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다자공동체로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공동 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2022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40여개국, 기후 관련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페터스 베르크 기후회담에서 강력한 경고메세지를 보냈다. 이번 뿐만 아니라 유엔사무총장은 늘 극단적인 메시지를 인류에게 보내고 있다.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합의된 기후 목표를 계속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대응에 나가기 위해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이 선도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목표와 경영을 앞세우면서 이미 재앙 수준에 이른 기후 대책이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1000년 만에 한 번이라는 폭우가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휩쓸어 대대적인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 재앙은 단순히 기후 이상을 넘어선 기후재앙의 뼈아픈 실체가 우리 생활에 바짝 다가온 것을 실감하게 한다. 폭우로 인한 안전안내문자를 매일 몇 차례씩 받아보는 것도 이례적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전 세계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률보다 높다는 통계에 있는 가운데 지금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피해는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재해를 입는 마을이나 가정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는 복구가 어렵기도 하겠지만,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는 가히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어떻게 보면 닥친 피해가 너무나 커서 피해 복구나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 보니, 온난화로 인한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놓치고 만다는 부분에서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기후변화전문가들은 2023년을 기점으로 지구 온도변화의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보내고 있고, 이에 부응하려는 듯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은 상상 이상이다. 이것은 여전히 성장을 추구하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모두에게 냉정한 평가와 알림을 보낸 것이다. 화석에너지 사용뿐만 아니라 경제가 성장할수록, 인구가 많아질수록 지구 사용 횟수와 양이 증가하며 더불어 환경오염과 온난화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아닌, 가장 불편한 삶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 아닐까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가장 불편한 삶 속에는 존중의 의미를 포함한다. 편리한 삶은 풍요로운 삶도 포함한다. 값싼 공산품을 애용하고, 최첨단 제품을 사용하며,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소유하도록 부추김을 당하는 속에서 살았다. 더 많은 것, 더 맛있는 것, 더 좋은 것을 입고, 먹고, 마시고, 소유하고, 즐기는 이 모든 성장과 복지의 문화가 지구환경과 기후, 생태계의 교란의 주범이라는 것을 시인할 때가 되었다. 지구 주민인 동물, 식물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를 살리는 땅과 물과 공기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이것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사랑’의 힘을 찾을 때란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사랑은 자기의 몸과 마음, 가족, 그리고 이웃, 공동체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송 지하도 참사 속에서도 위험한 속에서 끝까지 다른 사람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의인의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너도, 나도 존중하고 살리려는 마음, 이것이 잊어버리고 있었던 인간이 지닌 사랑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다시 한 번 공동 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를 되짚어보면서 수많은 참사는 결국 준비하지 않는 대가이므로 자신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동물과 식물 등 생물다양성에 보내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더 불편하고 덜 풍요로운 삶은 채식을 비롯해 덜 타고, 덜 입고, 덜 쓰고, 덜 사고, 덜 성장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소박한 삶, 머리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삶, 멀리 있는 제품보다는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하는 삶 등등... 이런 삶이야말로 인간이 두 손 모아 간절하게 지구에 화해를 청하는 손길이 아닐까?
이 논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