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황리단길에는 부쩍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가족 또는 연인 등의 단위로 거리를 거니는 벽안(碧眼)의 외국인들이 전과 달리 많아진 것이다.
경주만의 외국인 관광객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치를 가늠할 순 없지만, 경주를 찾는 외국인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방한한 외래 관광객이 88만9000여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595% 늘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163만5000여명)의 54%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대륙별로 보면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지역이 61만4000여명(69.1%)으로 가장 많이 찾았다. 다음으로 미국 등 아메리카 13만7000여명(15.5%), 유럽지역은 10만2000여명(11.6%)으로 뒤를 이었다.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 영향에 힘입어 경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11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발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코로나 위기 극복 후 가볼만한 세계 최고의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경주를 선정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경주를 “벽이 없는 박물관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면서 “한반도 남동쪽에 있는 이 도시는 고대왕국 신라의 천년의 고도였다”고 소개했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에는 불교 예술품, 사찰, 왕궁 유적, 석탑, 벽화, 고분 등 유적들이 있다”면서 “경주국립박물관에 전시된 금, 은, 금동으로 만들어진 왕관과 장신구들은 신라가 금의 왕국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주는 노천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매력 있는 도시다. 황리단길을 찾은 외국인들이 들러봤을 법한 대릉원과 노동·노서고분군은 그들 입장에서 틀림없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또 동궁과월지,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등 천년고도의 모습은 곳곳에 산재해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물러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경주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에 있다. 이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주에서 행복한 추억을 담고,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보여 아쉽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나 홍보책자 등 관광정보가 적재적소에 있는지 서둘러 살펴볼 일이다. 또 숙박, 교통, 음식 등 경주여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를 이용하는데 불편은 없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천년고도를 찾아 온 외국인들에게 낯익은 외래문화와 음식 등이 아닌 경주만의 색다른 역사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정확한 외국인 방문객 통계 시스템도 마련해 관광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경주가 진정한 국제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이를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경주의 진면목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편은 그들의 사소한 입장부터 배려해 주는 일이다.
그 기본이 관광객의 눈과 귀의 역할이 돼 주고, 편안한 체류 일정이 되도록 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해외 관광객들도 단체여행보다 소수의 자유 여행객으로 트렌드가 변했다. 덩치 큰 관광개발정책 보다 이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낯선 나라, 그리고 경주에서 고유한 전통과 얼마나 잘 어울리게 자연스레 이끌어 주느냐는 그 도시 문화관광 수준의 척도가 된다. 국제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경주시가 이제부터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정책 개발에도 적극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