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가 만들어내는 ‘지브리풍’ 그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을 업로드하고 특정 스타일을 선택하면, 이미지가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바뀐다. 초현실적인 풍경 속에 아이와 마법의 숲이 등장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 어딘가 익숙한 정서가 담긴 장면이 탄생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활용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산업 및 비즈니스 분야에서 자동화와 고객 서비스 개선에 기여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질병 진단과 신약 개발을 지원한다. 교육에 분야에서는 개인학습과 자동 평가 시스템이 활용되고,
비판(批判)이란 어떤 대상에 대한 분석과 평가이며, 장단점을 논리적으로 검토하는 행위다. 따라서 비판은 단순한 비난이나 부정적인 평가와는 다르며,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당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올바른 비판은 사고를 확장시키고,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기
국내에서 보도자료는 정부나 기업이 언론을 대상으로 뿌리는 자료입니다. 기자들은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본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다시 작성하기도 하고,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홍보담당자에게 묻기도 합니다. 기업의 홍보팀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이 가공하기 쉽게 써야 하며, 육하원칙을 바탕으로 작성되어야 한다며 나름대로 사실 그대로의 객관성을 중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의 입맛에 맞게 잘 쓴 보도자료는 별도의 수정 없이 배포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언론사가 기업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쓰면 상업광고가 됩니다. 실제로 독일의 한 회사가 자사의 기부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보도자료에는 회사 대표와 지역 정치인의 발언들이 인용되었고, 한 지역신문은 이 자료를 거의 그대로 기사화했습니다. 그러자 이 회사의 경쟁사가 이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에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은 해당 기사가 위법한 상업광고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사는 해당 기업을 긍정적으로 묘사했고, 기업의 보도자료가 거의 그대로 사용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관련 기사는 기업의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보도자료에 나온 인용문은 마치 기자가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것으로 독자를 오도한다고 법원은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방식의 보도는 언론자유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으며, 언론사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언론자유의 보호 범위는 오히려 줄어든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은 언론사가 광고비를 받지 않고 보도자료를 기사화했어도 이는 상업광고라고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핵심은 언론사가 광고비를 받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취재 없이 기사화하는 것 자체가 언론사의 저널리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론사는 이와 같은 보도자료를 광고란에 게재하던가 아니면 이 자료가 광고라고 알려야 합니다. 기업은 광고주로서 언론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기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됩니다. 언론사는 보도자료와 취재 기사를 명확히 구분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짓밟는 자해가 됩니다. 물론 독일의 관행이나 법률적 규정을 우리 것과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나라마다 보도기사를 사용하는 방식 인식의 잣대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언론과 기업이 보도자료를 광고와 구분하고, 법원이 위반행위의 경계를 분명히 규정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언론사도 기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원칙이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언론사는 비판적 저널리즘을 하기 위해서 돈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적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사가 저널리즘의 가치와 이윤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AI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 이와 같은 구조적 딜레마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공간에서 남의 도움을 받으면 현장 취재 없이도 단숨에 원하는 기사를 작성, 편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자의 역할이나 비판적 저널리즘의 활동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언론사가 베껴 쓰기나 보도자료에 크게 의존할지, 아니면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할지 원칙과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2022년 11월, 미국의 오픈AI가 챗GPT-3을 공개했습니다. 최근에는 4 Omni 버전이 출시되면서 텍스트는 물론 음성과 이미지 인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챗GPT는 이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실시간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언론사들은 다양한 방식과 전략으로 챗GPT 기술을 활용해 뉴스 콘텐츠를 생산,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I, 즉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I는 지능적인 행동과 유사한 컴퓨터의 기능 집합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때 ‘지능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기술이 사용되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바이에른 공영방송(BR)에서는 AI를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훈련이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그 정의를 제한합니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의견과 여론형성,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언론인의 업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따라서 AI를 저널리즘에 활용하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저널리즘 작업을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침은 마치 도로 위의 자율주행차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저널리즘에서 인공지능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독일 언론사들이 논의, 제안하고 있는 AI 저널리즘에 대한 지침, 즉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저널리즘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면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투명성의 의무가 강조된다. 