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천층처분) 조성이 늦어지면서 순차적으로 밀린 3단계 방폐장 건립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주시가 지급받는 중·저준위 방폐물 반입수수료가 턱없이 부족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저조한 반입량’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방폐물이 반입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지급받은 반입수수료는 151억2200만원에 그쳤다. 방폐장 유치 당시 정부 계획대로라면 연평균 85억원씩 60년간 총 5100억원의 반입수수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방폐물 반입량이 저조한 것은 지난해 착공한 2단계 방폐장이 당초 계획보다 4년여 지체되면서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등 준위별 방폐물 처리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2단계 방폐장은 당초 2021년 12월 건설을 완료하고,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경주·포항 지진으로 지연되며 계획보다 늦은 2025년에서야 가동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3단계 사업은 순차적으로 미뤄지며 향후 저준위 이하 방폐물 반입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단계 방폐장 건설사업이 지연되면서 현재로서는 준위별 방폐물 처분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서 극저준위 방폐물까지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단계 동굴처분시설 내 처분이 완료된 방폐물은 2만5577드럼(200리터 드럼 기준)이다. 이중 저준위 1만6032드럼, 극저준위 9545드럼으로 저준위 이하 방폐물만 반입됐다. 10만 드럼 처분 규모의 동굴처분시설에 25%인 2만5577드럼이 모두 저준위 이하 방폐물로 채워진 것. 즉 2단계 방폐장(천층처분)에 처분돼야 할 대다수의 저준위 이하 방폐물이 1단계 동굴처분시설(중간층처분)에 처분돼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2년, 2014년 두 차례 방폐장으로 이송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폐아스콘 1496드럼이다. 2011년 이곳 도로에서 평균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돼 방폐장으로 반입된 폐아스콘은 현재까지 처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폐기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이 폐아스콘은 2단계 또는 3단계 방폐장이 운영돼야 정상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방폐물 처리기술 개발 부진도 방폐물 반입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온 방사성 동위원소(RI) 폐기물 등의 처리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서 방폐장으로 반입된 820드럼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준위 방폐물의 처분기술도 개발되지 않아 방폐장으로 반입되지 못한 채 각 원자력발전소에 보관돼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저준위 이하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는 2단계 방폐장에 이어 3단계 방폐장 건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025년 운영예정인 2단계 방폐장 이후 3단계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발전소마다 적체된 중·저준위 방폐물로 인해 국내 원전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극저준위, 저준위, 중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방폐물 반입량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3단계 방폐장 건립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폐물 분류기준은 10년 전인 2013년 12월 열린 제18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사선 안전관리 등의 기술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세분화됐다. 국제기준에 따라 기존 고준위와 중·저준위 2단계로만 나눠져 있던 국내 방사성폐기물 분류기준을 세분화해 고준위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중·저준위를 중준위·저준위·극저준위·규제해제 폐기물 등 4단계로 나눴다. 천층처분, 중간층처분, 심층처분 등 처분방식과 극저준위·저준위·중준위·고준위 등 방폐물 준위별 처분제한 규정도 신설했다. 고준위는 심층처분, 중준위는 중간층처분, 저준위 및 극저준위는 심층·중간층·천층처분 모두 가능 등 준위별 처분 방식도 개정안에 담았다.
경주에서 외국인 부부를 권총 형태의 ‘가스총’으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21일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분경 2인조 강도가 경주의 한 편의점 인근에서 태국인 부부에게 가스총을 겨누고 위협한 뒤 현금 10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사건이 발생하자 경주경찰서, 경찰기동대, ..
고대도시 속으로(into the Ancient City) 신라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고대도시 경주는 도시 곳곳에 유적지가 있다. 피사체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일정한 위치에 고정시킨다. 자연 발생적이고 의도치 않은 순간이 포착되면, 다중노출 기법을 활용해 우리 자신이 경험한 과거와 현재를 한 자리에서 재현해 낸다. 유적지의 문화유산과 우리의 다른 시공간을 체험하면서 현재 속에서 과거를 방문하는 특별한 경험을 작품으로 기록한다. 문화재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지만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순간순간 발생하는 이미지들을 기록해 작품을 완성하고, 작품은 의미 있는 텍스트가 돼, 이야기 ‘고대도시 속으로’가 만들어진다.
장마철 극한호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0명, 실종자는 6명이다. 특히 경북지역의 인명 피해는 사망 22명, 실종 5명, 부상 1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1시간에 50㎜ 이상 폭우가 쏟아지는 극한호우임을 감안하더라도 장마철 인명 피해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이번에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된 인명피해의 대부분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기인됐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대비하고자 산림보호법에 따라 기초조사, 현장조사 등을 여러 평가지표에 따라 정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예전의 기후와 강수통계 등을 기초로 계획된 재해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다. 경북에서 발생한 산사태 지역 중 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한 곳 뿐이었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극한호우가 잦아지다 보니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역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 ‘집중호우 대처 점검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산사태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토사재해로 규정했다. 그리고 새로운 재난대응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백 년 동안 살던 마을에 수해피해가 발생한 만큼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 관리방식을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근래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기록적인 호우로 재난이 대형화되는 만큼 이제는 피해 복구중심이 아니라 예방에 중점을 두고 최소한 같은 유형의 피해가 반복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경주도 예외없다 경주에서도 지난 18일 하루 동안 감포읍에서 115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경주 전역 평균 78.9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문무대왕면과 외동읍 등 지역 곳곳에서 교량이 유실되거나 건물 축대 일부가 붕괴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19일 새벽부터 비가 그치면서 대형피해는 없었지만,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한다는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주시는 444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해 점검과 관리를 하고 있다. 또 급경사지 등 38개소에 대해서는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해 여름철 장마철이 오기 전부터 점검하고 있다. 이번 폭우에 일부 피해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시는 많은 비로 토사유출 우려가 커지자 사전점검을 통해 확인된 문무대왕면과 황남동 위험지역 8개 가구 9명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키로, 통제구간에 대해서는 출입금지 조치도 취한 결과였다. 특히 경주시는 지난 15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며 사전예찰 및 점검을 강화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주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하천과 도로 등 공공시설 754개소가 유실되거나 침수돼 1113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했고, 이를 복구하는데 총 2891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완전복구까지는 아직까지도 멀었다. 기상청이 22일 주말부터 다시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예보함에 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폭우는 짧은 시간 강하게 내리는 극한호우에는 안전지대가 따로 없음을 보여줬다. 