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해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추진한다. 경북도, 경주시, 포항시, 한국공항공사 포항경주공항, 경북문화관광공사 등 5개 기관은 지난 14일 도청에서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운항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시장, 장상길 포항부시장, 장재호 포항경주공항 공항장,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5개 기관은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 협력 등을 통해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개최 성공에 협력하기로 했다.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경주가 선정되면 포항경주공항을 통해 국제선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도록 해 각국 정상과 방문단이 원활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모객에 협력하고, 입국 외국인 관광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국제노선 개설 등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국제선이 취항할 경우 APEC 정상회의 기간 김해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에 이어 포항경주공항도 국제노선을 보유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공항활용에 있어 급격한 기상악화나 일정 변경 등의 상황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며, 공항 복잡도도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경주시는 향후 보문단지와 최단거리인 포항경주공항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 또는 숙소까지 인력수송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낙영 시장은 “APEC 정상회의 유치는 경주발전을 앞당길 마중물 역할과 동시에 국제 마이스(MICE)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업무협약을 계기로 숙박 수용 능력, 경호 안전 등 다방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시·도민의 염원인 APEC 정상회의를 경주에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스승의 의미를 되새기는 제자들이 있어서 화제다. 경주정보고 등산부 졸업생들은 20년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스승을 찾아뵙고 감사를 전하고 있다. 경주정보고 등산부 졸업생 한상덕 씨를 비롯한 6명은 마음 한쪽에 고교 시절의 등산부 기억과 그 안에서의 소중한 만남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권종훈 선생과의 만남이다. 그들은 졸업 후에도 매년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을 찾아뵙고 있다. 이번 스승의 날에도 한 씨와 그의 고등학교 등산부 선후배들은 선생님을 찾아뵙고, 그 은혜를 되새겼다. 각자의 업과 상황에 따라 선생님을 찾는 인원은 다소 변동이 있으나 늘 4~5명은 함께 한다고 했다. “만약 찾아뵙지 못하는 선후배들은 전화로라도 인사를 전합니다. 선생님께서 학창 시절 저희에게 주신 사랑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죠” 현재 월성중 교장으로 재직 중인 권 교장은 당시 등산부 학생들에게 산과 함께하는 인생의 방법과 정도를 가르쳤다. 이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 인성 교육을 통해 인생의 선배로서 진정한 가치를 전달한 것이다. 당시 공부가 싫었고, 학교가 재미없었던 학생들은 우연한 기회에 등산부 활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달려졌다고 말했다. 특히 방학 때 지리산을 등산하며 겪었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선생님의 응원은 한 씨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다니기 전까지 산을 몰랐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었고 돈도 없었죠. 여름 방학 때 지리산을 등산한 것이 기억에 깊이 남습니다. 무더운 여름, 물도 부족하고 등산 장비도 없이 2박 3일 지리산을 등산하며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걷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선생님이 응원해 줘 완등할 수 있었죠. 그때 많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3년간 등산부로 활동하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권종훈 선생님이 없었다면 현재 멋진 인생을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매년 선생님을 만나러 가고 있다. 또한 캠프와 장학 프로그램 등 후배들을 돕기 위한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혈기 왕성하고 겁 없던 10대 학생에게 산을 알게 해주고, 인생의 정도를 알게 해주신 선생님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매년 찾아뵙는 제자들이 되겠습니다”
경주시 관내 11개 농·축협과 농협파트너스는 지난 14일 조합원들의 건전한 장례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동경주농협에서 장례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1년 경주농협과 천북농협이 합병할 당시, 해당 조합장들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은 경주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최준식 조합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스쳐 지나간 동물을 디자인하다 나는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 내 전공은 야생동물이며, 관련 분야에서 일했었다. 그저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할 뿐이다. 지금도.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의 불안정성과 이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생물들이 겪는 고통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 작품에 나타난 앵무새는 과거 밀렵으로 인해 멸종된 스픽스 마카우 앵무새다. 인류의 영향으로 야생에서 완전히 멸종됐지만, 현재는 보호소를 세우고 종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멸종시킨 후 다시 보존하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디자인한 것이며, 작품에 나타난 손이 밀렵을 상징하는지, 보호를 의미하는지는 보는 이들의 해석에 맡기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무엇이 스픽스 앵무를 위한 일이며 스픽스 앵무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지 말이다.
