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대학교가 부지 매각을 둘러싸고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학교 정상화보다 부지 매각에 몰두하는 대학의 행보에 학생, 교직원, 지역사회 모두가 실망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학교와 지역 거버넌스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졌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음처럼 되는 일도, 계획대로 되는 일도 많지 않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일인데, 계획의 일들을 밟아 나가다도 현실의 조건을 이유로 계획을 외면하기도 한다. 계획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시간도 돈도, 일상도 계획에 맞춰야 하는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 어려
화창한 봄날, 경주 대릉원 옆 오아르미술관 개관식을 찾았다. 유려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공간에 주요 인사들과 언론인들이 모여 새로운 미술관의 시작을 축하했다. 미술관 전면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고분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로 30m, 높이 12m
경주시가 내년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최종 선정됐다. 외교부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경주를 비롯해 인천, 제주 등 3개 도시에 대한 심사 결과 압도적인 표를 얻은 경주를 개최지로 의결했다. 선정위원회 위원 17명 가운데 13명이 투표를 통해 경주를 선택한 것이다. 외교부 장관 주재의 APEC 준비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최종 확정한다. 지방자치단체인 경주가 광역단체 2곳을 제치고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신라 천년 역사를 간직한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 외교부가 20일 배포한 자료에서도 경주시는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문화·관광자원 등에서 우수성을 보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했다. 경주시가 APEC이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과 정부 국정철학인 지방균형발전을 극대화할 수 있고, 신라 천년의 문화를 보유한 역사문화관광도시임을 강조한 것이 이번 심사에서 주효했다. 경주가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곳곳에서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자축하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APEC 정상회의는 내년 11월 열린다. APEC 정상회의는 미·일·러·중 세계 4강을 비롯해 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과 각료, 언론인 등 6000여명 이상 방문하는 매머드급 국제행사다. 참가 21개국 인구는 약 30억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며, GDP는 61.5%, 교역량은 50.4%를 육박하는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내년 정상회의는 역사문화의 보고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경주의 역사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경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정상회의 개최로 972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654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7908명의 취업 유발 효과 등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경주가 국내와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다. 정상회의가 열릴 보문관광단지는 5성급 호텔과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등 회의 시설이 일정 수준 갖춰져 있다. 회의장과 숙박시설, 전시장 등이 3분 이내 거리에 모든 인프라가 집적돼있어 원활한 회의 진행이 가능하다. 특히 정상경호와 보안 측면에서도 최적의 장소다. 대구국제공항과 김해·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도 50분대 거리에 있어 정상들의 이동에도 무리가 없다. 게다가 울산공항을 제외한 3개 공항이 민간·군사공항이어서 의전과 경호에 있어 최적의 상황을 구현할 것이다. 특히 도심에 산재한 왕릉과 동부사적지, 불국사를 비롯한 역사를 간직한 찬란한 유적지들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까지는 이제 1년 4개월 정도 남았다.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앞으로의 준비 기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회의인 만큼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정비를 비롯해 전시관 증축사업 등도 마무리해야 한다. 또 보문관광단지 전역에 대한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정상과 각료 등이 머물 숙소 역시 보완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를 위한 시간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경북도와 경주시의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경주는 지난해 9월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 전개 결과 불과 85일 만에 25만 경주인구 보다 약 6배 많은 146만3874명이 서명하면서 경주시민, 경북도민을 넘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경주시민들의 유치 염원이 이뤄낸 결과였다. 이 같은 시민 염원은 이제 정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이할 수 있는 선진 시민의식으로 전환돼야 할 때다. 천년고도의 역사문화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마음 졸이며 유치에 성공한 만큼 전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이끌어야 한다. 경주가 단순 과거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지의 명성이 찾는 것이 아니라 한류를 타고 세계인이 찾아오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의 불국사·대릉원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나란히 걸으며 현안을 나눈다면 상상만 해도 정말 멋진 풍경이 아닙니까?” 2025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국격은 물론 외교·경제·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도시가 경북도와 경주시다. 경북도는 신라·가야·유교 문화 등 민족문화의 본산이고 호국충절의 고장이며, 새마을·자연보호운동 등 국민정신 운동의 발상지다. 신라 천년의 고도로서 찬란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경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현재 유치 공모를 신청한 경주, 인천, 제주 중 경주는 유일한 기초지자체로 APEC이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과 정부의 국정철학인 지방균형발전 가치 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모델이다. 그간 개최된 도시 중 소규모 지방도시인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톡(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에서 성공 개최한 사례를 보면 경주 유치의 당위성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특히 정상회의 당시 인구 7만에 불과한 관광도시인 멕시코 로스카보스는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광인프라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인구 34만(2020년 기준)의 국제적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경주는 2014년 국제회의 도시로 지정됐다. 경주는 국제회의 도시 지정 이전부터 세계 최초 도시 간 국제문화박람회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열어 국제문화 교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2015년 경주화백컨벤션센터(경주 하이코) 개관 이후 국제회의 도시로 꾸준히 마이스 산업 활성화 전략을 펼쳐왔다. 또 수년간 APEC 교육장관회의, 세계 물포럼, 세계유산도시기구 총회 등 다양한 분야의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풍부한 노하우와 역량도 갖췄다. 특히 2022년 보문관광단지 일원 178만㎡가 비즈니스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돼 정부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 주 회의장인 하이코를 중심으로 해 보문관광단지 전체를 APEC 정상회의 독립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문관광단지는 숙박, 회의, 사무공간과 전시, 미디어센터 등 모든 시설을 가까운 거리에 배치할 수 있어 정상회의의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국제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호와 안전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회의 개최 시 경호와 안전에 대한 요구사항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교통통제와 각종 보안 요구는 시민들의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반면 경주는 각국 정상의 경호와 안전을 위한 입지적 조건이 최상이다.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 등 모든 시설이 3분 거리 이내에 위치해 이동이 매우 짧으며, 다른 경쟁도시와 달리 바다에 접해있지 않아 해상을 봉쇄할 필요도 없다. 또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호 경비에 최적지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됐을 때 한·미 정상회담은 경주 보문단지에서 열린 만큼 경호의 최적임이 입증됐다. 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 도시이자 첨단과학산업 도시다. 한수원, 월성원전, SMR R&D 전초기지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SMR 생산, 수출, 상용화기지인 SMR국가산단, 중수로해체연구원, 양성자가속기센터, 미래차 e-모빌리티 연구단지 등이 있다. 특히 경주는 영남권 산업벨트의 중심허브 도시로 인접한 울산의 완성차·조선, 포항 철강·이차전지·포스텍, 구미 전자·반도체, 안동의 바이오산업 등과 연계한 다양한 산업시찰을 통해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다. 지난해 9월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 결과, 불과 85일 만에 25만 경주인구 보다 약 6배 많은 146만 3874명이라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APEC 유치 도시 경주 선정은 숙명이자 필연이다. 오는 6월 도시 결정을 앞두고 타 도시와의 차별화된 전략과 준비로 정상회의 최적 도시임을 충분히 설명하고 현장실사, 시·도별 유치계획 설명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등 경주의 강점과 잠재력을 최대한 알릴 계획이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해 경북도와 경주시를 전 세계에 알리고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메가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
