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토마토와 송이토마토룰 생산하는 우성농장 조홍철(65)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농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조홍철 대표는 오랜 시간 도시에서 큰 규모의 입시 학원을 운영하며 농업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입시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와 학구열, 그리고 새로운 경영 방식 등이 맞물려 학원 사업 규모가 커졌다. “지금은 많은 학원이 시행하는 ‘00캠프’를 처음으로 시도해 학원 지형이 바뀔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학원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삶에 여유는 부족해졌습니다. 우리 아이를 보는 시간이라곤 학원 수업 시간이 전부일 정도였죠” 앞만 보고 달려온 길을 뒤로하고 2018년 감포에 들렀다 농업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인이 토마토 농장을 소개해 1년을 고민하고 지켜보다 귀농을 길로 접어든 것. “사실 농사는 제 관심사에는 없었죠. 하지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귀농하게 됐습니다” 그는 기존 농장 운영하던 곳을 사들여 첫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각종 질병 등으로 수확량이 감소하며 고민이 커졌다. “첫해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농사에 대한 기본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새로운 농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조 대표는 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시기가 이때부터였다며 관행적으로 지어 온 땅에 대한 정보와 개량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땅에 관해 공부하면서 미생물 효과와 효능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농업대학과 강의를 듣고 필요한 자료 등을 찾으며 3년 가까이 공부했죠. 마치 학생들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던 시기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는 미생물 관련된 회사를 방문해 교육받으며 미생물도 직접 배양하며 지력 향상에 힘썼다. 미생물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토마토에 자주 발병하는 시듦병과 곰팡이 등 병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다며 현재는 발생하던 병도 사라졌다. “처음 주변에서 쓸데없는 ‘짓’ 한다고 만류하기도 했습니다. 안 해도 되는데 한다며 말이죠. 하지만 병충해가 줄어들고 수확량도 증가한 데다 맛도 좋아지면서 이제는 미생물 농법을 배우기 위해 오시는 농민들도 늘었습니다” 토마토 농장은 일반적으로 완숙 토마토를 많이 재배한다. 이곳은 완숙토마토 대신 흑토마토와 송이토마토 등 치별화 된 기능성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미생물 농법상 친환경 농자재를 사용해 다른 토마토에 비해 비용이 증가하지만 차별화를 위해 기능성 토마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흑토마토와 송이토마토?’ 조금은 생소한 이 토마토는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리코펜 성분이 높다. 특히 송이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은 일반 토마토의 3배인 흑토마토보다 3배 높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능성 토마토를 찾는 이들은 환우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고객이 흑토마토를 찾고 있죠. 그리고 송이토마토는 특히 여성들이 많이 주문하고 있습니다” 토마토의 인기로 전국으로 택배 보낼 정도가 됐다며 믿고 찾아주는 고객이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조홍철 대표는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농업과 귀농은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농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도 만나게 되죠. 농업인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변화를 어려워한다면 도전하기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으로 도전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농촌 가구 자산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가 약 4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1년 대비 약 15% 정도 감소한 수치였다. 지역 귀농·귀촌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역 귀농·귀촌 인구는 연간 100여명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귀농·귀촌 인구가 감소한 원인으로 귀농 가구의 소득 문제와 농사의 어려움, 지역 인프라 부족 등이 어려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에서 귀농·귀촌으로 경제적 안정을 물론 전원생활 누리며 제2의 인생을 꾸려가는 귀농·귀촌인이 많아지고 있다. 경주신문에서는 귀농·귀촌의 꿈을 이룬 시민들 통해 귀농·귀촌의 삶과 현실, 그리고 비전까지 전할 예정이다. “나만의 농장을 만들고 싶었던 꿈은 20년 넘어서도 여전히 미완성입니다” 귀농 8년 차에 접어든 내남산미나리 신충욱(62) 대표는 농업이 제2의 직업이자 마지막 직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내남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신 대표는 인근 울산에서 직장을 다녔다. 정년퇴직을 뒤로하고 귀농이라는 제2의 인생을 선택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 다가올 노년을 생각하며 제2의 직장으로 귀농을 준비했습니다. 예전부터 준비한 귀농이기에 시작할 수 있었죠” 그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귀농 계획을 조금씩 실천했다. 농사지을 땅을 구입하고 귀농 관련 공부도 틈틈이 하며 미래를 준비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농업이 아닌 한 곳에서 생산과 축산 그리고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농장을 꾸미는 것이 목표였다. “노후에도 농사를 통해 소득을 얻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생각으로 30대 때부터 귀농을 생각했습니다. 울산 인근 지역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내남에 자리하게 됐습니다” 그가 내남을 선택한 것은 넓은 부지와 땅 가격 영향이 컸다. 복합 농장을 꿈꿨던 그는 3000여평 정도의 규모가 필요했다. 높은 땅 가격으로 고민하다 내남에 터전을 마련한 것. “울산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싼 가격이라 가능했죠. 