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외채 13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일본에 종속된다고 생각하고 전 국민이 3개월 담배를 끊어 돈을 마련하면 외채를 갚을 수 있다면서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운동에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참여하였다. 국채보상운동은 경제주권수호 운동, 금연 운동, 언론캠페인 운동, 여성 운동 등의 성격을 가진 범국민적 국권수호 운동이다. 거국적 운동을 통해 30여만명이 의연금을 내었고 19여만원의 성금을 거두는 성과를 내었다. 그렇지만 의연금은 외채 상환에 쓰이지 못하고 다수의 의연금(義捐金)이 한일합병 후 총독부에 강제편입 되었다. 비록 목표한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은 일제강점기의 물산장려운동, IMF 외환 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계승되었다. 경주에서도 국채보상운동은 활발하게 일어났다. 최부자집의 11대 만석꾼인 최현식 선생과 양동마을의 이중구 선생이 앞장섰다. 2018년 교촌 한옥마을의 최부자집 곳간에서 국채보상운동 관련 문서가 다량 발견되면서 경주 국채보상운동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최부자집에서 발견된 국채보상운동 자료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경주 의연자 명단과 의연금이 적힌 ‘국채보상의연금 성책(國債報償義捐金成冊)’이다. 여기에는 경주 국채보상운동에 5065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여 3329원48전의 의연금을 모은 사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 당시 경주 인구가 10만명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의 시민이 이 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이는 인구 대비 참여 시민의 비율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수치이며 심지어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대구보다 높다.  게다가 발견된 성책의 기록은 경주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유림의 연성회사(演成會社)에 의연한 명단과 의연금이므로, 그 당시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경주군 단연상채회’와 ‘경주군 상무소 국채보상단연동지회’에서 모은 의연금을 포함한다면 경주의 참여 인원과 의연금은 더 많다. 또한 발견된 자료를 통해 경주의 의연금을 서울로 수송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 및 기타 운영비를 의연금에서 사용하지 않고 경주 66개 문중에서 갹출하여 경비 708냥을 마련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 당시 경주 유림들의 청렴한 처세관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정신이 바로 우리 경주 정체성(正體性)의 일면이다. 기존의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은 201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하지만 경주 국채보상운동 수기(手記) 기록물은 기존의 자료에 비해 그 수량과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발견되었기 때문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했다. 따라서 경주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의 등재와 그것을 전시할 자료관이 필요하다. 추진 중인 시립 복합문화도서관에 경주 국채보상운동 자료실을 설치하거나 교촌홍보실을 확장해서 자료실을 마련하는 방안은 어떨까. 나아가 경주 국채보상운동을 현창하기 위해 교촌마을 인근이나 교촌마을과 황리단길을 연결하는 지점에 넓은 국채보상운동 기념광장을 조성하여 의연자·의연금 및 66개 문중이 새겨진 선양비와 상징조형물 건립을 제안한다.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있고 공원 내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과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있다. 또한 경북의 성주·고령·상주 등에도 국채보상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광장 조성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기 위해서이며, 기념광장은 새로운 역사문화관광 자원이 될 뿐만 아니라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할 것이다. 기존의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과 미래의 경주를 위하여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모두 중요하다. 기념광장을 조성하려면 시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며 장소 물색과 재원 마련 대책도 있어야 한다. 경주의 국채보상운동을 현창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 당국, 언론기관, 경제단체, 사회문화단체 중에서 추진 주체를 결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국채보상운동 기념광장의 조성에 지역 기업과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섰던 유림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현안이 많은 경주에 또 하나의 숙제가 보태지게 되었다. 경주는 동학이라는 근대사상의 발상지에다 국채보상운동이 크게 일어난 지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경주에서의 국채보상운동은 경주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역사도시 경주에서의 국채보상운동 기념광장은 경주인의 구국 정신과 나라 사랑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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