이상기후의 여파로 지역 시설·과수 등 재배 농가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고온과 저온을 오가는 날씨 탓에 농작물 냉해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지역에서만 냉해로 인한 피해가 107ha에 이른다. 또 4월부터 6월 사이 두 차례에 걸친 우박으로 인해 5ha에 피해를 끼쳤다. 작물별로는 사과, 배, 복숭아, 체리 등 과수 110㏊, 취나물 2㏊ 등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봄철 30도가 넘는 고온에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등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지며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봄철 고온에서 과수나무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저온 피해와 과수화상병 발생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한다. 또 꽃 피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면 열매달림도 나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농가는 현재 초비상 상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사과 냉해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떨어져 지난해 가을부터 현재까지도 사과가격은 말 그대로 ‘금값’이다. 결국 냉해로 인한 피해는 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상황이 심각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농업피해로 인정하고 피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에 따라 농약대, 생계비 등 재해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북도도 4월부터 기상 재해 및 응급 상황 전파를 위한 품목별 농가 비상 연락망 구축, 저온 피해 경감제 공급 및 적기 살포 홍보, 재해 예방시설 설치 등 생육환경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냉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상기후 피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총체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냉해가 매년 반복되면 농민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제는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이상기후에 대응한 과수, 농작물 등 품목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항구적인 냉해 대책을 위해서는 농민과 지자체, 학계 등 모든 관련 기관들이 나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경주지역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면서 인구 자연감소 현상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쟁도, 재난도 아닌 자연감소로 지역이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들의 호소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인구감소를 막을 수 없다면 지방소멸에 이어 국가소멸에 이를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저출산이 지자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나 자치단체들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 효과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인구절벽 위기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는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종 정책 추진을 위해 총 11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확보했다. 이에 맞춰 경주시도 지난달 인구감소 완화와 미래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할 63개 사업, 791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 7일엔 저출생 대책 시민운동본부 출범식을 갖고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을 펼쳐나기로 했다. 시민단체 및 유관기관, 시·도의회, 인구정책위원, 인구정책실무추진단 등 4개 반 30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운동본부는 앞으로 저출생 대책 정책과 활동지원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시민운동본부 출범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출생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혼과 출산 기피, 빈부 격차, 경쟁 구도와 같은 인식 개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또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 취업, 기업과 노동 관련 정책 등을 모두 출산 친화적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 새로운 발상으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작심하고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지난 4월 중순,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여행업을 오래해 온 나로서는 이번이 세 번째 이탈리아 방문이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즐거움이 이전보다 훨씬 컸다. 그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이 베네치아다. 베네치아는 자연적인 섬과 인공적으로 보강된 섬이 독특한 지리적 환경을 만들었고 그 속에 독보적인 유적을 보존해 오다 보니 유네스코가 도시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그만큼 오래된 성당, 명소, 문화 예술이 넘쳐나는 곳이다. 전반적인 통계를 보면 베네치아는 연간 약 8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다. 이 숫자는 매우 정확한 것이, 섬으로 이루어져 열차나 배로 드나드는 숫자가 쉽게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베네치아 주요 유적지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골목이나 수로, 운하, 광장 등이 사람들로 붐빈다. 한때 20만 가깝던 거주 인구가 줄어 지금은 5만 명 수준인 도시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넘쳐나는 것은 경탄할 만하다. 