대출을 일으켜 땅을 사고 일하면서 갚았죠” 꿈에 그리던 농장을 마련했지만 당장 귀농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후 10여년의 시간은 귀농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그는 귀농을 준비하며 매년 유실수를 구입해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무를 심으면 심는 대로 과수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비료와 농약, 관리 등의 미숙으로 나무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현재는 감나무와 밤나무, 매실나무 등 관리가 쉬운 품종만 남았다. 과실수에는 오류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농장을 관리했다. 땅을 구입해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농사가 가능한 공간으로 가꾸어 나갔다. “어떤 작물을 하든 농사가 가능한 토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토목 등 기초공사를 시작으로 평일에는 회사 생활을 마치고 주말에는 농장에 매달렸죠” 오랜 준비 기간에도 그는 퇴직과 함께 바로 농사에 뛰어들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귀농하기 전 다양한 작물을 공부하고 시험했다고 한다. 땅과 지리적 특성에 맞는 작물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 “이곳은 지하수가 풍부하고 수온도 높았습니다. 여러 작물을 고민하다 특성에 어울리는 미나리에 도전하게 된 거죠” 미나리 농사에 관련된 지식은 농업대학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생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농업 초기에는 지인들 위주의 판매가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골, 신규 고객이 증가하면서 안정적 판로를 갖추게 됐다고. “지금은 판매 걱정보다는 생산 부족으로 고객이 그냥 돌아가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고객들은 그 노력을 알아줍니다” 보통 미나리 출하 시기는 2월에서 3월 사이지만 이곳은 2월 출하를 시작으로 늦은 4월까지 미나리를 출하하고 있다. 하우스 미나리에다 노지 미나리를 함께 재배해 4월까지 늘릴 수 있었던 것. “고객들이 찾는 미나리는 초벌 미나리입니다. 저희 농장은 하우스로 노지 미나리를 출하면서도 초벌 미나리만 생산해 고객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신선한 미나리를 오랫동안 맛볼 수 있도록 만들었죠” 그는 귀농인들에게 귀농 목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회사로 따지자면 경영 이념처럼 농업, 귀농에 대한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 “타의에 떠밀려서 귀농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작물 선정에서부터 경영 방식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귀농에 대한 명확한 목적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귀농을 제2의 인생 시작이자 마무리하는 직업이라 말하며 명확한 목적을 갖고 귀농하길 바랐다. “농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농업에 대한 확신과 목적을 갖고 제2의 인생에 도전해 보세요”
“농사가 어렵고 힘들어선 안 돼요. 농사가 즐겁고 재미있어야죠” 냉천블루베리농원을 운영하는 이종준(65)대표는 귀농과 농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면 얼굴에 미소에 떠나지 않는다. 농사가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라며 귀농을 선택했다는 이 대표. 그는 귀농 전 서울과 울산에서 전산 관련 일에종사했다. 공기업에 근무하면서도 어릴 적 농사에대한 즐거움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골에서 자라며 자연스레 농사를 접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언젠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마음에 방송통신대농업 관련 학과를 이수하며 차근차근준비했죠” 그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농사를 시작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꿈꾸던 농업을 시작하게 됐지만 귀농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농사에 올인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맞는농업 작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농사는 포도와 사과 등 돈이 되는작물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도있어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죠. 특히 제가선택한 작물에 저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포도와 사과를 시험 삼아 시작했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농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리고 농약을 치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아 실패했다는 이 대표. 하지만 실패해도 재미있었다며 또다시 농사에 도전하게 된다. 10여년의 시간이 흘러 이 대표는 우연히 블루베리를 접하고 곧장 관련 교육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귀농에 나서게 됐다. 그가 블루베리를 선택한 것은 일손이 많이 가지 않고 작물 특성만 알면 키우기 쉬운 작물이라 판단해서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손이 덜가는 작물이 블루베리입니다. 특성만 제대로 알면 키우기 쉬운 셈이죠. 일손도 6월 한 달 수확하면 되는 등 저에게 딱 맞는 작물이었습니다” 그는 현재 900여평 농장에 800여그루의 블루베리를 키우고 있다. 판로는 직거래를 통해 대부분 소진하고 나머지는 로컬푸드로 판매하고 있다. “판로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단골도 많이 생겨서 택배 보낼 정도는 됩니다” 농사를 배우고 배운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 즐겁다는 이 대표. 그는 지금도 방송통신대 대학원 농업생명과학 과정을 배우고 있다. 단순히 블루베리 관련 교육이 아닌 토양의 성질에서부터 다양한 작목과 새로운 농사법 등을 익히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연동해 조절하는 기능에 머물러있는 스마트농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농업 시설로 변모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농장 등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제어 관련한 기술은 적은 비용을 투자해 효과적으로 농장을 제어할 수 있게 되죠. 기회가 된다면 스마트 농업 관련 쪽으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귀농인과 농업인들에게 다양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교육하면서 귀농인들에게 좋아하고 재미있는 농업, 귀농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귀농해서는 안된다. 좋아하는 것이 취미가 되고 그 취미가 농사가 되어야 합니다. 농사가 어렵 고 힘들면 오랫동안 이어갈 수 없습니다”
