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실천을 통한 교육을 지향하는 어린이집이 있다. 바로 현곡면 가정리에 위치한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이 그곳이다.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생태중심을 교육 목표로 정하고 물티슈를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 교사들에게 가장 큰 곤욕일 수밖에 없지만 ‘방정환 어린이집’은 지속적인 교사 교육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어린이 교육인·어린이 인권운동가·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 선생의 교육 이념인 ‘스스로 자라고 서로 배우는 기쁜 우리’를 바탕으로 자연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교육을 실천 중인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을 찾아가 봤다.
환경에 대한 교육적인 인식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자녀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자연과 어울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이 있다. 불국사상가에 위치한 ‘신촌서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두누림 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이 바로 그곳이다. 외동읍 괘릉리의 작은 초등학교인 괘릉초는 전교생이 6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시내권과 달리 다양한 교육 환경이 열악해 학부모들이 직접 자녀들의 교육을 돕고자 모임을 결성한 것이 바로 ‘모두누림’의 시작이다. ‘모두누림’의 시작은 단순한 학부모들의 교육모임이었지만 지금은 경주에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교육협동조합으로 여러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맹목적인 입시 중심의 현재 교육에서 벗어나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모두누림’은 활동하고 있다. 놀이학교 운영, 학부모 교육, 미디어 교육 등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순환경제마켓인 ‘싹또’ 운영, 자연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텃밭 ‘모두 팜(farm)’ 가꾸기 등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쳐주는 환경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고 직접 보여주는 교육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이정현(40) 이사를 만나 환경과 자녀 교육을 생각하는 ‘모두누림’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대안적 교육 제시하는 ‘모두누림’ ‘모두누림 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은 올해 초 설립됐다. 이전에는 교육 여건이 부족해 자녀 교육에 관한 고민을 하던 괘릉초 학부모들이 중심이 된 교육 모임으로 학부모들이 마을 교사로서 학교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가르쳤었다. 지금은 괘릉초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시내의 학부모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19가정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누림’의 이정현 이사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괘릉초에 다니는 학생들은 시내에 비해서 교육 여건이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모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기 위해 모였던 것이 ‘모두누림’의 시작이었죠. 지금은 작은 학부모 교육 모임에서 몸집을 불린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아이들이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누림’은 교육협동조합이라는 목표에 맞게끔 제도권 교육에서는 보기 힘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독서 모임인 ‘민들레 읽기 모임’을 통해 대안적 교육, 통합교육 등 자녀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한다. 또한 아이들의 재미있고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놀이학교 운영, 현 시대에 아이들이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디어 교육, 건강한 삶을 위한 식생활 개선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환경교육은 ‘모두누림’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모두누림’만의 환경교육 ‘모두누림’은 직접 보고 겪어보는 교육 방식을 추구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 방식은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누림’의 환경교육은 단순히 책을 통해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한다. 이정현 이사는 ‘모두누림’에서 열리는 순환경제마켓 ‘싹또’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싹 팔고 또 사자’라는 뜻의 ‘싹또’는 자원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마켓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싹또’에는 나눔과 바자회, 체험, 먹거리 등 여러 부스들이 마련돼 있으며, 기본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 열린 ‘싹또’에서는 모두누림 조합원들에게서 돗자리와 에코백, 텀블러 등을 지원 받아 쓰레기 통 없는 마켓을 진행했다. 이정현 이사는 ‘싹또’를 통해 아이들에게 재미와 함께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등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도 ‘싹또’에 판매자로 참여를 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작아진 옷, 신발, 책 등을 가져와 판매했죠. 특히 올해에는 목공예 공방인 ‘오이디아’에서 나무로 된 화폐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판매자로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판매하고 받은 화폐로 간식을 사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죠. 간식을 담는 그릇은 일회용품이 아닌 조합원들이 지원해준 다회용 용기가 사용됐고, 행사가 끝나고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교육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모두누림’에서는 최근 텃밭을 운영해 아이들이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한 조합원의 도움으로 빈 공터를 공동체 텃밭으로 일궈 조합원 가정들이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이사는 이런 ‘모두누림’의 환경교육 활동들은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아이들에게 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앉아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직접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대신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모습을 부모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함께 실천하는 거죠. 