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림책을 읽다가 글 책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있다.   그림도 없고 글만 가득한 페이지를 읽는다는 것이 굉장한 거부감이 있다. 그때 아줌마가 찾은 작가가 있다. “린다 수 박”, <사금파리 한 조각>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지금은 아동문학의 노벨문학상인 뉴베리상 수상작으로 초등학교 권장 도서인 것으로 알지만, 당시에는 뉴베리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잘 홍보도 안 된 책이었다. 그쯤 초등학생이었던 조카는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었고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아줌마가 아주 젊은 대학생이었을 때 첫 조카의 교육과 흥미,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은 마음으로 찾다가 만난 책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을 책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문장은 눈에 보이는 개성이 없는 책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조선시대 도공(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는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 이민자였기 때문이다. 즉 원작이 영어로 써졌고, 한글로 번역된 책이다. 그러니 글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번역은 지극히 객관적으로 써져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요즘에는 이런 상황이 많이 변한 것 같기는 하다. 특히 영화 자막). 작가는 같은 한국계 이민자와 결혼했다. 작가는 곧 엄마가 되었고 그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아이들이 한국계 이민자의 외형인 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그때부터 한국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부족한 한국에 관한 자료에 작가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한국적 요소를 찾고 공부해 나갔으며 스스로 한국 자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확장했고 결국 아이들을 상대로 한 책을 쓰기에 이른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사금파리 한 조각>이다. 이후에 작품들도 <널뛰기>, <연날리기>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전통과 예전 모습에 치중한 작품들이다. <내 이름이 교코였을 때>는 일제 치하 시절 창씨 개명을 하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작가와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런 작가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한국에 살지만 한국의 전통이 많이 잊혀진 시대에 사는 우리 조카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느끼길 바라며, 책을 샀다. 삼십 년이 넘어 우리 쌍둥이가 글 책으로 넘어갈 때도 이 책을 추천했다. “사람 이름에 수박이 있다!” 흥미 위주의 논란거리를 던져주고, 작가의 독특한 이력으로 박인 성과 미국식 이름을 갖게 되면서 이름에 수박이 들어간 배경에서 그로 인해 결혼 이후 한국을 알고 제대로 아이들에게 설명하고픈 엄마의 노력이 들어간 책이라는 설명은 덤이었다. 오늘따라 아줌마가 아주 서론이 길다. 도대체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구구절절 떠드는가 싶은가? 뭐, 한국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는 안다고 자부하는가? 좋다. 그렇다면 아줌마는 묻고 싶다. 우리 마을, 우리 고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아는가? 아줌마는 첫 회에 고백했듯이 제주댁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경주에서 나고 자란 아빠 덕에, 경주에서 나고 자라는 중이다. 아줌마가 경주에 대해 아는 것은 학창시절 수학여행이 전부다. 교과서에서 본 석가탑과 다보탑, 에밀레종을 본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아이들이 걸음마를 떼면서는 천마총에서 산책하고 연못에서 물고기를 보며 여가를 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가 되자 경주에 관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아줌마는 교과서 이외의 내용은 몰랐다. 그래서 경주에 넘쳐나는 각종 문화재를 설명은커녕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래서 우연히 알게 된 “라라라답사”를 통해 신라를 좀 더 이해하고 경주, 서라벌을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은 진리다. 경주를 다니다가 무심코 넘어갔던 것들이 이제는 예사롭지가 않다. 아이들도 그렇다. “엄마, 저기 예전에 절터였나봐.” 답사 때 들었던 내용을 기억하고 아이들도 저런 것이 보이는구나 싶었다. 아줌마는 안강에 산다. 아줌마는 우리 동네를 얼마나 알고 있지? 아줌마는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이야기해 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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