세상엔 다양한 그물이 있다. 물고기를 잡는 어망부터 해충을 막는 방충망까지, 우리네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그물(網)이다. 그물은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물과 공기는 통하되 그물코 보다 큰 물체는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이 같은 그물의 규칙성을 법(法)에 적용해, 법적인 감시와 제재를 뜻하는 ‘법망(法網)’이라는 그물도 세상에 존재한다. “법망이 더 촘촘해졌다”, “법망을 빠져 나간 범죄자”라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인 용례다. 때문에 세상의 어떤 그물이던 제 기능을 못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상상해 보자. 방충망에 자그마한 구멍만 나도 모기떼에 밤잠을 설칠 것이며, 법망에 구멍이 났다면 사회의 법과 질서는 무너지지 않겠는가! 망 가운데 ‘천망(天網)’이라는 그물도 있다. 하늘이 인간의 악행을 언젠가 걸러낸다는 그물이 천망이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천망회회 소이부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넓어 엉성한 것 같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앙화를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아니한다”고 했다. 하늘엔 인간 세상사를 걸러주는 망이 있고, 그물코가 넓고 커 성긴 것 같지만 놓치는 법이 없어 악행은 반드시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언젠가’라는 표현이다. 종종 선한 사람이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잘되기도 하여 ‘천망(天網)’이 허술한 건 아닌지 의심을 사기도 하지만, 무엇이 됐건 천망에 ‘반드시’ 걸리게 되어 있다. 198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도 30여년 만에 진범이 검거됐고, 미궁에 빠져 있던 1991년 대구 초등학생 실종사건 또한 사건 발생 11년 6개월 만에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범인이 곧 밝혀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처럼 ‘천망(天網)’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세상엔 비밀이 없고, 악행은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다. 비록 하늘의 섭리인 천망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이 만든 법망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우리가 항상 정도(正道)를 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공직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공직자의 행위다. 공직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유리어항 속의 관상어처럼 항상 노출되어 있다. 청렴하고 투명한 행정은 결국 시민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청렴이란 금품·향응 수수·부정청탁 근절은 기본이고, 소극적 행정 탈피도 포함된다. 공무원이 단순히 청렴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민 입장에선 공무원의 청렴함과 적극성이 곧 유능이기 때문이다. 하늘의 그물이 엉성한 것 같아도 그 그물을 빠져나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노자의 ‘천망회회 소이부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의 가르침을 우리 모두 되새기며, 청렴 도시 ‘경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상 기후로 인한 문제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로 개인 또한 어떻게 하면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국가 단위의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은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한 방법을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에 본보에서는 경주지역에서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움직임을 확산시키고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삶을 지향하는 공익사업을 실시했으며, 지역에서 직접 친환경 삶을 실천하는 개인과 단체를 지면을 통해 소개했다. 경주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도시 지역보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실천 방법) 등 친환경 삶의 방식 공유가 한정적인 곳이다. 대도시의 경우 제로웨이스트 용품점의 활성화, 친환경 삶을 공유하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단체 구성, 다회용기 사용 인센티브 제공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경주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물론 경주도 읍·면·동 단위의 단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환경정화 활동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신라문화제나 벚꽃 축제 등 경주시 차원의 행사에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등 친환경 움직임을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정책이라고 하기에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최근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황리단길이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지만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대다수는 일회용 컵과 포장 등 먹거리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에게 다회용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먹거리 판매를 금지 할 수도 없는 상황. 경주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는 일부 카페와 제과점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분해가 되는 포장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생분해 비닐과 같은 친환경 소재는 그 가격이 일반 소재보다 3배 이상 비싸다는 점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다가 비싼 가격으로 인해 다시금 일반 소재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줄이고 친환경 소재 사용을 권하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확대하고 있는 현 상황에 실제적으로 친환경 소재 사용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없다. 예전과 다르게 지역에서도 친환경적인 삶의 실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에서 다회용기를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마켓을 열어 친환경 먹거리와 포장 없는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또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해 플로깅을 실시하는가 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황리단길을 비롯한 도심지에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 등 공익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이 환경을 생각해 스스로 시간과 수익을 줄이며 활동하는 지금, 경주시에서도 이러한 친환경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장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아니더라도 친환경 소재 사용을 권하고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유도하는 동시에 친환경 활동에 많은 단체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작지만 다양한 지원과 계도가 필요하다. 환경을 위한 이상적인 방법은 소비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움직임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스스로 한 번 더 움직여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이 친환경적인 삶이다. 최근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과거와는 결이 많이 달라졌다. 극단적인 활동과 주장으로 환경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던 예전과는 달리 개인 삶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하나라도 줄이고 소비를 조금이라도 덜 하자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으로 일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1명이 100%의 온전한 실천이 아닌 100명의 1% 실천이 더 효과적이고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환경을 위한 행동은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국가는 정책으로, 개인은 실천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경주에서도 심각한 기후 위기를 인지하고 경주시와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경주에서 크고 작은 축제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로 손꼽히는 제50회 신라문화제가 오는 6일부터 15일까지 경주일원에서 열린다. 또 같은 기간 ‘경주에 세계를 담다’를 주제로 한 황금정원 나들이도 황남동 고분군 일원에서 열려 많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을 전망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역사문화관광도시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빅데이터(KT)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1년간 경주를 찾은 외부 방문객은 4700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2% 증가했다. 