유적 보전에 대한 엄청난 통제와 그에 따른 불편, 관광객들로 인한 스트레스로 점점 거주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나 내가 베네치아 있을 무렵 향후 탐방 인원을 제한하겠다는 정책이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이 과장되지 않다는 것이 귀국한 바로 다음 날 증명되었다. 4월 25일자부터 베네치아에 당일로 들어오는 방문객에게는 5유로(약 7000원)씩 입장료를 받는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베네치아가 디즈니랜드라도 되느냐며 조롱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들끓는 인파를 본 사람이라면 이런 조치가 왜 일어났는지 충분히 수긍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베네치아 주민들이 오죽 답답하고 성가셨으면 이렇게 입장료를 받을까 싶은 것이다. 이런 상념은 자연스럽게 경주와 연결된다. 경주는 연간 4750만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황리단길과 일부 축제 시기 등을 제외하면 이 숫자가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중요한 유적지의 단위 면적이 베네치아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고 인구는 월등히 많은데도 베네치아의 인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시 발표에 따르면 황리단길에는 하루 평균 3만5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정도 숫자가 경주방문 관광객의 숫자일 것이다. 즉 한해 1200만에서 1300만정도가 경주를 찾는다고 보면 합당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관광객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베네치아 인구가 줄어드는 결정적 원인은 관광으로 인한 투어리피케이션의 심화다. 거주민들은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소란스럽고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환경이 지저분해지는 것에 진저리 친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그와 비례해 소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경주처럼 대부분 하루만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이고 관광지의 상대적 고물가로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현상도 심해졌다. 즉, 관광객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보다 그로 인한 부정적 폐단이 커지다 보니 관광정책의 근본적인 시정이 필요해진 것이고 그 결과 당일치기 관광객에게는 5유로라는 입장료까지 받게 된 것이다. 경주 역시 4750만이건 그 이하건 반드시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보아야 한다. 관광정책을 발전시키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는 지금의 관광객만으로도 주말이나 관광시즌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고물가로 인한 시민 경제침체, 사생활 고통, 유적지 규제로 인한 불편, 유적 보존으로 인한 사유재산 침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다.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베네치아처럼 대부분 하루만에 돌아가는 관광객들이고 시민 경제에도 별 영향을 못 미치니 시민들 입장에서는 관광객이 더 이상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늘어난 것을 자랑하는 시의 과대한 홍보는 오히려 시민들의 삶을 무시한 공허한 실적주의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베네치아는 여러 면에서 경주가 벤치마킹할 만한 도시다. 누구를 위한 문화재 정책인지, 누구를 위한 관광정책인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 무턱대고 관광객을 늘이는 정책을 고쳐서 관광은 주민들을 우선 고려한 정책으로, 유적보존은 국민의 명예와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으로 양립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베네치아는 이미 오래 전에 그것에 실패한 도시이기에 입장료라는 강경책까지 쓰는 것이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외채 13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일본에 종속된다고 생각하고 전 국민이 3개월 담배를 끊어 돈을 마련하면 외채를 갚을 수 있다면서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운동에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참여하였다. 국채보상운동은 경제주권수호 운동, 금연 운동, 언론캠페인 운동, 여성 운동 등의 성격을 가진 범국민적 국권수호 운동이다. 거국적 운동을 통해 30여만명이 의연금을 내었고 19여만원의 성금을 거두는 성과를 내었다. 그렇지만 의연금은 외채 상환에 쓰이지 못하고 다수의 의연금(義捐金)이 한일합병 후 총독부에 강제편입 되었다. 비록 목표한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은 일제강점기의 물산장려운동, IMF 외환 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계승되었다. 경주에서도 국채보상운동은 활발하게 일어났다. 최부자집의 11대 만석꾼인 최현식 선생과 양동마을의 이중구 선생이 앞장섰다. 2018년 교촌 한옥마을의 최부자집 곳간에서 국채보상운동 관련 문서가 다량 발견되면서 경주 국채보상운동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최부자집에서 발견된 국채보상운동 자료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경주 의연자 명단과 의연금이 적힌 ‘국채보상의연금 성책(國債報償義捐金成冊)’이다. 여기에는 경주 국채보상운동에 5065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여 3329원48전의 의연금을 모은 사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 당시 경주 인구가 10만명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의 시민이 이 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이는 인구 대비 참여 시민의 비율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수치이며 심지어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대구보다 높다. 게다가 발견된 성책의 기록은 경주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유림의 연성회사(演成會社)에 의연한 명단과 의연금이므로, 그 당시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경주군 단연상채회’와 ‘경주군 상무소 국채보상단연동지회’에서 모은 의연금을 포함한다면 경주의 참여 인원과 의연금은 더 많다. 