또한 텃밭을 함께 가꾸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자녀에게 알려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한걸음씩 이정현 이사는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정말 힘듭니다. 자연을 위한 길이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는 불가능하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씩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거나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는 습관이 그것입니다. 평소에 이런 습관이 있다면 그 하나의 움직임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겁니다” 제로 웨이스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정현 이사는 경주에서도 제로 웨이스트가 확산되길 희망했다. “인근 울산만 하더라도 제로 웨이스트 관련된 교육과 모임들이 활성화 돼 있습니다. 경주는 아직까지 그런 기회가 잘 없어서 울산에서 교육을 받아 경주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은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과 현재의 우리를 위해서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이 꼭 필요합니다”
2021년 교육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기상청 등 6개 정부부처는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탄소중립 실천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관계부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탄소중립 중점학교와 시범학교’를 선정해 다양한 지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근화여자중학교가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선정돼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다. 근화여중의 조규하 교사는 2년째 탄소중립 시범학교 프로그램을 맡아 공모 신청부터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조규하 교사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좋아했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환경, 자연에 대한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자 ‘탄소중립 시범학교’ 공모에 신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의 지원도 한몫을 했는데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은 김정은 교장이 탄소중립 시범학교 공모에 전폭적인 지지를 하기도 했으며, 수업 중 학생들을 만나러 방문하기도 한다. 조규하 교사는 지금 진로활동 교육과 방과 후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연에 대해 가르치고 자연과 함께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근화여중 조규하 교사와 진로활동 반에서 자연을 배우고 있는 1학년 학생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연과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 등에 이야기를 들어봤다. ■환경보호의 첫걸음, ‘자연과 친해지기’ 조규하 교사는 진로활동반 학생들과 방과 후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과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아직은 어린 학생들에게 당장 종이컵, 물티슈 등 생활에 널리 쓰이는 편리한 일회용품들 사용을 하지 말라고 하기에는 쉽게 이해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활동에 앞서 자연을 알고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활동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방울토마토, 올해에는 상추가꾸기와 맥문동 등 학교 내에서 숲과 텃밭 가꾸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무엇인지, 자연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 등 자연에 대해 알고 친해져야 그들을 왜 보호해야하는지 이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5번째 수업이라 아직까지 알려줘야 할 것들이 많지만 지난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연보호 실천을 조금씩 알아가고 실행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수업이 당장 진로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숲 해설사, 국립공원 근무자 등 직업도 소개하는 동시에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 갈 수 있는 괜찮은 수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국립공원에서 숲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잘 준비돼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도 전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등 기관에서 다양한 환경에 관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근무자들이 직접 방문해 학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 자연생태계에 대해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실내 수업뿐만 아니라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 만지는 교육도 함께 진행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자연보호도 자연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죠. 요즘 학생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정보를 취득하기에 왜 보호해야하는 지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 조규하 교사는 이러한 활동들이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과거 흙과 가까이 지냈던 세대와는 달리 포장된 길과 건물로 빼곡히 둘러싸인 곳에서 학생들이 자라나고, 많은 학업으로 인해 자연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생들이 텃밭에서 키운 방울토마토는 물론, 오늘 직접 학생들이 수확한 상추를 집으로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채소 수확에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끼는 거죠” 조규하 교사의 말대로 학생들은 상당한 흥미를 느끼는 동시에 교육적인 목표도 조금씩 이루고 있다. 