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 수가 4인 이상 가구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집 중 1곳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혼자 사는 ‘독거노인’ 가구였다. 지역 내 1인 가구와 특히 고령자가 홀로 사는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경주시 차원의 주거복지 등 맞춤형 정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등록센서스 방식)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주시 총가구는 11만9353가구로 전년보다 0.2%(213가구) 증가했다. 일반가구가 11만3877가구로 총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집단·집단시설 99가구, 외국인 가구는 5377가구였다. 가구원 수별로 보면 1인 가구가 4만2790가구로, 전년보다 435가구(1.0%) 증가했다. 1인 가구 수는 등록센서스 방식의 조사가 시작된 2015년 3만2760가구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1년에는 4만2355가구를 기록해 4만선을 돌파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가구의 비중 역시 2015년 30.6%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5.6%까지 치솟았다. 3집 중 1집 이상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연령대별 1인 가구는 60대가 8574가구로 전체의 20.0%를 차지했다. 이어 50대 7128가구(16.7%), 20대 6139가구(14.3), 70대 6021가구(14.1%), 40대 4876가구(11.4%), 30대 4390가구(10.3%) 순이었다. 전체 1인 가구 중 80세~84세 2878가구(6.7%), 초고령인 85세 이상은 2239가구로(5.2%), 80세 이상 고령자가 혼자 사는 비율도 11.9%였다. 지난해 2인 가구는 3만7529가구로 일반가구 전체의 33.0%였고, 3인 가구는 1만9217가구로 16.9%였다. 4인 이상 가구는 1만4341가구로, 1인 가구의 1/3 수준이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6%로 가장 낮았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1명으로 전년과 같았다. 5년 전인 2017년(2.3명)과 비교하면 0.2명 줄었다. 한편 1인 가구가 사는 주택의 종류는 단독주택이 2만4343가구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아파트 1만2343가구, 다세대주택 1716가구 등의 순이었다. 숙박업소 객실, 기숙사·특수사회시설 등 ‘주택이외의 거처’는 2567가구로 집계됐다. 10집 가운데 1집 이상 ‘독거노인 가구’ 지난해 경주시 총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만140명으로 전년보다 2281명(3.9%) 증가했다. 65∼74세가 전체 고령인구의 56.7%(3만4095명)를 차지했고, 75∼84세는 32.1%(1만9275명)로 집계됐다. 85세 이상 초고령자의 비율은 11.3%(6770명)였다. 경주지역 일반가구 중 가구원 전체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 규모는 2만6032가구로 전년보다 6.3% 늘었다.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도 1만5272가구로 전년보다 6.3% 증가했다. 전체 일반가구(11만3877가구) 중 고령자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3.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집 가운데 1집 이상이 독거노인 가구라는 것을 뜻한다. 가장 많이 거처하는 곳은 ‘단독주택’ 경주지역 일반가구 11만3877가구가 거처하는 주택 종류는 단독주택이 5만2898가구(46.5%)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는 4만5703가구(40.1%)로 뒤를 이었고, 다세대주택 5317가구(4.7%), 연립주택 2752가구(2.4%) 등의 순이었다. 숙박업소 객실, 기숙사·특수사회시설 등 주택이외의 거처는 4810가구(4.2%)였고, 오피스텔 거주는 1609가구(1.4%)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역 내 주택 11만705호 중 건축연도가 30년 이상된 주택은 32.4%(3만5822호)를 차지했다. 30년 이상 된 주택 중에서는 단독주택이 2만5452호(71.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아파트 7642호(21.3%), 연립주택 1705호(4.8%), 다세대주택 410호(1.1%) 등의 순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주택 총조사를 통해 인구규모, 분포 및 구조, 가구, 주택에 관한 특성을 파악해 각종 정책입안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경주시 등 지자체에서도 조사 결과에 따른 복지, 주거, 인구 등 관련 정책들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주시민의 휴식처인 황성공원 내 맥문동 꽃이 보랏빛 물결을 이루며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경주시는 올해 황성공원 산책로 주변으로 10만5000본(3000㎡)을 추가 식재해 약 2.2㏊에 달하는 대단위 맥문동 꽃단지를 조성했다. 맥문동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푸르른 황성공원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이로 인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아름다운 장면을 영상에 담기 위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 최진욱 사진전문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오는 9월부터 교통·숙박 예약에서 맛집 검색까지 모바일 앱 하나로 경주여행이 가능해진다. 