경주시가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위험요소가 있는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점검하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산사태나 극한호우로 피해가 우려되는 장소는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경주시는 이 같은 위험 우려지역을 먼저 파악해 점검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당장은 경주시가 집중호우 예상 시점부터 산사태 우려지역 주민에게 강하게 대피를 요구해 인명피해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재난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피해를 예방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가히 관광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나 용역의 과반 수 이상이 관광개발 혹은 관광산업에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먹거리가 해결된 시대이고 1차 산업과 2차 산업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 곳곳에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더하여 1차 산업이 기반인 농촌과 농업에서도 6·7차 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더불어 인간의 모든 삶과 산업에 관광이 더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어떤 학자는 ‘모든 것이 관광이다’라고 언명할 정도이다. 이 말은 듣기에 따라 일견 ‘관광은 없다’라는 말과도 통한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다. 생활에 여가와 관광이 녹아든 만큼 더 이상 관광의 독자성이나 정체성은 없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일상의 삶과 관광이 밀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상주민은 언제든 관광객이 될 수 있고, 반대로 관광객은 또 언제 어디서든 주인인 지역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역할과 자리를 쉬이 바꿀 수 있는 신노마드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잘 가꾸고 정돈하면 그것이 관광지인 것이다. 나아가 번듯한 삶과 훌륭한 스토리가 있으면 관광지로서 금상첨화이다. 당연히 오래된 역사와 유적과 유물, 유명사찰을 가진 경주는 훌륭한 관광명소이자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명 관광지이다. 한국에 관광의 싹이 움틀 시절부터 지금껏 그러했다. 하지만 이젠 오래된 역사성이 없더라도 훌륭한 관광자원이나 매력물을 가진, 경주와 경쟁할만한 혹은 경주보다 더 빼어난 관광지는 너무나 많다. 경주의 관광권역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경주시의 생활권이나 유적 유물권과 별도로 조성된 보문관광단지 같은 유사한 레크레이션 관광지는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더욱 흔하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초기 거점관광단지 역할을 수행해 낸, 말하자면 후진국형 관광개발의 산물이다. 비슷한 예로 제주 중문관광단지와 설악산 A·B지구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초기 국제 관광산업을 이끈 원조 관광지이다. 삶이 남루한 시기라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생활수준 차가 컸기에 관광문화를 지역문화와 차단시켜 지역사회에 관광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영향을 최소화했던 개발정책을 썼다. 이제는 국민관광시대다. 관광산업과 관광정책 또한 달라져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국민관광이 먼저 일어나고 국제관광이 일어나다 보니 지금은 국가 경제가 침체상태지만 관광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관광산업은 비교적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는 반대이다 보니 국민관광시대에 걸맞게 관광지나 관광개발도 다시 정돈하고 복원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보문관광단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경주시내권 즉 생활권과 연결해야 한다. 불국사 등 유적권으로 보다 효과적인 교통수단의 연계가 필요하다. 트램 같은 독특한 역내 교통수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관광명소인 하꼬네를 보면, 도쿄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하꼬네까지 갈 때는 고속철로 가서 지역까지 디젤기관차를 탄다. 역내에선 각 관광지까지 가거나 산악을 넘기 위해서 로프웨이와 리프트카를 타고 호수를 건너기 위해서 배를 탄다. 다시 고속철까지 돌아오기 위해선 버스를 탄다. 지역 내의 다양한 탈거리가 관광매력물이 되고 각각의 관광지와 자연스럽게 연계한다. 또 하나, 보문관광단지에 정주 인구와 체제인구를 늘려야 한다. 최근 경주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관광단지 일원 178㎡가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선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국비지원과 복합지구 활성화 사업 평가를 통한 관광기금 지원을 비롯해 영업 제한 규제에서 제외되는 등 사실상 관광특구 수준의 혜택도 누리게 된다. 보문관광단지에 체제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환영할 일이다. 보문관광단지 개발 이래 반세기 시간이 흘렀다. 높게 자란 가로수와 넓은 호수가 오래된 리조트의 풍모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조성되는 인위적인 행정도시나 인공도시에도 이 정도의 호수나 경관 조성 내지 배후 레크레이션 시설은 갖추고 있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위해서다. 보문은 이제 리조트에서 삶과 산업이 어우러지는 명소로 거듭나야 한다. 그 시작을 국제회의복합지구 선정과 연계 교통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보문관광단지와 경주시내 권역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다자공동체로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공동 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2022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40여개국, 기후 관련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페터스 베르크 기후회담에서 강력한 경고메세지를 보냈다. 이번 뿐만 아니라 유엔사무총장은 늘 극단적인 메시지를 인류에게 보내고 있다.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합의된 기후 목표를 계속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대응에 나가기 위해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이 선도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목표와 경영을 앞세우면서 이미 재앙 수준에 이른 기후 대책이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1000년 만에 한 번이라는 폭우가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휩쓸어 대대적인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 재앙은 단순히 기후 이상을 넘어선 기후재앙의 뼈아픈 실체가 우리 생활에 바짝 다가온 것을 실감하게 한다. 폭우로 인한 안전안내문자를 매일 몇 차례씩 받아보는 것도 이례적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전 세계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률보다 높다는 통계에 있는 가운데 지금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피해는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재해를 입는 마을이나 가정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는 복구가 어렵기도 하겠지만,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는 가히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어떻게 보면 닥친 피해가 너무나 커서 피해 복구나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 보니, 온난화로 인한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놓치고 만다는 부분에서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기후변화전문가들은 2023년을 기점으로 지구 온도변화의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보내고 있고, 이에 부응하려는 듯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은 상상 이상이다. 이것은 여전히 성장을 추구하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모두에게 냉정한 평가와 알림을 보낸 것이다. 화석에너지 사용뿐만 아니라 경제가 성장할수록, 인구가 많아질수록 지구 사용 횟수와 양이 증가하며 더불어 환경오염과 온난화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아닌, 가장 불편한 삶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 아닐까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가장 불편한 삶 속에는 존중의 의미를 포함한다. 편리한 삶은 풍요로운 삶도 포함한다. 값싼 공산품을 애용하고, 최첨단 제품을 사용하며,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소유하도록 부추김을 당하는 속에서 살았다. 더 많은 것, 더 맛있는 것, 더 좋은 것을 입고, 먹고, 마시고, 소유하고, 즐기는 이 모든 성장과 복지의 문화가 지구환경과 기후, 생태계의 교란의 주범이라는 것을 시인할 때가 되었다. 지구 주민인 동물, 식물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를 살리는 땅과 물과 공기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이것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사랑’의 힘을 찾을 때란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사랑은 자기의 몸과 마음, 가족, 그리고 이웃, 공동체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송 지하도 참사 속에서도 위험한 속에서 끝까지 다른 사람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의인의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너도, 나도 존중하고 살리려는 마음, 이것이 잊어버리고 있었던 인간이 지닌 사랑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다시 한 번 공동 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를 되짚어보면서 수많은 참사는 결국 준비하지 않는 대가이므로 자신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동물과 식물 등 생물다양성에 보내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더 불편하고 덜 풍요로운 삶은 채식을 비롯해 덜 타고, 덜 입고, 덜 쓰고, 덜 사고, 덜 성장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소박한 삶, 머리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삶, 멀리 있는 제품보다는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하는 삶 등등... 