여기서 투명성의 의무는 다시 두 가지 측면에서 확인된다. 첫째, AI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때, 생산자와 이용자는 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AI가 어떤 데이터 소스를 사용했는지, 어떤 자료를 사용해 훈련했는지 분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 작성된 콘텐츠가 AI 교육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원 작성자와 소통하고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셋, 저널리즘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품질, 균형, 차별 금지, 데이터 및 출처 보호, 그리고 저작권 및 보안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사회적으로 인증된 AI 시스템이 사용되어야 한다. 넷, 인공지능의 활용은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제어가 가능한 기술을 저널리즘 분야에 활용하고, EU 기반의 자체적인 인프라를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 신속하고 단호한 규제가 AI 저널리즘 분야에 필요하다. 실례로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지침(Digital Single Market Copyright Directive)이 제정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고, 그 이후 국내법으로 전환되는데 별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AI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시기적절한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 이처럼 독일 언론사들은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나름대로 인공지능에 관한 개념을 정의하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AI 지침에 관한 내용이 추상적이고, 이상적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실천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비판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원칙들이 나열되고 있는 AI 지침안을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는지, 또 다른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AI 저널리즘 분야에서 다양한 이점과 문제들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언론사의 지침서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AI 기술이 저널리즘과 민주주의를 발전시킬지 아니면 오히려 파괴할지 미디어 정책과 규제 법안들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AI 기술을 사용해 뉴스 콘텐츠를 생산, 서비스한다면, 우리는 어떤 가이드라인을 갖고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 자문해 봅시다. 혹은 우리가 인공지능이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이점과 문제들에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실제로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를 생산하는 기술이 더욱 보편화되었고, 합성 콘텐츠와 인공지능을 통한 생산물을 구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이미지, 음성, 영상은 허위정보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진실 보도와 허위보도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보편적 신뢰가 전반적으로 상실될 수 있습니다. 한편 AI 기술은 점점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미디어 이용자는 필터버블, 즉 선별적 정보만을 접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으로 고도화되는 개인화는 일방적인 뉴스의 왜곡된 의견뿐만 아니라 사용자 자신의 의견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가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면, 해당 주제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뉴스 이용자는 자신의 의견이 가장 합리적이고, 유일하게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론장이 붕괴된 상태이며, 건강한 견해에서 극단적인 견해로 바뀌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양극화된 사회적 분열과 증오가 심화할 여지가 매우 큽니다.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언론학자들이 나름대로 이를 정의하고, 언론사가 이러한 기능을 얼마나 수행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저널리즘을 구분하는 것은 저널리즘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총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의미나 경계가 고정될 수 없습니다. 또 여러 차원에서 저널리즘의 활동이나 현상을 분석할 수 있어서 그 방식과 기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연구와 그 기준을 찾는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저널리즘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환경 변화를 감시하고 그에 대응할 방안을 제안합니다. 또 사회적 갈등을 발견해서 의제를 제시하고, 갈등 조정을 위한 대화의 장을 제공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각 영역을 연결해 상호의존과 공동이익을 구현합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은 지리적, 물리적 집합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래서 좋은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좋은 저널리즘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쓸만한 물건이나 좋은 것을 사용가치의 개념에서 설명합니다. 사용가치란 사람이 만드는 모든 물건에 포함된 유용성이나 필요, 즉 쓸모를 말합니다. 그래서 쓸모있는 뉴스 상품이란 높은 사용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쓸만하다는 특성 때문에 시장에서 이들은 거래되기가 쉽고, 때로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건의 유용성, 즉 필요의 정도란 모든 사람에게 다릅니다. 