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추석을 앞두고 강한 비를 몰고 온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경주지역에서는 인명과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53분경 진현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집안 내부로 토사와 빗물이 들어와 넘어진 가구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또 이날 오전 6시 3분경 내남면 이조천 범람으로 이조1·2리 주민 583명이 긴급 대피했고, 6시 7분경에는 건천읍 송선 저수지 범람 위기로 하류 건천천 인근 주민 900세대 1800여 명이 대피했다. 하동저수지와 왕산 저수지도 붕괴 위험에 이르렀고, 인왕동 양지마을 남천이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긴급대피하기도 했다.
경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도로침수 29건, 도로사면 유실 25건, 하천 호안붕괴 35건, 도로붕괴 14건, 임시가교인 신당천 물천교 붕괴 등의 공공시설 피해가 접수됐다. 또 사유시설로는 지역 곳곳에서 350세대의 주택침수, 800㏊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수확기를 맞은 배, 사과, 단감 등 과수 낙과와 농경지 침수 및 강풍으로 작물이 쓰러지는 도복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중·소규모 제조업과 농업 시설이 모여 있는 천북면 안현로 일대는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공장과 농경지 등이 침수됐다.
침수피해를 입은 공장은 원자재와 생산 설비 등이 물에 잠겨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적재해 놓은 원자재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경주시는 현재까지 총 추정 피해액을 130여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피해 규모 집계는 앞으로도 수 일이 더 걸리기 때문에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태풍으로 노천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지역에서는 문화재 피해도 비껴갈 수 없었다.
동천동 굴불사터에 있는 석조사면불상이 많은 비로 흘러내린 주변 토사에 뒤덮였으며, 경주양동마을 담장 일부도 붕괴 또는 침수됐다. 서악동 고분군의 한 고분 봉분이 유실되거나 월성 남쪽 구간 일부가 붕괴되는 등 지역 내 유적 33곳이 태풍에 피해를 봤다. 역대급 세력으로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태풍 ‘힌남노’는 지난 6일 오전 동해상으로 나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오전 4시 50분경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상륙한 태풍은 오전 7시 10분경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강한 비와 바람으로 역대급 규모를 유지한 채 올라오던 태풍은 제주도를 지나면서도 세력을 잃지 않고 올라온 이례적인 태풍이었다. 당초 예상보다 바람의 강도는 약했지만 경주와 포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태풍에 경주지역 강수량은 평균 251.1mm를 기록했다. 형산강 홍수경보가 내려진 강동면에서는 389mm로 지역 내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이 지나간 상황에서 이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를 입은 지역민의 아픔을 달래고, 피해를 복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당한 자연재해로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 2차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예고 없는 산사태, 농작물 침수로 인한 병충해 등 모든 2차 피해 가능성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태풍으로 겪은 피해 사례를 분석해 충분한 보완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금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당장 올해 가을 다음 태풍이 발생할 수 있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이례적인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정부와 지자체는 비상근무체제를 갖춰 신속한 복구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꼼꼼하게 피해를 조사해 예비비 등 피해 복구 예산을 확보하고, 재해 구호기금 등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피해규모를 서둘러 파악해 조기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추석을 앞두고 서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지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