이런 삶이야말로 인간이 두 손 모아 간절하게 지구에 화해를 청하는 손길이 아닐까? 이 논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선시대에 살인 등 인명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고을 수령이 사건에 대한 수사와 검시(檢屍)를 진행해 관찰사에게 보고하고, 이웃 고을수령의 2차 검시까지 마무리되면 관찰사는 사건을 종합해 조정에 보고서를 올린다. 이에 형조에서 보고서를 정리해 왕에게 올리면 심리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1799년(정조 23)에 홍인호(洪仁浩)와 홍의호(洪義浩)가 쓴 판례집 『심리록(審理錄)』을 보면, “상놈 김정삼(金丁三)이 품삯을 독촉하자, 권상만(權尙萬)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발로 차서 다음 날 죽게 하였다. 무신년(1788, 정조12) 7월에 옥사가 이루어졌다”라 기록한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의 경주부윤은 이병정(李秉鼎. 재임1787.09~1788.08), 경상도관찰사는 김광묵(金光默,1730~1790)이었다. 실록에 실린 사건의 전말을 보면, 1788년(정조 12) 7월 10일에 이웃에 사는 상놈 김정삼이 품삯 10문(文)의 돈을 미처 갚지 않았다고 술김에 욕을 하였고, 욕이 시어머니에게까지 미치자 양녀(良女) 이조이(李召史)의 남편 권상만이 분통을 이기지 못하고 손가락만 한 소등목(蘇燈木)으로 볼기 5도(度:대)를 때렸다. 김정삼이 그날 30리쯤 되는 시장에 가서 만취하여 저녁에 돌아오다가 갑자기 서학(暑瘧:학질)에 걸려 다음날 죽었다. 초검관(初檢官)인 경주부윤 이병정은 장을 맞아 치사(致死)한 것으로, 복검관(覆檢官)인 청하현감 박명순(朴明淳)은 발에 차여 치사한 것으로 실인(實因)을 기록하였다. 이에 시어머니가 검관(檢官)에게 고하기를, “저의 아들이 김정삼을 때린 것은 저를 욕했기 때문이니 대신 상명(償命)하게 해 주십시오”라 하였으나, 검관이 들어주지 않자 이윽고 “내가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산 것은 오직 유복자(遺腹子)만을 위해서였는데, 지금 내 아들이 죽게 되었으니 권씨 집안은 망하였다. 내가 아들 대신 죽은 자의 목숨을 변상하겠다”라 말하고는 면내(面內)의 방천(防川)에 투신(投身)하였는데 건져 내니 이미 죽어 있었다. 이 사건을 두고 아들을 살리고자 모친이 투신한 점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한 애틋한 점을 온 고을의 사민(士民)이 일제히 단자(單子)하여 부윤이 크게 감동하였고, 관찰사에게 논보(論報)하였다, 하지만 감영에서는 법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따르지 않았기에, 권상만의 아내인 이조이가 남편을 석방과 시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소연하였다. 이 사건은 1788년(정조 12) 9월 4일에 형조가 격쟁인(擊錚人)들의 원정(原情)에 대해 아뢰었는데, 조선시대에 신문고(申聞鼓) 제도가 폐지된 뒤에 원통한 일을 당하여 임금이 지나가는 길에서 꽹과리를 쳐서 하문을 기다리던 격쟁인(擊錚人)이 있었다. 사건의 판결은 다음과 같았다. 형조의 보고로 왕이 재결(裁決)을 명하였고, 같은 해 10월 11일에 특별히 사형을 감하고 권상만을 차율(次律:귀양)로 처리하였다. 곽산(郭山:평안북도 정주)에 유배된 권상만은 진주목(晉州牧) 산청현으로 이배되었고, 이후 1790년 6월 24일에 대사면(大赦免)으로 풀려났다. 사건의 판단은 법이 우선이냐? 인륜과 천륜이 우선이냐? 등에 대한 논의가 쟁점이었다. 형조가 죽은 자의 목숨을 권상만의 목숨으로 변상할 것으로 논계(論啓)하였는데, “권상만이 죽은 자의 목숨을 변상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살인자를 죽이는 것은 왕법(王法)을 중시함이고, 열(烈)ㆍ절(節)을 드러내 장려하는 것은 천륜(天倫)을 중시함이다. 왕법은 때에 따라 재량이 있을 수 있으나 천륜은 영원히 변역될 수 없는 것이니, 법은 굽힐 수 있지만, 천륜은 무너뜨릴 수 없다. 권상만은 바로 유복자이다. 권상만의 어미 김씨가 아들이 죽게 된 것을 가슴 아파하여 많은 사람에 대해 맹세하고서 물로 뛰어들어 죽었으니, 그가 죽은 것은 아들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시부모의 제사를 위함이었다. 죽음에 임해서 한 말이 듣는 사람들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하였으니, 어찌 열녀(烈女)요, 절부(節婦)가 아닌가. 한 사건의 범죄에 두 사람이 죽게 된 경우, 전에도 법을 굽힌 적이 있었다. 김씨 같은 열(烈)과 절(節)로도 끝내 살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들을 살려내지 못하게 된다면 천륜을 중시하는 뜻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조정이 바야흐로 천륜에 대한 교화 펴기를 서두르고 있는 때이니, 권상만을 차율(次律)로 처리하라” 당시 살인은 사형으로 처벌함이 마땅하거늘 왕의 현명한 처분이 놀랍다. 살인자는 죽어야 한다는 것은 왕법을 중시한 것이고, 열부의 절행을 정려(旌閭)하여 장려하는 것은 천륜을 중시한 것이다. 왕법은 때때로 재량이 있을 수 있으나, 천륜은 영원토록 변할 수 없는 것이니 법은 굽힐 수 있지만, 천륜은 무너뜨릴 수 없다. 비록 부모가 자식의 죄를 책임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정에서는 법보다 인륜의 정을 우선으로 판결해 사형에서 유배형으로 감형을 선택하였다. 아마도 경주라는 고을의 전통과 예학의 정신에 걸맞는 처분이 아니었을까 짐짓 생각해본다.
아줌마의 부모님은 1930~1940년대에 태어나 전쟁과 후유증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다. 그래서 모두가 가난했다. 그 시대도 부자는 있었겠지만, 대다수가 가난했기에 모두의 행복 지수는 비슷했다.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았던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의 첫 선례가 되었다. 우리는 정말 잘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부유한 삶의 질을 영위하고 있다. 집 안에 있는 수도와 화장실, 모두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 건강보험에 풍부한 먹거리는 마트에서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다. 어떤 학자는, 우리가 현재 일이백 년 전 귀족들의 삶보다 더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 세대들보다 더 행복한가? 매년 3월이면 세계행복보고서가 발간된다. 올해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나라는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핀란드다. 대한민국은 157개국 중 57위, OECD국가 중 거꾸로 네 번째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는 각 나라별 1000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갤럽의 월드 폴을 바탕으로 구매력 기준 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유, 아량, 부정부패 등 6가지 변수를 고려하여 지난 3년간 데이터로 집게 된다. 결과에 따르면 GDP수준과 WHR순위가 딱 들어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부자가 모두 행복한 것이 아닌 것과 같다. 돈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행복 수치를 증가시키지만 어느 수준이 넘으면 더 이상 비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여기서 아줌마가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 한 나라의 이야기를 살짝 첨부해보려 한다. <2008년, 부탄 왕국은 민간 및 공공 부문의 의사결정이 그것을 통해 벌어들일 수익보다 창출할 수 있는 행복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한 GDP처럼 경제성과를 측정하는 데 이용되는 모든 척도에서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고갈과 오염 발생을 공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전쟁을 겪고 엄청난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 이제 환경과 보전을 고민하면서 다른 방향의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 이상 무분별한 발전으로 나라와 국민을 병들게 해서는 안된다. 발전의 방향성에 대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매년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우리의 고민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2008년 선포된 부탄의 민주 헌법에는 행복의 9가지 영역과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의 4대 축이 기본 틀로 제시되어 있다. 2011년 7월, 유엔은 GNH에 대한 부탄의 연구를 상당 부분 채택하여 2012년 이후 매년 세계행복보고서(WHR)를 발표해왔다.> GNH는 미래학자 폴 제인 필저가 주장하는 개념인데,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다. 먹을 것이 모자란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우리들의 표정은 어떤가, 우리들은 행복한가 자문한다면, 많은 이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답을 내놓는다. 먹고 살만한데,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물론 아줌마도 안다. 재테크를 시작한 마음이 불안함에서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선 지금도 약간의 불안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 순간도 잊지 않은 나의 삶의 기준은 명확했다. 아줌마는 행복하고 싶다. 서른을 넘은 노처녀(당시에는 여자가 서른을 넘으면 노처녀)의 삶을 지내던 순간에도,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아이가 태어나 또 삶의 변환을 느낀 순간에도 언제나 내 삶의 기준은 <행복>이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적당한 경제적 여유는 금수저가 아니니, 내가 직접 만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재테크에 관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공부와 병행한 재테크는, 타고난 겁쟁이에 돌다리를 여러 번 두드리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마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서로의 콩깍지는 각자 관리하는 것으로 했더니 결혼 14년 차, 여전히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로 보인다(주변에서는 이런 나에게 미쳤다라는 표현을 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올바른 성인이 되길 바라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운 자식 떡 하나 준다는 말의 의미를 절실히 느끼며, 아이에 대한 사랑과 교육을 혼동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아줌마는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하기 위해 공부한다.