나한테 중요하고 좋은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품 시장에서 물건의 사용가치가 인위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좋은 뉴스와 덜 좋은 뉴스를 시장에서 결정하고, 또 이들은 비싸게 판매까지 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은 상품의 사용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쓸만한 물건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문명의 혜택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유용성이라는 사용가치를 소비자인 사용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마케팅 전략으로 설계된 알고리즘에 의해 선별,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즉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받아 보게 됩니다. 알고리즘은 기업에 상품의 노출 빈도를 높여 광고와 같은 영업이익에 충실하도록 설계됩니다. 이런 구조에서 상품의 사용가치는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진 기업에 의해 좌우됩니다. 실제로 우리는 쿠팡에서 쇼핑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고, 네이버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주목경제, 네트워크 효과 또는 독점이라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독점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에 쉽게 노출되고, 알고리즘 밖의 세상을 볼 수 없으며, 또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주목하는 소비행태입니다. 상품의 유용성을 소비자가 아닌 기업, 즉 권력 지배자가 판단하는 구조는 정치 분야에서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한 번 더 대선에서 승리가 예견됩니다. 미국 CBS방송사 대표는 어느 공식적인 자리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에는 좋지 않지만, CBS에는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미디어 독점기업 몇 개가 여론을 지배하고, 나라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좋은 저널리즘, 쓸만한 물건, 유용한 정치인을 소비자인 일반 대중이 선택, 구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수의 지배권력자가 상품 유통을 결정하고 나라를 지배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람이 만드는 모든 물건이 시장의 논리에 의해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추천 알고리즘이 부정적인 기능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시 말해, 사용가치가 높은 뉴스가 디지털 환경에서 협력, 공유, 공개의 방식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유용한 물건을 비상업적인 방식으로도 생산, 분배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 언론과 같은 공동체 미디어가 뉴스의 사용가치를 상품화하지 않고, 공동체 공간에서 공동체를 위해 활용되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스스로 물건의 사용가치를 결정하고 이를 함께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은 좋은 저널리즘이 될 수 있습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3을 발표했다. 이후 3.5 버전이 무료로 서비스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4 Omni 버전이 출시되면서, 텍스트는 물론 음성과 이미지 인식이 가능해졌다. 챗GPT는 이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실시간 대화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대형 언론사들은 다양한 방식과 전략으로 챗GPT 기술을 활용해 뉴스 콘텐츠를 생산, 서비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블룸버그(Bloomberg)는 AI 도움으로 자사의 재무 데이터를 간결하게 만들었고, 르 몽드(Le Monde)는 오픈AI와 장기적인 기술과 자원 교환을 약속했다. 뉴욕타임즈(NewYorkTimes)는 오픈AI가 자사 기사를 챗봇 훈련에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악셀 슈프링거(Axel Springer)는 챗GPT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자동화해서 기자들의 취재를 돕는가 하면, 독자들에게 최신 뉴스 기사를 찾아주는 챗GPT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처럼 대형 언론사를 중심으로 챗GPT가 일반화되면서 AI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를테면, AI가 생산한 콘텐츠의 정확성이나, 저작권의 이익과 이해관계의 충돌, 그리고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사이에서 인간의 역할 등 다양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 언론인들은 AI 저널리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살펴보자. 먼저 독일의 언론학자들은 AI가 편향적인 학습데이터로 인해 편견을 내재화할 수 있고, 허위정보의 생성과 확산을 우려한다. 따라서 이들은 AI 윤리지침을 만들어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지침에서 강조되는 내용은 인간의 가치에 따라 기술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AI 기술은 저널리즘의 보조수단으로써 인간의 통제하에 있고, 편집실의 최종 결정은 언제나 저널리스트의 몫이다. 한편, 독일의 법학자들은 독일의 기본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에서 AI 저널리즘의 개념과 법적 보호의 범위를 고찰하고 있다. 이때 대중에게 전달되는 모든 정보 매체는 ‘언론’으로서 법리적 보호 대상이지만,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는 언론 종사인 ‘사람’을 위한 인권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저작권법은 인간의 저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기계나 컴퓨터의 생산물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챗GPT가 생산,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는 편집자나 저널리스트의 개입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윤리적, 법적 책임 또한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부여된다. 