경주시는 지난 8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 완료 보고회를 열고 본격 글로벌 스마트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시는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9월 본격적인 개발 착수 후 1여년간 개발을 완료하고, 다음달 13일 출범식과 함께 ‘경주로ON’이라는 모바일 관광 앱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경주로ON’은 여행자 누구나 통합 관광 플랫폼을 통해 여행 준비 단계부터 여행 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앱이다. 앱에서는 △스마트 서비스(AI 기반 다국어, 오디오 가이드) △스마트 모빌리티(KTX, 시티투어, 렌터카 예약·결제) △스마트 오더(숙박, 식당, 체험, 티켓 등 연동) △스마트 경험(게이미피케이션), 미디어월(입체형 LED)등의 콘텐츠를 선보인다. 또 주민사업체 누구나 쉽게 상품을 앱에 올리는 등 혁신적 판매 시스템을 통해 매출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시는 또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 대릉원, 신경주역 등을 활용한 오프라인 여행자 라운지에는 ‘경주로 ON’과 연동되는 디지털사이니지(움직이고 소리 나는 영상), 짐보관 서비스, 포토부스 설치, 북카페 등 편리하고 안락한 커뮤니티 공간도 제공한다. 특히 중심상가에서 읍성으로 연결되는 지점인 KT 사옥에 설치되는 미디어월은 황금공방, 천상의 세계 등 5개 테마가 착시현상을 이용해 입체감과 공간감을 구현한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사업으로 지역만의 관광문화 유산과 최신 여행 트렌드가 공존하는 관광혁신의 기회가 마련됐다”며 “경주로ON 오픈 이후 시범기간 동안 관광객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경주를 더 편리하게 관광하고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정순임 명창의 ‘흥보가’를 주제로 한 공개행사가 9일 오후 7시부터 서라벌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정순임 명창은 4대에 걸쳐 국악의 후진양성을 위해 노력해 온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국악 명가 후손이다.특히 지난 2007년 경북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홍보가 보유자 지정, 2020년도 국가무형문..
제6호 태풍 ‘카눈’이 동해안으로 상륙해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주시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경주시는 6일 오후 시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주낙영 시장 주재로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상황판단 회의를 개최했다.이번 회의는 태풍 경로가 경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됨에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조성돈 이사장은 2일 경북도청을 찾아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에게 방폐물 관리 현안 사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조 이사장은 고준위방폐물 사업에 필요한 처분시스템과 기술개발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또 방폐물 발생자와 협의해 중·..
경주시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점심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10일 황오동 사랑채와 황촌 정지간에서 개강했다.프로그램은 역사, 문화, 건강, 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를 초빙해 11월 2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인문학 강좌와 함께 점심식사를 통해 주민들 간 소통을 강화하고 ..
경주시의회 이철우 의장과 이동협 부의장을 비롯한 시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 등 30여명은 지난달 31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영주시 장수면을 찾아 수해복구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시의원과 직원들은 수해복구 일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나눴다.특히 생활터전을 잃은 마을주민들이 하루..
경주시가 속칭 ‘황성동 공동묘지’ 부지에 공영주차장 신설에 이어 인접 부지에 도시계획도로를 조성한다.시는 황성동 공영주차장 인접 무연분묘 3기가 지난달 26일 모두 개장됨에 따라 이달 중 도시계획도로 개설 공사에 나선다. 공사는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성동 공영주차장 옆 도시계획도로(너비 8m,..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가 동경주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수원과 함께하는 1kWh 줄이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7월 31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하는 이 캠페인은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 동참과 하계 전력피크 시즌을 맞아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한다.참여 대상은 경주시 양남면, 문무대왕면..
