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복구에 전념할 때…
경주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제안이 나왔다. 최영기 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제271회 경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경주시의 외국인 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최 의원은 “경주시 등록 외국인 수의 증가로 외국인 1만명 시대가 도래했고, 거주하는 재외동포 ‘고려인’과 미등록 외국인의 숫자를 포함하면 2만명에서 3만명 정도 추산된다”며 “외국인과 관련된 범죄·환경오염 등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책지원과 관리를 중점적으로 주관하는 행정기관은 없고, 내·외국인 간 협력과 소통으로 사회적인 이질감을 없애려는 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성건동 상권 이용이 대학생에서 외국인 중심으로 대체되면서 이들이 성건동 상가 활성화의 주역임을 인식하고 외국인 지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경주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어린이집 보육료 및 유치원 교육비 지원 △공동 육아 돌봄 나눔터 등의 커뮤니티 공간 제공 △외국인 지원업무팀 등 경주시 외국인지원센터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조직 신설 △주거환경 및 보행환경 개선, 외국인 운영 식당 간판 정비, 거리 경관 조명 설치 등을 통한 ‘외국인 특화거리’ 조성 △한국어 심화교육 과정, 문화 이해교육 등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및 개발 △재외동포를 위한 특수시책 발굴을 외국인을 위한 정책과 병행해 실시 등 6개 정책을 제안했다. 끝으로 최영기 의원은 “현재 계절 근로자 요청, 임금체불, 비자 연장, 건강보험 및 의료기관 이용 등의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민간 외국인도움센터와 경주시가 긴밀히 협조해 우리 실정에 맞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제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주시가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단 유치를 위한 타당성 연구 용역에 나선다. 지난 21일 경주시에 따르면 사업비 2억5000만원을 확보하고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을 착수해 내년 3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과거 대형원전으로 대표되던 글로벌 원전 시장이 현재는 다양한 수요처에 공급가능하고 제작비용이 저렴한 소형모듈원전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글로벌 원전시장의 새로운 먹거리인 SMR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SMR은 세계 20여 국가에서 71종이 개발 중에 있으며,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SMR 시장규모가 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최근 원전수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차세대 SMR 독자노형 개발 등 미래 원전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사업에 투자해 원전 최강국의 지위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주시는 입찰공고를 통해 타당성 연구 용역 업체를 선정해 다음 달 초 착수보고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에는 △국가산단 지정 필요성 △지역여건분석 △국가산단 주요 유치업종 설정 △입주업체 수요조사 △국가산단 기본구상 및 부문별 개발계획 수립 △사업타당성 분석 및 재원조달 계획 수립 △국가산업단지의 효율적 관리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주시는 다음 달 말까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신규 국가산업단지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주낙영 시장은 “세계적으로 소형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모든 것이 집약된 경주가 SMR 국가산단의 최적지”라며 “SMR국가산단 유치를 통해 경주를 글로벌 원전시장의 새로운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의 세계적 거점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의한 경주지역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제15호 태풍 ‘난마돌’이 지난 19일 예상보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간 반면, 앞서 6일 경주를 강타한 힌남노의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마감한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된 공공시설 피해 금액은 1147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태풍이 빠져난 뒤 본격적인 집계를 시작한 지난 8일 298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또 복구비용으로는 모두 287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됐다. 사유시설 피해금액은 20일 현재 41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NDMS 집계 마감인 23일까지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태풍 힌남노로 공공시설 피해는 모두 796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하천·소하천 265건, 624억원으로 피해액이 가장 컸고, △도로·교량 68건, 127억원 △수리시설 64건, 109억원 △기타시설 25건, 108억원 △소규모시설 297건 98억원 △산사태 47건, 34억원 △문화재시설 14건, 16억원 △상·하수도 9건 4억원 △해양시설 7건 3억원 등이다. 사유시설 피해는 지난 20일 현재 주택 11동이 전파되고, 9동이 반파, 798동이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상가와 공장이 각각 276건, 69건 침수됐다. 농작물 피해는 1150ha가 침수되거나 유실 또는 매몰됐으며, 가축폐사 94두, 양봉피해 874군, 어선 1척, 양식장 2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민과 일시 대피자는 150세대 388명으로, 현재까지도 내남면, 황남동 등 9개 읍면동 39세대 67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피해 복구를 위해 지난 20일 현재 누적 공무원 5295명, 군인 3256명, 자원봉사자 3902명 등 1만2453명의 인력과 굴삭기, 덤프, 양수기, 산불진화차, 살수차 등 장비를 현장에 투입했다. 또 피해 복구를 위한 재정으로 특별교부세 16억원, 행정안전부 구호기금 1억원, 경북도 구호기금 3억원 등을 확보했으며, 특별교부세 37억원을 추가 요청한 상태다. 