즉, 사람에 의해 기계가 작동되고, 중요한 결정도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인간의 가치를 중심으로 AI를 고민하는 학계의 견해는 AI 저널리즘이 상용화되는 언론업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월, 독일기자협회(DJV)는 성명서를 통해 AI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요구한 바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악셀 슈프링거(Axel Springer)가 판매하는 것은 저자의 지적 작품이기 때문에 언론인들이 적절한 몫을 받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협회는 ‘AI가 윤리와 가치 판단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기자를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나아가 AI 저널리즘은 한 신문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소통과 의견형성에 신기술이 활용되는 문제로서 국가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공영방송 ARD 산하의 바이에른 공영방송(BR)은 AI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10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AI 활용의 윤리적 문제가 포함되는데, 투명성과 자원에 대한 책임감, 협력과 토론이 수반되는 평가, 그리고 알고리즘 편향에 대응하고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강조된다. 바이에른 공영방송사는 더 나은 저널리즘을 수행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잠재력 이점과 위험을 고려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건설적인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때 새로운 기술이 가져다줄 투명성과 다양성, 그리고 지역성은 기자와 사용자를 위한 이익과 가치가 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국내 전문가들과 언론종사자들은 AI가 바꿀 언론 분야를 어떻게 전망하고 대처하는가? 우리는 인공지능이 뉴스 콘텐츠의 제작과 편집에 사용될 때, 무엇을 잠재적인 이점으로 인식하고,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 인간 기자가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사이에서 균형적인 역할을 하고, AI 저널리즘이 인간을 위해 기능하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독일 언론인들의 사례를 참고해보자. 그리고 우리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컴퓨터를 개발하고 사용하기 위해 어떤 원칙을 설정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미디어 경제학에서는 기업으로 운영되는 언론사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합니다. 이를테면, 언론사는 기업으로서 자유롭게 영업할 권리가 있고, 사적 이익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저널리즘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언론사는 공적 이익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언론은 의견과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중과 공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모순은 언론사가 미디어 시장에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가는 기업으로 운영되는 언론사에 공적 임무를 수행하도록 시장 규제와 함께 재정적인 지원을 합니다. 재정적 지원에는 기금을 마련해 언론사를 직접 지원하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언론사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공익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국내·외에서 확인됩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이 있습니다. 한편,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19세기부터 신문을 지원해 왔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신문지원은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사례로 유명합니다. 특히, 1944년 프랑스가 독일의 지배에서 해방됐을 때, 프랑스 정부는 독일에 부역했던 신문을 강제 폐간하고 민주주의 재건을 위해 신문을 지원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의 신문지원은 방송과 인터넷 미디어로 확대되었고, 2021년 3억67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5000억원이 지원되었습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다원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일간지에 국한되지 않고, 토론과 정보 및 비판적 시각을 전하는 미디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 때문에, 그만큼의 효과가 있었는지 회의적인 비판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금이 재벌언론에 사용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지원방식이 조건적이고, 선별적이며, 한정적이라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정부가 한정된 기금을 지급할 때, 행정적인 절차와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지원정책 대부분이 언론사의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정보의 다원주의나 양질의 저널리즘이 아닌 언론 기업의 운영, 즉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지급되었다는 지적입니다. 프랑스와 달리 독일 정부는 언론사에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금지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자금지원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직접적인 자금지원 대신 모든 언론사의 부가가치세를 간접적으로 감면해 줬습니다. 일반적으로 19%의 세율이 신문사에는 7%로 적용됩니다. 독일에서는 2022년 기준으로 약 1억 유로의 부가가치세 감면 혜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도 프랑스와 같이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2017년 독일 연방하원은 언론에 대한 자금지원을 공론화하고, 합법적인 가능성을 모색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정기적인 언론은 현대 민주주의에 필요하므로 시장 경쟁에 처한 언론사가 다원적인 언론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상업언론에 빼앗긴 자리를 되찾기 위해 공영방송은 물론 지역신문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독일에서도 프랑스와 같이 언론사를 위해 다양한 자금지원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가 상품이 아닌 재화로서 생산, 분배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한번 생산된 뉴스를 시장에서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고, 간단히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은 본래 공개와 연결 그리고 협력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은 공동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뉴스와 같은 공공재화를 더욱 쉽게 생산, 분배할 수 있게 합니다. 