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대 전통시장인 성동시장의 보행로 개선사업이 막바지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주역 광장 맞은편에 위치해 경주의 관문격이기도 한 이곳은 난민촌을 방불하듯 낡은 파라솔과 비닐천막, 방치된 쓰레기로 인해 도시미관을 크게 훼손해왔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노점상들이 마치 자기 점포인 양 좁은 인도를 불법 점거하고 장사를 해왔고, 일부 상가의 경우 봉이 김선달처럼 노점상들로부터 자릿세를 받아 사익을 챙기는 일도 있어왔다. 좁은 인도를 노점상들이 차지하다 보니 어린이, 여성, 노약자 등 많은 주민들이 통행불편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오랜 관행에다 서민들의 생계가 달린 일인지라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으로 어느 누구도 손을 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주시민 뿐 아니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경주역 앞 ‘성동시장 노점상 정비’는 해묵은 고질 민원이었다.
이에 민선7기 주낙영 경주시장 취임 이후 성동시장 노점 상인들과 첫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장조사, 공청회, 기존상인들과 협의, 주민설명회 등 100여 차례가 넘는 꾸준한 소통을 통해 화랑로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정비사업의 가장 큰 난제였던 도로점용료 부과와 관련해 물리적 충돌 없이 노점상 연합회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큰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 1월부터 시가 ‘노점 점용 허가’와 ‘규격화된 가판대 설치’를 골자로 한 노점상 정비 사업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펼쳐왔는데 이 같은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후 시는 시비 4억원을 들여 경주역 앞 화랑로 인도 120m 구간(해동약국~교보생명)에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고,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우후죽순 난립한 노점상들이 있었던 자리에는 규격화된 가판대 48개소가 들어선다. 가판대 규격은 차로 쪽은 길이 2m·폭 2m, 상가 쪽은 길이 2m·폭 1.3m로 통일했다. 화랑로의 인도 폭이 6m인 점을 감안하면, 보행통로는 기존보다 최소 2m 이상 넓어진다. 한전과 협의해 전선지중화사업도 동시에 실시해 가로환경을 정비했다.
이번 사업으로 시민의 보행권은 물론 노점상의 생존권도 동시에 지키게 됐고, 거기다 도시미관까지 개선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경주시는 새롭게 설치될 노점상에 대한 전매, 전대, 상속을 금지하며 신규 허가는 받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다. 목 좋은 자리를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리순환의 원칙도 세웠다.
아울러 조건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허가를 취소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단순히 환경개선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된 환경을 유지하는데도 행정력을 투입하겠다는 경주시의 의지가 읽혀진다.
하지만 이 사업이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일부 노점상의 경우 기득권이 인정되지 않고 매대 면적도 줄어드는데 따른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들은 카누피 설치로 간판이 가리고 조망권을 해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이 사업 성패의 관건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인 손해는 잠시 내려놓을 줄 아는 양보와 희생의 미덕이다. 내가 조금 손해라고 엉망진창이었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정비사업이 단순히 시민의 보행권과 노점상 생존권을 동시에 보장하면서 도시미관 개선과 도심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상생과 협치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되길 기대한다.
현재 경주시에서는 이번 보행환경 사업을 시금석으로 도심과 사적지에서 영업 중인 노점상을 대상으로 한 환경개선 사업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변화될 경주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