또한 발견된 자료를 통해 경주의 의연금을 서울로 수송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 및 기타 운영비를 의연금에서 사용하지 않고 경주 66개 문중에서 갹출하여 경비 708냥을 마련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 당시 경주 유림들의 청렴한 처세관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정신이 바로 우리 경주 정체성(正體性)의 일면이다. 기존의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은 201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하지만 경주 국채보상운동 수기(手記) 기록물은 기존의 자료에 비해 그 수량과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발견되었기 때문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했다. 따라서 경주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의 등재와 그것을 전시할 자료관이 필요하다. 추진 중인 시립 복합문화도서관에 경주 국채보상운동 자료실을 설치하거나 교촌홍보실을 확장해서 자료실을 마련하는 방안은 어떨까. 나아가 경주 국채보상운동을 현창하기 위해 교촌마을 인근이나 교촌마을과 황리단길을 연결하는 지점에 넓은 국채보상운동 기념광장을 조성하여 의연자·의연금 및 66개 문중이 새겨진 선양비와 상징조형물 건립을 제안한다.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있고 공원 내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과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있다. 또한 경북의 성주·고령·상주 등에도 국채보상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광장 조성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기 위해서이며, 기념광장은 새로운 역사문화관광 자원이 될 뿐만 아니라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할 것이다. 기존의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과 미래의 경주를 위하여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모두 중요하다. 기념광장을 조성하려면 시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며 장소 물색과 재원 마련 대책도 있어야 한다. 경주의 국채보상운동을 현창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 당국, 언론기관, 경제단체, 사회문화단체 중에서 추진 주체를 결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국채보상운동 기념광장의 조성에 지역 기업과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섰던 유림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현안이 많은 경주에 또 하나의 숙제가 보태지게 되었다. 경주는 동학이라는 근대사상의 발상지에다 국채보상운동이 크게 일어난 지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경주에서의 국채보상운동은 경주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역사도시 경주에서의 국채보상운동 기념광장은 경주인의 구국 정신과 나라 사랑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곳이 될 것이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누각과 문지를 더듬다 동궁과 월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동문지를 통과하여 월성으로 올라갔다. 월성 안으로 들어서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박물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매일 남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박물관의 바닥을 닦았다. 청년은 바닥을 닦으며 항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이 물었다. “아니, 대학교육까지 받은 사람이 굳이 바닥 청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그러자 청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곳은 그냥 바닥이 아니에요. 박물관이잖아요?” 그로부터 멀지 않아 그는 이 박물관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었다. 몇 년 후 그는 권위 있는 고고학자가 되었고, 훗날 미국 뉴욕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장까지 맡았다. 그가 바로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탐험가로 알려진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Roy Chapman Andrews)박사이다. 이후 박사의 일대기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곳 월성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 그럴 때마다 괭이나 삽으로 흙을 파헤치지 않고 붓으로 살살 쓸어가면서 직업을 하는 연구자들을 볼 때가 있다. 이들이야말로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가 아닐까? 이들의 노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출발하기 전 월성발굴조사 해설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월성이랑’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 두었다. 2014년부터 경주 월성에 대한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데, 문화재연구소에 재직 중인 전공자가 상시적으로 발굴조사의 성과에 대해 현장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예약한 시간이 40여분 여유가 있어 먼저 성 위를 걸어보기로 했다. 최근 1주일 전에도 한 바퀴 돈 적이 있다. 월성은 동서 길이 890m, 남북 길이 260m, 바깥둘레 2340m, 내부 면적은 20만7528㎡이다. 성벽의 길이는 약 1841m이다. 『삼국사기』 등에 의하면 월성 안에는 귀정문·북문·인화문·현덕문·무평문·준례문 등의 성문과 월상루·망덕루·명학루·고루 등의 누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위치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와 같은 문과 누각은 모두 성벽을 통과하거나 전망이 탁 트인 성 위에 있었을 것이다. 헌강왕 때 왕이 신하들과 함께 내려다본 월상루도 지금 필자가 서 있는 이곳 어디쯤이었으리라. 월성의 성벽은 서로 다른 흙을 번갈아 쌓아 올린 후 자연석을 무질서하게 깔아서 만들었다. 성벽의 아래는 단단하게 땅을 다지기 위해 식물의 잎과 줄기 등을 얇게 층층이 깔아서 만드는 방법(敷葉공법)을 이용하였다. 또 조개껍질과 같은 석회를 층층이 깐 흔적도 확인되었는데, 이는 방수나 마감재로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쌓은 월성의 성벽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적으로부터 침입을 막아내면서 긴 세월을 지탱할 수 있었다. 