특히 경주시는 수재민들의 주거안정을 지원을 위해 예비비 14억원을 시비로 전액 편성하고 침수주택에 대해 가구당 200만원을 선지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재민들의 주거 안정과 구호물품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집중해 피해지역 주민들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현장지원반을 운영할 방침이다.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가운데 주낙영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알천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6일 발생한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대한 피해 및 복구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주 시장은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시민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재민 지원과 구호에 가용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저한 피해조사 및 신속한 시설물 복구와 함께 항구적인 풍수해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매우 안타깝게도 불국동에서 인명 피해 1명이 발생했다”며 “희생자와 유가족께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자원봉사자와 군 장병, 공무원 등 피해복구를 위해 큰 힘을 보태주신 분들께도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딛고 더 안전한 경주시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보 등 문화재 피해도 속출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국보를 비롯한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태풍으로 훼손된 경주지역 문화재는 △국보 1건 △보물 3건 △국가민속문화재 1건 △사적 13건 등 총 18건이다. 현재 경주시와 문화재청은 관람객과 주민 안전을 위해 통행을 제한하는 한편, 응급복구 및 추가 훼손방지를 위해 긴급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물 침수 및 유실, 진입로붕괴, 석축훼손, 사면붕괴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완전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보인 석굴암은 경내 진입로가 크게 훼손됐고, 계단 및 배수로 일부가 유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보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은 계곡범람으로 불상 주변이 토사로 뒤덮이는 피해를 입었고, 보물인 기림사 대적광전은 석축 일부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의 경우 양졸정의 우측 담장이 파손되고 가옥과 주변 일부가 침수됐다. 특히 동궁과 월지와 불국사 등 사적 역시 큰 피해를 입었으며, 월성(月城)은 남쪽 성벽 경사면 일부가 15m 가량 붕괴됐고, 추가붕괴 위험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불국사는 극락전의 기와들이 떨어져 나가고 주변 나무들이 쓰러지는 피해를 입었고, 춘양교지는 목재 계단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가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지원하기 위한 ‘의연금(품)’ 접수에 나선다.이번 접수는 태풍 피해로 실의에 잠긴 이재민을 돕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의연금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표계좌(국민 054990-72-003752, 농협 106-90664-003747) 이체와 ARS 기부를 통해 참여..
‘2022 국제 문화재 산업전’이 15일부터 17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문화재청, 경상북도, 경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경주화백컨벤션뷰로가 주관해 열린다. 국내 유일의 문화재 전문전시회 개최로 경주시는 해당분야의 산업적 가치 창출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
경주시보건소가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지역에 긴급 방역 대응체계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특별 방역 소독반을 편성해 태풍피해 침수지역을 대상으로 집중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침수 지역은 수인성 및 감염병 매개체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 사전 억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다른 조치다. ..
경주시가 태풍 힌남노로 주택침수 피해를 입은 가구에 지원금 1차 지급에 들어갔다. 경주시에 따르면 12일 기준 태풍으로 인해 주택피해가 등 약 675가구(전파 5, 반파 6, 침수 664)로 파악됐다. 이중 전파는 산내면 2호, 강동·천북·외동 각 1호로 집계됐다. 반파는 외동·산내 각 2호, 서면·보덕 각 1호이며, 침수는 내..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주낙영 시장은 13일 “태풍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완전한 일상 회복을 위해 가용 행정력을 총 동원하겠다”고 밝혔다.주 시장은 이날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태풍 힌남노 피해복구 점검 대책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주 시장은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
경주시의회가 경주시의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해 오는 23일 예정됐던 행정사무감사를 취소키로 했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9일 의장실에서 긴급 의장단 간담회를 열고 ‘2022년도 행정사무감사 취소의 건’을 제271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이번 정례회는 9월 16일부터 10월 7일까지다. 정례..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저녁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경주시와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윤 대통령이 포항·경주 현장 방문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에 복귀한 직후 두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고 밝혔다.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하루 만에 이뤄..
