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있는 가정의 냉장고에는 우유나 유제품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당연하다. 자식의 건강을 고려한 엄마의 선택이겠다. 따라서 집 밖에서 본인 용돈으로 사 마시는 건, 어쩌면 엄마가 싫어할 만한, 탄산음료다. 그것도 빨갛고 노란 착향탄산음료라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왜 하필 탄산음료인지를 물었더니 ‘톡! 하고 쏘는 맛’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럼 탄산음료는 주로 언제 마시냐는 질문에 생일파티나 각종 모임에서 많이 마신다고 했다. 닭튀김이나 햄버거, 피자와 함께 말이다. 그야말로 호불호가 있을 수 없는 조합이다.
입안에서 톡톡 쏘는 탄산을 고대 로마인들은 ‘신(神)이 내린 물’이라고까지 격찬했다. 이탈리아 트라시메노 호수에서는 탄산이 함유된 물을 약수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위장병 치료에 특별한 효과가 있어서 ‘신의 눈물’로 불리기도 한다고. 입안에서 벌어지는 흥미롭고 내밀한 느낌에 경제가 결부되었다. 소다수에 감귤을 섞어 만든 최초의 탄산음료에도 차별점으로 ‘피로를 몰아내는 마법의 물약(1767)’으로 홍보문구를 밀었다고 한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그러다가 두통약 개발에 실패한 약사 존 팸버튼(John Pemberton)이 남은 재료에 소다수를 섞어 만든 게 그 유명한 코카콜라(1886)다.
탄산음료는 보통 강산성(2.5~4.0)에 가까운데 맛을 구별하는 혀 속 미뢰는 이 정도의 산을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인식하게끔 진화되었다고 한다. 그 반면에 과일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산미는 외려 꺼리는 인간의 본능은 일관적이지 않다.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인간본능의 역설적인 진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애들이 좋아하는 검은색 음료가 콜라라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국가대표급 음료는 커피다. 커피가 검은 이유는 당연하다. 원래 녹색인 생두를 고온(150~250°C)에서 마구 볶으면 당분은 분해되고 갈색 색소와 쓴맛을 생성되는 화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그렇게 로스팅된 원두를 이제 남김없이 분쇄하고는 뜨거운 물로 추출하면 검은색(아니면 아주 진한 갈색) 커피가 완성된다. 폴리페놀이나 탄닌, 카페인이 용해된, 매력적인 향기는 덤인, ‘어른들의 콜라’가 말이다.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커피의 기본은 에스프레소(Espresso)다. 고압에서 원두를 아주 빠르게 추출해 내면 진하고 강한 에스프레소가 완성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침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일상이다, 잔도 작고 양도 30ml 정도로 소량이라서 그냥 서서 빠르게 마시고는 출근한다고 한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농도를 낮춘 게 아메리카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가 너무 진해서 미군 병사들이 물을 타 마시던 버릇에서 탄생한 게 아메리카노(Americano)다. 지금처럼 더운 여름이면 누가 뭐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여기에 밀크를 추가하면 한층 부드러운 라떼(Latte)가 된다. 왜 커피잔이 넘칠 듯 찰랑거리는 우유 거품에다 패턴이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라떼 말이다. 여기에 우유의 양과 비율을 이렇게 저렇게(?) 한 게 카푸치노(Cappuccino)고. 코코아 파우다 같은 게 뿌려져 있지 않으면 입맛 둔한 나는 라떼와 카푸치노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커피잔에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라떼고 계피나 코코아 가루 같은 게 뿌려져 있으면 카푸치노로 이해한다. 틀릴 공산이 큰 나만의 단순 구별법이다. 커피로 점(占)을 치기도 한다. 지금은 튀르키예로 바뀐 터키 커피(Turkish Coffee)가 그렇다. 다 마시고 난 잔에 남은 커피 가루의 문양을 보고 점을 친다. 유네스코 세계인류 무형문화(2013년)로 등재된 이 오랜 전통은 필터로 거르지 않고 그냥 끓여 가루가 많이 남는 그들만의 커피문화이기에 가능했다.
질병관리청의 조사에 따르면 건강을 염려한 어른들은 점점 무가당 커피나 칼로리가 덜 든 탄산음료로 갈아타고 있단다. 반면에 청소년들은 정반대다. 10대 청소년들은 탄산음료를, 그 미만의 아동들은 주스나 과일채소 음료를 마시고 있다. 문제는 그 속에 든 당(糖)이다. 액체 속에 녹아있는 당분은 소화가 빠른 만큼 혈당을 급상승(혈당 스파이크) 시키고 피로감과 허기를 유발해 또다시 콜라 캔을 따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도 잘 생각하길 바란다. 영양 상태의 불균형과 충치, 늘어나는 뱃살의 주범은 네 손에 들린 22개의 각설탕 덩어리라고! 콜라(500ml 기준)의 모습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