월성의 서쪽 성벽의 바닥층과 성벽 성토층의 경계면에서 50대 남녀 인골 2구와 소아 인골 1구가 확인되었다. 아마도 성벽 축조가 무사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땅의 신[地神]에게 제물로 바친 희생자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50대 성인 인골은 머리를 북동쪽으로 두고 있었다. 한 사람은 하늘을 바라본 채 바르게 누워있고 다른 한 사람은 옆 사람을 바라보도록 상체를 옆으로 튼 자세였다. 인골과 함께 출토된 토기가 대략 5세기 전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서쪽 성벽의 축조 시기를 그 즈음으로 볼 수 있고, 성벽을 보수한 흙 속에서 6세기 무렵의 유물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290년(유례이사금 7)에 홍수로 월성이 무너지고 487년(소지마립간 9)에 월성을 수리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475년(자비마립간 18)부터 487년(소지마립간 9)까지 명활성이 신라의 왕궁 역할을 잠시 한 뒤 다시 왕궁을 월성으로 옮겼을 때도 방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리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679년(문무왕 19)에 궁궐을 다시 고쳤다는 기록이 있는데, 중앙 건물지(C지구) 발굴조사에서 ‘의봉4년(儀鳳四年, 679년) 개토(皆土)’라는 명문기와를 수습하였다. 이때 월성을 수리하였던 것이다.
어릴 적 참 이해할 수 없었던 어머니 잔소리가 “빨리 먹어!”와 “꼭꼭 씹어 먹어!”였다. 아니 꾸물대지 말고 얼른 와서 먹으라 하셔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왜 급하게 먹냐며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신다. 상반된 이 두 말이 사실은 똑같은 거란 걸 어릴 땐 몰랐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평면적이지도, 일관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철이 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 어머니한테 요즘 세상에 잔소리하실 대상을 꼽아달라면 아마 먹방이나 면치기 아닐까 싶다. 면치기는 알다시피 국수나 라면 등의 면발을 끊지 않고 한 번에 먹는 기술이다. 긴 면발을 수명(壽命)과 연관 지어 끊어 먹지 않으려는 의지나 바램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예능 프로나 유튜브의 먹방 채널을 통해 면치기가 어느새 ‘한국인들의 올바른 국수 먹는 법’이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이게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지는 라면이나 국수 대신 밥이나 바나나에 대입해 보면 안다. 우리는 볼이 터질 정도로 밥을 입에 넣지 않는다. 목이 컥컥 막힐 정도로 바나나를 욱여넣지도 않는다. 한 숟갈 크기는 우리 입이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적당하고 적절한’ 분량이다. 근데 왜 하필 국수만큼은 전투적이어야 하는지 도통 궁금하다 입에다 면을 과하게 집어넣느라 완급(緩急)의 지혜가 빠져버렸다. 미국에서는 레깅스 회사의 음모론(?)이 스믈거리고 있다고 한다. 지금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레깅스레그(#legginglegs)라는 챌린지가 대세라고 한다. 이상한 이름의 이 챌린지는 레깅스를 입고 똑바로 섰을 때 허벅지 사이에 틈이 보여야 쿨하다는 인식이 드는 게 핵심이다. 아니 허벅지에 근육이 없어서 그 사이가 벌어진 걸 가지고도 멋있다면, 내 왼쪽 귀 높이가 오른쪽보다 살짝 낮으니까 나도 쿨가이라는 논리와 똑같다. 웃픈 현실은 우리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 20대 여성 중에서 무려 46%가 살을 빼려고 노력 중이라는 뉴스를 봤다. 그들 6~7명 중 1명이 저체중인데도 말이다. 체중이 미달인데도 다이어트가 시급하다면 자신의 몸에 더 엄격하거나, 남의 시선을 더 의식하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 당당한 몸매보다 더 섹시한 건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이런 건 남에게 강요할 수 없는 이슈다. 요즘 술배로 고민이 많은 내가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누구는 거울 속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고 누구는 허벅지에 근육 붙었다고(?) 어쩔 줄 몰라 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그 근육으로 어렵게 하루를 버티기도 한다. 뼈만 앙상한 어르신들 말이다. 젊은이들일수록 얇은 허벅지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날씬하니 이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상 해석은 다르다. 근육 없이 마른 허벅지는 무릎을 굽히고 펴는 데 무리가 따른다. 근육을 미리미리 저축해 두지 않아 허벅지 근육이 약해지면 무릎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몸의 하중이 무릎에 집중되어 퇴행성 관절염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무릎 안 좋은 어르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허벅지 근육은 인체에서 가장 큰 당분 저장소다. 허벅지 근육은 섭취한 당의 무려 70%를 소모하여 혈당을 유지시키는, 건강에 핵심적인 부위다. 그러니 먹방이나 면치기를 즐기려면 외려 허벅지가 튼실한 게 적절하다는 말이다. 과체중을 일으키는 잉여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태우려면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반대로 허벅지 근육이 모자라면 지방과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자연히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통 튀는 젊음의 주인공들한테서 마른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노인들 모습이 중첩된다면 정말이지 큰일 아닌가. 이 모든 게 ‘적절하게’와 ‘적당하게’라는 부사를 제대로 안 배워서 생긴 일들이 아닐까 속상하다. 엄마의 잔소리를 더 들었어야 했나 후회가 된다. 이번 설 연휴 때 일이었다. 거실에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두 분만 덩그러니 계시길래, 식구들 어디 계신가 이 방 저 방 기웃대니 다들 눕고 기댄 채 핸드폰을 쥐고 있다. 밀린 드라마나 영화 몰아보기 중이었다. 넷*릭스의 등장으로 생긴 새 풍속도다. 영상 속도는 기본 1.25배 설정에 지루한 장면이 나오면 제깍 +10버튼(빨리감기 버튼)을 누른다. 다다다다!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지 않는다. 밀린 방학 숙제마냥 해치우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면만 치는 게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드라마 치기’, ‘유*브 치기’ 중이다.