오래된 꿈 한 인간 안에서 평생을 함께 살아온 꿈. 주름진 황혼에도 안광(眼光)을 잃지 않은 동공, 부드럽게 스며든 미소, 그리고 완벽한 안정감을 이루고 있는 황금빛의 광배(光背)는 꿈의 가치와 힘을 보여준다. 이는 내가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며 꿈을 간직한 모두가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실의 계절 추석을 앞두고 강한 비를 몰고 온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경주지역에서는 인명과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53분경 진현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집안 내부로 토사와 빗물이 들어와 넘어진 가구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또 이날 오전 6시 3분경 내남면 이조천 범람으로 이조1·2리 주민 583명이 긴급 대피했고, 6시 7분경에는 건천읍 송선 저수지 범람 위기로 하류 건천천 인근 주민 900세대 1800여 명이 대피했다. 하동저수지와 왕산 저수지도 붕괴 위험에 이르렀고, 인왕동 양지마을 남천이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긴급대피하기도 했다. 경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도로침수 29건, 도로사면 유실 25건, 하천 호안붕괴 35건, 도로붕괴 14건, 임시가교인 신당천 물천교 붕괴 등의 공공시설 피해가 접수됐다. 또 사유시설로는 지역 곳곳에서 350세대의 주택침수, 800㏊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수확기를 맞은 배, 사과, 단감 등 과수 낙과와 농경지 침수 및 강풍으로 작물이 쓰러지는 도복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중·소규모 제조업과 농업 시설이 모여 있는 천북면 안현로 일대는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공장과 농경지 등이 침수됐다. 침수피해를 입은 공장은 원자재와 생산 설비 등이 물에 잠겨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적재해 놓은 원자재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경주시는 현재까지 총 추정 피해액을 130여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피해 규모 집계는 앞으로도 수 일이 더 걸리기 때문에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태풍으로 노천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지역에서는 문화재 피해도 비껴갈 수 없었다. 동천동 굴불사터에 있는 석조사면불상이 많은 비로 흘러내린 주변 토사에 뒤덮였으며, 경주양동마을 담장 일부도 붕괴 또는 침수됐다. 서악동 고분군의 한 고분 봉분이 유실되거나 월성 남쪽 구간 일부가 붕괴되는 등 지역 내 유적 33곳이 태풍에 피해를 봤다. 역대급 세력으로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태풍 ‘힌남노’는 지난 6일 오전 동해상으로 나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오전 4시 50분경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상륙한 태풍은 오전 7시 10분경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강한 비와 바람으로 역대급 규모를 유지한 채 올라오던 태풍은 제주도를 지나면서도 세력을 잃지 않고 올라온 이례적인 태풍이었다. 당초 예상보다 바람의 강도는 약했지만 경주와 포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태풍에 경주지역 강수량은 평균 251.1mm를 기록했다. 형산강 홍수경보가 내려진 강동면에서는 389mm로 지역 내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이 지나간 상황에서 이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를 입은 지역민의 아픔을 달래고, 피해를 복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당한 자연재해로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 2차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예고 없는 산사태, 농작물 침수로 인한 병충해 등 모든 2차 피해 가능성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태풍으로 겪은 피해 사례를 분석해 충분한 보완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금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당장 올해 가을 다음 태풍이 발생할 수 있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이례적인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정부와 지자체는 비상근무체제를 갖춰 신속한 복구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꼼꼼하게 피해를 조사해 예비비 등 피해 복구 예산을 확보하고, 재해 구호기금 등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피해규모를 서둘러 파악해 조기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추석을 앞두고 서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지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길 바란다.
추석이 다가온다.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는 필자는 추석 연휴 동안 경주에 가지 못하고 9월 말 정도에 갈 예정이다. 고향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일과 결부되곤 한다. 우리 회사 비즈니스가 블록체인과 관련 있다보니 업무상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 Non-Fungible Token), 메인넷(Main net), 메타버스(Metaverse)와 같은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요즘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TIP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핵심요소를 TIP이라 하는데 Technology, Information, People의 영단어를 따서 만든 것이다. TIP이라는 단어를 통해 CPS(Cyber Physical System),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연계되고, 이 3단어를 경주로 연결시켜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 CPS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이 상호연동될 때 전체적인 운영체계의 이질성과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의 규모, 각종 복잡한 운영 시스템의 차이 등으로 인한 결함을 처리하고 서로 다른 시스템들을 자연스럽게 소통시키는 자율제어 시스템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 공간, 환경, 공정, 절차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해 디지털 데이터 모델로 표현하여 똑같이 복제하고 실시간으로 서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상에 가상의 세계와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구현되는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이들 단어들은 온라인 혹은 사이버 경주의 발전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경주가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와 관련해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경주의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①경주시, ‘메타버스 H!GH HERITAGE 어깨동무 캠프’ 개최, ②아리모아-발카리, 경주시 메타버스화 공동 프로젝트 협약 ③경주시, 청소년 진로교육 ‘메타버스’에서 구현하는 미래비전 체험, ④경주시, 메타버스 전문인력 20명 양성한다 등이 나온다. NFT, 메인넷, CPS, 디지털 트윈이란 단어로는 검색되는 것이 없다. 최근 경북 의성군의 메타버스 운영사례는 향후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할 매력적인 사업으로 보인다. ‘오너마켓 메타버스 경북 의성’은 ‘메타버스랜드’ 주체로 실제 의성 땅을 9만5290개 조각으로 NFT화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가상토지는 메타버스에서 사용가능하며, 구매시 실제 의성 토지(개발시) 권리 인정 및 메타버스 상의 가상 토지를 지급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경주의 산천과, 문화재, 각종 시설물이 온라인과 합체되어 그 속에서 놀 수 있음은 물론 부가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다면 고향을 후원하는 시스템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인문학적 유산과 과학이 결합하여 재미는 물론 경제적 효용까지 창출할 수 있는 곳이 경주라고 본다. 디지털 트윈 세계에서 경주의 토지를 분양받아 경주와 인연을 맺어가고, 비록 온라인 세상일망정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방문한다면 고향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천마도의 말이 날아 다니고 경주의 산천과 문화재가 펼쳐지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싸이월드가 1사 1촌/1사 1산을 기치로 조성한 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싸이타운’처럼 메타버스 속에서 경주의 문화재와 1인 1문화재의 인연을 맺는다면 문화재를 더 사랑하고 알릴 수 있지도 않을까? 고향 가는 일이 줄어들다 보니 남산이나 각종 유적지는 물론 경주국립박물관 가기도 어려운데 메타버스에서 이들을 조명한다면 경주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세계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경주의 하늘, 땅, 사람, 문화를 NFT해 구매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각자와 인연 맺은 문화재 관리에 기부하도록 하면 사이버 세상의 힘으로 현실을 보완하는 기능도 할 것이다. 경주가 디지털 트윈의 선도지역이 되고 메타버스와 NFT마켓에서 경주 관련 다양한 비지니스가 이루어지는 꿈 같은 미래를 2022년 추석을 앞두고 기원해본다.
