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오페라에는 음악과 발레가 공존하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오페라에 발레가 필수요소처럼 삽입되는 것은 그만큼 발레가 프랑스에서 유행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발레의 종주국은 이탈리아지만 예술장르의 하나로 꽃피운 곳은 프랑스다. 오늘날 발레 용어의 대부분이 불어인 걸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은 다른 나라의 오페라 작곡가도 수용해야했다. 자존심 강한 바그너 역시 탄호이저를 파리 무대에 올릴 때는 발레를 삽입해야만 했다. 프랑스혁명(1789년) 이후 정권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좋아했다. 출생지가 이탈리아 본토에서 가까운 코르시카 섬이어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 작곡가 파이지엘로(Giovanni Paisiello/1740-1816)를 파리에 초빙하기도 했다. 또한 이탈리아 작곡가 스폰티니(Gaspare Spontini/1774-1851)에게 ‘베스타의 무녀’(La Vestale/1807년 초연)를 만들게 했다. 이 작품은 시각적 화려함과 영웅적 음악이 돋보이는 대작으로 프랑스 그랑 오페라(Grand Opera)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오페라의 특징이기도 한 5막 구성의 그랑 오페라 작곡가로는 독일 출신의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1791-1864)가 가장 유명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배워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악마 로베르’(Robert le Diable/1831년 초연)가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 3막에는 유명한 발레 씬 ‘수녀들의 춤’이 등장한다.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였던 마리아 탈리오니(Maria Taglioni/1804-1884)가 주연을 맡았다. 환상교향곡으로 프랑스 낭만주의를 열어 제친 괴짜 음악가 베를리오즈도 오페라를 만들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1500-1571)를 다룬 동명의 오페라다. 베를리오즈처럼 로마대상을 수상한 구노(Charles Gounod/1818-1893)도 오페라 ‘파우스트’와 ‘로미오와 줄리엣’를 만들었다. 괴테와 셰익스피어라는 걸출한 작가의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했다. 한편, 프랑스에도 이탈리아의 오페라부파에 비견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 바로 오페레타(operetta)다. 오페레타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페라’를 의미하는데, 이탈리아보다는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성행했다.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1819-1880)의 ‘지옥의 오르페우스’(Orphée aux enfers/1858년 초연)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세기 오페라 개혁가로 유명한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1714-1787))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유쾌하게 풍자했다. 우리가 잘 아는 캉캉춤이 이 작품에 나온다. 프랑스 오페라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코 비제(Georges Bizet/1838-1875)의 ‘카르멘’(Carmen/1875년 초연)이 될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 화려한 아리아, 멋진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뭐하나 빠질 게 없다. 바그너가 음악극으로 온 유럽을 풍미할 때, 오페라 변방 프랑스에서는 비제가 사실주의 오페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고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비제는 이탈리아의 거장 푸치니나 마스카니의 스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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