경주시가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요양병원, 장애인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만 65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 건강 고위험군의 감염 시 중증화로 진행될 수 있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따른 조치다. 또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예방접종 후 시간경과로 면역..
경주시가 ‘2023 반려동물 문화교육’ 수강생을 7월 31일부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교육은 9월 4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 2층 교육장을 비롯한 야외운동장에서 실시한다.이번 교육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개 물림 사고, 소음으로 인한 사회갈등과 유기동물 증가 문제 등을 사전 예방하고, 건강하고 배려하..
경주 동궁원이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동궁원은 28일부터 다음달 19일 매주 금·토요일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식물원 2관 야간 미디어쇼를 준비했다.미디어쇼 주제는 지역의 문화재와 함께 사계절을 표현하고 있다. 수막새, 에밀레종, 석굴암의 부처상, ..
경주시민의 휴식처인 황성공원 내 맥문동 꽃이 보랏빛 물결을 이루며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경주시는 올해 황성공원 산책로 주변으로 10만5000본(3000㎡)을 추가 식재해 약 2.2㏊에 달하는 대단위 맥문동 꽃단지를 조성했다.맥문동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푸르른 황성공원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환..
경주 코오롱호텔이 시원한 호텔에서의 휴식을 원하는 ‘호캉스’ 관광객을 위한 이색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코오롱호텔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호텔 전시 ‘타임 애프터 타임’을 관람할 수 있다. ‘타임 애프터 타임’은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전 세계 피규어를 감상할 수 있는 피규어 박물관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레트로 박물관으로 구성돼있다.
경주시 관내 11개 농·축협 조합장들이 지난 26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예천군을 방문하고 수해복구 성금 1100만원을 전했다. 이번 성금은 예천군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지역 농·축협이 함께 모금한 것으로 피해지역 복구와 이재민 구호활동, 구호물품 지원, 수재민 주거시설 마련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민화 책가도의 현대적 조형 전통적인 색과 문양을 이용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표현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몬드리안의 면 분할을 착안해 전통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과 공간을 탐구한다. 전통민화를 칠보기법과 도자기로 재해석한 작품은 과거와 현대가 충돌하면서 탄생한 과정을 담고 있다. 전통민화의 상징성을 과거와 현대가 만나는 접점에서 표현함으로써 작품에 희망과 행복한 삶을 바라는 마음을 녹여낸다. 눈앞에 펼쳐진 민화 책가도의 현대적 조형을 통해 전통이 현대와 만나는 새로운 표현의 지평이 열릴 것을 기대한다. 미묘한 금빛과 한국적인 색채가 공감, 편안함, 행복으로 전달되길 바라며, 더불어 민화의 가치 또한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머슴을 둔 집이 더러 있었다. 머슴이 거처하는 방에 동네 젊은이들이 자주 모였다. 그러면 주인집에서는 커다란 보시기에 짠 동치미를 몇 사발을 들여준다.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이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삭은 무를 어썩어썩 씹어 삼키고는 국물을 들이킨다. 그러면 소변이 마렵다. 주인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들이 변소에 내갈긴 소변이 바로 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약삭빠른 사람은 자기 집에 가서 볼일을 보고 오곤 했다. 