이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시민의 살아있는 질문이 모일 때 도시는 성장합니다”
이제 그의 열정은 경주라는 거대한 지역 공동체 전체를 향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박제해 전시하던 고청기념관을 시민들이 수시로 찾아와 차를 마시며 토론하는 편안한 사랑방으로 탈바꿈시킨 이도 바로 장 소장이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직접 동네의 문제점을 찾고 회의를 주도하도록 돕는 실전 소통 전문가로서 도시재생대학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폐철도 부지 활용 같은 중대한 사안들이 소수 전문가의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도록, 시민 스스로 깊이 있게 질문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진짜 주민이 원하는 의제를 만들어내는 공론의 장을 세심하게 닦고 있는 것이다.
“경주가 그저 천년전 신라의 유물에만 기대어 먹고사는 도시가 아니라, 골목마다 배움이 살아 숨 쉬는 문화 교육의 도시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누군가 경주를 방문했을 때 ‘경주에 오니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돌아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으면 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경주의 진짜 내일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화려한 청사진 대신 “숨은 원석 같은 평범한 이웃들을 만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주도적으로 마을을 변화시켜 나가는 성장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요즘 그에게 가장 큰 벅찬 보람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무대 위보다, 지역의 주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묵묵히 판을 깔아주는 든든한 조력자의 삶.
“결국 경주를 바꾸는 것은 수천억원의 예산이나 몇 줄의 행정 지침이 아닙니다. 내 동네의 문제를 고민하고 이웃과 대화를 시작한 그 평범한 시민 한 사람의 깨어있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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