조문국을 다녀오다 권규미 북쪽의 북쪽으로 흰 말을 타고 갔다 바람 강 얼음산을 넘고 또 넘어서 찔레꽃 우거진 뜨락 왕의 잠에 닿았다 만발한 묵언뿐인 오래된 꽃의 나라 원래 가시나무의 먼 혈족이었던 나는 뚝뚝 진 그 묵언들을 치마폭에 거두었다 능원은 아득하고 때때로 반짝였으나 말과 글과 풍속이 서로 멀어진 탓에 면벽한 물방울들 총총 세다 돌아왔다 민족과 자신의 정체성 찾기로서의 왕국 여행 조문국은 경상북도 의성군 지역에 있었던 삼한 시대 초기 국가다. 그런데 그곳을 찾아가면서 시인은 “북쪽의 북쪽으로/흰 말을 타고 갔다”고 현실과 환상이 적절하게 조응되는 구절로 묘사한다, ‘북쪽의 북쪽’이라니! 그것은 비단 조문국뿐만 아니라, 우리의 잃어버린 땅이 다 북쪽에 있다는 안타까움과, 그 아스라한 시간들에 대한 핏줄 속 그리움을 내포하고 있는 구절이다. 이는 일찍이 30년대에 이용악이 “시름 많은 북쪽 하늘”(「북쪽」)이라고 쓴 맥락과 일치하면서도 이용악의 현실공간을 넘어선다. 그러니 자동차보다는 ‘흰말’이라는 말이 훨씬 더 유효하다. 흰말은 “바람 강 얼음산 넘고 또 넘”어 “찔레꽃 우거진 뜨락”에 도착하지만 시인은 거기서도 왕국의 실체를 보지 못한다. “왕의 잠”에 겨우 닿을 뿐이다. 왕국은 쉽사리 시인에게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조문국은 이제 시인 앞에 “만발한 묵언뿐인 오래된 꽃의 나라”로만 존재한다. 이 아픈 그리움, 그러나 도달할 수 없는 안타까움 앞에서 시인은 식물성의 비유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먼 역사로 밀어 틈입하는 시도를 감행한다. “원래 가시나무의 먼 혈족이었던 나는”이라는 구절은 찔레꽃에서 촉발된 것이기도 하지만, 시원을 향한 자기 모험이다. 말하자면 인간과 식물이 한 통속을 이루고 있었던 고대적 조화의 시간에 대한 희구랄까? 그렇다면 가시나무는 현실적으로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가? 다정하지 못하고 자폐적인 성향을 지닌 자신의 기질에 대한 겸손의 표현이다. 이어지는 “뚝뚝 진 그 묵언들을 치마폭에 거두었다”는 구절은 왕국의 편린들을 따 담으려는 안쓰러운 안간힘과, 시인이라는 존재의 기능을 말해준다. 그렇다. “능원은 아득하고 때때로 반짝”이면서 한 번씩 은밀히 자신의 비밀을 풀어내 주고 있지만, “말과 글과 풍속이 서로 멀”다. 시인 백석은 이를 두고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북방에서」)고 했지만, 시인은 민족의 긍지와 무량한 세월이 덧없는 시간 속에 흘러가 버리고 만 상실감을 이렇듯 여실히 표현한다. 그리하여 겨우 왕릉(王陵) 벽에 맺힌 물방울만 총총 세다 돌아올 뿐이다. 결국 시인은 조문국의 사라진 역사를 통해 우리의 뿌리 뽑힌 삶으로부터 회귀하여 자랑스런 당대의 시간의 결을 만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권규미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문병하러 가서 “엄마를 꿔간 노파는 동생과 나를 모른다”(「우리들의 노파」)고 아이러니와 아픔을 절절히 그려내는가 하면, 아내를 간병하던 칠십대 남편이 두 손을 잡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을 “허공의 난간을 딛고 물의 계단에 올랐다”(「활짝, 피다」)고 죽음의 순간마저 상승의 미학으로 돋구어낼 줄 아는 우리 시단의 촉망받는 시인이다.
(사)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는 이달부터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V-컬러링북’책자제작활동의 참여자를 모집한다. ‘V-컬러링북’은 재능기부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 상시 일감을 마련하고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도안기부활동, △책자제작활동, △책자배부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올해는 7가지의 주제(환경, 경주, 자원봉사, 경자·경봉, 전통, 노인, 계절)로 도안 기부활동이 진행됐으며, 이달부터 책자를 제작한다. 완성된 책자는 지역 내 아동, 노인 관련 기관 등 수요가 있는 곳에 배부될 예정이다. ‘V-컬러링북’제작 활동은 1365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신청 후 원하는 시간에 센터를 방문하면 참여 가능하며, 컬러링북 3권을 제작하면 1시간의 봉사시간을 인증받을 수 있다. 센터 관계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다양한 도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V-컬러링북의 장점이다. 재능기부도 하며 봉사시간도 인증 받을 수 있으니 시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자세한 프로그램 관련 사항은 포스터 참고 및 전화(홍보지원담당/070-4415-5821)로 문의하면 된다.
경주시가 오는 22일까지 각국의 문화를 나누고 소통·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 퍼레이드 참가자를 모집한다. 모집대상은 초등학생 이상 누구나 가능하다. 가족 및 단체, 내·외국인 관계없이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지역 방문객(팀당 3~5명 구성)도 참여 가능하다. 참가자들에겐 2시간의 봉사시간이 지급된다. 퍼레이드는 세계 전통의상을 착용하고 참가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로 6월 15일 진행된다. 행사 구간은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를 시작으로 황리단길, 봉황대, 금리단길을 거쳐 경주문화관 1918광장까지 이어진다. 퍼레이드 전체 구간은 약 1.7km으로 약 40분간 진행된다. 최종 퍼포먼스는 황오재즈페스타와 연계돼 펼쳐진다. 참가신청은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공식블로그와 공식소셜네트워크에 공지돼 있는 신청링크를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공식 블로그를 참고하거나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운영사인 태종기획에 문의하면 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세계 전통의상을 착용하고 각국의 문화를 나누는 이번 행사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경주 단석도서관이 산내·서면·내남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운영하는 ‘2024 찾아가는 도서관’ 프로그램이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 이 프로그램은 도서관 접근이 어려운 단체·기관 대상 ‘찾아가는 도서관’과 ‘찾아가는 책 읽기 프로그램’ 등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찾아가는 도서관’은 직접 찾아가 책을 배달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맞춤형 추천 도서를 제공한다. 다독자를 선정해 시상하면서 아이들의 독서 의욕을 높이고 있다. ‘찾아가는 책 읽기 프로그램’은 성동지역아동센터 등 총 3개소가 선정됐다. 