프랑스 오페라에는 음악과 발레가 공존하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오페라에 발레가 필수요소처럼 삽입되는 것은 그만큼 발레가 프랑스에서 유행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발레의 종주국은 이탈리아지만 예술장르의 하나로 꽃피운 곳은 프랑스다. 오늘날 발레 용어의 대부분이 불어인 걸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은 다른 나라의 오페라 작곡가도 수용해야했다. 자존심 강한 바그너 역시 탄호이저를 파리 무대에 올릴 때는 발레를 삽입해야만 했다. 프랑스혁명(1789년) 이후 정권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좋아했다. 출생지가 이탈리아 본토에서 가까운 코르시카 섬이어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 작곡가 파이지엘로(Giovanni Paisiello/1740-1816)를 파리에 초빙하기도 했다. 또한 이탈리아 작곡가 스폰티니(Gaspare Spontini/1774-1851)에게 ‘베스타의 무녀’(La Vestale/1807년 초연)를 만들게 했다. 이 작품은 시각적 화려함과 영웅적 음악이 돋보이는 대작으로 프랑스 그랑 오페라(Grand Opera)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오페라의 특징이기도 한 5막 구성의 그랑 오페라 작곡가로는 독일 출신의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1791-1864)가 가장 유명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배워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악마 로베르’(Robert le Diable/1831년 초연)가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 3막에는 유명한 발레 씬 ‘수녀들의 춤’이 등장한다.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였던 마리아 탈리오니(Maria Taglioni/1804-1884)가 주연을 맡았다. 환상교향곡으로 프랑스 낭만주의를 열어 제친 괴짜 음악가 베를리오즈도 오페라를 만들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1500-1571)를 다룬 동명의 오페라다. 베를리오즈처럼 로마대상을 수상한 구노(Charles Gounod/1818-1893)도 오페라 ‘파우스트’와 ‘로미오와 줄리엣’를 만들었다. 괴테와 셰익스피어라는 걸출한 작가의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했다. 한편, 프랑스에도 이탈리아의 오페라부파에 비견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 바로 오페레타(operetta)다. 오페레타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페라’를 의미하는데, 이탈리아보다는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성행했다.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1819-1880)의 ‘지옥의 오르페우스’(Orphée aux enfers/1858년 초연)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세기 오페라 개혁가로 유명한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1714-1787))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유쾌하게 풍자했다. 우리가 잘 아는 캉캉춤이 이 작품에 나온다. 프랑스 오페라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코 비제(Georges Bizet/1838-1875)의 ‘카르멘’(Carmen/1875년 초연)이 될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 화려한 아리아, 멋진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뭐하나 빠질 게 없다. 바그너가 음악극으로 온 유럽을 풍미할 때, 오페라 변방 프랑스에서는 비제가 사실주의 오페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고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비제는 이탈리아의 거장 푸치니나 마스카니의 스승인 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1941~) 감독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작가이자 작품성에서도 다른 누구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의 50대 이상 세대라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한두 편은 반드시 보았을 세대이며 그 이후 세대라면 다양한 작품을 만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1978년 ‘미래소년 코난’으로 데뷔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의 모든 작품에서 평화와 공존, 자연에 대한 존중, 생명사상 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미 닛폰 애니메이션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프란다스의 개’, ‘엄마 찾아 삼만리’, ‘빨간머리 앤’ 등에 깊이 관여하며 그의 작품성을 세계에 알렸다. 때문에 1985년 ‘지브리 스튜디오’를 창립한 이후 만든 많은 작품에서 유사한 풍의 작화들이 등장해 보기만 해도 지브리임을 알게 했다. ‘지브리’는 이웃집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배달부 키키,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주옥같은 명작들로 세계 어린이들과 동심을 품은 어른들을 감동시켰다. 특히 ‘지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뉴에이지 음악의 선구자 ‘히사이지 조’의 아름다운 음악은 지브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한다면 단연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이다. 영국 소설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브리의 철학과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는 명작이다. 무한한 상상력 속에 정령과 살벌한 전쟁이 등장하고 당연하게도 전쟁의 무의미함과 자연에 대한 동경도 깃들어 있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상상을 초월한다. 갑자기 노인이 된 소녀, 시공을 초월하는 소년, 살아움직이는 허수아비, 마법의 불과 움직이는 성..., 이런 요소들이 잘 뒤섞여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어느 날 갑자기 황야의 마녀의 저주에 걸려 할머니가 되어버린 소피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마음은 동심인 채 노인의 몸으로 변한 소피는 평화를 추구하지만 전쟁으로 물든 세상을 상징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불타는 환경을 상징하기도 한다. 소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울과 불의 악마 마르클, 순무 허수아비도 제각각 상징하는 바들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단정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 이게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주는 ‘나름대로의 해석’이란 선물이기 때문이다. 극 중에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사들도 눈에 띈다. ‘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다’는 하울의 말과 그것을 반박하면서 ‘나는 한 번도 아름다워 본 적이 없다’는 소피의 대사는 아름다움에 대한 극명한 대립을 보여준다.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더 가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이처럼 적절한 대사는 없을 것이다. 전쟁을 두고 ‘적이건 우리편이건 다 같다. 모두 살인자들’이라고 외치는 하울의 대사 역시 의미심장하다. 소피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전투에 나선 하울과 그 하울을 지키기 위해 거꾸로 위험한 도전을 감행하며 ‘하울은 겁쟁이로 사는 게 나아’라고 외치는 소피의 대사도 인상적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이 대사들을 적용한다면 세상의 모든 전쟁들이 일순간에 의미를 잃고 중단될 법한 명대사다. 단순하게 아이들에게나 어필할 법한 애니메이션이 이 정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결코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명작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본 사람들이라면 마침 지금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모털엔진(2018/크리스천 리버스 감독)’의 설정이 일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빼다박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런던을 하나의 거대한 움직이는 성으로 표현한 모털엔진의 모티브는 아무리 봐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 확장판이다. 마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난 7월 14일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만든 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일본에서 지브리 사상 두 번째 흥행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작품에 대해 찬반양론이 팽팽한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지브리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상상력을 발휘해서 보면 신나고 재미있는 작품이 고정된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나빴던 대일 국민감정과 상관없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른 채 그의 작품에 영향받아온 50대 이전 우리 국민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 기다리는 셈이다.