컴퓨터 보급이 보편화 되면서 집집마다 책상용 혹은/그리고 노트북 한두 대씩은 다 가지게 된지 오래다. 초·중·고 및 대학과 대학원 등 학급(學級)의 차이는 있어도 연구 과제나 보고서 혹은 논문을 작성하는데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도 해당된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컴퓨터 사용은 필수적이다. 근래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작업을 위해 컴퓨터의 4촌으로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가지고 문서나 논문 작성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컴퓨터가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궁금한 것이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소위 ‘네선생’(네이버) 혹은 ‘구/유선생’(구글/유튜브)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니가 맞느니 내가 맞느니 서로 우길 필요도 없고 점심이나 돈 내기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컴퓨터가 많은 의문을 해소해 주는 것은 맞지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각급 학교에서 숙제와 연구과제 혹은 석·박사 논문을 유령작가(ghost writer)처럼 써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좋다고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내용을 아무 생각없이 이것저것 복사와 짜깁기를 해서 연구과제나 논문을 작성했다면 초·중·고 및 대학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학위 과정에서는 큰코다친다.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근래 이곳저곳에서 학위 논문을 표절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서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컴퓨터는 논문을 작성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표절을 찾아내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근래는 학위 논문이나 학술 논문을 제출할 때 유사도(類似度) 검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어있다. 표절이 의심되면 그 진위를 밝히기 위해 카피 킬러(copy killer)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필자가 유학을 가기 전에 석사학위 영문 초록을 작성하면서 컴퓨터의 편리함에 대한 맛을 보았다. 환상적이었다. 유학을 가서 컴퓨터 관련 과목을 수강하고 이를 사용해서 보고서를 작성·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고고학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해서 기초통계를 이용, 분석과 해석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 번은 토기를 분석한답시고 관련 자료를 개인용이 아닌 범용(汎用, main frame) 컴퓨터에 입력하고 기초통계량을 정리하고 그래프도 그려보았다. 고고학은 자연과학 분야와는 달리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계산에는 0.2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컴퓨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출력물이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문제는 이 결과물에 대한 고고·인류학적 해석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내가 얻고자 하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없었다. 보고서 제출 마감 시간은 다가오고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 많은 출력물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왜’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이를 정리했는데 결국 ‘종이와 연필’ 그리고 나의 아이디어에 의해 해답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컴퓨터가 유용한 것은 맞지만 내가 당면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백행이 불여일각’(百行而 不如一覺)이라! 즉, ‘백번 행하는 것 보다 한 번 깨닫는 것이 낫다’는 말을 실감하였다. 그 이후 나의 사고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내 손에 한 번 들어 온 물건은 애지중지 여겨 물건에 따라 최소 10년 최대 30년 이상 쓴다. 자동차, 가방, 지갑, 옷, 구두 등을 마르고 닳도록 쓴다. 목이 늘어난 양말을 신고 테니스를 치는 것을 보고 클럽의 회원들이 놀리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폴더 폰을 쓰다보니 카톡이 안된다고 주위에서 불평이 많았다. 소통이 안 된다고.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아직 3년이 되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매일 컴퓨터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지만 모니터는 냉장고만한 것을 쓰다가 얼마 전에 고장 나서 할 수 없이 평면형으로 교체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 혹은 연구자들이 컴퓨터가 없어서 혹은 그 성능이 나쁘거나 용량이 부족해서 논문을 못쓰는 것은 아니다. 과거『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책으로 만들 때는 목판에 한자 한자를 새겨 넣었지만 훌륭한 사서(史書)가 되었다. 결국 ‘종이와 연필’ 그리고 특히 책상머리 앞에서 컴퓨터를 마주하며 죽치고 앉아있을 수 있는 묵직한 ‘엉덩이’가 필요한 것이다.
