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봉스님께 한 신도가 여쭈었다.“스님, 사람이 살아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면 극락에 가고, 나쁜 일 많이 하면 지옥에 간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아무렴, 그렇고말고.”“그럼 정말로 극락과 지옥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요, 스님?”“아무렴 있고말고”“사람이 죽은 뒤에 저세상에 가면 그곳에 극락도 있고 지옥도 있다, 그런 말씀입니까. 스님?”“아니야, 극락과 지옥은 저세상에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있어” 이번 뇌수술을 받으면서 실제로 지옥을 체험했다. 4시간여 수술 중에는 의식이 전혀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의식이 돌아오고부터 그 고통은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평소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하였기에 생전에 이런 지옥을 겪게 되는지……. 수술을 한 지 3주가 지난 오늘까지 수술 부위를 중심으로 이곳저곳에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
이제 주위를 살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 세상을 보다 밝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겠다.
적멸보궁 영역을 벗어나고자 하는데 자꾸 뒤가 켕긴다. 다하지 못한 이야기, 꼭 해야만 할 이야기가 남아있을 것 같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생각해 보니 응진전 앞의 삼층석탑과 목탑지 이야기를 빠뜨린 것이다.
삼층석탑은 지대석 위로 2층의 기단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의 석탑양식이다. 응진전에 치우쳐 있어 전체적으로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아마도 이 석탑 조성 당시에는 마당 오른편에 규모가 큰 목탑이 있었기 때문에 소박하게 이 자리에 탑을 세운 듯 하다.
사찰에서 전해지고 있는 오종수 설화에 의하면 지금 삼층석탑 아래로 이 물을 마시면 기골이 장대해지고 힘이 대단해지는 장군수가 흐르고 있어 일본인들이 다른 위치에 있던 이 석탑을 옮겨와 장군수를 매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 탑에 귀를 기울이면 아직도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실제 물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수맥 탑사 결과 탑 아래 열십자 방향으로 물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도 또한 삼층석탑의 위치가 한쪽으로 치우쳐 어색한 것에 대한 해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층석탑의 기단부는 상·하층 모두 우주와 탱주가 새겨져 있는데 우주는 모두 2개, 탱주는 하층은 2개인데 상층은 1개이다. 탑신부의 탑신석에는 모두 우주가 새겨져 있고, 1층에 비해 2층과 3층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옥개석의 층급 받침은 모두 4단이고, 윗면의 기울기는 급한 편이다. 이 탑의 상륜부는 받침돌인 노반 위에 복발과 앙화까지만 남아 있고, 탑의 곳곳이 손상되어 있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 탑은 규모가 작고, 옥개받침이 4단이며, 탑신석이 위쪽으로 갈수록 작아지도록 표현된 점 등으로 미루어 통일신라 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적광전 영역의 동쪽에는 2단의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 위에 20여개의 초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사적기에도 등장하는 기림사의 목탑지이다. 삼천전이라는 전각형태의 목탑지로, 사적기에 따르면 이 목탑 안에 정광여래의 사리를 모시고 있었다고 한다. 정광여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현하시기 이전의 부처님으로 이분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것은 이곳이 부처님이 탄생하시기 이전부터 불국토였다는 신라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겠다.
이 목탑지에 나무가 한 그루 우뚝하다. 이 자리에는 보리수로 알려진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런데 수년 전 이 나무가 태풍으로 쓰러져 죽었다. 이후 새로 심은 이 나무는 사찰에서는 흔히 염주나무로 알려진 찰피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