경주시립도서관은 여름방학을 맞이해 초등학생 3~4학년 24명을 대상으로 다음달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여름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시립도서관 1층 회의실에서 열리는 여름독서교실은 ‘도서관에서 떠나는 우주탐험’을 주제로 우주에 관련된 책을 읽고 그와 관련한 활동을 펼친다. 주로 △내가 상상한 나만의 별자리 △우주의 역사와 태양계 행성들 △인공위성의 종류와 역할 등과 같은 우주 관련 강의와 도서관 이용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립도서관은 이번 여름독서교실을 통해 수강생들이 도서관 이용법과 예절을 익히고 올바른 독서습관을 형성함과 동시에 우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름독서교실 일정이 끝나면 기간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 3명에게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1명), 경주시립도서관장상(2명)을 수여할 예정이다. 여름독서교실은 오는 24일부터 경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 문화강좌신청을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경주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이번 여름독서교실을 통해 독서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쌓고 올바른 독서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가 올해 처음으로 ‘2023년 경주시 행복육아 공모전’을 개최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아동·가족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다. 공모는 출산,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주제로 하면 된다. 다둥이가족, 부부 또는 가족이 함께하는 공동육아 등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면 된다. 공모는 감동육아 에세이와 행복육아 담기(사진·영상) 등 2개 부문이다. 출품수는 1인 1건(부문별 응모 가능)이내 응모할 수 있으나, 시상은 1건만 한다. 공모 대상은 전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접수는 8월 18일까지 이메일(youth6174@korea.kr), 우편, 방문접수 모두 가능하다. 시는 작품의 적합성, 독창성, 활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오는 9월 중 시 홈페이지 게시 및 개별 유선 통보할 예정이다. 시상은 2개 부문별 상장과 함께 대상(2명) 각 300만원, 최우수(4명) 각 200만원, 우수(6명) 각 100만원 등 총 12명에 2000만원의 시상금을 지급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청 홈페이지(경주소식/고시공고)를 참고하거나 시청 아동청소년과로 문의하면 된다. 주낙영 시장은 “출생에서 양육까지 빈틈없는 저출산 대응정책과 온가족이 행복한 경주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육아 이야기로 양육의 가치를 더욱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년 전 갑가기 소식이 끊긴 친구로부터 ‘나를 기억한다면 제발 나를 이 숲에서 구해줘’라는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친구를 구할 비책이 담긴 방울을 챙겨,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악귀들이 살고있는 숲으로 가게되는데... 본격적인 무더위철을 맞아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대표 여름 콘텐츠 루미나 호러나이트가 돌아왔다. 매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화랑숲에서 진행되는 루미나 호러나이트는 소름 돋는 오싹함으로 여름밤의 무더위를 쫓아 줄 것이다.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공포로 돌아온 ‘루미나 호러나이트 시즌3 – 악귀의 숲’을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30일간 경주엑스포대공원 화랑숲에서 진행한다. 모두 14개 포인트로 구성된 악귀의 숲은 ‘악귀흑림문’을 통과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공포가 시작된다. 숲에 들어선 이상 돌아갈 길은 없다. 숲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방울을 들고 모든 악귀들의 본거지를 돌파해야 한다. ‘망자’, ‘오만’, 식탐, ‘집착’, ‘갈망’, ‘광기’, ‘분노’... 등 11 악귀의 습격을 피해 탈출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루미나 매표소 입구 앞 광장에는 호러 체험존, 호러 포토존, 호러 기념품점이 설치돼있다. 호러 체험존에서는 리얼 소름 분장과 리얼 소름 타로사주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호러 포토존에서는 무서움과 즐거움을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또 호러 기념품점에는 이색 호러테마 기념품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온라인 이벤트로 ‘악귀의 숲 수수께끼를 풀어라’와 ‘악귀의 숲 포토 콘테스트’가 진행된다. ‘악귀의 숲 수수께끼를 풀어라’는 행사장에 설치된 이벤트 안내배너에 있는 QR코드로 인스타그램 이벤트 페이지에 올라온 9가지 수수께끼 중 3문제 이상을 맞추면 된다.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을 증정한다. ‘악귀의 숲 포토 콘테스트’도 이벤트 안내 배너의 QR로 경주엑스포대공원 홈페이지에 사진을 등록하면, 1일 5명을 선정해 커피 쿠폰을 선물한다. 악귀의 숲은 시간당 강수량 10mm이하에서는 정상 운영 (20mm 이상 시 취소)돼 비오는 날에도 즐길 수 있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경주엑스포대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신사와 사찰 입구 양쪽에는 수호동물인 ‘고마이누(こまいぬ, 코마이누)’라는 상징물이 설치되어 있다. 고마이누(こまいぬ)는 한자로 狛犬(박견)으로 쓰고 ‘狛’은 고마(こま)라고 부르는데, 고구려를 가르키는 말이며, 이누(いぬ)는 개를 나타낸다. ‘고마이누’는 ‘고구려개’라는 뜻이다. 일본의 신사와 사찰의 입구에 고구려개는 수호동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신전을 수호하는 의미로 설치되어 있다. ‘고마이누’의 원형은 고대 서아시아 일대의 사자 조각과 기원전 3세기경 인도 마우리아 왕조(기원전 322년 건국)의 아쇼카 왕이 세운 아소카 기둥(pillars of Ashoka) 꼭대기의 사자상이 당나라로 전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에 중국의 사자상과 한국의 해태상이 영향을 받았다. 중국의 사자상 ‘Foo dog’는 고궁, 사찰, 왕족 등의 집 문 앞에 설치하여 수호자 기능을 했다. 한국 해태는 벽사, 정의의 심판, 수호신, 길상의 의미가 있고, 한반도의 최초의 해태상은 백제 무령왕릉(501∼523년)의 진묘수(鎭墓獸, 무덤을 지키는 짐승)이다. 중국의 사자상과 한반도의 해태상을 바탕으로 일본의 특색이 가미되어 현재의 ‘고마이누’가 되었다. 일본의 ‘고마이누’는 제작 시기 및 지역에 따라 중국의 사자상, 한국의 해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고마이누’는 한반도의 사찰, 왕궁에 설치된 해태상이 일본, 오키나와로 전래되어 현재 일본 야스쿠니 신사 본당 정면에 세워져 사악한 기운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형상이 한반도를 경유해서 일본에 들어왔기 때문에 ‘고마이누’ 고구려견이라 한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고마이누’는 궁중의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신전을 수호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인들은 고마이누가 한반도에서 유입된 ‘개’의 상징물로 여겼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고구려(고려)의 한자 표현인 ‘狛(박, こま)’을 사용하여 ‘고마이누’라 부르게 되었다. 일본서기 29권 천무천황 14년 2월 4일 기록을 보면 고구려를 고려(高麗)로 표기하고 있다. 한반도의 도래인을 백제, 신라인이라 기술했지만 고구려인은 고려(高麗)인이라 하였다. 그래서 한반도 고구려에서 유입된 수호견의 이름이 고려개 <고마이누>라 했던 것이다. 일본의 고마이누는 이름대로 한반도에서 온 개가 원형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백제는 백제를 공격한 고구려를 멸시하는 적의 표현으로 ‘狛(박)’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반도 도래인의 주류인 백제식 표현으로 고구려를 한자로 ‘狛(박)’이라 하였고, 일본 표현 방식으로 고려라 하고 ‘고마’라 불렀다. 일본서기와 율령 등 고대의 기록에서는 이미‘고려(高麗)’ 대신에 ‘박(狛)’이라는 한자를 쓰고 있었다.고마이누라는 기록은 헤이안 시대의 문헌에만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고대에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다. 일본의 8세기에 건립된 도지(東寺, とうじ)에 한 쌍의 고마이누가 설치되어 있고, 헤이안 시대 초기에는 입을 벌린 동물은 아(阿)형, 입을 다문 것을 운(吽)형이라고 불렀다. 이 시기부터 상징물이 ‘고마이누(狛犬)’ 또는 ‘고려(고구려)개’라고 하였고, 신사와 궁궐, 일왕의 즉위식과 능과 묘를 수호하는 신수(神獸)인 벽사가 되었다. 고대 일본에는 신라인, 백제인을 위한 신라 신사, 백제왕 신사, 고려(고구려) 신사 등 한국과 관련된 신사는 많았지만 신라와 백제신사는 헤이안 시대에 소멸되었다. 