특히 벚꽃 시즌인 4월과 휴가철, 그리고 가을인 10월, 11월에 방문객들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보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지만, 크게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숙박일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 결과다. 지난 1년간(2022년 9월~2023년 8월) 전체 방문객 중 경주에서 숙박을 한 사람의 비율은 15.5%(737만4271명)였다. 평균 숙박일수는 1.51일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대비 0.23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숙박 방문객 비율은 1.6% 떨어졌다. 숙박 방문객 중에서는 1박이 76.1%로 대다수였고, 2박 17.4%, 3박 이상은 6.5%에 그쳤다. 평균 체류시간은 282분(4.7시간)으로 평균 대비 81분(1.35시간) 길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들었다. 관광객 소비패턴 분석 결과 당일여행은 평균 6만4000원을 지출하고, 숙박여행은 22만40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관광산업에서 외부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빅데이터 분석결과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정작 밤이 되면 고요한 도시로 변하면서 경주 관광산업은 그야 말로 ‘속빈 강정’이 되고 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경주가 야간 관광 활성화를 통해 숙박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을 늘리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로 낮에 이뤄지는 관광활동을 야간으로 확장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해야 한다. 경주에는 예전부터 야간에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한결같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가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신라문화제 행사 중 먹거리 야시장인 ‘달빛난장’,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불금예찬 야시장’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행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숙박 관광객 유치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앙시장 야시장 또는 심야식당 운영 확대, 야간 박물관과 문화·예술공연 운영, 야간 관광프로그램 운영 등 숨겨진 야간소비 수요를 찾아내 야간 경제활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문화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주만의 야간 볼거리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동궁과월지, 월정교, 첨성대 등 일부 사적지에 국한된 야간 경관조명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경주시는 오는 연말까지 봉황대 앞 광장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야간 볼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황리단길과 대릉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도심으로 유입돼 중심상권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주 삼릉, 명활산성, 쪽샘지구 등지의 사적지에까지 조명시설을 확대해 야간에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탐방할 수 있도록 하면 야간 관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현재 야간경관조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동궁과월지, 월정교, 첨성대, 경주읍성 등지의 사적지를 연계한 야간 탐방프로그램도 하나의 방편일 될 것이다. 이제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획하고, 예산과 인력의 투자, 지역주민 참여 등을 이끌어내 지속가능한 야간관광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분명한 것은 야간에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 이벤트를 다양하게 마련한다면 체류형 관광의 물꼬를 틀수 있다. 지금이라도 서두르자.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해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가는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오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희소식이다. 가자미마을은 지난 2022년 지역 청년단체인 ‘마카모디’가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위해 추진되는 행안부 사업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3년간 국비 6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시작됐다. 선정 당시 11:1의 경쟁률이던 행안부 사업에 지역의 청년모임이 선정된 것으로 지역에서도 상당한 이슈였었다. 이들은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그동안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감포를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가을부터다. 감포를 배경으로 한 ‘영상제작’ ‘상품촬영’ ‘워크숍’ 감포주민들과 함께하는 ‘기억을 담는 목욕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1925감포’라는 앵커공간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또 청년들이 지역 정책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는 팟캐스트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그만큼 마카모디라는 모임이 지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었고, 청년마을 사업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발판이 됐다. 이들이 만들어갈 감포는 ‘가자 미래로’라는 슬로건에 감포의 특산품인 ‘가자미’를 접목시킨 ‘가자미마을’이다. 이들은 가자미마을 이라는 이름에 4가지 의미를 담았다. 가자미의 끝 글자인 ‘미’에 맛 味, 멋 美, 미래 未, 그리고 나 자신을 뜻하는 ME가 그것이다. 풀이하자면 청년들이 감포의 맛과 멋, 미래와 나 자신을 찾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의미대로 이들은 가자미를 매개로 식당(맛)과 영화제작(미래의 꿈), 마을 여행(멋), 나 자신의 삶의 터전(ME)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년동안 총 67명의 청년들이 가자미마을을 체험했고, 이중 10여명이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지역에 정착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을 통해 1명의 참여자가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 가자미마을의 정착률은 타 지역 청년마을에 비해 많이 높다. 기자는 지난 3월부터 가자미마을을 통해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을 인터뷰해 연재했다. 기자가 만난 청년들 중 일부는 타 지역 청년마을을 체험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경주였다. 그들이 지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의 대부분은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여행자로서는 볼 수 없는 마을의 이야기, 주민들의 정이 그들이 느낀 매력이었던 것이다.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의 매력’ 이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것이 바로 가자미마을이 타 지역의 청년마을과는 차별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자미마을은 체험자들이 단순히 경주의 감포라는 바다마을을 체험만 하게 하는 것이 아닌, 감포라는 마을을 스스로 공부하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보조의 역할만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체험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이 이곳에서 정착할 이유와 미래를 찾는다. 때문에 가자미마을을 체험한 청년들이 경주와 감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열심히 활약한 덕분일까. 지난 4월에는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전국 청년마을 중 유일하게 가자미마을을 방문하기도 했고, 6월에는 경주시가 ‘2023년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경주시는 시비 10억원을 포함해 총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감포 전촌리 일대에 청년 공유주거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청년마을과 공유주거시설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는 초고령화 도시다. 그동안 정책 대부분이 노인 인구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청년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소모임으로 시작해 청년마을로 진화한 ‘가자미마을’처럼 제2, 제3의 청년마을이 생겨 활기가 넘치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들어 황리단길에는 부쩍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가족 또는 연인 등의 단위로 거리를 거니는 벽안(碧眼)의 외국인들이 전과 달리 많아진 것이다. 경주만의 외국인 관광객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치를 가늠할 순 없지만, 경주를 찾는 외국인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방한한 외래 관광객이 88만9000여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595% 늘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163만5000여명)의 54%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대륙별로 보면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지역이 61만4000여명(69.1%)으로 가장 많이 찾았다. 다음으로 미국 등 아메리카 13만7000여명(15.5%), 유럽지역은 10만2000여명(11.6%)으로 뒤를 이었다.