오는 11월까지 전문강사가 방문해 책놀이, 그림책독후활동, 글쓰기 활동 등을 통해 맞춤형 독서 연계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시립도서관 측은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문해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도서관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주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7월말까지 외국인근로자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회 첫날인 지난 1일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개최된 기념식에는 최중헌 센터장과 사진의 주인공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수작 시상, 전시기념 행사 등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3월 11일부터 한 달간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진공모를 통해 선정된 30여점을 3곳의 장소에서 차례로 선보인다. 먼저 5월 한 달간 근로자종합복지관을 시작으로 6월 상담카페 너는 봄, 7월에는 지역 유관기관(추후 공고)에서 전시회를 마무리한다. 이번 전시회는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어업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공유해 공동체 의식을 나누고, 5월 근로자의 날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됐다. 또 외국인 근로자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통해 이방인이 아닌 가까운 우리 이웃의 삶, 고유한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지원센터의 의도도 담겼다. 한편 경주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3층에 위치해 있으며,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생활, 노동, 법률 등의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경주시는 2023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대상자의 경우 이달 31일까지 개인지방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3년 종합소득이 있는 개인은 종합소득세와 별도로 개인지방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며, 기간 내 신고·납부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가 부과된다. 신고방법은 전자신고·방문신고·우편신고 중 납세자가 편리한 방법을 선택해 개인지방소득세·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 된다. 전자신고는 PC와 모바일 두가지 방법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국세청 홈택스(hometax)에 접속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뒤 지방소득세 ‘신고이동’ 클릭으로 지방세포털사이트 위택스(wetax)에 자동 접속돼 개인지방소득세를 함께 신고할 수 있다. 방문 신고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나 사업장 소재지에 관계없이 가까운 지자체 시·군·구 세무부서나 세무서를 방문하면 신고 가능하다. 한편 경주시는 통합 신고창구를 세정과에 별도로 마련해 납세편의를 지원할 계획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가산세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한 내 신고·납부 하실 것을 당부한다”며 “앞으로 납세편의 시책을 발굴해 더 나은 세무행정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사)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제52회 어버이날을 기념해 행복선생님과 직원들이 경로당 회장님들께 달아드릴 카네이션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전달식에는 김경환 용강동 분회장과 현곡분회 상구1리 김영호 어르신을 대표로 초청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노인회 경주시지회는 매년 어버이날을 맞이해 경로당 회장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네이션의 빨강색 꽃말은 건강을 바라는 사랑, 열정, 감사의 의미가 있으며 분홍색의 아름다움, 행복, 존경의 의미로 어버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카네이션의 꽃말처럼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하고 있다. 카네이션을 받은 경로당 회장들은 “지회에 감사하다, 이 꽃은 회원들과 총무 덕분에 받는다”며 “앞으로 화합하는 경로당, 웃음이 가득한 경로당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경환 분회장은 “살아가면서 행복하고 감동의 순간을 자주 접하기 힘든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감사하다. 지금 이 순간 지나쳐버린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린다”며 “경주 어르신들,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생활하시길 응원합니다”고 말했다. 구승회 노인회 경주시지회 회장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전해 달라. 경주를, 이 나라를 빛나게 만들어 주신 회장들께 한마디 말보다 진솔한 미소와 마음으로 정성껏 달아 드려야한다”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시간, 화목한 경로당을 애착하는 우리의 마음을 잘 전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청렴(淸廉)은 예로부터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필수 덕목이었다. 조선시대 초학 입문서인 명심보감(明心寶鑑) 치정편(治政篇)에 이르기를 ‘관직에 임하는 법에는 오직 세 가지가 있으니, 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다. 이 세 가지를 알면 몸가질 바를 알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래 직무로 모든 선의 근원이요 덕의 바탕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국민연금은 제도 시행 37년 만에 가입자 2238만명, 수급자 663만명, 노후준비서비스 이용자 608만명, 기금 적립금 1035조원 규모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만큼, 국민연금공단 임직원에게도 청렴은 예외없이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으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에 공단은 매년 ‘반부패·청렴도 향상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처리와 적극행정 추진을 통해 국민 권익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청탁금지법 및 임직원행동강령 등 관련 법과 규정에 대해 전 직원 대상 정기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국 112개 지사에서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청렴실천반’을 운영하고 반부패·청렴 콘텐츠 공모전 등을 통하여 참여형 청렴 문화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에 발맞춰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예규’를 제정하고 이해충돌 상황별 자가점검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자율적·선제적 내부통제 강화 및 부패 예방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공단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2023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7년 연속 2등급을 달성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공직유관단체 중 20개 우수기관을 선정하는 청렴윤리경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K-CP) 시범운영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되었다. 