그러나 고려(고구려) 신사는 최근까지 일본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고려(고구려) 신사를 참배한 많은 정치가들이 총리로 당선됐다고 해서 출세명신(出世明神)으로 숭앙(崇仰)되었고, 2017년 9월에 아키히토 일왕이 고려신사를 참배하기도 했다. 일본 대부분의 신사에 설치되어 있는 상징동물인 수호견·수호수는 고구려개를 의미하는 ‘고마이누(こまいぬ)’이다. 오늘날까지 일본의 신사를 지키고 있는 ‘고마이누’는 한반도에서 전래된 고구려개이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 아이슬란드의 고래 관광 ‘아퀴레이리’는 이 나라 제2의 도시요, 동쪽 해안에 위치하는 항구 도시로 수산업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약 400km 떨어져 있어, 우리나라 같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쯤 되며, 그쪽 1번 도로를 타고 달립니다. 이 도시는 높은 산으로 둘러있고, 한쪽 끝에 바다가 피오르드(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주변 산들에 구름이 띠를 형성하고, 꼭대기를 따라 빙설로 하얗게 덮여있어 낭만적인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어요. 이곳의 주요 볼거리는 바다에 나가 고래구경을 하는 것입니다. 돌고래, 흰 긴수염고래 등 20여 종의 고래가 이 주변에 서식하고 있어, 4월~9월 성시를 이룬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튿날 내항에 있는 투어 센터에 나가 유람선에 올랐습니다. 30여 명의 관람객이 1시간 동안 잔뜩 기대를 하며, 바다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겨우 서너 마리 정도가 수면에 올라 숨만 길게 쉬고, 다시 바다 속으로 숨어버려 투어가 시원치 않았어요, 선장이 미안한지 고래가 이 배에 탄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조크를 하고 다른 곳으로 선수를 돌렸습니다. (2)후사비크의 고래 투어 ‘후사비크’는 인구 2000여명의 해변 마을인데, 아퀴레이리에서 좀 떨어진 곳입니다. 고래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며, 고래 박물관도 있어 여기 고래 구경은 괜찮았어요. 아이슬란드에서 최초로 고래관광이 시작된 곳이라고 하는데, 이 해역에서 고래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많이 서식한다고 해요. 한적한 해안 마을로 고래 투어도 좋았지만, 북대서양의 푸른 대양을 보며 피오르드 부근의 빙산의 만년설과 초원과 해안이 만드는 아름다운 경치가 무척 좋았습니다. (3)아이슬란드의 식량, 대구(大口) 이야기 ①아이슬란드에서 대구의 역할 대구는 아이슬란드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며, 이곳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이기도 합니다. 기간산업인 수산물 수출액의 40-50%를 차지한다고 하니, 대구가 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콜럼버스보다 500년이나 앞서 신대륙을 발견한 바이킹족들이 고향 노르웨이를 떠나 대구 떼를 찾아온 곳이 아이슬란드라고 합니다. 대구가 영양도 많고, 성질도 유순해서 잡기도 쉽고, 1미터 정도의 크기에 무게가 70-80㎏이어서 식량으로 적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겨울철에 대구를 잡아, 분화지구에 대구를 말리는 덕장도 만들고, 건조기술도 개발하여 식량으로 비축하여 북유럽 등에도 수출을 했다고 합니다. 해안 마을에는 자기 동네 고유의 대구박물관도 있어 당시의 발전사를 기록하고 있어요. 고래를 잡으려다가 좋은 식량감인 대구를 발견한 이들은, 대구포로도 말려 세계에 수출하고 있어요. ②아이슬란드의 대구 전쟁 이야기 대구로 인하여 3차례(1958-1976)에 걸쳐 영국과 아이슬란드 간에 일어난 전쟁을 ‘대구 전쟁(cod war)’이라고 합니다. 아이슬란드 근해에 대구가 많이 잡히자 영국이 이를 탐내, 무단 어획이 자주 생기면서 어업권 주장에 따른 영해권 논쟁이 발생한 것입니다. 영국 해군과 아이슬란드 경비정 충돌로 두 나라가 단교 직전까지 갔습니다. 군함이나 무기 전쟁은 아니었지만, NATO 중재로 영국 어선이 아이슬란드 200해리 밖에서 3만톤의 대구를 잡을 수 있도록 협약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식량 보전을 위해 작고 빈약한 나라가 대영제국을 상대하여 세 차례나 버틴 것은, 바이킹 후예들의 용맹스러움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나라는 대구뿐 아니라 청어, 홍어 등도 많이 잡혀 세계적인 수산물 수출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사&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곳은 150m나 되는 고갯길인데 아무 변화 없는 가파른 언덕이라 뒤를 보지 말고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지루함과 숨 가쁨을 참고 고원 등성 위에 마지막 발을 딛고 올라섰을 때 천상의 별유천지(別有天地)가 눈앞에 펼쳐지니…,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며 경주에서 평생을 교육자이자 향토사학자로 살았던 윤경렬(1916∼1999) 선생이 경주 남산에 있는 천룡사 터 가는 길을 묘사한 글이다. 경주에서 남산은 서울로 치자면 북악산이나 인왕산쯤에 해당한다. 수도를 지키는 요새인 동시에 그 안에서 삶을 꾸려가던 사람들이 신성시하던 영산이란 점에서다. 남산이란 이름은 신라의 궁성이었던 월성 남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남산은 남북으로 9㎞가량 길게 뻗어 있는데, 대표적인 봉우리는 북쪽 금오봉(466m)과 남쪽 고위봉(494m)이다. 천룡사 터는 고위봉 아래 해발 400m쯤 되는 곳 넓은 평지에 있다. 윤경렬 선생이 ‘천상의 별유천지’로 묘사한 곳이다. 지금은 복원된 천룡사지 삼층석탑(보물 제1188호)과 몇몇 석재만이 남아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건 주체와 연대에 대해선 의견 분분 ‘삼국유사’에 따르면 천룡사는 ‘수리사’ 또는 ‘고사’(高寺)라고도 불렸다. 정수리, 다시 말해 꼭대기에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음은 또 다른 이름에 대한 유래다. 서로 전하는 말에, 옛날 단월(檀越, 시주하는 사람) 부부가 천녀(天女)와 용녀(女)라는 두 딸을 위해서 절을 세우고 그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천룡사(龍寺)라고 이름 지었다. ‘삼국유사’ 천룡사조에 등장하는 기록이다. 이름 유래 외에도 이 절을 민간인이 창건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대목에선 당의 사신 악붕귀(樂鵬龜)가 ‘이 절을 파괴하면 곧 나라가 망할 것’이라 말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악붕귀가 신라를 방문한 때는 나당전쟁이 한창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다. ‘삼국유사’ 문호왕법민조에 따르면, 악붕귀는 신라를 살펴보고 오라는 당 황제의 명을 받아 문무왕대인 671년 이후쯤 경주 사천왕사와 망덕사를 방문했다. 이때 천룡사도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 천룡사가 호국사찰 또는 국가의 주요 사찰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으로, 민간인이 창건했다는 것과는 다소 상충되는 기록이다. ‘삼국유사’는 또, ‘토론삼한집’이란 문헌을 인용해 “계림의 땅에는 흘러온 두 물줄기와 거슬러 흐르는 한 물줄기가 있는데, 그 물줄기의 두 근원이 하늘의 재앙을 진압하지 못하면 곧 천룡사가 뒤집혀 무너지는 재앙에 이른다고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또한 천룡사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찰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문무왕대에 이미 창건해있었다는 사실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삼층석탑을 비롯해 절터 발굴 때 나온 석조 유구와 출토 유물의 제작 시기가 모두 통일신라기인 9세기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엔 또 “통일신라 말기에 폐사된 것을 1040년(고려 정종 6년)에 최승로(崔承老, 927~989)의 손자 최제안(崔薺顔, ?~1046)이 수리하고 석가만일도량(釋迦萬日道場)을 설치했다”는 기록도 등장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천룡사는 통일신라 하대인 9세기쯤 창건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고려 초 이 절의 중창을 즈음해 중국식 풍수를 논하는 이가 악붕귀의 권위를 빌려 천룡사의 격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조선 중기까지 명승지로 이름 떨쳐 1668년 5월 17일. 때때로 흐렸다가 맑았다. 아침식사 뒤에 출발하여 20여 리를 가서 금오산(남산)에 있는 개선사에 이르러 잠시 쉬면서 절에 있는 충신스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충신을 데리고 걸어서 뒤쪽 봉우리를 넘었다. 노비 두 명에게 말을 몰고 짐을 짊어지고 먼저 천룡사에 가서 기다리게 하였다. (중략) 태양이 몹시 내리 쬐어 등에 땀이 흐르고 호흡이 급해져서 열 걸음을 가서 한 번 쉬면서 10여 리를 간신히 가서 절에 도착하였다. 스님 묘혜와 도신 등이 나와 맞이하였고 공루에 앉으니 서늘한 기운이 들어왔다. 불존 지초스님이 나와 보았고, 정원이 인도하여 불존 방에 이르러 저녁 식사한 뒤에 이내 잤다. 천룡사는 다른 곳에는 없는 볼거리가 있었고, 절 뒤쪽에 있는 바위 봉우리는 매우 수려하였다. 스님의 성품 또한 좋았다. 조선 중기 유학자 우담 정시한(1625~1707)이 쓴 천룡사에 관한 기록이다. 그는 숙종 때인 1686년 3월부터 1688년 9월까지 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의 명산고찰을 답사한 뒤 그 내용을 ‘산중일기’란 책에 담았다. 위의 기록도 ‘산중일기’에 담긴 내용의 일부다. 비슷한 시기 이곳에선 불교 경전도 간행됐다. 