텃밭 현장 수업에서 만난 1학년 4반의 신가연·김리현 학생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 안내장을 보고 수업에 신청했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을 거라고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식물에 이름표를 붙이고 식물을 키우는 활동과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직접 설명해 주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과는 다르게 나름 재미가 있었고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1학년 3반에 재학 중인 서빈 학생은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동시에 친구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어 즐겁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된 수업이었어요. 무엇보다 자연과 숲에 대해 배워가는 수업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어요” 특히 학생들은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기후행동 1.5℃’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탄소중립 실현 과제들을 스스로 확인하며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조규하 교사는 수업 때 마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 실천 방법들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실천에 따른 포인트를 확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가장 쉽고 재밌게 접근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행동’ 앱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앱은 학생들이 잘 다루고 흥미도 가지고 있기에 예전처럼 앞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방식과는 받아들이는 태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저희 학교에서는 이 앱을 기준으로 탄소중립 실천을 많이 한 학생들에게 상을 주기도 합니다” ■학교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교내 행사 근화여중은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선정되며 다양한 환경보호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선정되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공개수업에서는 탄소중립 시범학교에 대한 강의와 함께 학부모들과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화분 만들기를 진행하며 자연의 중요함을 알렸다. 올해에는 1월과 3월,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 중 하나인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했으며, 지난달 22일에는 ‘지구의 날’ 캠페인을 펼쳤다. ‘지구를 보호하는 무공해 세제 나눔 행사’로 진행된 세제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서는 학교 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 400여명에게 생분해도 99%의 세제를 나눠줬다. 또한 최근 진행한 ‘지구의 날’ 캠페인에서는 △고통 받고 있는 지구 묘사 포스터 제작 △스티로폼이 아닌 종이박스로 홍보용 보드 제작 등 친환경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규하 교사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자연에 대해 알리고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씩 자주 알리다 보면 이들이 자라나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인으로 활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주에서도 탄소중립과 관련해 관심을 가지는 학교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실천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죠. 우리 어른 세대들은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해 알려주고 자연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확하고 쉽게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덕여자중·고에서 경주중·고를 지나 화랑초에 이르는 황오동 일대. 최근 경주시 간판사업과 관광객들의 증가로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황룡사지와 분황사 등 꽉 막힌 도시 풍경과는 다른 고즈넉한 느낌의 주변 경관으로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경주중·고에서 화랑초 사이에 4년 전부터 자리 잡은 ‘분이상점’은 지난해부터 인근 카페들로부터 우유팩 수거를 하는 등 환경을 위한 움직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분이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말분(51) 씨는 경주에서 환경을 위한 실천, ‘제로 웨이스트’가 활성화되길 희망했다. 더욱이 지자체별로 탄소중립, 제로 웨이스트의 활성화 등 환경보호 지원책을 강화하는 시점에 경주시도 조금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대도시와는 달리 중·소도시인 경주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아 전반적으로 인식 변화를 위한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미 삼아 바느질 공방에서 시작돼 지금은 공방겸 제로 웨이스트 숍인 ‘분이상점’의 이말분 대표에게서 환경을 위한 작은 움직임, 실천을 위한 방법들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분이상점’은? ‘분이상점’은 4년 전 이말분 대표가 취미인 바느질로 시작한 공방이다. 지금은 본지 제1449호에도 소개 됐던 ‘이가즐공’의 목공예품들과 제로 웨이스트 물품, 그리고 이 대표가 제작한 옷 등이 자리하고 있다. “바느질이 취미다 보니 작은 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분이상점’이에요. 처음에는 영어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과 함께 운영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영어수업이 힘들어져 지금은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분이상점’에는 직접 만든 옷도 팔고 있고 ‘숍 인 숍’으로 ‘이가즐공’의 목공예품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판매를 시작한 제로 웨이스트 물품들이 있습니다. 각종 세제를 판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하고 싶기는 했지만 공간 등의 제약으로 준비돼 있지 않습니다” 소소하게 바느질로 공방을 꾸렸던 이말분 대표의 ‘분이상점’은 이제 관광객들도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황오동 일대가 황룡사지, 분황사 등 아름다운 문화재도 있고 최근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제법 생겨났죠. 