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 영향에 힘입어 경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11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발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코로나 위기 극복 후 가볼만한 세계 최고의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경주를 선정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경주를 “벽이 없는 박물관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면서 “한반도 남동쪽에 있는 이 도시는 고대왕국 신라의 천년의 고도였다”고 소개했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에는 불교 예술품, 사찰, 왕궁 유적, 석탑, 벽화, 고분 등 유적들이 있다”면서 “경주국립박물관에 전시된 금, 은, 금동으로 만들어진 왕관과 장신구들은 신라가 금의 왕국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주는 노천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매력 있는 도시다. 황리단길을 찾은 외국인들이 들러봤을 법한 대릉원과 노동·노서고분군은 그들 입장에서 틀림없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또 동궁과월지,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등 천년고도의 모습은 곳곳에 산재해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물러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경주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에 있다. 이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주에서 행복한 추억을 담고,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보여 아쉽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나 홍보책자 등 관광정보가 적재적소에 있는지 서둘러 살펴볼 일이다. 또 숙박, 교통, 음식 등 경주여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를 이용하는데 불편은 없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천년고도를 찾아 온 외국인들에게 낯익은 외래문화와 음식 등이 아닌 경주만의 색다른 역사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정확한 외국인 방문객 통계 시스템도 마련해 관광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경주가 진정한 국제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이를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경주의 진면목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편은 그들의 사소한 입장부터 배려해 주는 일이다. 그 기본이 관광객의 눈과 귀의 역할이 돼 주고, 편안한 체류 일정이 되도록 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해외 관광객들도 단체여행보다 소수의 자유 여행객으로 트렌드가 변했다. 덩치 큰 관광개발정책 보다 이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낯선 나라, 그리고 경주에서 고유한 전통과 얼마나 잘 어울리게 자연스레 이끌어 주느냐는 그 도시 문화관광 수준의 척도가 된다. 국제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경주시가 이제부터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정책 개발에도 적극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
제28회 바다의 날 기념식이 지난달 31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백결공연장에서 열렸다. 바다의 날 행사가 경주서 개최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의 날은 해양자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국가기념일이다. 그간 경주는 역사문화유적으로 가득한 도시로 알려진 까닭에 내륙 도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주는 북쪽의 포항과 남쪽의 울산 사이로 44.51km의 해안선을 따라 드넓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다. 부산이나 인천처럼 큰 항구는 아니지만, 2025년 개항 100주년을 맞는 감포항을 비롯해 12곳의 어항이 있고, 또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업인도 상당수다. 또한 아름다운 해양경관도 자랑거리다. 천연기념물(제536호)로 지정되고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주상절리군’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과거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던 탓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해안초소가 철수하고 국민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됐다. 특히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삼국통일의 과업을 완수한 신라 30대 ‘문무대왕’이 영면해 있는 곳으로 세계 유일의 수중왕릉이다. 죽어서도 동해의 큰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그의 호국·위민 정신을 기리기 위해 경주시는 2021년 4월 이곳의 행정구역 명칭을 ‘문무대왕면’으로 개명했다. 또 이곳에선 문무대왕과 관련한 관광 및 성역화 작업도 한창인데, 그 첫 번째 사업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문무대왕해양역사관’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주시는 경북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문무대왕릉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6500억원을 들여 SMR(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을 위한 국책연구소를 조성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딴 ‘문무대왕과학연구소’다. 이곳서 연구·개발하게 될 소형모듈원자로는 상용화 후 첫 번째 적용 대상은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유력하다. 또 이와 연계한 45만평 규모의 SMR국가산단이 정부 주도로 오는 2030년까지 이곳에 조성된다.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인 어촌뉴딜300사업도 5개 항이 선정돼 차례로 성과를 거두면서 살고 싶고 찾고 싶은 아름다운 어촌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혁신 해양산업, 도약 해양경제, 함께 뛰는 대한민국’이라는 올해 바다의 날 주제에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바다에서 많은 것을 얻어왔고, 경주는 신라시대부터 바다를 통해 전 세계와 교류하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김수로, 석탈해의 도래 설화를 비롯해 박제상, 연오랑세오녀 이야기 등 고대시대부터 해양세력과 교류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대왕은 해양수산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전담기관인 ‘선부’를 설립했다. 신라가 국제적인 해양강국으로 번영할 수 있는 토대가 바로 선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경주는 우리나라 바다의 역사와 현재·미래를 모두 품은 바다의 도시이며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함께 가꾸어야 할 미래의 바다는 생명의 원천으로, 바다가 없었다면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 상당수는 해양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 해양산업의 부가가치는 급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회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경주에서 열린 제28회 바다의 날을 통해 가깝고도 멀었던 바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국민 모두가 몸소 체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방폐물법)이 세 개나 계류돼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당안,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의 정부안,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구미을)의 원전업계안 등 3개 법안이다.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0일 소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은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핵폐기물이 포화되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사용후 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한빛원전이 2030년부터 저장 공간이 가득차고,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원전 등의 순서로 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따라 포화시점이 지난 2021년 12월 전망 당시보다 대부분 1∼2년 앞당겨진 것이다. 새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7년 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원자력발전 가동이 순차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고준위 방폐물법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폐기물 저장 용량’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이 때문이다. 원전 설계수명만큼 폐기물만 저장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원전 수명을 연장해 폐기물 저장량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의힘 입장이 맞서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 관리 주체도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 김영식 의원 안은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담당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나머지 2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관리주체로 했다. 이를 두고도 여야 간 입장 간격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법에는 모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 ‘부지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까? 