전해오는 ‘묘법연화경’ 중에 ‘강희 27년(숙종 14년, 1688년) 천룡사에서 간행했다’는 내용의 간기(刊記)가 남아 있다. 실제로 2016년 화랑문화재연구원의 발굴조사에서 경판(經板)을 새기고 그것을 보관했던 건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대형 건물터가 이곳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정리해보면 천룡사는 통일신라 하대인 9세기쯤 창건돼 1040년 이전 어느 시점에 크게 훼손됐다가 고려 때 최제안이 중수했다. 이후 조선 중기, 적어도 숙종 14년(1688)까지는 명사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명승지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조선 중기엔 불교 경전을 제작할 정도로 사세가 높았다. 이후 조선 후기에 들어 점차 쇠퇴하다 폐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상의 별천지’에 남은 삼층석탑 이곳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1990년 동국대 경주캠퍼스(현 WISE캠퍼스) 박물관은 탑 터와 그 주변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여 여러 점의 불상을 출토했고, 이듬해인 1991년엔 삼층석탑을 복원했다. 1996년부터 1997년까지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를 벌여 절터 일부 구역에서 11개의 건물터를 확인했고, 금당(金堂)을 3차례에 걸쳐 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13~16세기에 이르는 청자 조각과 다량의 분청사기 조각도 수습했다. 2004년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경주 남산 정밀학술조사를 통해 천룡사 터 주변에서 청동기시대 유적을 확인했고, 2006년 발굴조사에선 복원된 삼층석탑 가운데 탑의 1층 일부 부재도 발견했다. 2016년에는 앞서 언급한 화랑문화재연구원의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현재 복원된 삼층석탑 주변엔 석조 석등, 맷돌 등 각종 석재 유물이 흩어져 있다. 이곳에선 고위산 정상부가 보이는데 정상에서 산 아래로 길게 뻗은 바위가 천룡바위다. 천룡사지와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용장사에 머물고 있던 김시습은 이곳에 와서 ‘천룡사에서 옛 일을 회상하다’(天龍寺感舊)란 시를 지었다. 최제안이 천녀와 용녀라는 두 여인에게 수명장수 축원하기 위하여 절을 중건하였네 지난 일 이미 속세의 한바탕 꿈이 되었건만 부질없이 산새만 여전히 시끄럽게 울어대네 김운 역사여행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이 콩나물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버립니다.(중략)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은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은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한 것이 아닙니다. (중략) 이어령 ‘천년을 만드는 엄마’ 중에서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회장 구승회) 경로당행복선생님들은 콩나물 키우기 ‘밥상 위의 터줏대감 콩나물로 내 건강을 지켜요’ 프로그램 활동사례를 공유하는 역량강화 시간을 가졌다. <사진> 경로당행복선생님 7명(안열희, 한형남, 유경자, 정태수, 이복선, 김은숙, 김은숙, 안은주)이 발표했으며 미술, 교육, 건강, 문화 등 다양한 유형으로 진행됐다. 콩나물이라는 한 가지 재료를 키우는 방법과 주의사항, 영양정보와 효과, 더 나아가 식생활개선, 식중독예방 등 폭넓은 활동으로 펼쳤다. 색칠하기 및 꾸미기로 미술 공예활동, 관련 노래와 시를 활용해 글쓰기 등 창의적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43명의 행복선생님은 “함께 참여하는 동안 좋은 활동으로 성장하게 되고 재미있고 지혜롭게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기신 어르신들과 행복한 시간을 나눌 수 있게 되겠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있는 어르신들은 “콩나물 기르는데 자신 있다면서 시루는 전통방식으로 훈연소독을 해야한다”며 “작은 돌 끓여 소독 후 시루 안에 얹고 콩 불려 넣고 쳇다리와 자배기를 만들어 올려야 한다”고 말하며 연장을 챙기면서 미소 지었다. 또 “이제 정성만 주면 된다. 요즘 계절에는 5일에서 7일 정도면 자라는 콩나물로 어떤 반찬을 만들지, 양푼이에 모두 모여 비빔밥을 만들 생각에 설레고 기대가 된다”고 양념장 재료를 손으로 꼽았다. 이 프로그램은 회상활동을 통해 흥미 및 내적 동기유발을 촉진시키고 긍정적 언어표현으로 기대감과 성취감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기도가 도민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고 행락지역의 건전한 놀이문화를 지키기 위해 다소 느슨해진 도내 계곡, 하천 등 휴양지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다시 칼을 빼들었다.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7월 17일부터 8월 11일까지 도내 계곡, 하천 등 휴양지의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단속 대상은 가평 유명계곡·어비계곡, 양평 용계계곡 등 도내 주요 계곡과 하천 등 유명 휴양지 360곳이다. 민생특별사법경찰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도·시군 합동단속을 실시해 하천구역 내 불법행위가 감소했으나 2022년부터 불법행위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으로 밝혀졌다. 이번 단속은 하천 불법행위 정비를 통해 철거한 계곡 내 평상 등 불법시설이 다시 설치되는 것을 방지하고 불법 상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불법 숙박시설, 식당, 캠핑장 등 안전관리에 취약한 곳도 중점 단속해 도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주요 단속내용은 △계곡 내 이동식 평상 등 불법시설 설치 △미등록 야영장 운영 △미신고 음식점·숙박업 영업 △비위생적 조리행위 등이다. 한편 허가 없이 하천구역을 무단 점용할 경우 ‘하천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미신고 음식점의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기도는 지난 2019년 경기도 내 계곡과 하천 등에서 불법으로 운영되는 각종 평상, 텐트 야영장, 식당 등을 대거 철거하며 상인들과 갈등을 일으켰으나 휴양지에서 바가지 쓰는 도민들과 관광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이를 근절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휴양지마다 판치는 불법 노점상들과 무허가 시설물 운영업자들을 징계하는 우수 사례로 알려졌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보기 드문 용단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누리집 또는 경기도 콜센터(031-120)로 불법행위 제보를 받고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1928~2020)’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가 작곡한 엄청난 영화의 배경 음악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를 기린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예고편만 봐도 벌써 ‘아~’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서부영화의 고전 ‘황야의 무법자’의 비틀린 듯한 음악, 영화 ‘미션’에 사용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넬라환타지아’(원곡 Gabrieis Oboe), 시네마 천국의 아름다운 선율이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 음악을 단순한 영화의 도구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음악으로 끌어올린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다양한 음악작품이나 영화음악 외의 음악적 업적, 세계의 온갖 영화제에서 받은 음악상 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엔니오 모리꼬네 이름 자체로 영화음악에 관한 한 가장 독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7월 5일부터 개봉됐다. 그러나 진짜 영화팬들 이외에는 개봉 소식조차 모를 만큼 알려지지도 않았고 이를 다루는 뉴스매체도 거의 없었다. 상영관도 서울의 코엑스나 스타필드 등 대형관 몇 군데이고 경기도에서는 파주의 명필름 아트센트 등 소수일 뿐이어서 쉽게 보기조차 힘들다. 경주도 상영관이 없지만 잘하면 경주에서 이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사회적 기업 ‘문화와 나눔’ 김종욱 대표가 지난 7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격문(?)이 경주 영화팬들의 호응을 얻는다면 이 영화를 경주에서도 감상할 수 있을 법하다. 김종욱 대표는 경주에서 상영할 경우 1만5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50명만 신청하면 이 영화를 유치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화를 보려면 적어도 대구나 부산을 가야할 것인데 일반 영화비 1만2000원에서 3000원만 더하면 경주에서 편안하게 이 명작을 볼 수 있지 않겠나는 것이 김종욱 대표의 설명이다. 영화와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호응해 보시기 바란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경주에서 대접받는다면 천국에서도 매우 좋아할 것이다.