포대기와 호미 권박 따듯해요 마음껏 따뜻해서 포대기에 업혀 있지 않으면 마음껏 울었던가 봐요 엄마는 그때의 엄마는 산후우울증이란 게 뭔지도 몰랐던 그때의 엄마는 아이 낳자마자 농사를 지었다던 늘 호미 쥐고 땅을 파고 흙을 덮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참았대요 마음껏 견뎠대요 아마존에서 포대기, 호미가 그렇게 팔린대 엄마 나는 싫어 그런 인생 왜 사는지 몰라 업힌 나는 지금도 그때처럼 업혀 있는 나는 엄마 나는 그래 말하면 엄마는 그래요 편리하고 실용적인 것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래 말해요 템플스테이에 와서 밥 한술 반찬 한 입 먹는데 차를 마시듯 걷다가 걷다가 걷듯이 참선하는데 엄마 나의 화두는 엄마-되기 엄마처럼 내려놓기 내려놓기 내려놓기 불편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자주 아름답고 싶은 나는 될 수 있을까요 -‘엄마-되기’와 ‘아름답고 싶은 나’ 사이에 선 여성 주체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때아닌 ‘포대기’와 ‘호미’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포대기는 등에 업힌 아기가 엄마(혹은 아빠)와 애정 어린 신체접촉을 가능하게 하고, 호미는 밭을 매고 돌을 골라내는 데 더없이 소중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에서 ‘포대기’와 ‘호미’는 오래전부터 여성 수난의 대명사가 아니었던가. 우리네 어머니들은 아기를 업고서 밭을 매는, 육아와 노동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존재가 아니었던가. 요즘 시단에서 가장 뜨거운 시인 중의 하나인 권박은 바로 이 점에서 오늘 여성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다. 대화체로 시를 한껏 살려서 말이다. 1연은 시인이 가상 청자를 향해서 내뱉는 ‘봐요’ ‘대요’ 형식의 대화다. 여기서는 나의 체험을 말하는데 ‘마음껏’이라는 반어를 통하여 대대로 이어져 온 여성의 수난을 그린다. 포대기에 업혀 있으면 ‘마음껏’(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다. 포대기에서 분리되기라도 하면 ‘마음껏’(기를 쓰고) 울었다. 엄마들은 아기를 업고 호미로 하는 노동을 ‘마음껏’(이를 악물고) 견뎠다. 산후우울증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시달렸던 여성 주체들의 이야기다. 2연부터는 엄마와 나의 대화 형식으로 시가 구성된다. 모녀는 지금 템플스테이에 와서 대화를 나눈다. 엄마가 먼저 ‘아마존’ 이야기를 꺼내자 아직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그때처럼 업혀 있는”) 내가 “엄마 나는 싫어 그런 인생 왜 사는지 몰라”(2연) 하고, 엄마는 또 “편리하고 실용적인 것만 생각하면 안 된다”(3연) 느긋이 충고한다. 두 사람은 노동과 즐김의 경계를 함께한다. “차를 마시듯 걷다가 걷다가 걷듯이 참선”한다. 엄마에게는 그동안 걷는 것만 있었지, 햇빛을 만끽하며 사람답게 걷는 것은 꿈도 못 꾼 현실. 둘은 차 마시듯 음미하며 걷고 참선도 한다. 그래 걷는 것도 휴식이고 즐김이고 생각도 되는구나, 엄마는 느낀다. 딸이 마침내 어렵게 입을 연다. “엄마” “나의 화두는” 말이에요, 우리 사회의 거대담론인 “엄마-되기”이면서, “엄마처럼 내려놓기” 더 정확히 말할까요, 육아와 노동의 수난일랑 “내려놓기”랍니다. 더 이상 그런 “불편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님 “자주 아름답고 싶은 나”가 “될 수 있을까요.” 이 말을 전한다. 곁의 엄마에게. 아니 이 땅이 모든 남성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이 시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남녀불평등을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보다 훨씬 더 설득력을 갖추어 짚어주는 여성주의 시다.
