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경주에서 크고 작은 축제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로 손꼽히는 제50회 신라문화제가 오는 6일부터 15일까지 경주일원에서 열린다. 또 같은 기간 ‘경주에 세계를 담다’를 주제로 한 황금정원 나들이도 황남동 고분군 일원에서 열려 많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을 전망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역사문화관광도시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빅데이터(KT)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1년간 경주를 찾은 외부 방문객은 4700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2% 증가했다. 특히 벚꽃 시즌인 4월과 휴가철, 그리고 가을인 10월, 11월에 방문객들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보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지만, 크게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숙박일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 결과다. 지난 1년간(2022년 9월~2023년 8월) 전체 방문객 중 경주에서 숙박을 한 사람의 비율은 15.5%(737만4271명)였다. 평균 숙박일수는 1.51일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대비 0.23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숙박 방문객 비율은 1.6% 떨어졌다. 숙박 방문객 중에서는 1박이 76.1%로 대다수였고, 2박 17.4%, 3박 이상은 6.5%에 그쳤다. 평균 체류시간은 282분(4.7시간)으로 평균 대비 81분(1.35시간) 길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들었다. 관광객 소비패턴 분석 결과 당일여행은 평균 6만4000원을 지출하고, 숙박여행은 22만40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관광산업에서 외부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빅데이터 분석결과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정작 밤이 되면 고요한 도시로 변하면서 경주 관광산업은 그야 말로 ‘속빈 강정’이 되고 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경주가 야간 관광 활성화를 통해 숙박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을 늘리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로 낮에 이뤄지는 관광활동을 야간으로 확장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해야 한다. 경주에는 예전부터 야간에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한결같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가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신라문화제 행사 중 먹거리 야시장인 ‘달빛난장’,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불금예찬 야시장’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행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숙박 관광객 유치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앙시장 야시장 또는 심야식당 운영 확대, 야간 박물관과 문화·예술공연 운영, 야간 관광프로그램 운영 등 숨겨진 야간소비 수요를 찾아내 야간 경제활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문화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주만의 야간 볼거리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동궁과월지, 월정교, 첨성대 등 일부 사적지에 국한된 야간 경관조명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경주시는 오는 연말까지 봉황대 앞 광장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야간 볼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황리단길과 대릉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도심으로 유입돼 중심상권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주 삼릉, 명활산성, 쪽샘지구 등지의 사적지에까지 조명시설을 확대해 야간에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탐방할 수 있도록 하면 야간 관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현재 야간경관조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동궁과월지, 월정교, 첨성대, 경주읍성 등지의 사적지를 연계한 야간 탐방프로그램도 하나의 방편일 될 것이다. 이제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획하고, 예산과 인력의 투자, 지역주민 참여 등을 이끌어내 지속가능한 야간관광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분명한 것은 야간에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 이벤트를 다양하게 마련한다면 체류형 관광의 물꼬를 틀수 있다. 지금이라도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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