가끔은 내기를 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찹쌀 한 되로 만든 떡을 다 먹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내기에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을 걸었다. 어쩌면 쌀 한 가마 쯤 되었을 것이다. 좀 모자라는 사람이 바로 집으로 가서 찹쌀 한 되로 떡을 해서 먹어보니 좀 무리가 되긴 했으나 이를 먹을 수 있었다. 그 길로 돌아와 내기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제법 호기를 부리며 먹었으나 결국 다 먹지 못해 내기에 지게 되었다.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떡을 다 먹으면 두 되 떡을 먹는 셈이 아닌가? 또 이런 내기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저 뒷산 공동묘지에 다녀올 수 있냐는 것이다. 공동묘지에는 귀신이 많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에 모두 겁을 먹곤 했던 시절이었다. 기골이 장대한 청년 하나가 다녀오겠다며 나섰다. 물론 다녀오면 푸짐한 보상이 약속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녀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말뚝을 하나 건네며 몇 번째 묘 앞에 이 말뚝을 박고 오라고 했다. 좀 으스스 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묘 앞에 이르러 큰 돌을 하나 집어 말뚝을 박았다. 담력을 과시하려면 깊이 박아야 한다. 곧 귀신이 달려들 것 같지만 꾹 참고 박았다. 다 박고 나서 이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귀신이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더럭 겁이 나서 큰 소리로 “놓아라!”라고 고함을 치지만 잡은 옷자락을 꽉 쥐고 놓지 않는다. 날이 새도록 이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니 모두 그 묘지로 가 보았다. 먼동이 희끄무레 밝아오는데 그 친구가 묘 앞에서 그때까지 “놓아라, 놓아라!” 외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옷자락이 말뚝과 함께 박혔던 것이었다. 혹 당시에 내기를 했던 사람들이 이곳 모량 사람들이고 그 묘지가 이곳 금척리 고분군이었던 것은 아닐까? 경주에서 국도를 따라 서악과 광명, 모량을 지나 10Km 쯤에 이르면 4번 국도 양편에 작은 산과 같은 고분이 밀집되어 있는데 외형상으로는 대부분 원형토총인데, 2기가 맞붙어 있는 표형분도 있다. 모두 경주시내의 대릉원 등에 있는 대형 고분들보다는 규모가 작다. 1963년에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금척리 고분군이다. 일제강점기의 조사에서는 모두 52기가 확인되었으나 가운데 도로가 생기면서 현재는 32기 정도만 확인되고 있다. 아직 이 고분들에 대하여 본격적인 학술적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1952년에 파괴된 고분 2기에서 금귀걸이·곱은옥 등이 출토된 바 있고, 1976년 고분군 사이의 밭에서 작은 규모의 고분들이 발견되어 문화재관리국 경주사적관리사무소가 주관하여 발굴한 바 있다. 이어 1981년 민가 보수 중 파괴된 작은 고분들이 발견되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발굴하였다. 당시 세환식 금귀걸이 1쌍, 호박환옥(琥珀丸玉) 1점, 기타 철편·토기편 등이 출토되었는데, 이러한 유물들은 경주지방의 고분들에서 나오는 것과 같아 축조 시기도 대체로 경주고분군과 비슷한 시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5월에는 영남문화재연구원 발굴단이 경주 도심에서 서북쪽 10여㎞ 떨어진 들머리 길목인 동해남부선 철로 연결 예정터 일대를 파보았더니 정연하게 구획된 도로와 네모난 주거지, 우물, 초석 아래에 기초석을 다져 넣은 적심 건물터가 나왔다. 너비 8-5m의 남북-동서축을 잇는 도로도 10군데나 발견됐다. 격자형 도로로 둘러싸인 이 도시 유적은 8세기 것으로, 경주 도심 왕경 유적의 도로·주거지 등과 얼개가 거의 같았다. 신라인의 경주 도시계획이 이곳 외곽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다. 고분군의 남쪽은 모량(牟梁)이다. 그래서 금척리 고분군을 신라의 6부 가운데 하나인 모량부 귀족들의 무덤들로 보는 견해도 있다. 모량부는 『삼국유사』에 의하면 22대 지증왕의 왕비가 이곳 출신이다. 학계에서는 당시 모량부가 신라 중앙 정계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던 집단으로 보고 있다.