“저 가수 손목에 까만 거 저거 타투 아냐? 그래도 좋아?” 아들 녀석한테 물었더니 텔레비전에서 아이돌 공연을 보던 녀석이 입을 크게 벌린다. “좋아, 멋있잖아!” 요즘 타투(tattoo)는 예전의 문신과는 좀 다르다. 문신이라면 등판이나 허벅지에 형형색색의 용, 눈에 불을 뿜고 있는 호랑이, 아니면 어설프게 쓴 ‘차카게 살자’ 식이다.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강한 선입견이 존재했고, 문신한 사람은 왠지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적어도 아들 눈에 타투를 한 사람들은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옷 잘 입고 멋을 좀 부릴 줄 아는 패션 리더들이다. 아직 합법적이지는 않지만, 사회적 인식은 어느덧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타투는 지극히 개인적 선택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와이프 친구도 자기 왼쪽 발목에 새긴 빨간 장미 이쁘지 않냐며 순진한 우리 와이프를 자꾸 꼬신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3명(30.5%)이 타투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고, 2~30대 젊은 세대들이 많이 한다고 한다. 부담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는 제품으로는 스티커 타투나 헤나 타투가 있다. 스티커 타투(55.7%)가 주로 일회용이라면, 헤나(32.8%)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타투가 궁금하거나 재미와 호기심을 추구하는 20대 초반의 이용률이 높다. 이들에게 타투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 외에도 레터링 타투(14.8%), 포인트 타투(12.8%), 패션 타투(8.9%) 순으로 좋아하는 걸 보면, 대체로 가볍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며 타인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 순으로 좋아하는 걸 알 수 있다. 더웠던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니 이제 곧 백로(白露)다. 경상남도 섬 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여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이라고 믿고 있다. 이번 추석은 정말이지 ‘넉넉한 한가위’란 덕담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시장조사 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설이나 추석 명절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명절은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73.5%)’이라는 응답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더란다. 이유로 든 ‘휴식’, ‘여가 활동’, ‘가족과 함께’, ‘OTT 드라마/영화 감상’, ‘재충전’ 같은 키워드가 그 증거들이다. ‘북적북적했던 예전의 명절 모습이 그립다(43.4%)’, ‘연휴에 가족모임 거리두기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24.7%)’는 부정적인 응답보다 ‘코로나로 가족 간 인사나 왕래 등이 줄어서 오히려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59.0%)’는 대답이 현저히 많다. 코로나19가 오랜 명절 풍습마저 바뀌어버렸다. 재미있는 대목은 저(低)연령층은 추석 명절을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으로 보는 반면, 오히려 고(高)연령층은 ‘즐거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등 심리적 부담감을 드러냈다. 익히 예상되듯이 명절 기간 내 여성의 집약된 가사노동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며느리보다 시어머니 등 고연령층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미혼자들(27.7%)보다 기혼자들(41.5%)이 ‘명절은 피곤한 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에 저연령층에서는 연휴 기간에 친척들을 만나더라도 ‘특별히 할 일이나 할 말이 없다(56.8%)’는 반응이 높았다. 윷놀이나 화투 말고는 가족 전체가 딱히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없으니 각자 핸드폰만 뚫어져라 보고만 있다. 평소에 친척들과 왕래나 교류가 많지 않은 오늘날의 가족상(像)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절은 그럼 가족 관계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 할까? ‘친척들과 좀 더 가까워졌다’는 대답(14.8%)은 아쉽게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오히려 ‘명절이 가족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반응(70.3%)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가족끼리만 옹기종기 보내는 명절이 될 것(78.1%)’이라고 예측한다거나 ‘요즘 시대에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관계 분위기를 유지하기란 어려울 것(76.1%)’이라는 응답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족 관념에 대한 변화로 명절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효봉스님께 한 신도가 여쭈었다. “스님, 사람이 살아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면 극락에 가고, 나쁜 일 많이 하면 지옥에 간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아무렴, 그렇고말고.” “그럼 정말로 극락과 지옥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요, 스님?” “아무렴 있고말고” “사람이 죽은 뒤에 저세상에 가면 그곳에 극락도 있고 지옥도 있다, 그런 말씀입니까. 스님?” “아니야, 극락과 지옥은 저세상에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있어” 이번 뇌수술을 받으면서 실제로 지옥을 체험했다. 4시간여 수술 중에는 의식이 전혀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의식이 돌아오고부터 그 고통은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평소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하였기에 생전에 이런 지옥을 겪게 되는지……. 수술을 한 지 3주가 지난 오늘까지 수술 부위를 중심으로 이곳저곳에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 이제 주위를 살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 세상을 보다 밝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겠다. 적멸보궁 영역을 벗어나고자 하는데 자꾸 뒤가 켕긴다. 다하지 못한 이야기, 꼭 해야만 할 이야기가 남아있을 것 같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생각해 보니 응진전 앞의 삼층석탑과 목탑지 이야기를 빠뜨린 것이다. 삼층석탑은 지대석 위로 2층의 기단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의 석탑양식이다. 응진전에 치우쳐 있어 전체적으로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아마도 이 석탑 조성 당시에는 마당 오른편에 규모가 큰 목탑이 있었기 때문에 소박하게 이 자리에 탑을 세운 듯 하다. 