결코 아니다. 법률안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마련이 주 내용이지만, 처분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각 원전 외부에 ‘중간 저장시설’을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원전 내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미반출에 따른 사과와 함께 대안제시를 촉구했다. 정부가 중저준위 방폐장 경주유치 후 2016년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경주 밖으로 반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맥스터 7기를 추가 건설해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고준위 방폐물법안에 명시된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운영’은 독소조항으로 즉시 삭제하고, 관리주체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책위는 경주시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우선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의 기자회견 내용에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가 담겼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해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는 중대 과제임은 틀림없다. 방폐장 부지 선정이 쉽지 않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한시가 급한 것도 맞다. 고준위 방폐물을 무한정 임시시설에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구처분을 위한 로드맵 설정이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미봉책이 아닌 고준위방폐물 처리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으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특히 현재 원전 내 임시로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불신과 불안이 가득했던 주민에게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떠안기는 셈이 되는 만큼 그냥 넘어가서 될 일은 아니다. 그동안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을 적체한 것에 대해 소위 ‘보관세’ 명목의 지원 등 실현 가능한 방안은 분명히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주민을 위한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 그것이 고준위 방폐장을 적기에 건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이 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접시를 열심히 닦다가 깨트린 사람은 보호해 주고, 접시를 닦지 않아 먼지가 끼도록 두는 사람은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적극행정을 장려한데서 나온 말이다.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은 과거에도 있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0년 1월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역대 정부마다 접시깨기 행정을 주문한 이유는 “새로운 일에 손을 댔다가 책임지기 보다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나서달라는 말인데, 여기서 말하는 ‘적극적’이란 단순히 ‘소극적’의 반대말이 아니다. 일례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애물단지 ‘아이스팩’의 수거·재활용 시스템도 다름 아닌 공무원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서울 강동구청 최병옥 주무관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체계를 구축한 덕분에 2년 간 아이스팩 20만1990여개를 수거해 생활쓰레기 101톤을 줄일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20년 5월 정부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국민을 위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당시 지급 3주 만에 대상자 99%가 지원금을 수령할 만큼 신속한 속도를 보였는데, 이는 민간 카드사 홈페이지와 연계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행안부 이빌립 서기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가능했다. 적극행정 사례는 경주시에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교량 신설 대신, 보행로를 활용해 우회전 전용 차로를 신설하고 교량 측면에 보행자용 데크를 만들자는 역발상 역시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 경주시 신재목 주무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교통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예산 90억원도 아낄 수 있었다. 흔히들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이라고 한다. 청렴해야 공정해지고,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렴만 강조하다보면 유연함을 잃게 되어 적극행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명나라 시대 ‘해서(海瑞 1514-1587)’라는 유명한 청백리가 있었다. 그는 우도어사(감찰부장)까지 오른 정2품의 고위 관료였지만, 사망 후 남긴 재산이 장례를 치르기에도 모자라 동료 관원들이 돈을 걷었다는 일화가 있다. 더 대단한 것은 해서가 평생토록 이런 수준의 청렴함을 유지하고 살았다는 것인데, 그는 평생 술과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한번은 그가 병약한 노모를 위해 고기 두 근을 사자 “해서가 고기를 두 근이나 샀다”는 소문이 관가에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못해 매정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해서는 강직함으로 시기와 원성을 사 수차례 파직을 당해야 했다. 해서의 삶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엇갈린다. 탐관오리들로 가득한 부패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결벽증에 가까운 강퍅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어 실제 큰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해서는 시대와 불화했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중텐 ‘품인록’ 중) 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공무원들은 해서의 어떤 면을 취하고, 또 어떤 면을 버려야 할까? 만약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법과 규정만을 고집한다면, 시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적극행정은 불가능하다. 높아진 시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감안할 때 해서가 추구했던 얼음장 같은 강직함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유능한 공무원이다. 청렴하되 무조건 강직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이 청렴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청렴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경주시가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에 따라 폐역사 및 폐철도 활용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지만 남은 과제가 더 커 보인다. 폐역사에 대한 활용방안은 큰 가닥을 잡은듯하지만,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 활용은 부지를 소유한 국가철도공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듯해 보여서다. 폐역사는 한국철도공사, 폐철도는 국가철도공단이 부지 소유 및 관리권을 갖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9일 역사 및 폐철도 개발 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최종보고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먼저 폐역사는 총 17개소 중 경주역 등 10개 역사를 활용하기로 했다. 경주역과 서경주역, 불국사역, 입실역, 안강역, 부조역은 ‘지역 거점 플랫폼’으로, 동방역, 모화역, 건천역, 아화역은 ‘생활권 중심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임시활용계획에 따라 문화플랫폼 조성을 위해 리모델링에 들어간 ‘경주역’은 향후 복합 플랫폼인 상업업무복합개발을 통해 역사, 생태, 행정, 상업 업무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기존 경주역사는 황오동삼층석탑이 있는 자리로 이전한 뒤 화랑로와 연결하는 도로 개설을 계획했다. 특히 경주역 부지에 상징성 부여를 위한 랜드마크 타워 조성 등도 계획안에 포함됐다. 서경주역은 복합상업시설과 공동주택, 공공청사, 공원조성 등의 개발구상을 통해 뉴타운으로, 불국사역은 공원조성과 불국사역을 보존해 주민편의시설 등 역사문화공원으로 활용할 구상이다. 입실역은 생활권 중심상업지구, 안강역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동방역은 그린웨이가 연계되는 역사·문화공원, 모화역은 근린 센트럴파크, 건천역은 역사전시관 조성과 휴식 공간을, 지역 최초 철도역인 아화역은 보전 활용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번 최종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폐역사 활용방안은 경주시와 시민의견이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해남부선 53.2km, 중앙선 27.1km 등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에 대한 활용방안 수립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폐철도 구간에 대한 활용방안은 현재 국가철도공단이 공모 중인 민간 제안사업의 선정 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다. 시는 우선적으로 동해남부선 수소트램을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친환경 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울산~경주~포항을 잇는 84.5km 구간의 수소트램(광역철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노선은 우선 ‘울산 북구 효문역~송정지구~입실역~불국사역~경주역’까지 추진되는데 ‘효문역~송정지구’ 구간은 향후 건립될 울산도시철도 2호선과 연결된다. 이후 장기적으로 포항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울산, 경주, 포항 세 도시는 수소트램 건설 타당성 용역을 공동으로 실시해 최적노선 선정을 비롯해 수요, 비용, 경제성 분석 등을 모색하고 있다. 