살을 빼는 건 간단하다. 먹는 것보다 더 움직이면 된다. 너무 쉽다. 하지만 문제는 움직이는 것보다 우리 인간은 먹는 걸 훨씬 좋아한다는 데 있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까닭에 자연스럽게 또한 당연하게 살은 찐다. 그래서일까, 먹고는 싶고 살은 빼야겠고 그 개미지옥 같은 악순환을 ‘한 방!’에 없애버리는 핵폭탄급 처방에 환호한다. 그게 이번엔 주사제다. 살 빼는 주사. 코앞의 음식은 분과 초 단위로 음미하듯 즐기면서 살은 또 단번에 빼고 싶다. 힘든 운동이나 지루한 다이어트 식단보다는 단기간에 그것도 확실하게 체중을 줄여주는 비법이 나왔다. 원래 당뇨 치료용으로 개발된 건데 이게 웬걸 비만 치료에 탁월하단다. 음식을 먹으면 장(腸)에서 나오는 포만감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은 줄이고 포만감은 커지게 하는 방식이란다. 일주일에 한 번 맞으면 몇 개월 만에 체중이 15% 이상 줄어든다고 하니 뾰족한 주사에 대한 선입견이 아주 그냥 싹 사라진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나 세계적인 가수 아델(Adele) 같이 덩치 좋은 셀럽들도 앞다퉈 처방을 받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 내년에 출시될 어느 제품의 경우는 무려 23%의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이어트 시장의 판도를 확실히 바꿀 게임체인저(game-change)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가령 80kg의 남자 몸에서 18.4kg이 빠져나간다는 말이다. 삼겹살로 치자면 9인분(200g 기준)이 넘는다. 먹는 것의 두 배가 빠진다면 누가 힘들게 땀 흘려가며 운동을 하겠는가?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상보다 현실 쪽이 우세하다. 한 달에 쓰는 주사값이 100만원이 넘는다. 당연히 보험 적용도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주사를 끊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비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은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의학협회(AMA)는 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비만을 만성 재발성 질병으로 정의했다. 다른 비전염성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도 비만은 도덕적 타락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고 전했다. 이 모든 담론의 시발점인 식욕, 뭔가를 먹고 싶은 그 욕망에 대한 정의를 찬찬히 음미해 보자. 자, 배가 고프다. 공복 상태다. 위장은 이 상황을 위기로 파악한다. 그러니 뇌한테 SOS를 치기를 배고픔이라는 자극을 전달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신속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마구 압박을 가하는 거다. 바꿔 말해 배가 고프면 위에서 식욕 촉진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것이 식욕 조절센터인 뇌(의 시상하부)에 도달해 음식을 먹게 만드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나고 배 안에 음식이 적당하거나 가득 찬 상태가 되었다. 그럼 반대로 이젠 촉진 말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나와서 뇌가 숟가락을 내려놓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물과 구별되는 우리 인간만의 모습이 발견된다. 아니, 장 속에 음식의 존재 여부로 배고픔이라는 문제가 해결된다면야 이렇게 간단한 일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심리적 자극에서 비롯된 배고픔’도 배고픔으로 느끼는 우리다. 마음이 헛헛하고 휑할 때 우린 단 것을 찾는다는 말이다. 남자친구와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괜히 꾸덕꾸덕한 초콜릿케이크를 집어 든다. 우린 육체적 배고픔과 정신적 배고픔을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가 고가의 주사까지 맞는 이유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건, 그 과정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등 좋은 호르몬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게 핵심이다. 