이곳은 복잡한 시내와 관광지를 오갈 수 있는 중간지점으로 교통이 편리해 젊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SNS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지역에서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찾기 위해 오는 분들은 아직 많지는 않죠” ■이 대표의 ‘제로 웨이스트’ 이말분 대표는 가정에서 살림을 하면서 우유팩,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중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조금 더 나아가 환경을 위한 일들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카페가 많이 생겨난 황오동에서 우유팩 수거가 그 첫 번째였다. “황오동 일대에 최근 카페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우유팩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손님이 많은 카페는 하루에 소비하는 우유팩만해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주변 카페에서 우유팩을 수거하기 시작했는데 우유팩을 씻고, 뜯어서 말리는 작업이 은근 손이 많이 가기에 몇몇 군데를 빼고는 큰 호응이 없었습니다. 너무 바쁜 와중에 우유팩에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결국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세척 후 말리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모아서 밖에 놔두게 되고 누군가 그 우유팩을 수거하게 됩니다. 다만 수거된 우유팩이 제대로 재활용 되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말분 대표는 손이 많이 가는 우유팩 분리수거에 1년 가까이 동참해 주고 기꺼워 해주는 카페 사장님들 덕분에 힘을 내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도 우유팩을 모아주는 카페에 우유팩을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고 받은 종량제봉투를 나눠주기도 한다. 그는 다만 이런 순환 구조가 명확하게 홍보나 설명이 잘 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읍·면·동에 우유팩을 모아서 드리면 종량제봉투를 준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유팩은 대부분 가정에서 씻고 말려 배출해도 종이와 별도로 수거가 돼야 재활용이 가능한데 그렇지 못해 폐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유팩뿐만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재질의 용기에 대해 자세한 분리배출 설명과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죠. 또한 경주는 카페가 정말 많습니다. 시에서 정책적으로 우유팩 분리수거 배출을 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등 지원책이 있다면 폐기되는 우유팩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말분 대표는 또한 경주에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격려하는 커뮤니티의 부재도 아쉬워했다. 이 대표 또한 SNS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대도시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정보와 실천 방법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잘 돼 있고 모임 등도 많이 있죠. 반면 경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환경을 위한 움직임을 실천하려 해도 쓰레기 줍기 등 단순한 활동에 그치는 수준인거죠.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습관하나가 ‘제로 웨이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분이상점’은 ‘지구별약수터’이기도 하다. ‘지구별약수터’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환경 캠페인으로 플라스틱 ‘생수병’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이 ‘지구별약수터’에 가입한 가게나 기관에 개인이 용기를 가져가면 무료로 생수를 담아줘 플라스틱 ‘생수병’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전과 마산 등 전국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하는 단체와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 이말분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지구별약수터에 가입했지만 경주에는 아직 거의 없다고도 설명했다. “지나가던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개인 용기가 있다면 무료로 물을 담아주는 곳이 지구별약수터입니다. 아마 경주에서는 ‘분이상점’만이 가입한 걸로 알고 있는데 크게 부담스러운 활동은 아니니 많은 가맹점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 널리 알려지길 이 대표는 결손가정 등에 빵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은비둘기’에서 활동을 하며 회원들에게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서도 한 번씩 설명하기도 한다고. “회원들 중에 친한 분들은 직접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지는 않지만 모임이 있을 때 은근 슬쩍 제 눈치를 보기도 합니다. 당장에는 이런 분들이 생활 전반에서 일회용품의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쉽진 않겠지만 저라는 존재로 조금이나마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인거죠” 이말분 대표는 식당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포장할 때면 좋아하는 곳이 많이 늘었다고도 얘기하며, 지구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가 경주에서 활성화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배달 음식은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돼서 나오게 됩니다. 약간의 번거러움을 감수한다면 직접 방문해서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을 수 도 있죠. 생각보다 다회용 용기를 들고 가면 반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로 웨이스트에 학생들부터 젊은 분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 같아요. 경주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 윗 세대에서 조금 별나다는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경주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학생들 교육을 통하는 등 지역 전반적인 분위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생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 업종은 카페,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로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지난 1일부터 규제가 시작됐다. 