물론 디지털 환경에서도 뉴스와 같은 공공재화가 상품으로 판매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뉴스는 광고와 감시 그리고 가짜 뉴스가 지배하는 상업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상업화된 디지털 미디어는 이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경제학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지닌 특성, 즉 공개와 연결 그리고 협력을 바탕으로 뉴스가 더는 상품이 아닌 공공재화로써 생산, 분배될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사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언론사의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은 뉴스가 상품이 아닌 재화로서 생산될 때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만약 언론사가 뉴스를 상품이 아닌 재화로서 생산한다면, 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비판적인 저널리즘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뉴스 재화를 공동으로 생산, 분배하는 방안들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공동체가 필요로 한 재화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적, 법률적 조건들을 모색해야 하며, 자본(광고)과 국가(정치)는 언제나 언론과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가치’라는 단어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할 때, 가치는 바람직하거나, 도덕적으로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하면, ‘유용하다’, ‘쓸만하다’라는 뜻으로 욕구나 관심에 대한 충족을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물건의 가치는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필요를 충족시키는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면 상품의 가치, 즉 유용과 필요의 정도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상품의 가치 연구는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상품의 가치를 알게 되면, 상품의 가격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실제로 매 순간 상품의 가격을 따지며 상품거래를 합니다.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사람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가격을 고민하고, 구매하는 사람은 좀 더 싸게 물건을 사려고 가격을 비교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상품이 유용하거나 필요하다는 것을 사용가치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면서 일부 학자들은 상품의 가치는 가격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은 그만큼 쓸만한 물건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상품의 유용과 필요의 정도는 주관적인 문제라서, 상품의 높은 가격이 가치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는 경제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상품의 가치는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즉 가격은 가치에서 결정된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논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제학의 아버지 애담 스미스(1723-1790)가 고민했던 물과 다이아몬드의 가치문제입니다. 그 당시 활동했던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와 칼 맑스(1818-1883)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상품의 가치를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하면서, 시장에서 교환되는 상품에는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교환가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상품의 가격은 이러한 객관적인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두 개의 가치이론이 경제학에서 상품의 가치와 가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효용가치이론이며, 후자는 고전주의 경제학의 노동가치이론입니다. 오늘날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살펴보면, 사용가치, 즉 사용자의 효용과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상품의 가격이 있습니다. 반대로 물건을 생산하는데 사용된 시간의 크기, 즉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되어 판매되는 상품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최근 미디어 경제학에서 고전주의 노동가치이론을 주목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 한번 생산한 물건을 아무런 추가노동과 비용 없이 재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첫 생산에는 일정한 노동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클릭 몇 번이면 이들은 쉽게 복사되고, 전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점에서 저작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점은 저작권의 강화가 오히려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입니다. 고전주의 노동가치이론에 따르면, (재)생산에 아무런 노동이 투여되지 않는 것, 예를 들어 물이나 공기와 같은 천연자원은 공공재화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만들고, 효용을 강조하면서 물과 공기 또한 높은 가격의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동강 물을 팔고 있는 봉이 김선달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화가 자본에 의해 독점되고, 상품화되는데, 디지털 환경에서 이러한 상품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상품의 가치와 가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품의 가격이 가치를 결정하는지, 아니면 가치가 가격을 결정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이를테면, 뉴스(콘텐츠)는 처음 생산하기 위해서 일정한 노동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뉴스가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극대화하고 효용의 관점에서 상품이 될 때, 생산에 투여된 노동과 비용의 크기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뉴스라는 재화를 공공재화로써 공동체가 생산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일부 언론학자들은 경제학의 가치이론이 뉴스와 같은 미디어 상품에 직접 적용, 대입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뉴스는 사회적 가치, 즉 유용함과 쓸모가 특별해서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사용가치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뉴스는 오히려 높은 사용가치를 지닌 대표적인 생산물입니다. 