맛있는 음식과 먹음직스러운 플레이팅보다 중요하다. 영양심리학 전문가도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로 불충분한 영양, 불균형한 섭취 패턴을 꼽는다. 영양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불행한 것이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 앞에선 도파민이, 이 자리가 의미 있고 소중하다고 느낄 때 세로토닌이, 공감과 신뢰의 분위기에 옥시토신이, 음식을 꼭꼭 씹다가 보면 모르핀보다 몇 배 커지는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이런 행복과 빠진 살을 등치시키지만 않는다면, 비싼 주사 안 맞고도 우린 언제든지 행복할 수 있다. 살을 무리하게 빼다 보면 없던 주름이 진하게 패인다. 하나의 행복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행복이 희생된다면 그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수묵 송진권 저 노랑을 저 파랑과 하양과 붉음을 지나지 않으면 어스름이 내려오지 않는다지요 거무죽죽한 날개를 떨쳐입은 숭숭 검은 털 배긴 어둠이 오지 않는다지요 나는 등롱에 기름도 채워 두고 심지도 가지런히 잘라두었지만요 기다란 더듬이 소리 없는 날갯짓의 올빼미 같은 어스름이 검은 수레를 타고 곳곳에서 번지듯 스미어 올 때 차마 불을 그을 수 없었음을 뭐라고 해야 할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야기하지 않던 사람아 차마 얘기할 수 없어서라며 고개 숙이던 사람아 묵의 농담만으로도 충분히 한세상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을 온갖 색이 섞인 묵을 명과 암 그 언저리에서 촘촘히 번지는 색 중에 내가 모르는 그 어떤 희미한 빛을 붉은 낙관 찍어 벽에 걸어두렵니다 이처럼 밝은 분간이 너무나 무서워서요 어스름이 그린 한 폭의 수묵화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3년 6월호에 발표된 시인의 ‘수묵’이라는 작품은 한 편의 동양화론 같다. 흔히 채색화가 더 강렬하고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수묵의 깊이와 멋을 알게 되면 그 말은 달라진다. 채색화가 뿜어내는 아름다움이 화려하고 선명하다면 수묵화는 화면에 번지는 서정성이 그윽하고 서정적이다. 백과 흑 사이, “명과 암 그 언저리에서” 셀 수도 없는 색이 촘촘히 번진다. “번지듯 스미는 수묵” 속에는 그래서 수많은 채색들은 물론 채색화가 표현할 수 없는 그 너머의 색이며 기운까지가 다 들어 있다. 노랑과 파랑, 하양과 붉음을 지나지 않으면 수묵의 “어스름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말도 수묵의 단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나 수묵은 자신의 세계를 자랑하지 않는다. 이 시에서 나와 이야기하는 그 ‘사람’은 가상적인 청자이기도 하지만, 수묵을 인격화한 표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야기하지 않던 사람아”, “차마 얘기할 수 없어서라며 고개 숙이던 사람아”라고 말하지만 이는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어떤 수묵의 속성인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묵의 농담만으로도/충분히 한세상을 담아낼 수 있”다는 말은. 담묵, 중묵, 농묵, 초묵으로 나뉘는 농담의 단계로 수묵은 천의 정조과 만의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화자는 “숭숭 검은 털 배긴 어둠”, “기다란 더듬이”를 가진 “소리 없는 날갯짓의 올빼미 같은 어스름”이 내려오는 순간의 감흥에 젖어, “등롱에 기름도 채워 두고/심지도 가지런히 잘라두었지만” 쉽게 불을 긋지 못한다. 우리가 흔히 밝다고 말하는 불빛은 어스름을 다 몰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불이 켜지는 순간은 파랑과 하양 붉음 같은 맑은 이성이 작동하는, “밝은 분간”의 세계이다. 화자는 그 뚜렷한 “분간이 너무나 무서워서” 다만 수묵의 농담이 번질 때 보여주는 “내가 모르는 그 어떤 희미한 빛”을 “붉은 낙관 찍어 벽에 걸어”둘 뿐이다. 우리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어깨를 친다. 정작 이 구절이 이 시의 급소이다. 실은 시인이 화선지가 아니라 어스름의 저녁에 수묵화 한 폭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독자들은 현실의 수묵화가 아니라 시인이 시로 만든, 어스름이 그린 깊고도 그윽한 수묵화 한 폭을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