사찰에서 전해지고 있는 오종수 설화에 의하면 지금 삼층석탑 아래로 이 물을 마시면 기골이 장대해지고 힘이 대단해지는 장군수가 흐르고 있어 일본인들이 다른 위치에 있던 이 석탑을 옮겨와 장군수를 매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 탑에 귀를 기울이면 아직도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실제 물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수맥 탑사 결과 탑 아래 열십자 방향으로 물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도 또한 삼층석탑의 위치가 한쪽으로 치우쳐 어색한 것에 대한 해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층석탑의 기단부는 상·하층 모두 우주와 탱주가 새겨져 있는데 우주는 모두 2개, 탱주는 하층은 2개인데 상층은 1개이다. 탑신부의 탑신석에는 모두 우주가 새겨져 있고, 1층에 비해 2층과 3층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옥개석의 층급 받침은 모두 4단이고, 윗면의 기울기는 급한 편이다. 이 탑의 상륜부는 받침돌인 노반 위에 복발과 앙화까지만 남아 있고, 탑의 곳곳이 손상되어 있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 탑은 규모가 작고, 옥개받침이 4단이며, 탑신석이 위쪽으로 갈수록 작아지도록 표현된 점 등으로 미루어 통일신라 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적광전 영역의 동쪽에는 2단의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 위에 20여개의 초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사적기에도 등장하는 기림사의 목탑지이다. 삼천전이라는 전각형태의 목탑지로, 사적기에 따르면 이 목탑 안에 정광여래의 사리를 모시고 있었다고 한다. 정광여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현하시기 이전의 부처님으로 이분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것은 이곳이 부처님이 탄생하시기 이전부터 불국토였다는 신라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겠다. 이 목탑지에 나무가 한 그루 우뚝하다. 이 자리에는 보리수로 알려진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런데 수년 전 이 나무가 태풍으로 쓰러져 죽었다. 이후 새로 심은 이 나무는 사찰에서는 흔히 염주나무로 알려진 찰피나무이다.
그룹 ‘사랑과 평화’ 키보디스트인 팝 피아니스트 이권희 씨의 문화예술 공연 포럼 ‘녕우사랑’ 콘서트가 이권희 씨의 음악적 열정과 깊이, 뜻깊은 후원자들의 관심으로 꾸준히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녕우사랑 콘서트는 지난 8월 26일 포항 ‘트리파니’에서 ‘밤바다를 담다’는 이름으로 공연을 열어 40여명의 후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고 9월 20일에는 대구 수성 유원지에 있는 ‘1997 빠리’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이름으로, 9월 22일에는 역시 대구 하양읍 무학로의 ‘다방 물볕’에서 ‘구월 물 밑에 스미다’는 이름으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지난 6월 16일 밤, 경주 소티 고개 근처 로만티시에서 첫 발대식을 가진 ‘녕우사랑’은 경제적·지역적으로 음악 혜택을 받기 어려운 곳을 찾아 공연으로 사랑을 전하는 음악 예술 후원단체다. 이권희 씨는 이처럼 순차적인 공연을 열어 조금씩 녕우사랑 후원자를 넓혀가는 한편 최소한 500명 정도의 후원자 그룹이 결성될 경우 정기적인 후원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특히 자신이 속한 그룹 사랑과 평화도 자신과 뜻을 함께함으로써 언제든지 공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더욱 기대된다. 마침 이권희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 영화로 톰 크루즈와 리콜 기드먼 주연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 1992)를 꼽아 자신의 음악적 개척사와 궤를 같이하는 영화로 소개했다. 파 앤드 어웨이는 아일랜드 출신의 소장농 조셉 도넬리(톰 크루즈)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분노를 느껴 지주를 죽이려다 지주의 딸 샤논(리콜 키드먼)이 휘두른 삼지창 농기구에 찔려 부상 당한다. 이를 계기로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이후 미국으로 탈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초기 미국 개척사에서 땅을 얻기 위해 스스로 달려간 만큼의 지역에 깃발을 꼽는 것으로 땅을 얻는 방식이 있는데 두 사람은 힘을 모아 자신의 땅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싸움 실력을 알게 된 톰 크루즈가 복싱으로 거구들을 물리치는 등 영화의 극적 재미가 돋보인다. 이권희 씨는 경주상고를 졸업하고 혈혈단신 서울로 온 자신의 처지를 영화의 주인공과 대비시킨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도 아니고 더구나 대중음악을 낮춰보던 눈길이 남아 있던 시대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던 서울로의 상경은 그야말로 신천지로의 이동에 버금가는 일이었다. 믿을 것이라고는 오직 자신의 음악 하나뿐이었는데 그나마도 오디션이 어디에서 열리는지조차 몰라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기 어려웠다. 더구나 이권희 씨는 고교 시절부터 군악대에 이르기까지 드럼과 트럼펫을 연주했고 프로로 입문할 때 비로소 키보디스트로 전환해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내세울 것 없던 소작농 아들이 미국에 건너가 자신이 권투에 소질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권희 씨는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자신을 세웠고 정글 같은 서울 무대에 적응하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권희 씨는 ‘강산에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며 음악적 역량을 다졌고 1998년 마침내 그룹 ‘사랑과 평화’에 합류했고 7집 ‘The Endless Legend’(2003)를 발표하며 더 이상 ‘누구에 속하거나 떠돌이가 아닌’ 아닌 자신의 그룹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마치 톰 크루즈가 죽으라고 달려 자신의 땅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오늘날 미국으로 성장한 것은 초기 개척 이후 미국을 형성해 온 주류들이 미국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원주민을 침해하고 흑인과 소수 이민자들을 노예로 부리거나 학대하는 등의 갈등을 극복하고 부단히 사람과 사람, 인종과 인종의 간극을 넘어오며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자기들의 땅을 얻는 것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40년 넘는 음악인생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이권희 씨가 ‘녕우사랑’이라는 나눔의 길에 들어선 것은 ‘파 앤드 어웨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자신의 음악을 굳세게 밟고 팝 피아니스트의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이권희 씨, 그가 보여줄 ‘파 앤드 어웨이’는 어떤 세상일지 기대된다.