그래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효용의 관점에서는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노동가치이론에서 뉴스는 시장에서 상품으로 생산, 판매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재화로써 생산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같은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이 생산하는 물건은 아무런 인간의 노동이 투여되지 않기 때문에 상품이 아닌 재화로써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뉴스 상품의 가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뉴스 재화를 어떻게 공동체가 공공재화로써 생산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2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BBC의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 비전은 전 세계 공영방송의 모델로 채택, 적용되었습니다. 공공서비스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용 가능한 기본적인 서비스입니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과 전기를 말합니다.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자국의 민주주의가 공영방송을 통해 회복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 지속적이고 고조되는 사회적 불평등,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수많은 정보가 온라인에서 또 다른 정보를 전염시키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직면한 위기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믿을 수 있는 정보와 심층적인 분석, 합리적인 토론 및 비판적 시각이 오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미디어 환경이 이미 상업 미디어에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감시, 광고, 허위 정보, 증오심 표현, 음모론 등 개인적 취향과 의견에 따라 상업적이며 정치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2024년, 세계는 다시 글로벌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주목 기반의 알고리즘이 지배하고, 인공지능의 사용이 증가하며,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로 인해 게이트 감시자 역할을 하는 신뢰성과 신빙성 그리고 진정성을 보장하는 행위자가 요구됩니다. 이러한 보호자는 사실을 확인하고 허위를 공개하며, 연관성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독일에서 공영방송의 개혁을 논의하는 사람들(공영방송 미래위원회)은 공영방송에 특별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사실 기반을 두는 보도 외에도 사회적 담론을 객관적으로 수반하고, 사용자가 허위 정보의 표현을 인식해서 허구와 진실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상업적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균형의 추 역할을 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영방송이 더욱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국가와 기업(자본)에 거리를 유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법적, 경제적, 조직적 기반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영방송의 역할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에 관한 고찰은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최근 국내 방송심의제도가 논란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방송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첫 번째 자유가 사업이 아니듯, 규제 기관의 첫 번째 자유는 권력 남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방심위가 몇몇 방송을 표적심의, 정치심의 그리고 과잉규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방심위에 부여된 자유와 권한의 오남용에서 기인합니다. 한 사회에는 구성원들 간의 합의 속에 만들어진 사회적 규범과 구조적 체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방심위는 관련 법안에 의해 설치, 운영됩니다. 또 검찰, 법원 및 의회가 이를 통제합니다. 검찰은 행정기관으로서 행정기관을 통제하고, 법원은 행정기관을 법리적, 정치적으로 통제합니다. 의회는 감사와 조사 및 청문회를 통해 규제 기관을 재규제합니다. 따라서 방심위를 규제, 통제할 수 있는 구조적 체계는 비교적 잘 조직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관이 자유와 권한을 오남용하고, 검찰, 법원과 의회가 상호 규제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여론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 여론 통제는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어 성난 민심이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최근 계속되는 방심위의 파행적 운영에서 우리는 법원과 의회의 통제, 그리고 성난 민심의 여론 통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 결과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자유와 권한의 오남용은 우리가 합의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본래 자유와 권한은 분명하고 객관적인 수치나 정도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합의된 약속, 즉 사회적 규범과 구조적 체계를 서로 준수할 때 유지됩니다. 하지만 최근 방심위는 물론 검찰과 국가, 정치 권력은 이를 무시하고, 공공의 이익보다 사적 이익에 충실해 왔습니다. 그 결과 사회적 시스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마지막 통제 수단인 성난 민심이 공공의 규범과 공적인 체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법이 있지만, 법을 위반하고, 조직된 체계가 있지만, 질서가 없습니다. 그 결과 자유와 권한을 오남용하고 전체 사회의 공정과 공익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의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자유와 공정을 투명성에서 강조합니다. 방송의 공익과 공정은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에서 형성될 수 있으며, 공정한 시장 운영을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요구는 언론학에서 오랜 기간 고민해 왔던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 그리고 공익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공동체 사회의 공익과 공정은 우리가 합의해 왔던 규범과 체계를 지킬 때,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여론 통제는 비폭력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방식의 여론 통제가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말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와 권한이 무엇인지 주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철입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로 선거 운동과 선거 보도가 한창입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와 동원입니다. 