“귀농을 단순히 수익적 측면에서 바라봐선 안 됩니다. 돈이 아닌 남은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포도 농장과 농촌교육농장을 함께 운영하는 우와또와 신동섭 대표는 귀농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한 신 대표는 무료한 노후가 아닌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귀농에 나섰다. “퇴직 전 서울에 들렀다가 노인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퇴직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는 퇴직 전부터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노후와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퇴직 10년 전부터 귀농 생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나에게 가장 적합한 귀농이 어떤 것인지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귀농을 선택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귀농 사례를 찾았다는 신 대표. 그러다 전라도에서 포도와 체험을 접목한 곳을 알게 됐고 해답을 찾았다. 포도와 체험을 접목한 곳을 벤치마킹해 2012년부터 귀농을 준비한다. 퇴직을 5~6년 앞두고 있었지만 농업과 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련된 우와또와 농촌교육농장은 전체부지가 1000여평 정도다. 전체 면적 중 재배면적은 500여평이며 나머지는 교육과 체험 시설로 꾸며져 있다. 퇴직 전 이곳을 완성하기 위해 포도나무도 직접 심어 퇴직 후 바로 귀농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때는 땅을 구입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죠. 체험농장이라는 방향을 정하고 오랜 시간 준비하고 영농교육도 받았지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농촌교육농장인 우와또와를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주로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이 많지만 가족 단위와 성인 단체들도 많이 찾고 있다. 자연과 귀농 등을 전하고 농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 대표. 농업의 가치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랐다. 귀농 후 5년 차에 접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정착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농업인이 힘들어하는 SNS, 블로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동안의 노력이 쌓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교육농장은 귀농의 틈새시장이라 생각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걸어왔습니다. 귀농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노후에 소일거리를 찾고 조금의 수익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죠. 농업을 수익으로만 접근해선 절대 안 됩니다” 그는 농업은 회전율이 높지 않다며 수익적 측면으로 접근을 경계했다. 그는 귀농 후 빠른 수익이 필요한 농업인이라면 농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농업은 투자 대비 수익성으로 봐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만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죠. 귀농이 자신의 현실과 목적에 맞는지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철저히 준비해도 외부적 요인으로 실패할 수 있는 것이 농업이기 때문입니다” 신 대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 귀농과 교육이라며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귀농을 통해 수익 이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서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이익까지 얻을 수 있어 지금이 행복합니다”
“소중한 고객 덕분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의 영향으로 사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사과 가격은 상승했다. 사과 재배 농가는 출하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암곡에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는 정미네 사과농장 박병두(53) 대표는 올해 출하량 감소와 출하 가격 상승에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고 있다. “가격이 높아졌다고 비싸게 팔기보다는 큰 가격 변동 없이 고객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박병두 대표는 인근 도시에서 전기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사람과의 스트레스가 엄청나 건강까지 좋지 않았다며 고향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사과 농사로 눈을 돌렸다. 암곡은 11 농가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고향인 암곡에서 접한 사과를 보며 농사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으로 사과 농장을 계약한 것이다. 처음에는 기존 사과 농장 약 4000여 평을 구입해 시작한 것이 이제는 6000여 평까지 농사를 늘렸다. 내년에는 주변 땅을 임대해 사과 묘목을 심는 등 매년 수확량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그는 사과 농사가 일 년에 농약 서너 번 주고 일도 힘들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덜컥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을 운영했던 그의 눈엔 사과 농업이 전망 있는 사업이라 판단이 들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는 사업가 기질을 발취해 단순히 기존 나무를 관리해 사과를 생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무를 심는 신농법을 접목해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기존 사과나무가 30년 이상 자란 것들로 수확량이 많지 않고 병충해도 약해 나무를 뽑아내고 새로운 묘목을 심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 심은 묘목은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도 많고 인력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고품질에다 경비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매년 기존 나무를 뽑아내고 새롭게 심고 있습니다” 기존 사과농장은 사과 수확기가 정해져 있어 한 번에 노동력이 집중되는 단점이 있었다. 