천무천황이 686년 사망했다. 황후가 천무천황이 가는 저승길에 눈물가를 지어 바쳤다. 만엽집 159번가가 그것이다. 八隅 知 之/我 大王 之 暮去 者 召賜良 之/明 来者 問賜良 志/神岳 乃 山 之 黄葉 乎/今日 毛鴨 問給 麻 思/明日 毛鴨 召賜 萬旨 其/山 乎 振放見乍/暮去 者綾 哀/明 来者 裏佐備 晩 荒妙 乃/衣 之 袖 者 乾時 文 無 “온 세상의 사람들아, 천무천황의 업적을 알리라 / 대왕께서 해가 질 때 가시려 하니 가지 못하게 눈물가를 지어 불러주라 / 날이 샐 때 가시려 하니 알려주라, 생전의 공적을 / 그대가 가는 산(神岳山) 황엽이여 / 오늘 그대에게 눈물가를 부르며 사람들이 슬퍼한다 / 내일도 천황께 생전의 공적을 알려 주라 / 천황께서 산으로 떨쳐 가시는 게 언뜻 보이는구나 / 해가 질 때 가셔도 슬프도다 / 젊은 시절에는 충심으로 어머니 제명천황을 보좌하였고, 나이 들어서는 거친 세상을 아름답게 하였다네 / 옷소매가 마를 때 없이 눈물이 흐르는구나” 황후의 슬픔이 작품 속 한 글자 한 글자에 짙게 배어 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그를 슬퍼하며 환송했다. 본 작품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우선 한자를 이용해 한반도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표기법인 향가체 표기가 눈에 띈다. 召賜良(부르다 소, 주다 사, 길하다 라)=불러주라. 問賜良(아뢰다 문, 주다 사, 길하다 라)=아뢰어주라. 위에서 보듯 ‘불러주라’, ‘아뢰어 주라’라는 말은 한국인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말이다. 본 작품이 한국어로 표기되었다는 것은 작자가 한반도어를 구사하는 사람임을 말한다. 작자는 누구인가. 훗날 지통천황으로 즉위하는 노야(鸕野) 황후였다. 황후이자 천황이 될 그녀는 한반도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일본 황실이 한반도 출신이라는 우리나라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 다른 표현이 있다. 산의 노란 단풍은 상복을 말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입는 삼베 상복의 색은 노란색이다. 그 당시 일본인들도 한반도에서 입고 있던 노란 삼베옷을 입고 있었다. 한반도어와 노란 황엽은 고대 일본에 끼친 한반도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그대가 가는 산(神岳山) 황엽이여. 오늘 그대에게 눈물가를 부르며 사람들이 슬퍼한다. 천무천황이 편안히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비는 작품이다. 그녀는 노래를 지으며 천무천황의 생전 공적을 미화하고 있다. ‘젊은 시절 충심으로 어머니 제명천황을 보좌하였고, 나이 들어서는 거친 세상을 아름답게 하였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눈물가를 만들며 망자의 생전 공적을 꾸미는 기법을 미화법이라 한다. 미화법을 모범적으로 구사하는 작품이다. 일본의 연구자들은 천무천황을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천황이라고 평가한다. 그러함에도 불구 만엽집 1권에는 천무천황에 대한 눈물가가 단 한 작품만이 수록되어 있다. 대접이 말씀이 아니다. 추후 이야기하겠지만 훗날 지통천황으로 남편을 뒤이어 즉위하는 노야(鸕野讃良) 황후에 대한 눈물가는 압도적 비중으로 그 숫자가 많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만엽집 편집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만엽집의 주인은 바로 노야황후(鸕野讃良)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