이러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 전반에 걸친 움직임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경주와 인접한 울산의 경우 다회용 공유컵 사용문화확산을 위한 ‘다회용 공유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다회용 공유컵 사용 참여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시에 공유컵인 ‘도돌이컵’을 주문하면서 보증금 3000원을 지불하고 사용 후 참여 카페 어디든 반납하면 현금이나 계좌로 3000원을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또한 공유컵인 ‘도돌이컵’에 새겨진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인식하면 주변 참여 카페 위치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반납된 공유컵은 카페에서 깨끗이 세척해 다시 손님에게 제공된다. 울산시는 지난 2월부터 참여자를 모집하고 사업설명회를 거쳐 총 33곳의 카페를 선정하고 다회용 공유컵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주에는 아직 이런 정책이 없지만 울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회용컵 프로젝트와 유사한 방식을 홀로 진행하고 있는 ‘카페’가 있다. 지난 호(제1533호)에 소개됐던 ‘느림보 상점·숲을’의 1층에 위치한 ‘오늘은 책방’이 그곳이다. ‘오늘은 책방’은 서점인 동시에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준화(33)·원지윤(31) 씨 부부는 책을 매개로 한 사람 간의 어울림을 목표로 서점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준화 씨는 사람 사이의 어울림이 가능하듯 자연과의 어울림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카페를 방문한 손님이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일회용 컵이 아닌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등 자연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한 사람들의 공간, ‘오늘은 책방’ 이준화·원지윤 씨 부부가 운영하는 ‘오늘은 책방’은 아늑하면서 사람들이 모여 책에 대해 얘기하고 소통하는 ‘동네서점’을 표방하고 있다. 보통 서점이라고 하면 손님들이 책을 읽어보고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곳은 거기에 더해 책을 매개체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인 2021년 여름 황오동에서 이곳 동천동으로 자리를 옮긴 ‘책방’은 이준화 씨의 손길이 구석구석 묻어있다. ‘책방’을 열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 시 전기나 수도 같은 전문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그의 손을 거쳤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책을 볼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길 원했던 준화 씨는 윌체어와 유아차의 드나듦이 자유롭게 하기 위해 문턱을 없애고 계단이 아닌 오르막길을 선택했다. 또한 성인부터 유아까지 앉을 수 있게 높이가 각각 다른 책상들을 배치하기도 했으며, 책장 높은 곳에 꽂힌 책은 아래쪽에서도 볼 수 있게끔 전시돼 있다. “오늘은 책방은 남녀노소가 모두 쉽게 찾을 수 있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빌릴 수도, 구입할 수도 있죠. 나이를 떠나 누구나 책을 매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어울림에서 자연과 어울림으로 이준화 씨는 자연환경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과 결이 약간 다르다고 말했다. 이곳 ‘오늘은 책방’을 사람 간의 어울림을 목적으로 운영하던 중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만큼 사람과 자연이 어울릴 수 있겠다는 판단에 환경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는 지금의 ‘책방’을 리모델링하며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 시키고 재사용 가능한 것들을 손봐서 활용했다. “제 경우에는 제로 웨이스트와 약간은 다른 감이 있습니다. ‘오늘은 책방’이 사람 간의 어울림, 자연과의 어울림을 목적으로 하기에 그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게 된 것이죠. ‘책방’을 리모델링할 때 폐기물을 재사용한 것도 비용 절감의 측면과 환경을 위한 측면 모두 좋았기에 가능했던 거죠” 이준화 씨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부담스러운 수식어보다 편하게 자연을 생각한 활동이라고도 표현했다. ‘오늘은 책방’에서는 기본적으로 테이크아웃을 지양했었다. 음료를 파는 목적이 공간에서의 어울림을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요청이 많아지며 테이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단, 일회용 컵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가져온 다회용 컵에 담아주거나 컵이 없는 손님에게는 기증받은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것. 다회용 컵은 기증을 받았기에 보증금도 없다. 이런 ‘책방’의 다회용 컵 사용이 어느 정도 알려지면서 다회용 컵을 빌려갔던 손님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것들을 기증하기도 한다고 이준희 씨는 전했다. “처음에는 일회용 컵을 사용한 테이크아웃이 안 된다는 점에 일부 손님들이 황당함을 표하기도 했었죠. 이제는 익숙한 분위기입니다. 다회용 컵이 다 소진되면 SNS에 기부를 받는다고 알립니다. 그럴 때면 경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다회용 컵을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이준화 씨는 이런 다회용 컵 사용 외에도 소소하게 자연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서점의 특성상 책을 구입할 때 택배상자에 있는 충격 방지를 위한 에어캡을 모은다. “에어캡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웠죠. 깨끗한 책을 포장을 했기에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인근에 위치한 동천우체국에 모아서 드리니 흔쾌히 받아 주셨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에어캡을 모아서 가져다 드리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준화 씨는 손님이 물건을 담을 것이 필요할 경우 기증 받은 종이백을 제공하기도 한다. “‘오늘은 책방’을 운영하며 실천하는 자연을 위한 행동들이 제로 웨이스트라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합니다. 다만 사람이 사람과 어울릴 수 있듯이 자연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자연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회용 컵 사용, 종이백 재사용 등 ‘책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실천해 보고자 합니다”