박 대표는 신품종으로 나무를 심어 수확 시기기를 조절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력 절감과 분산, 그리고 품종별 수확 시기가 달라져 소비자들은 시기마다 다양한 사과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됐다. 2017년 사과 농사로 귀농한 이후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바로 귀농 첫해 판로 문제였다. 그는 기존 고객이 없어 인근 무장산 입구에서 좌판을 깔고 등산객에게 판매를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던 그의 부인은 좌판에서 사과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되기도 했다. “귀농 초기 판로 문제로 힘은 들었지만 그 경험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당시 등산객이 인연으로 지금까지 고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손님을 소개까지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죠” 단골 증가는 품질에 승부를 걸었던 박 대표의 뚝심도 한몫했다. 초기 전문 지식으로 방재에 실패해 사과 품질이 좋지 않았다. 그는 질 나쁜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전량 저렴한 가공용으로 판매를 결정했다. “손해가 크더라도 전량 가공용으로 판매했죠. 당장의 손해가 고객의 신뢰를 잃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노력이 단골로 이어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단골이 있었기에 지금의 농장이 있을 수 있었다는 박 대표. 욕심부린다면 비싸진 금액만큼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고마움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가격 상승은 최소하하고 있다. “농업은 고객과의 신뢰가 최우선입니다. 조금은 힘들지만 오랫동안 고객과 함께 가는 길이 귀농의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귀농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철저한 준비와 부지런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농업에 기본 지식과 부지런함이 있다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 “농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제대로 준비하고 열심히 한다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농사는 부지런함이 기본입니다. 노력한 만큼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농업입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도 귀농을 적극 추천한다며 많은 이들이 귀농에 관심을 가지길 바랐다.
“투잡으로 시작한 한라봉, 이제는 귀농인이 되게 해 준 효자입니다” 내남에서 귀농한 최규학(57) 대표는 한라봉이 있었기 농업인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귀농이 아닌 귀촌을 먼저 시작했다. “내남 지역에 20년 전 귀촌했습니다. 자동차 정비소를 내남 지역에 시작하면서 경주로 귀촌했죠” 부모님이 계신 경주로 귀촌하고 카센터를 운영하며 정착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카센터 등 수리 관련 업종의 수익성이 낮아졌다. 그는 새로운 기회를 엿보다 주변에서 자주 보고 접하던 농사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다. “농기계 수리 관련해 경북도 농민사관학교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우연히 한라봉이라는 작물을 재배하는 분을 만나 농사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동안 농업은 그저 힘들고 돈도 크게 되지 않는다고 막연히 생각했죠. 하지만 오랫동안 지켜보고 교육 받으며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그는 한라봉 재배를 위해 기술센터에서는 교육받고 작목반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며 차근차근 준비했다. 한라봉은 아열대 작물로 하우스에서 일정 온도만 유지해 준다며 병충해에도 강하고 상대적으로 일손도 적게 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묘목을 심고 수확까지 이르면 3년에서 4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로 귀농인들이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작물이다. 소득 발생의 공백이란 단점에도 한라봉을 선택한 것은 투잡 개념으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초기 하우스 2동을 지어서 한라봉 나무를 심었습니다. 하던 일도 있고 농사에 기초도 몰랐기에 작은 소득이라도 얻고자 시작한 것이라 부담이 없었죠. 이제는 하우스를 5동까지 늘려 투잡이 아닌 본 직업이 되었습니다” 2016년 하우스 2동으로 시작한 한라봉은 2018년 3동을 더 짓게 되었고 2020년부터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최 씨는 첫 수확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나무가 잘 자랐지만 과연 한라봉의 크기나 당도, 맛은 직접 수확해야만 확인되니 기대와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첫 수확 후 맛과 당도를 확인하고서 얼마나 기뻤는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수확한 한라봉을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최 대표는 한라봉 묘목이 자라고 재배 면적도 증가하면서 매년 수익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최고 수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작물의 재배와 함께 판로가 가장 큰 고민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물량이 모자라 팔지 못한다며 판로 걱정은 없다고 말한다. “처음 생산된 한라봉은 지인들에게 판매했죠. 지인들의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이제는 전국으로 택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년 조금씩 수확량이 늘어나고 경험도 쌓이면서 판로 걱정은 없습니다” 한라봉 출하 시기가 12월 말에서 1월까지로 설날과 겹치며 선물용으로 수요가 많았다. 선물 재구매와 선물 받은 사람들이 신규 구매로 이어지며 판로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것. 지인들에게 귀농을 권하고 있다는 최 대표. 하지만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라봉이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에 용이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농업입니다. 절대 쉽게 보고 덤벼들어서는 안 됩니다. 센터 등을 통해 교육받고 철저히 준비하고 시작해야 정착할 수 있습니다” 농장에 오면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힐링한다는 느낌이라는 그는 귀농으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일할 때 힘들지만 힐링하고 소득까지 올릴 수 있는 것이 농업이라며 많은 이들이 귀농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가져보길 바랐다.
