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해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가는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오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희소식이다.
가자미마을은 지난 2022년 지역 청년단체인 ‘마카모디’가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위해 추진되는 행안부 사업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3년간 국비 6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시작됐다.
선정 당시 11:1의 경쟁률이던 행안부 사업에 지역의 청년모임이 선정된 것으로 지역에서도 상당한 이슈였었다. 이들은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그동안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감포를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가을부터다. 감포를 배경으로 한 ‘영상제작’ ‘상품촬영’ ‘워크숍’ 감포주민들과 함께하는 ‘기억을 담는 목욕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1925감포’라는 앵커공간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또 청년들이 지역 정책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는 팟캐스트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그만큼 마카모디라는 모임이 지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었고, 청년마을 사업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발판이 됐다. 이들이 만들어갈 감포는 ‘가자 미래로’라는 슬로건에 감포의 특산품인 ‘가자미’를 접목시킨 ‘가자미마을’이다. 이들은 가자미마을 이라는 이름에 4가지 의미를 담았다. 가자미의 끝 글자인 ‘미’에 맛 味, 멋 美, 미래 未, 그리고 나 자신을 뜻하는 ME가 그것이다. 풀이하자면 청년들이 감포의 맛과 멋, 미래와 나 자신을 찾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의미대로 이들은 가자미를 매개로 식당(맛)과 영화제작(미래의 꿈), 마을 여행(멋), 나 자신의 삶의 터전(ME)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년동안 총 67명의 청년들이 가자미마을을 체험했고, 이중 10여명이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지역에 정착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을 통해 1명의 참여자가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 가자미마을의 정착률은 타 지역 청년마을에 비해 많이 높다. 기자는 지난 3월부터 가자미마을을 통해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을 인터뷰해 연재했다. 기자가 만난 청년들 중 일부는 타 지역 청년마을을 체험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경주였다.
그들이 지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의 대부분은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여행자로서는 볼 수 없는 마을의 이야기, 주민들의 정이 그들이 느낀 매력이었던 것이다.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의 매력’ 이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것이 바로 가자미마을이 타 지역의 청년마을과는 차별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자미마을은 체험자들이 단순히 경주의 감포라는 바다마을을 체험만 하게 하는 것이 아닌, 감포라는 마을을 스스로 공부하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보조의 역할만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체험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이 이곳에서 정착할 이유와 미래를 찾는다. 때문에 가자미마을을 체험한 청년들이 경주와 감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열심히 활약한 덕분일까. 지난 4월에는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전국 청년마을 중 유일하게 가자미마을을 방문하기도 했고, 6월에는 경주시가 ‘2023년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경주시는 시비 10억원을 포함해 총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감포 전촌리 일대에 청년 공유주거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청년마을과 공유주거시설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는 초고령화 도시다. 그동안 정책 대부분이 노인 인구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청년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소모임으로 시작해 청년마을로 진화한 ‘가자미마을’처럼 제2, 제3의 청년마을이 생겨 활기가 넘치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