환경오염으로 매년 이상기후가 심각해져가고 있다. 1990년 후반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적으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시작됐다. 제로 웨이스트는 단어 그대로 ‘쓰레기가 없는 삶’을 표방하고 있으며,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생활습관들, 생활필수품 제작 등을 서로 공유하고 연구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이런 제로 웨이스트를 생활화하는 정보의 공유, 모임, 제로 웨이스트 샵 등 비교적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접근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반면, 경주와 같은 중소도시에서는 제로 웨이스트를 배우고 실천하고 싶어도 인터넷과 SNS를 제외하면 알아가기가 쉽지만은 않다. 본지에서는 경주지역에서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방식의 변화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6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동천동 황성초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숲을’은 경주에서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 샵이다. ‘숲을’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필요한 물품과 세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세재의 경우는 고객들이 용기를 가지고 오면 담아주는 ‘리필 스테이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플라스틱, 비닐과 같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용기들은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숲을’의 권은선 팀장은 현대사회에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기는 하지만 나부터의 생활습관 변화로 조금이라도 환경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전한다. ■경주 유일의 제로 웨이스트 샵 ‘숲을’ 경주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 샵인 ‘숲을’은 빵집인 ‘느림보 상점’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느림보 상점은 산내면에서 젊은 부부 김병기·전지혜 씨가 운영하던 빵집으로 본보(제1417호)에 소개됐었다. ‘숲을’은 원래 이림 씨가 2019년경부터 운영해오던 제로 웨이스트 샵이었지만 사정상 올해 1월부터 산내에서 동천동으로 터전을 옮긴 ‘느림보 상점’과 합쳐졌으며, 김병기·전지혜 씨 부부와 권은선 팀장이 꾸려가고 있다. ‘숲을’은 입구부터 제로 웨이스트 샵임을 마음껏 알리고 있었다. 2층에 위치해 있어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옷되살림 모음함과 우유갑 통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간단히 적은 작은 칠판들이 계단 곳곳에 눈에 띈다. 상점에 들어서면 한 쪽에는 느림보 상점에서 갓 구워낸 빵들이 자리해 있고, 중앙과 다른 한 쪽에는 제로 웨이스트 물품들이 진열돼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칫솔,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져 있는 고체치약, 수세미와 각종 청소 솔, 스테인리스 빨대 등 다양한 생필품들이 보였다. 권은선 팀장은 “경주에 생각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계신다”면서 “젊은 대학생, 중·고등학생들 단골 손님들도 제법 많다”고 얘기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 권은선 팀장은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아기를 키우는 권 팀장 입장에서도 일회용 기저귀와 물티슈, 장난감 등은 비교할 수 없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완벽하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작은 움직임들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대사회에서 일회용품, 플라스틱, 비닐 등은 삶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란 불가능한 현실이죠. 그래서 하나씩 생활 습관들을 바꾸고 생필품에 변화를 주는 ‘스몰 액션’, ‘로우 웨이스트’를 주변이나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실천하기 힘든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로 조금씩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 또한 환경문제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팀장은 제로 웨이스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어렵게, 멀게 느낄 수 있지만 그리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도 전했다. “귀찮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면 가능합니다. 생활필수품 중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을 쓰지 않는다거나 비닐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우유팩을 수거하는 등 비교적 쉬운 부분부터 실천을 하는 것이죠” 권은선 팀장은 이렇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보다 주변의 친구나 가족과 함께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편하던 삶에 약간의 불편함이 더해지는 변화가 필요하기에 그 의지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혼자보다는 같이’가 좋다는 것. “이곳을 찾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가족과 함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혼자 실천하는 것보다 같이 실천하는 것이 서로 의지도 되기 때문이겠죠?” ■경주에도 제로 웨이스트가 널리 알려졌으면 경주에서도 조금씩이지만 제로 웨이스트가 알려지고 있다. 물론 환경보호를 목표로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제로 웨이스트 실천과 같이 체계적으로 생활을 바꾸는 움직임은 크게 없었다. 최근 경주문화재단에서는 ‘2022 경주벚꽃축제’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를 알리기도 했다. 벚꽃축제 부대행사로 ‘벚꽃같이보깅’을 실시한 것. ‘벚꽃같이보깅’은 벚꽃을 보면서 환경보호도 실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사전 신청자에게는 플로깅&제로 웨이스트 실천 키트를 나눠줬다. 이 행사를 ‘느림보 상점·숲을’에서 문화재단과 같이 준비하게 됐으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번 벚꽃축제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전 신청을 하며 관심을 보였고, 환경문제는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라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 경주도 수도권의 도시들처럼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샵이 생겨 환경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