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처럼 되는 일도, 계획대로 되는 일도 많지 않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일인데, 계획의 일들을 밟아 나가다도 현실의 조건을 이유로 계획을 외면하기도 한다. 계획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시간도 돈도, 일상도 계획에 맞춰야 하는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일을 정부와 지자체들도 하는 중이다. 우리 사회의 탄소중립 기본이 되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국가에서부터 기초지자체까지 완결성 있게 수립되는 것이다. 2023년 봄에는 정부가, 작년 봄에는 17개 광역시도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번 봄은 시민들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226개의 자치단체의 차례다.
여기에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기 위한 비전과 함께 건물, 폐기물, 교통, 농업, 재생에너지 등 부문별 목표와 함께 수십 가지의 과제가 제시될 것이다.
새로 나온 계획을 열어보면 아마 이런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디젤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중심으로 교통 이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제로에너지주택을 새로 짓거나, 건물 단열을 높이기 위해 창문도 바꾸고 이왕이면 집 옥상이나 베란다에 걸칠 수 있는 태양광 설비를 놓는 것이 필요하다. 폐기물 원천 감축을 위해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도시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으면서 탄소흡수원을 늘리기 위해 숲을 가꿀 것이며, 농법을 바꾸기 위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할 것이다.
이 계획은 계획대로 잘 되게 될까? 그래서 2030년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2050 탄소중립의 중간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기후위기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데 실천도 쉽기만 하다면 어디 위기가 위기였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도, 광역자치단체도, 기초단체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 계획이 틀어질 만한 합리적이고 복잡한 이유는 사방에 있다. 태양광을 늘리려면 지역사회를 설득해야 하고,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을 올리려면 주민들의 합의가 필요하고, 임대인은 임차인과 합의가 되어야 한다.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려면 도로 인프라가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또 예산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구호는 쉽지만, 폐기물 원천 감량을 하기 위해서는 귀찮음과 번잡스러움을 시민들과 함께 감당해야 한다.
지자체의 예산은 한계가 있고, 세수도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계획이 당초부터 뭔가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자체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끊임없는 점검과 조정이 이뤄지고,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가 산불로, 폭염으로, 폭우로 계절마다 바뀌는 재난으로 이어지는 지금, 우리는 이 두꺼운 계획들을 펼쳐봐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광역시도 정부도 이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탄소중립 정책이 없다는 것은 우리 시민의 삶은 여전히 기후위기를 불러온 화석에너지의 구조 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 데 유용할 것인지를 따져보자.
마침, 곧 대통령 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인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자동차가 아니라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는, 베란다나 옥상, 마당 어귀에 태양광 패널 하나쯤을 설치할 수 있는, 동네의 큰 상가 건물들과 높은 빌딩의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타당한지 따져보기 대단히 어렵지만은 않다.
필요하다면 녹색전환연구소와 같은 기후관련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시기도 좋다. 내년 지방선거가 치러질 때에는 각 지자체가 일 년 정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실행하고 난 뒤다. 성과를 확인하기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지자체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의지와 실행력도 파악할 수 있다. 계획 자체가 문제였다면, 이를 조정하자고 요구하기 너무 늦은 때도 아닐 것이다.
그러니, 우리 곧 하나씩 발표될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이왕이면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펼쳐보자. 자전거 타기 좋은 동네가 될 수 있을지, 태양광을 더 많이 늘릴 수 있을지, 공공건물들과 높디높은 상업건물들의 에너지 절감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지를 따져보자. 그래서 계획이 계획대로 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내년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담을 것을 요구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우리 지역을 어떻게 더 살기 좋게 만들지 정책으로 경쟁하는 것이 바로 선거 아닌가. 그러니 지금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살펴볼 가장 좋은 시기다.
참고로 현재까지 수립된 국가와 광역시도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226개 지자체들이 만든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자치구 홈페이지 등에 공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