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히 관광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나 용역의 과반 수 이상이 관광개발 혹은 관광산업에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먹거리가 해결된 시대이고 1차 산업과 2차 산업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 곳곳에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더하여 1차 산업이 기반인 농촌과 농업에서도 6·7차 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더불어 인간의 모든 삶과 산업에 관광이 더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어떤 학자는 ‘모든 것이 관광이다’라고 언명할 정도이다. 이 말은 듣기에 따라 일견 ‘관광은 없다’라는 말과도 통한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다. 생활에 여가와 관광이 녹아든 만큼 더 이상 관광의 독자성이나 정체성은 없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일상의 삶과 관광이 밀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상주민은 언제든 관광객이 될 수 있고, 반대로 관광객은 또 언제 어디서든 주인인 지역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역할과 자리를 쉬이 바꿀 수 있는 신노마드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잘 가꾸고 정돈하면 그것이 관광지인 것이다. 나아가 번듯한 삶과 훌륭한 스토리가 있으면 관광지로서 금상첨화이다. 당연히 오래된 역사와 유적과 유물, 유명사찰을 가진 경주는 훌륭한 관광명소이자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명 관광지이다. 한국에 관광의 싹이 움틀 시절부터 지금껏 그러했다. 하지만 이젠 오래된 역사성이 없더라도 훌륭한 관광자원이나 매력물을 가진, 경주와 경쟁할만한 혹은 경주보다 더 빼어난 관광지는 너무나 많다. 경주의 관광권역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경주시의 생활권이나 유적 유물권과 별도로 조성된 보문관광단지 같은 유사한 레크레이션 관광지는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더욱 흔하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초기 거점관광단지 역할을 수행해 낸, 말하자면 후진국형 관광개발의 산물이다. 비슷한 예로 제주 중문관광단지와 설악산 A·B지구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초기 국제 관광산업을 이끈 원조 관광지이다. 삶이 남루한 시기라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생활수준 차가 컸기에 관광문화를 지역문화와 차단시켜 지역사회에 관광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영향을 최소화했던 개발정책을 썼다. 이제는 국민관광시대다. 관광산업과 관광정책 또한 달라져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국민관광이 먼저 일어나고 국제관광이 일어나다 보니 지금은 국가 경제가 침체상태지만 관광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관광산업은 비교적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는 반대이다 보니 국민관광시대에 걸맞게 관광지나 관광개발도 다시 정돈하고 복원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보문관광단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경주시내권 즉 생활권과 연결해야 한다. 불국사 등 유적권으로 보다 효과적인 교통수단의 연계가 필요하다. 트램 같은 독특한 역내 교통수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관광명소인 하꼬네를 보면, 도쿄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하꼬네까지 갈 때는 고속철로 가서 지역까지 디젤기관차를 탄다. 역내에선 각 관광지까지 가거나 산악을 넘기 위해서 로프웨이와 리프트카를 타고 호수를 건너기 위해서 배를 탄다. 다시 고속철까지 돌아오기 위해선 버스를 탄다. 지역 내의 다양한 탈거리가 관광매력물이 되고 각각의 관광지와 자연스럽게 연계한다. 또 하나, 보문관광단지에 정주 인구와 체제인구를 늘려야 한다. 최근 경주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관광단지 일원 178㎡가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선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국비지원과 복합지구 활성화 사업 평가를 통한 관광기금 지원을 비롯해 영업 제한 규제에서 제외되는 등 사실상 관광특구 수준의 혜택도 누리게 된다. 보문관광단지에 체제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환영할 일이다. 보문관광단지 개발 이래 반세기 시간이 흘렀다. 높게 자란 가로수와 넓은 호수가 오래된 리조트의 풍모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조성되는 인위적인 행정도시나 인공도시에도 이 정도의 호수나 경관 조성 내지 배후 레크레이션 시설은 갖추고 있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위해서다. 보문은 이제 리조트에서 삶과 산업이 어우러지는 명소로 거듭나야 한다. 그 시작을 국제회의복합지구 선정과 연계 교통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보문관광단지와 경주시내 권역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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