대중 매체는 관심을 집중시키고, 사람을 모으는 일을 돕습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선거 공약을 알리고, 그간 잃어버린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합니다. 대중 매체는 이들에게 가장 호의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이들의 신뢰는 다시 하락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선거기간 유권자들은 대부분 대중 매체를 통해 선거 정보를 접합니다. 우리가 정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은 대중 매체에서 묘사되는 내용을 토대로 주변 사람들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물론, 유권자 대부분은 자신의 가치와 지식의 렌즈를 통해 정보를 인식합니다. 그래서 같은 내용의 선거 보도라도 서로 다른 이해와 비판이 제기됩니다. 그런데 유권자가 접하는 정치적 메시지는 주로 대중 매체가 언급하는 순서에 크게 의존합니다. 언론학자들은 신문보다 텔레비전이 후보자의 특성을 더 잘 전달한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신문은 텔레비전보다 더 깊이 있는 선거 정보를 전달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 운동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미디어의 선거 보도가 유권자의 의사결정, 즉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합니다. 미디어와 선거 보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대중 매체는 선거 운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를 바꾸는데 기여하는 바가 적습니다. 미디어의 선거 보도는 오히려 자신들의 기존 의견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뿐입니다. 그런데도 선거기간에 선거 보도는 넘쳐나고,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자 합니다. 문제는 관심의 중심에 정치 지도자 몇몇으로 집중, 제한되는 개인화입니다. 카리스마와 매력을 가진 정치 스타를 앞세워 유권자를 끌어당기고 정당의 결속을 다짐합니다. 선거에서 견고한 정책(공약)은 사라지고,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기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정치 공략이 난무합니다. 이러한 개인화 추세는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선거 전략입니다. 대중 매체도 선거기간에 정치의 개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언론은 시청자, 독자, 유권자가 감동해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도덕적 약점에 집중합니다. 그렇다 보니 선거 보도에서 근본적인 정치적 비판은 사라지고 인물 중심의 스캔들과 개인의 윤리적 문제가 조명됩니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열띤 응원으로 후끈 달아오른 운동장이 되었고, 선거 보도는 스포츠 중계가 되어 갑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비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선거철에 비판은 우리 사회를 평가하고 저울질하며 논쟁을 이끌게 합니다. 비판의 대상은 국가, 정치, 부패 및 불의 등 사회 담론이 되어야 합니다. 언론은 정치와 언론의 전략적 연합을 스스로 비판해야 합니다. 비판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불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사람은 할 일이 많습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는 기금을 마련해 지역신문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은 저널리즘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환경에 필요한 구조를 개선하고, 소외계층 구독을 위해 지원을 받습니다. 이는 지역신문의 ‘공익적 활동’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입니다. 얼마 전 지발위는 2024년 우선지원대상 70개 신문사를 선정했습니다. 지역일간지 29개와 지역주간지 41개사가 올 한해 정부지원을 받게 됩니다. 매년 우선지원선정사가 발표되면 선정을 두고 희비가 엇갈립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모든 지역신문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원이 절실하지 않은 신문사가 없습니다. 올해는 특히 지원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 기준이 논란입니다. 지원 취지에 맞게, 경영난에도 저널리즘을 위해 분투하는 신문사를 지원해야 할 정책이 지역기사의 비중보다 신문사의 경영 건전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신문지원 정책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래 독일은 언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법률로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지역신문의 약화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물가상승과 줄어드는 구독자가 지역신문의 폐간으로 이어졌고, 상업적인 대형 언론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정신적, 경제적 경쟁’에 처한 언론에게 자유롭고 다원적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야 할 임무 또한 국가에 있으므로, 지역신문을 위한 지원정책을 공론화했습니다. 이들의 논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신문사를 위한 지원이 아닌, 신문 즉, 언론을 위한 지원정책입니다. 언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차단하면서, 지역신문의 역할을 유지, 보존하려는 방안이 논의됩니다. 그래서 지원정책은 대상 신문사를 선정하지 않고 모든 지역신문을 대상으로 합니다. 또 신문사의 경영 지원에 집중하기보다 배송 비용과 부가가치세율(표준 세율 19%)을 7%로 감면해 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문 종사자 개인에 대한 임금과 사회복지는 이미 기본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지원받게 됩니다. 이는 지역신문을 위한 지원정책 이전에, 언론 종사자들의 기본적인 생명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적 지원입니다. 국내 지역신문의 지원정책은 디지털 장비구매와 기획 취재지원 및 소외계층을 위한 구독료 지원 등으로 집중됩니다. 물론 이러한 지원도 지역신문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국내 지원정책은 선정된 몇몇 신문사에게 집중, 분배되고, 또 경영이 안정적인 신문사를 우선지원 대상으로 지원합니다. 이것은 지역신문에 득보다 실이 큰 정책입니다. 