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에 따라 폐역사 및 폐철도 활용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지만 남은 과제가 더 커 보인다. 폐역사에 대한 활용방안은 큰 가닥을 잡은듯하지만,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 활용은 부지를 소유한 국가철도공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듯해 보여서다. 폐역사는 한국철도공사, 폐철도는 국가철도공단이 부지 소유 및 관리권을 갖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9일 역사 및 폐철도 개발 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최종보고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먼저 폐역사는 총 17개소 중 경주역 등 10개 역사를 활용하기로 했다. 경주역과 서경주역, 불국사역, 입실역, 안강역, 부조역은 ‘지역 거점 플랫폼’으로, 동방역, 모화역, 건천역, 아화역은 ‘생활권 중심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임시활용계획에 따라 문화플랫폼 조성을 위해 리모델링에 들어간 ‘경주역’은 향후 복합 플랫폼인 상업업무복합개발을 통해 역사, 생태, 행정, 상업 업무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기존 경주역사는 황오동삼층석탑이 있는 자리로 이전한 뒤 화랑로와 연결하는 도로 개설을 계획했다. 특히 경주역 부지에 상징성 부여를 위한 랜드마크 타워 조성 등도 계획안에 포함됐다. 서경주역은 복합상업시설과 공동주택, 공공청사, 공원조성 등의 개발구상을 통해 뉴타운으로, 불국사역은 공원조성과 불국사역을 보존해 주민편의시설 등 역사문화공원으로 활용할 구상이다. 입실역은 생활권 중심상업지구, 안강역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동방역은 그린웨이가 연계되는 역사·문화공원, 모화역은 근린 센트럴파크, 건천역은 역사전시관 조성과 휴식 공간을, 지역 최초 철도역인 아화역은 보전 활용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번 최종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폐역사 활용방안은 경주시와 시민의견이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해남부선 53.2km, 중앙선 27.1km 등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에 대한 활용방안 수립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폐철도 구간에 대한 활용방안은 현재 국가철도공단이 공모 중인 민간 제안사업의 선정 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다. 시는 우선적으로 동해남부선 수소트램을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친환경 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울산~경주~포항을 잇는 84.5km 구간의 수소트램(광역철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노선은 우선 ‘울산 북구 효문역~송정지구~입실역~불국사역~경주역’까지 추진되는데 ‘효문역~송정지구’ 구간은 향후 건립될 울산도시철도 2호선과 연결된다. 이후 장기적으로 포항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울산, 경주, 포항 세 도시는 수소트램 건설 타당성 용역을 공동으로 실시해 최적노선 선정을 비롯해 수요, 비용, 경제성 분석 등을 모색하고 있다. 용역이 끝나는 대로 해오름동맹이 합동 건의를 통해 정부 상위계획 반영 및 건설·운영비 전액 국비지원 대정부 건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은 지난달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 부지 경주시 구간 개별사업 추진을 위한 민간 제안 공모를 10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제안사업은 내년부터 폐철도 일부 구간에서 민간 개발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공모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철도 유휴부지 활용사업을 통한 그린웨이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기타 활용방안으로 기존 철로를 와인터널, 레일바이크, 레일 정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타 도시 사례와 함께 최종 용역에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계획에 차별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찌됐던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제안 공모 사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 놓인 셈이 됐다. 국가철도공단이 내놓은 민간 공모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은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경주시나 시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폐철도 활용은 경주에 철도가 개통된 지 100여년 만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주시의 장기적인 발전계획과 주민의견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소통을 강화해 향후 100년 대계를 이어나갈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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