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천층처분) 조성이 늦어지면서 순차적으로 밀린 3단계 방폐장 건립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주시가 지급받는 중·저준위 방폐물 반입수수료가 턱없이 부족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저조한 반입량’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방폐물이 반입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지급받은 반입수수료는 151억2200만원에 그쳤다.
방폐장 유치 당시 정부 계획대로라면 연평균 85억원씩 60년간 총 5100억원의 반입수수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방폐물 반입량이 저조한 것은 지난해 착공한 2단계 방폐장이 당초 계획보다 4년여 지체되면서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등 준위별 방폐물 처리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2단계 방폐장은 당초 2021년 12월 건설을 완료하고,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경주·포항 지진으로 지연되며 계획보다 늦은 2025년에서야 가동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3단계 사업은 순차적으로 미뤄지며 향후 저준위 이하 방폐물 반입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단계 방폐장 건설사업이 지연되면서 현재로서는 준위별 방폐물 처분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서 극저준위 방폐물까지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단계 동굴처분시설 내 처분이 완료된 방폐물은 2만5577드럼(200리터 드럼 기준)이다. 이중 저준위 1만6032드럼, 극저준위 9545드럼으로 저준위 이하 방폐물만 반입됐다. 10만 드럼 처분 규모의 동굴처분시설에 25%인 2만5577드럼이 모두 저준위 이하 방폐물로 채워진 것.
즉 2단계 방폐장(천층처분)에 처분돼야 할 대다수의 저준위 이하 방폐물이 1단계 동굴처분시설(중간층처분)에 처분돼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2년, 2014년 두 차례 방폐장으로 이송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폐아스콘 1496드럼이다. 2011년 이곳 도로에서 평균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돼 방폐장으로 반입된 폐아스콘은 현재까지 처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폐기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이 폐아스콘은 2단계 또는 3단계 방폐장이 운영돼야 정상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방폐물 처리기술 개발 부진도 방폐물 반입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온 방사성 동위원소(RI) 폐기물 등의 처리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서 방폐장으로 반입된 820드럼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준위 방폐물의 처분기술도 개발되지 않아 방폐장으로 반입되지 못한 채 각 원자력발전소에 보관돼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저준위 이하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는 2단계 방폐장에 이어 3단계 방폐장 건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025년 운영예정인 2단계 방폐장 이후 3단계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발전소마다 적체된 중·저준위 방폐물로 인해 국내 원전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극저준위, 저준위, 중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방폐물 반입량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3단계 방폐장 건립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폐물 분류기준은 10년 전인 2013년 12월 열린 제18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사선 안전관리 등의 기술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세분화됐다.
국제기준에 따라 기존 고준위와 중·저준위 2단계로만 나눠져 있던 국내 방사성폐기물 분류기준을 세분화해 고준위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중·저준위를 중준위·저준위·극저준위·규제해제 폐기물 등 4단계로 나눴다.
천층처분, 중간층처분, 심층처분 등 처분방식과 극저준위·저준위·중준위·고준위 등 방폐물 준위별 처분제한 규정도 신설했다.
고준위는 심층처분, 중준위는 중간층처분, 저준위 및 극저준위는 심층·중간층·천층처분 모두 가능 등 준위별 처분 방식도 개정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