지역신문사는 점점 더 민간기업으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외부권력과 타협하고, 결국 자신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그 결과 매년 줄어드는 지원기금을 확대하고, 선정사 수를 늘리는 것이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한정된 기금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려는 행정당국의 안일한 선택은 또 다른 분야에서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으로 열악한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해 수천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몇몇 대학만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따라서, 모든 신문사를 지원하는 독일의 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도 물뿌리기식 지원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국가가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지역신문이 사라지면 민주주의가 위협된다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진행된 국내 지역신문 지원정책이 재논의되길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공적 기금은 공공이라는 전체를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별된 신문사만 살리기 위한 정책은 이미 공적의미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국 언론에서 ‘금투세 폐지’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란 주식이나 펀드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새해 첫 증권시장에 대통령이 참석해 내년부터 시행될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면,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되어야 하며’, ‘저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은 자신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언론사들의 논평을 보면, 이번 결정은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며, 정부 부처 간의 논의도 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판에 동의합니다. 이번 정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 정책들이 일방적이며, 이해타산적이기 때문에 선거용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공정한 자본시장’을 주장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 특히 ‘저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입니다. 미국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정치적 용어로 자주 사용한 대통령은 레이건입니다. 그는 공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자유경쟁을 선호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정치화했습니다. 그런데, 그럴싸해 보이는 ‘공정’과 ‘자유’에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능력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공정하니까 성공도 실패도 모두 개인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은 줄어들고, 복지정책마저 축소됩니다. 그 결과, 미국은 돈이 없으면 병원이나 학교도 못 가는 불공정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레이건은 영국의 대처 수상과 함께 신자유주의, 즉 민영화, 세계화, 독점화를 강행한 역사적 위인입니다. 최근 독일 언론에서는 전혀 다른 ‘공정’의 의미를 접하게 됩니다. 독일 최대 언론사 Axel Springer는 세계 최초로 오픈AI와 협력해 저널리즘의 자동화를 상용화했습니다. 잘 알려진 ChatGPT는 미디어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산, 전달하며, 비즈니스 모델까지 제시합니다. ChatGPT 기술이 공개된 지 1년 만에 인공지능 시스템이 저널리스트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기자협회(DJV)는 Axel Springer에게 AI기술을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공정하게’ 기자들에게 전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왜냐하면, AI가 학습한 기존의 데이터는 모두 기자들이 제공한 지적 결과물에서 재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돈이 돈을 벌게하는 불공정한 자본시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실제로 1400만 명이 주식을 하고, 부동산 투기나 로또를 통해 인생역전을 기대합니다. 젊은이들은 건물주가 되길 희망하고, 직장을 관두고 유튜버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 하나 잘 만들어 대박 날 요행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를 통해 얻는 소득은 불로소득에 해당합니다. 즉 노동의 대가로 얻는 근로소득이 아닌 이외의 자본소득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근로소득보다 이자, 배당, 부동산 및 금융거래를 통해 얻는 자본소득에 더 큰 관심을 갖습니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도 능력이며, 콘텐츠 하나 잘 만들기도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이런 반론은 공정한 소득이 무엇인지, 또 생산적인 노동이 무엇인지 무감각해진 우리의 현실이며, 불로소득을 정당화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주장입니다. 우리는 공정이나 자유와 같은 정치적 슬로건을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공정이라는 말이 등장할 때, 이미 불공정한 우리 사회를 주시해야 합니다. 특히, 공정의 의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기계가 사람을 위해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로봇이 사람의 직장을 빼앗는 게 아니라, 로봇이 사람을 위해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동차의 자동주행 기술은 운전 노동시간을 단축하게 하고, AI의 저널리즘은 기자의 노동환경을 이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불공정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적으로만 소유하려고 합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능력주의 시장에서는 공동소유나 공공혜택이 낯설게 보입니다. 상위 10%가 세계 소득 50%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 7억명 가량이 기아와 빈곤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의 빈부가 공정한 경쟁이나 노력의 결과는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에 공정한 자본시장을 구태의연하게 주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기술 발전의 결과를 공동의 것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의 것을 어떻게 공동의 혜택으로 만들지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