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경주 대릉원 옆 오아르미술관 개관식을 찾았다. 유려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공간에 주요 인사들과 언론인들이 모여 새로운 미술관의 시작을 축하했다. 미술관 전면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고분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로 30m, 높이 12m에 달하는 이 창은 경주의 역사를 액자로 담아내는 마치 거대한 캔버스 같았다. 유현준 건축가의 섬세한 설계로 지어진 오아르미술관은 자연과 역사, 현대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독특한 아우라를 품고 있었다. 실내에서는 일본 작가 에가미 에츠의 화려한 색채와 문경원&전준호 듀오의 미디어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특히 에가미의 작품은 다채로운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낙영 시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오아르미술관의 개관으로 경주시내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 벨트로 연결돼 사적관광뿐 아니라 미술관 투어를 통해 현대 예술까지 함께 즐길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경주의 미술 지형도를 그려보게 됐다. 우리 경주에는 이미 경주예술의전당의 알천미술관과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솔거미술관과 같은 공립 미술관부터 최근 주목받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 그리고 라우갤러리, 제이제이갤러리, 갤러리란, 갤러리미지 등 크고 작은 전시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일부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며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때때로 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립미술관이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인지, 건립 비용뿐 아니라 지어놓으면 운영비가 해마다 들어가는데 그만큼의 사회적 가치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 차이는 시립미술관 건립 논의가 쉽게 진전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경주는 문화관광도시다. 매년 엄청난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역 미술관을 찾을까? 솔거미술관과 같은 공립미술관은 그나마 관광코스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갤러리는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본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관들을 잇는 투어 프로그램이나 통합 이용권, 합동 기획전 등은 큰 예산 없이도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특히 오아르미술관이 위치한 대릉원 인근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경주지역 미술 공간들과 연계한다면, 관광과 예술을 잇는 새로운 문화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문호 관장이 말한 “젊은 세대가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비전도 중요하다. 5000원에서 만원 사이의 입장료가 부담스러워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는 현실에서, 미술관들이 좀 더 접근성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관람객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할인이나 무료 입장을 제공하거나, 지역 학교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술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이 되길 바란다. 경주의 미술 공간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시와 미술계, 그리고 시민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작지만 구체적인 연결에서 시작될 것이다. 오아르미술관의 개관이 단순히 ‘또 하나의 미술관 탄생’으로 끝나지 않고, 경주 미술계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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