용역이 끝나는 대로 해오름동맹이 합동 건의를 통해 정부 상위계획 반영 및 건설·운영비 전액 국비지원 대정부 건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은 지난달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 부지 경주시 구간 개별사업 추진을 위한 민간 제안 공모를 10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제안사업은 내년부터 폐철도 일부 구간에서 민간 개발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공모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철도 유휴부지 활용사업을 통한 그린웨이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기타 활용방안으로 기존 철로를 와인터널, 레일바이크, 레일 정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타 도시 사례와 함께 최종 용역에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계획에 차별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찌됐던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제안 공모 사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 놓인 셈이 됐다. 국가철도공단이 내놓은 민간 공모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은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경주시나 시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폐철도 활용은 경주에 철도가 개통된 지 100여년 만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주시의 장기적인 발전계획과 주민의견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소통을 강화해 향후 100년 대계를 이어나갈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제8대 경주시의회가 20일부터 24일까지 마지막 임시회를 갖고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한다. 이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의원 당선인들은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에서 주관한 당선자 역량강화 세미나와 간담회 등을 가지면서 제9대 시의회에서의 의정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맘때쯤 이면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의장,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게 되는 시의회 의장단 구성에 있다. 경주시의회 의원 선거 결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8명, 무소속 2명, 더불어민주당 1명 등 총 21명의 의원이 선출되면서 이번에도 역시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당이 됐다.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의장단 자리는 의석을 석권한 정당의 의원이 차지해왔다. 그래서 이번에 구성될 제9대 전반기 의장단은 국민의힘 의원 중 다선, 연령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는 개연성은 차고 넘친다. 어찌됐건 제9대 시의회의 첫 임시회가 열리는 7월 1일이면 그 윤곽은 드러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1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된 ‘지방지차법 전면 개정’과 관련한 사항이다. 즉 풀뿌리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래한 ‘자치분권 2.0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나갈 시의원의 책무다.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주민참여권을 목적조항에 명시해 정책 결정과 집행에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했다. 주민이 조례를 청구할 수 있도록 나이를 19세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했고, 최소 동의 인원을 대폭 줄였다. 무엇보다 지방의회의 권한이 확대되고 전문성이 강화된 점이 핵심이다. 지방의회의 인사권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도입 등이 명문화돼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정책대안 개발 등에 있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주어진 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윤리특위 등과 같은 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대거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명시하고 있다. 지난 1월 13일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으로 그동안 경주시의회 의장이 의회사무국 인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짧은 임기 동안 충분한 권한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제9대 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실질적으로 강화된 권한과 전문성 강화를 본격화해나가는 첫 시의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권한 강화가 결코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자치분권 2.0시대를 맞아 제9대 시의회가 준비해나가야 할 혁신 과제가 수없이 많아서다. 당장 주민조례 발안제도만 해도 적극적인 주민참여 유도라는 긍정적인 측면 뒤에 숨은 제도의 악용이 우려된다. 이익집단들의 무분별한 조례 청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9대 시의회는 이 같은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 공론화의 절차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세밀한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정책지원관의 경우에는 의원들의 ‘개인보좌관’, ‘내 사람 심기’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정당출신 등 의원들과 관계가 있는 사람은 정책지원관 채용에서 배제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사권 독립 등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윤리특위 설치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도 이뤄졌지만, 지방의회 스스로 도덕성과 자질을 강화해 그동안 전문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는 노력도 요구된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으로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그런 만큼 제9대 시의원들 스스로도 공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에 임해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운영하는 사람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옥상옥에 불과할 뿐이다. 제9대 시의회가 새 시대를 맞이하는 지방자치의 첫 출발이 진정한 자치분권 2.0시대를 활짝 열어나갈 수 있는 혁신적 발전을 기대해본다.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 원자력 거점 조성계획이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확정 후 인수위에 원자력 주요 사업을 건의하고 소관 중앙부처를 방문해 설명하는 등 활동을 펼쳐온 결과 국정과제에 반영되는 결실을 거뒀다. 경북도 전체로 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및 기존 원전 계속 운전,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선점 등이 눈에 띈다. 경주지역에는 SMR 특화 국가산단 유치,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조성, 국립 탄소중립 에너지미래관 설립,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전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됐던 원전기술 연구개발, 원전 산업계 일감창출, 인력양성 활성화 등 원전 생태계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MR 특화 국가산단’은 SMR 상용화를 통한 수출 공급망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향후 경주가 이 분야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경주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연구·개발을 주도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조성 중에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소 내에는 연구기반시설과 연구지원시설, 지역연계시설 등 총 16개 시설이 구축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7월 착공해 2024년까지 일반시설, 1년 뒤인 2025년 말까지 원자력 시설을 준공해 전체 단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연구소가 본격 운영되면 한국만의 독자적인 소형 및 초소형 원자로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또 연구소의 운영으로 경주는 이미 자리 잡은 한수원, 원자력환경공단,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양성자가속기 등과 함께 원자력 연구·실증·산업화의 전주기 기술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SMR은 300MW(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전기출력 1000~1400MW에 비해 규모가 작다.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가 크고 작은 배관으로 연결된 기존 원전과 달리 이 기기들이 모두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들어가는 일체형 원자로다. SMR은 배관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을 크게 높인 것은 물론, 공장에서 제작된 원자로 기기들의 현장 조립이 가능해 호기 당 건설비용이 적다. 특히 SMR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는데 있다. 