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수 손목에 까만 거 저거 타투 아냐? 그래도 좋아?” 아들 녀석한테 물었더니 텔레비전에서 아이돌 공연을 보던 녀석이 입을 크게 벌린다. “좋아, 멋있잖아!” 요즘 타투(tattoo)는 예전의 문신과는 좀 다르다. 문신이라면 등판이나 허벅지에 형형색색의 용, 눈에 불을 뿜고 있는 호랑이, 아니면 어설프게 쓴 ‘차카게 살자’ 식이다.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강한 선입견이 존재했고, 문신한 사람은 왠지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적어도 아들 눈에 타투를 한 사람들은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옷 잘 입고 멋을 좀 부릴 줄 아는 패션 리더들이다. 아직 합법적이지는 않지만, 사회적 인식은 어느덧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타투는 지극히 개인적 선택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와이프 친구도 자기 왼쪽 발목에 새긴 빨간 장미 이쁘지 않냐며 순진한 우리 와이프를 자꾸 꼬신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3명(30.5%)이 타투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고, 2~30대 젊은 세대들이 많이 한다고 한다. 부담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는 제품으로는 스티커 타투나 헤나 타투가 있다. 스티커 타투(55.7%)가 주로 일회용이라면, 헤나(32.8%)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타투가 궁금하거나 재미와 호기심을 추구하는 20대 초반의 이용률이 높다. 이들에게 타투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 외에도 레터링 타투(14.8%), 포인트 타투(12.8%), 패션 타투(8.9%) 순으로 좋아하는 걸 보면, 대체로 가볍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며 타인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 순으로 좋아하는 걸 알 수 있다. 더웠던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니 이제 곧 백로(白露)다. 경상남도 섬 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여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이라고 믿고 있다. 이번 추석은 정말이지 ‘넉넉한 한가위’란 덕담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시장조사 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설이나 추석 명절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명절은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73.5%)’이라는 응답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더란다. 이유로 든 ‘휴식’, ‘여가 활동’, ‘가족과 함께’, ‘OTT 드라마/영화 감상’, ‘재충전’ 같은 키워드가 그 증거들이다. ‘북적북적했던 예전의 명절 모습이 그립다(43.4%)’, ‘연휴에 가족모임 거리두기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24.7%)’는 부정적인 응답보다 ‘코로나로 가족 간 인사나 왕래 등이 줄어서 오히려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59.0%)’는 대답이 현저히 많다. 코로나19가 오랜 명절 풍습마저 바뀌어버렸다. 재미있는 대목은 저(低)연령층은 추석 명절을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으로 보는 반면, 오히려 고(高)연령층은 ‘즐거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등 심리적 부담감을 드러냈다. 익히 예상되듯이 명절 기간 내 여성의 집약된 가사노동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며느리보다 시어머니 등 고연령층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미혼자들(27.7%)보다 기혼자들(41.5%)이 ‘명절은 피곤한 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에 저연령층에서는 연휴 기간에 친척들을 만나더라도 ‘특별히 할 일이나 할 말이 없다(56.8%)’는 반응이 높았다. 윷놀이나 화투 말고는 가족 전체가 딱히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없으니 각자 핸드폰만 뚫어져라 보고만 있다. 평소에 친척들과 왕래나 교류가 많지 않은 오늘날의 가족상(像)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절은 그럼 가족 관계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 할까? ‘친척들과 좀 더 가까워졌다’는 대답(14.8%)은 아쉽게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오히려 ‘명절이 가족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반응(70.3%)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가족끼리만 옹기종기 보내는 명절이 될 것(78.1%)’이라고 예측한다거나 ‘요즘 시대에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관계 분위기를 유지하기란 어려울 것(76.1%)’이라는 응답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족 관념에 대한 변화로 명절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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