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천황이 686년 사망했다. 황후가 천무천황이 가는 저승길에 눈물가를 지어 바쳤다. 만엽집 159번가가 그것이다.
八隅 知 之/我 大王 之 暮去 者 召賜良 之/明 来者 問賜良 志/神岳 乃 山 之 黄葉 乎/今日 毛鴨 問給 麻 思/明日 毛鴨 召賜 萬旨 其/山 乎 振放見乍/暮去 者綾 哀/明 来者 裏佐備 晩 荒妙 乃/衣 之 袖 者 乾時 文 無
“온 세상의 사람들아, 천무천황의 업적을 알리라 / 대왕께서 해가 질 때 가시려 하니 가지 못하게 눈물가를 지어 불러주라 / 날이 샐 때 가시려 하니 알려주라, 생전의 공적을 / 그대가 가는 산(神岳山) 황엽이여 / 오늘 그대에게 눈물가를 부르며 사람들이 슬퍼한다 / 내일도 천황께 생전의 공적을 알려 주라 / 천황께서 산으로 떨쳐 가시는 게 언뜻 보이는구나 / 해가 질 때 가셔도 슬프도다 / 젊은 시절에는 충심으로 어머니 제명천황을 보좌하였고, 나이 들어서는 거친 세상을 아름답게 하였다네 / 옷소매가 마를 때 없이 눈물이 흐르는구나”
황후의 슬픔이 작품 속 한 글자 한 글자에 짙게 배어 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그를 슬퍼하며 환송했다.
본 작품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우선 한자를 이용해 한반도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표기법인 향가체 표기가 눈에 띈다.
召賜良(부르다 소, 주다 사, 길하다 라)=불러주라. 問賜良(아뢰다 문, 주다 사, 길하다 라)=아뢰어주라.
위에서 보듯 ‘불러주라’, ‘아뢰어 주라’라는 말은 한국인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말이다. 본 작품이 한국어로 표기되었다는 것은 작자가 한반도어를 구사하는 사람임을 말한다.
작자는 누구인가. 훗날 지통천황으로 즉위하는 노야(鸕野) 황후였다. 황후이자 천황이 될 그녀는 한반도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일본 황실이 한반도 출신이라는 우리나라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 다른 표현이 있다. 산의 노란 단풍은 상복을 말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입는 삼베 상복의 색은 노란색이다. 그 당시 일본인들도 한반도에서 입고 있던 노란 삼베옷을 입고 있었다. 한반도어와 노란 황엽은 고대 일본에 끼친 한반도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그대가 가는 산(神岳山) 황엽이여.
오늘 그대에게 눈물가를 부르며 사람들이 슬퍼한다.천무천황이 편안히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비는 작품이다. 그녀는 노래를 지으며 천무천황의 생전 공적을 미화하고 있다. ‘젊은 시절 충심으로 어머니 제명천황을 보좌하였고, 나이 들어서는 거친 세상을 아름답게 하였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눈물가를 만들며 망자의 생전 공적을 꾸미는 기법을 미화법이라 한다. 미화법을 모범적으로 구사하는 작품이다.
일본의 연구자들은 천무천황을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천황이라고 평가한다. 그러함에도 불구 만엽집 1권에는 천무천황에 대한 눈물가가 단 한 작품만이 수록되어 있다. 대접이 말씀이 아니다. 추후 이야기하겠지만 훗날 지통천황으로 남편을 뒤이어 즉위하는 노야(鸕野讃良) 황후에 대한 눈물가는 압도적 비중으로 그 숫자가 많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만엽집 편집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만엽집의 주인은 바로 노야황후(鸕野讃良)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