세계적으로 500여기에 달하는 500MW 이하 노후 원전과 노후 화력발전소를 대체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고, 전력 생산 외에도 수소 생산과 수소 환원 제철, 해수 담수화, 초대형 선박과 극지 탐험 및 우주 탐사용 동력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SMR 건설 관련해 수용성 문제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3월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맡았던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에 SMR을 지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당진환경운동연합은 “지역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석탄발전 부지에 핵발전소 지으면 된다는 망언은 그간 수도권을 위해 묵묵히 고통을 감내해온 당진시민을 두 번 죽이는 파렴치한 짓”이라며 “당진은 수도권의 식민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들도 ‘석탄발전 이후, 핵발전(SMR)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주에 건설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본격 운영돼 SMR 기술이 상용화된다 하더라도 안전성과 주민수용성 문제 등으로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눈에 선해 보이는 대목이다. 원전 관련 전문가들은 연구소는 전기출력 수십 메가와트 규모의 초소형 SMR 원자로를 이용해 기술을 실증하는 순수 연구개발 시설이라고 강조한다. 상시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연구개발 과정에서 일부 방사성 물질이 사용되지만 그 양이 많지 않고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와 관련 기관의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게 돼있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시설을 조성해놓고도 정작 SMR을 설치할 곳이 없다면 연구소도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연구소 건설과 운영 등 사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쌓아나가야만 미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는 순수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지방행정을 통해 경주발전을 견인하고, 지역 살림을 꾸려나갈 일꾼을 선택하는 선거다. 특히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대선에 가려 예비후보 등록조차 자유롭지 못하면서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피해를 보는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기도 했다. 지난 2월 18일부터 시작된 시장, 도·시의원 예비후보 등록에는 대선 전까지 시의원 5명만 등록하는데 그쳤다. 주요 정당이 대선 후 예비후보 등록 등의 제한을 걸면서 공천을 희망하는 정치 신인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오전 기준으로는 시장 1명, 도의원 1명, 시의원 16명 등 모두 18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이제야 지방선거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오는 5월 10일 예정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선거인만큼 여야가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제20대 대통령선거후 불과 3개월 만에 치르게 되는 선거로, 대선 결과가 경주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앞을 내다보면 오는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거여서 여야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번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자칫 여야 중앙당의 정치쟁점으로 묻혀버리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열어갈 ‘지방자치 2.0시대’의 취지가 훼손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런 목소리도 있다. 군부 정치로 중단된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재개돼 3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지방자치가 가야할 길은 멀다. 자치분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3일 본격 시행되면서 전국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으로 그동안 시장이 가졌던 지방의회 직원 인사권은 의장에게 옮겨졌다. 또 지방의회는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관’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권한이 많아지는 만큼 전문성을 갖고 의원 역할에 충실히 하라는 의미도 담겼다. 주민참여권 보장과 주민참여제도도 강화됐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 도입과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두는 주민소환·주민투표의 청구요건 등도 완화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지방의회와 주민참여제가 강화되는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린 만큼 지역정치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이는 유권자가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에 옮길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경주의 경쟁력을 연결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계획을 잘 짜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경주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있어, 정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누가 어떻게 경주발전을 일궈낼 것인가라는 확고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치열한 경선 경쟁이 불러오는 네거티브로 후보들의 정책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선거가 재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등록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각 정당은 앞으로 누구를 공천해야 할지 고심하고,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결국 주민자치의 기반인 지방자치의 본질을 지켜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관위는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학력, 경력, 학력 등을 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치는 않지만 민주시민의 기본자질과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후보의 자질부터 가리고, 정치권의 거대담론과 후보들의 휘황찬란한 공약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지역공약, 민생 공약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자치분권 2.0시대’를 열어가는 주체임을 인식하고, 누가 경주발전을 이끌어 낼 적임자인지 관심만 가진다면 투표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주역 폐역일이 불과 4~5일 남아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제 서야 여러 매체에선 경주역을 감상적 소재로 앞 다투어 보도하기 바쁜듯하다. 경주역의 정확한 폐역일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달 27일 23시 59분까지 운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토부 고시가 되어야 최종적인 것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최종 발표는 아직 안된 상황이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폐역을 기념해 경주시 문화예술과는 28일 간단한 행사를 할 예정이나 실상 이날은 이미 경주역사 전체가 텅 비어 있을 거라고 한다. 또 지난 15일은 경주시와 경주상공회의소 주관으로 경주역에서 부산방면으로 추억여행(아듀! 경주역, 잊지마 레일)을 다녀오기도 했다. 폐역의 순간이 다가오자 일각에서는 경주시에서 추억의 기차여행 기획을 좀 더 일찍 시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민들도 경주역 폐역 사실을 보도로 접하고 평소보다 경주역을 찾아 기차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기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차례 경주역에서 출발하는 기차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지만 지난 19일 다시 한 번 경주역에서 출발해 울산 태화강역까지 다녀왔고 폐역 직전에 또 한 번 더 다녀올 계획이다. 경주역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울컥해졌다. 많은 이들이 경주역 광장에서 역사와 역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맞이방에서는 많은 이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플랫폼에서도 막 들어오는 기차를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극성스럽던 한파가 다소 누그러져서인지 객차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친구, 가족, 연인들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기차를 탔을 것이다. 한편, 새로운 동해선의 개통에 맞춰 정해진 신설 역명들을 살펴보니 대표성이나 일관성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폐역을 며칠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는 경주역이라는 역명은 흡수되지 않았고 신경주역이라는 역명이 그대로이며 현곡파출소 앞 역은 서경주역이라는 것. 경주시에 ‘경주역’은 없고 신경주역과 서경주역이라는 역명만 존속될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경주시에 묻고 싶다. 10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운행된 ‘경주역’의 역명 안에 내포된 스토리나 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휘발시킬 수 있는지. 울산시의 경우 2010년 KTX울산역이 개통될 때 예전 ‘울산역’을 ‘태화강역’으로 바꾸고 KTX역을 ‘울산역’으로 역명을 존속시켰다. 바로 인근 지자체에서 이런 좋은 선례가 있으니 참고하기를 촉구한다. 애초 경주시는 KTX신경주역 개통 당시, ‘경주역’이라는 역명 전환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보류해왔다고 한다. 신경주역이 개통될 때 경주역으로 역명을 정했으면 쉬운 일이었는데 새삼스러운 일이 됐다고 안타까워하는 관계자도 있다. 경주역 역명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 경주역은 역명 안에서라도 이어져 숨 쉬고 경주시민과 국내외 방문객들과 함께 호흡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경주역의 모든 기능을 신경주역이 통합, 흡수하는 마당에 ‘경주역’이라는 역명은 존중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경주시폐철도활용사업단 관계자는 폐역일과 역명에 대해 “현재 국토부 고시에도 경주역이라는 역명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역명은 폐역 고시 전에 결정되어야 하는데 아직 코레일과 국토부에서 최종 폐역 고시가 나지 않은 상태다. 