현재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 백년대계를 재설계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공단 구성원에게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수준의 공정과 청렴 의무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도 국민연금공단 경주영천지사 전 직원은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로 청렴을 실천하고 고객 중심의 적극행정을 실천하며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행복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문화(Culture)는 ‘인류가 발전시켜 온 문화유산이나 모든 종류의 예술적 활동 혹은 창작물’로 정의된다. 최근에는 문화를 ‘인간과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UNESCO, 1998)’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인류학적인 시선이라 할 수 있다. 넓은 관점에서 보는 문화의 정의는 인간과 지역 사회를 구성하는 가치, 규범, 전통, 관행, 도덕 등을 포함한다. 유네스코의 1995년 보고서에서 문화는 예술과 문학을 포함한 전통, 라이프스타일, 거버넌스, 인간의 기본 권리, 가치체계, 신념 등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2001년 11월 2일 파리에서 개최된 제31회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의 다양성에 관한 유네스코 세계선언’에서 명시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는 사회 혹은 사회 집단의 정신적·물질적·지적·감정적 특성의 조합으로,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무형의 것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문화는 생활양식·공생의 방법·가치 체계·전통·신념을 포함한다(UNESCO, 2001). 유네스코가 제시한 문화의 관점은 그 대상을 예술작품으로 대표되는 구현화된 것뿐만 아니라 무형의 것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또한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가치나 신념,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회적 영위에 이르는 폭넓은 행위까지도 포함하여 생각하고 있다. 최근 다수 연구자는 ‘인간이 만든 제도와 그로 인한 인간의 행태까지도 문화적 속성’으로 포함하고 있다(Williams, 1997). 지속가능발전과 연관시켜 문화적 속성을 분류하면 ‘문화자본’(culture as capital)으로서의 문화, ‘삶의 방식’(culture as process and way of life)으로서의 문화, ‘지속가능한 사회 촉진제로서의 문화’(culture as a vehicle for sustainable values), ‘예술가치 창조’(culture as creative expression)로서의 문화로 나눌 수 있다(황광선・염지선, 2019: 289-290). ‘자본으로서 문화’는 전통, 문화유산, 공간적 특성, 예술, 그리고 역사를 포함한다(Roseland, 2005).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는 시민의 가치관이나 행위 양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사회 안의 내재된 도덕적 가치·규범·관습 등을 포함한다(Davies & Fay, 2005). ‘지속가능한 사회 촉진제로서의 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접착제와 같은 역할(Rana・Pirancha, 2007)을 하는 것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유대와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법을 제공해 준다. ‘예술가치 창조로서의 문화’는 사회와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을 극대화시켜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문화의 개념을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수행한 연구는 Hawkes(2001)를 통해 제기되었다. Hawkes는 지속가능발전에서 문화의 속성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그것은 첫째, 사회 가치(social value)이며 둘째, 이러한 가치를 이룩해 나가는 모든 삶의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Hawkes, 2001). Hawkes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목표 아래에서 문화란 사회적 산물로 인간의 행태를 표현하고 지역사회를 구성해 나가는 모든 과정 아래에서 문화가 발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한 발전에서의 문화적 속성은 생물처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황광선・염지선, 2019: 287-288). 한편, 지속가능성 담론에서 문화는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논의된다. 하나는 ‘문화적 지속가능성(Cultural Sustainability)’이라는 용례이다. 지속가능성의 대상으로서 문화를 논하는 경우다. 사회 수준에서 ‘문화의 지속가능성’은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성에서 문화(Culture in sustainability)’라는 용례이다. 이는 ‘광범위한 사회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화의 역할’ 또는 ‘모든 개발에 문화적 관점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이철호・박소윤, 2020: 19).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문화의 역할은 문화다양성, 문화적 표현 및 자유, 문화유산, 문화 권리 및 참여, 협동과 협력, 문화교육의 활성화라는 차원을 모두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