경주에는 전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나눔 현장이 무려 세 곳이나 있다. 그것도 지방자치단체나 어떤 거대 단체가 실행하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나눔이 일 년 동안 이어져 왔고 꾸준히 이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행복공유냉장고’가 바로 그 현장이다. 2022년 7월 1일 황성동에서 처음 시작한 행복공유냉장고는 연이어 7월 7일 용강동에 2호점을 냈고, 11월 8일 동천동에 3호점을 냈다. 처음 경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뜻을 모아 만든 ‘식모회’ 멤버들이 시작했지만 이제는 이 나눔에 참여하는 식모회 회원도 늘어났고 비정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들과 이 나눔의 취지에 공감해 매월 만만치 않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희사해 활력을 불어넣는 기업도 생겼다. 행복공유냉장고의 시작은 일상속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용강동에서 ‘김은정 집밥카페’를 운영하다 행복공유냉장고 아이디어를 처음 낸 식모회 김은정 회장은 이 일이 이렇게 변화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식모회 김은정 사장이 첫 아이디어, 남는 밑반찬과 식자재 보람있게 활용하자 했지만 투자비 만만치 않아 “식당을 하다 보니 음식량을 조절하기 힘들었어요. 밑반찬과 식자재를 잘 조절해야 하는데 이게 힘들었어요. 모자라는 것은 둘째치고 남는 밑반찬과 식자재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고심했지요” 이걸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김은정 회장은 이 문제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식당을 하면서 친목을 나누던 식모회 사장님들 및 한국외식업협회 경주지부 이상득 사무국장 등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행복공유냉장고’다. 행복공유냉장고는 2022년 6월 20일 식모회 번개 행사를 하면서 탄생을 예고했다. 이날 준비 모임 장소인 궁한정식을 비롯 교동집밥, 김경진 라이브 뽕닭, 마라향, 새파란보스족발, 운수대통닭갈비, 큰기와, 한스델리와 김은정집밥카페 등 9명의 사장님들이 행복공유냉장고의 첫 주자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모여 중고 냉장고와 냉동고를 구해 적당한 장소에 설치하고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생필품을 눈치 안 보고 가져다 쓸 수 있게 공급하자고 약속한 것. 그리고 이틀 후인 6월 22일 중부동과 황성동, 용강동 등 행정복지센터와 경주외식업지부를 방문한 식모회 회원들은 이들의 협조를 얻어 행복공유냉장고를 설치하기로 최종협의했다. 6월 24일에는 1호점 황성동, 2호점 중부동에 행복공유냉장고 설치가 결정되었다. 이 뜻깊은 예비모임을 본지가 7월 1일 자로 보도해 공식적으로 경주 일원에 알렸고 이후 많은 신문 방송들이 다투어 보도하며 행복공유냉장고를 소개했다. 단순히 식모회 사업으로 시작한 이 사업에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났다. 식모회와 별도로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회원들이 늘어났고 나눔에 관심을 가지는 학자, 시의원, 기업, 공직자, 시민단체 등이 갈수록 늘어났다. 비정기적인 후원도 잇따랐다. 누구는 햇반과 라면을 후원하고 농협공판장의 뜻있는 대표들은 정기적으로 야채와 과일을 후원했다. 생수, 식혜, 김 등이 후원되었고 성동시장 내 총각내축산과 삼촌축산에서는 돼지불고기 100팩을 후원했다. 어떤 후원자는 자신의 텃밭에서 난 야채를 냉장고에 넣기도 했다. 7월 25일에는 주낙영 시장이 식모회 회원들의 모임에 방문해 좋은 일을 격려했다. 이렇게 행복공유냉장고가 번창(?)하자 문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관리가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물품들을 채워 넣으면 정작 필요한 취약층이나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가져가기보다 일부 욕심 많은 사람들이 무턱대고 가져가 버리는 것이었다. 선한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남의 선함을 이용해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처음 이런 경험을 한 식모회 회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회의한 결과 행정복지센터 밖에 두었던 행복냉장고를 센터 안에 배치하고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의 협조를 구했다. 때맞춰 행복 냉장고를 채우는 일도 숙제였다. 이 일은 식모회 회원들이 2~3인씩 조를 짜 직접 채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더구나 코로나19 기간 식당의 일손은 모자라고 일할 사람도 구하기 힘든데 시간을 내 냉장고를 채우는 것은 식모회 회원들에게도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여기에 처음에는 남는 밑반찬과 식자재를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정기적으로 일을 진행하다보니 이에 맞추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십시일반 비용까지 내게 되었지만 회원들은 기꺼이 이를 감수했다. 용강동·동천동 행정복지센터 적극 지원, 후원자더 늘어. 남경엔지니어링 전사적으로 지원해 눈길 ! 다행히 용강동과 동천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런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주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용강동 행정복지센터는 ‘행복창고’라는 용강동 자체의 나눔을 통해 행복냉장고에 대한 이해를 이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 중심인물이 이윤희 팀장이다. 이윤희 팀장은 2022년 2월부터 ‘용강행복창고’를 운영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윤희 팀장은 “가장 먼저 설치된 중부동이 행복냉장고를 포기하면서 용강동으로 오게 된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행복냉장고를 돌보는 일에 만족감을 표했다. 당시 윤병록 동장의 적극적인 지원도 용강동 행복냉장고 안착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록 동장은 경주 남양유업과 함께 독거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참새미 캐어’ 사업을 시행하는 등 역시 행복냉장고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던 터라 이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지난 7월 1일 자로 부임한 손기복 동장도 ‘다 된 일에 숟가락 얹는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렇듯 행정복지센터가 행복냉장고를 관리하면서 이전처럼 함부로 물품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없어졌고 물품을 가져가는 분들도 취지에 맞게 스스로 자율적으로 물품을 가져가면서 행복냉장고는 고유의 목표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물품 가져가시면서 일부러 ‘하나만 가져 간다’는 것을 보여주시기라도 하듯 저를 향해 슬쩍 물품을 흔들어 보여주시거든요.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이윤희 팀장의 행복냉장고 운영담당이다. 여기에 ㈜남경엔지니어링 윤태열 대표와 직원들의 참여도 새로운 활력이 되었다. 이 회사는 정책적으로 둘째, 넷째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냉장고에 물품을 후원하기로 약속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고유업무로 순번을 정해 냉장고에 물품 채우는 일을 지원했다. 특히 직원들이 행복공유냉장고를 채우는 날은 가족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해 나눔 문화가 직원 개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연계했다. 심지어 40명 남짓의 남경 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은 점심시간이나 회사 회식 때는 식모회 회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식모회 맛집투어’로 간접 지원까지 해왔다. SNS상에서는 식모회 회원사를 눈여겨 보고 있다 식사 때나 회식 때 이용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야말로 선한 영향력의 확산이었다. 취재 당일, 마침 동천동을 돌아 용강동으로 물품을 채우러 온 남경엔지니어링 조민선 팀장과 김형수 부장 그리고 태어난 지 50일 된 아기를 안고 나온 김형수 부장의 부인 조애지 씨도 만날 수 있었다. 냉장고 채우는 내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김은정 회장은 지난 일 년 동안 행복냉장고를 운영해오면서 페이스북에 도와주신 분들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도움 준 내용도 꼼꼼히 올려왔다. 이 모든 일이 식모회 회원들과 많은 후원자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기에 그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라도 일일이 기록한다는 것이다. 취재하면서 전국적으로 포항, 구리, 정읍, 거창, 군산, 안산 및 서울의 노원구, 관악구 등 여러 지자체에서 이와 비슷한 공유냉장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냉장고로 경주의 행복공유냉장고처럼 민간의 자발적 주도로 3호점까지 낸 곳은 없었다. 김은정 회장은 가끔씩 행복공유냉장고 앞에서 만나자는 ‘번개’를 친다. ‘누구나 무엇이건 하나씩만 들고 와도 좋다’는 말에 여러 사람이 손을 든다. 나눔이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 경주시민 누구나 행복공유냉장고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를 통해 보게 된다. 행복공유냉장고를 보면 경주에 나눔과 상생의 밝은 빛이 보인다. ‘우리 시대 경주최부자’들이 내는 아름다운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