신설역이 개통되기 직전에 고시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24일이나 27일 즈음 국토부 고시가 날 것으로 보인다. 저희도 신경주역 명칭을 경주역으로 바꾸는 건에 대한 협의가 수차례 진행돼 왔다. 곧 코레일과 협의를 해 봐야 하는 부분으로 경주역의 역명을 존속하자는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경주시에 ‘경주역’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역명은 지자체와 국토부 간의 협의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게 반영된다고 한다. 한 번 정해진 역명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간단치 않은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니 국토부 고시가 나기 전, 서둘러 경주시의 의견을 전달하기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주시민과 애환을 함께해 온 103년 경주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활용방안이 모색되는 시점이다. 경주역은 10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경주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이거나 혹은 특별한 삶의 한 부분을 감당해 낸 공간이었다. 이제 그 공간이 다시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경주역이여! 굿바이!
정치는 희망을 파는 일이고 행정은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 했다. 국회의원을 세 번 하고 도지사로 일하면서 온몸으로 깨달은 대명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민생경제는 무너지고 한숨이 깊어지는 지금,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난 1월부터 도지사 직속으로 민생 살리기 특별본부를 가동하고 3월부터는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새바람 행복버스를 타고 시·군 현장을 찾아 나선 지 넉 달. 매주 한 번꼴로 다니다 보니 어느덧 12개 시·군 지역, 반환점을 돌았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진행되는 간담회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 울진에서 만난 한 어민은 강원도와 해상 경계지역 문제를 지적하며 호통을 치셨다. 도지사가 해결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담당 국장과 과장에게 즉각 강원도에 확인시켜 협의를 이끌어 냈다. 포항에서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는 학원과 체육시설업계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천에서는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멈춰선 버스만 바라보는 교통·운수업계를 만났고, 경주에서는 코로나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광업계의 한탄을 들었다. 정책은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을 못 받는 분들이 적지 않아 현장에 가지 않으면 모르고 넘겼을 일이 수두룩하다. 우리 도민들은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는데 이골이 나서 힘들다 말하기도 꺼리는 편이다. 그런데도 이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어 지사로서 어께가 무겁다. 특히 경산에서 외식업계의 눈물 섞인 하소연을 들으며 수도권 중심의 방역대책만 믿고 기다리다가 지역경제는 진짜 피눈물 흘리겠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중대본 회의 때마다 지역 실정에 맞게 방역을 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체면은 중요하지 않았다. 서울과 울릉도를 어떻게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느냐, 필요한 곳은 ‘핀셋관리’하겠다, 경북을 믿고 맡겨달라고 설득을 하고 또 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지난 4월 26일부터 인구 10만 명을 넘지 않는 12개 군 지역에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해제하는 ‘경북형 거리두기’를 시범 실시했다. 시행 한 달이 지난 지금,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해당 지역의 전통시장은 조금씩 북적이기 시작했고 카드 사용도 눈에 띄게 늘었다. 무엇보다 식당 사장님들이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보다 훨씬 더 득이 되니데이”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에 따라 5월 24일부터는 영주시와 문경시로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다. 시범실시 초기에만 해도 대한민국이 경북을 주목하고 있으니 혹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까봐 노심초사했다. 허나, 기우에 불과했다. 경북이 어떤 곳인가. 코로나19 위기를 제일 먼저 겪었지만 희생과 헌신의 경북정신으로 희망을 만들어 온 곳 아닌가. 이번에도 우리 도민들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위기극복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도지사가 찾아간다고 해서 당장 경제가 살아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런 걸 기대하는 분들도 없다. 그래도 행복버스를 타고 현장을 가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민생의 손을 따뜻하게 잡는 것,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는 데 있다. 매 현장마다 “우리 이야기를 와서 들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고맙다”고 말해주는 도민들이 있어 오히려 힘을 얻고 돌아온다. 지난 넉 달 동안 생존절벽에 서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포기보다는 이를 악물고 이겨내려는 도민들의 의지도 읽었다. 죽을 힘을 다 한다면 못 해낼 일이 없다는 사중구생의 각오로 도움이 필요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내 지원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새바람 행복버스는 이번 주도 행복을 싣고 어려운 도민들을 찾아 현장으로 간다.
경주 최대 전통시장인 성동시장의 보행로 개선사업이 막바지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주역 광장 맞은편에 위치해 경주의 관문격이기도 한 이곳은 난민촌을 방불하듯 낡은 파라솔과 비닐천막, 방치된 쓰레기로 인해 도시미관을 크게 훼손해왔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노점상들이 마치 자기 점포인 양 좁은 인도를 불법 점거하고 장사를 해왔고, 일부 상가의 경우 봉이 김선달처럼 노점상들로부터 자릿세를 받아 사익을 챙기는 일도 있어왔다. 좁은 인도를 노점상들이 차지하다 보니 어린이, 여성, 노약자 등 많은 주민들이 통행불편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오랜 관행에다 서민들의 생계가 달린 일인지라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으로 어느 누구도 손을 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주시민 뿐 아니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경주역 앞 ‘성동시장 노점상 정비’는 해묵은 고질 민원이었다. 이에 민선7기 주낙영 경주시장 취임 이후 성동시장 노점 상인들과 첫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장조사, 공청회, 기존상인들과 협의, 주민설명회 등 100여 차례가 넘는 꾸준한 소통을 통해 화랑로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정비사업의 가장 큰 난제였던 도로점용료 부과와 관련해 물리적 충돌 없이 노점상 연합회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큰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 1월부터 시가 ‘노점 점용 허가’와 ‘규격화된 가판대 설치’를 골자로 한 노점상 정비 사업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펼쳐왔는데 이 같은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후 시는 시비 4억원을 들여 경주역 앞 화랑로 인도 120m 구간(해동약국~교보생명)에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고,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우후죽순 난립한 노점상들이 있었던 자리에는 규격화된 가판대 48개소가 들어선다. 가판대 규격은 차로 쪽은 길이 2m·폭 2m, 상가 쪽은 길이 2m·폭 1.3m로 통일했다. 화랑로의 인도 폭이 6m인 점을 감안하면, 보행통로는 기존보다 최소 2m 이상 넓어진다. 한전과 협의해 전선지중화사업도 동시에 실시해 가로환경을 정비했다. 이번 사업으로 시민의 보행권은 물론 노점상의 생존권도 동시에 지키게 됐고, 거기다 도시미관까지 개선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경주시는 새롭게 설치될 노점상에 대한 전매, 전대, 상속을 금지하며 신규 허가는 받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다. 목 좋은 자리를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리순환의 원칙도 세웠다. 아울러 조건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허가를 취소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단순히 환경개선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된 환경을 유지하는데도 행정력을 투입하겠다는 경주시의 의지가 읽혀진다. 하지만 이 사업이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일부 노점상의 경우 기득권이 인정되지 않고 매대 면적도 줄어드는데 따른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들은 카누피 설치로 간판이 가리고 조망권을 해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이 사업 성패의 관건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인 손해는 잠시 내려놓을 줄 아는 양보와 희생의 미덕이다. 내가 조금 손해라고 엉망진창이었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정비사업이 단순히 시민의 보행권과 노점상 생존권을 동시에 보장하면서 도시미관 개선과 도심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상생과 협치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되길 기대한다. 현재 경주시에서는 이번 보행환경 사업을 시금석으로 도심과 사적지에서 영업 중인 노점상을 대상으로 한 환경개선 사업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변화될 경주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