최근 한 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농촌 가구 자산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가 약 4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1년 대비 약 15% 정도 감소한 수치였다. 지역 귀농·귀촌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역 귀농·귀촌 인구는 연간 100여 명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귀농·귀촌 인구가 감소한 원인으로 귀농 가구의 소득 문제와 농사의 어려움, 지역 인프라 부족 등이 어려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에서 귀농·귀촌으로 경제적 안정을 물론 전원생활 누리며 제2의 인생을 꾸려가는 귀농·귀촌인이 많아지고 있다. 경주신문에서는 귀농·귀촌의 꿈을 이룬 시민들 통해 귀농·귀촌의 삶과 현실, 그리고 비전까지 전할 예정이다. 건천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진용운(64) 씨는 귀농으로 전원생활과 소득, 그리고 삶의 여유까지 얻게 됐다고 말한다.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진용운 씨는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주에서 자랐지만 농사와는 인연이 없었고 건설업을 하며 농사는 그저 또 다른 일로만 여겨졌다. 그러던 그는 도시 생활로 고단한 나날을 지낼 때 귀농을 떠올렸다고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전원생활에 맡기고 여유롭게 지내고 싶었습니다. 전원생활이 좋지만 막상 소득에 대한 고민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귀농을 떠올리게 됐죠” 진 씨는 귀농을 결심하고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6년 경주시에서 운영하는 농업기술대학을 수료하고 본격적으로 귀농에 뛰어들었다. 그는 직장 생활, 사업 등을 하다 막상 은퇴할 시기가 오면 당연히 막막해 진다며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전원생활에다 소득까지 올릴 수 있는 귀농을 과감히 선택한 것이다. “귀농·귀촌은 막연히 꿈꾸던 삶이었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서도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삶이 귀농이죠” 농업기술대학을 통해 귀농 관련한 교육과 기술을 하나씩 배웠다. 그곳에서 제2 시작의 밑거름이 될 딸기를 접하게 된다. 그가 딸기 농사로 귀농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수익성과 노동의 강도 등 자신에게 가장 맞는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소득과 근로 강도 등을 고려해 당시 고소득 작물이었던 딸기로 귀농을 결정했죠. 귀농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센터를 통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기술센터에서 1년 동안 무료로 귀농 관련해 교육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다양한 기술교육과 귀농인들의 커뮤니티 등 혼자서 고민하며 어렵게만 생각했던 귀농이 차츰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도 귀농을 고려하는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기술센터에서 먼저 교육받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에게 1년간 무료로 기술을 알려주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바로 기술센터입니다” 진용운 씨는 귀농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경주시귀농인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먼저 시작한 선배로, 귀농인들에게 어려움을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는 든든한 동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주지역 귀농은 다른 지역의 귀농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고 한다. 바로 경제적으로 조금은 여유로운 귀농이 많다는 것. “타지역에 비해 경주의 귀농은 오로지 소득 창출을 목적으로 한 귀농보다는 농촌지역에서 여유로운 삶을 영유하면서 소득도 올릴 수 있는 귀촌과 귀농이 적절히 혼합된 형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역 땅 가격이 다른 군 지역보다는 높은 편이죠. 하지만 대도시와 가깝고 관광, 문화, 의료시설 등을 누리면서도 농사로 소득을 올릴 수 있어 귀농과 귀촌이 혼합된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는 나이에 따라 귀농의 형태가 달라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20~30대 젊은 귀농인이라면 경제적 관점에서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그만큼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면 50대 이상의 귀농인은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위한 귀농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귀농할지를 먼저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귀농을 선택해야 합니다. 귀농은 큰 욕심 내지 않는다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귀농을 통해 꿈꾸던 전원생활과 삶의 여유까지 누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