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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등학교 김상호 교장, “기업과 학교 잇는 가교 역할, 세계적 반도체 기술인재 키우겠다”

엄태권 기자 nic779@naver.com 1752호 입력 2026/10/29 10:58 수정 2026/10/29 13:24
SK그룹 임원 출신 김상호 교장
34년 산업현장 경험 교육에 접목
실무 중심 교육 강화
SK하이닉스 산학협력 확대
코칭 통한 교육 혁신 추진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등학교 김상호 교장. 엄태권 기자확대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등학교 김상호 교장. 엄태권 기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경주공업고등학교가 올해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등학교(이하 한마고)로 새롭게 출발했다. 산업구조 변화와 첨단기술 인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반도체융합과 신입생 64명이 입학한 데 이어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까지 진행하며 새로운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지난 9월 제31대 교장으로 취임한 김상호 교장이 있다.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에서 34년간 근무하며 인사관리와 인재개발 분야를 이끌어온 기업 임원 출신이다. 최근에는 경영 자문과 전문 리더십 코치로 활동하다 학교 현장에 뛰어들었다.

김 교장이 교육자의 길을 선택한 계기는 SK하이닉스로부터의 외부 개방형 교장 공모 소식이었다. 김상호 교장은 이 소식을 접한 뒤 산업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한 것이다. 그는 “기존에 했던 산업체에서의 경험, 인사관리·인력개발 경험과 우리 학생들과의 연결점들을 찾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학생들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제가 해야 될 역할이 많을 것 같고,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보람도 느낄 수 있겠다 싶어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등학교 전경. 엄태권 기자확대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등학교 전경. 엄태권 기자



산업현장 경험을 교육으로⋯ ‘실행 중심의 인재’ 양성


김상호 교장이 강조하는 교육 방향은 산업현장과 학교 교육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디지털 리터러시, 수평적 협업·소통 능력을 꼽았다. 기술을 익히는 것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변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장은 “우리 학교만의 차별점은 ‘기업 맞춤형 실무 역량 체계의 도입’에 있다”며 “교과서 속 이론 암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8대 공정 및 장비 분석 실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정규 교육과정에 대폭 반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마고는 현재 반도체 전공정 실습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후공정 실습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기업에서 활용하는 업무 방식과 협업 과정도 학교 교육에 접목해 졸업과 동시에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실무형 기술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전공정 실습 모습. <사진=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확대
반도체 전공정 실습 모습. <사진=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



‘영업사원 교장’ 자처⋯ 취업 기회 확대


김상호 교장은 취임 당시 학생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영업사원 교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에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와 기업의 인재 육성 경험을 활용해 산학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사내 교육체계인 하이닉스 유니버시티(Hynix University)와 연계한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온라인 교육·테스트와 멘토링, 산업현장 방문 등을 통해 학생들이 기업의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이해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중견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교장은 “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우리 학생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일터’를 발로 뛰며 개척하는 것”이라며 “긴밀한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견 반도체 소부장기업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채용과 연계하고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취업 자체를 교육의 최종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졸업생들이 기술 변화에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대학 진학 등을 연계한 장기적인 경력 개발 지원체계도 구상하고 있다.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한마고 학생들. <사진=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확대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한마고 학생들. <사진=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



지시보다 질문⋯ 코칭으로 학교문화 변화


기업에서 리더십 코치로 활동한 경험은 학교 운영에도 반영되고 있다. 김 교장은 취임 후 교직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며 학교의 발전 방향과 개선 과제를 듣고 있다.

면담에서는 현재 가장 노력하고 있는 업무, 학교가 우선 개선해야 할 과제, 외부 출신 교장에게 기대하는 역할 등을 질문한다. 교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코칭은 멘토링처럼 가르쳐주고 답을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계속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라며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학교의 미래와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물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면담에서는 교사들의 반도체 전문교육 기회 확대와 장비 활용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으며, 이를 학교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학생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반도체 산업 특강이 대표적이다.

당시 강의를 함께 들었다는 양미란 교감은 세계 반도체 산업의 흐름과 전망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산업현장 임원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전달하면서 단순히 기능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양 교감은 30년간 특성화고에 근무한 경험을 언급하며 학생들이 더 큰 안목으로 세상에 나갈 준비를 충분히 해왔는지 돌아보게 됐다는 소감도 전했다.

김 교장의 산업현장 경험이 학생들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인 것이다.

 

김상호 교장이 취임 후 신입생들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소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확대
김상호 교장이 취임 후 신입생들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소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



지역 인재 육성부터 진로 설계까지⋯ 경주와 상생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한마고는 지역 인재 육성과 경주와의 상생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경주지역 학생을 위한 별도 선발 인원을 운영하는 한편 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반도체 체험교육과 진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합리적인 진학 선택을 돕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는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개별 진학 상담을 진행하며 학교의 교육과정과 전형 정보, 다양한 진로 선택 가능성을 안내했다.

학교 측은 올해 입시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상승했으며, 지원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입시 경쟁률 비교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진학 지도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교육 협력도 확대한다. 학교가 보유한 첨단 실습 장비를 지역 대학·기업과 공동 활용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반도체 아카데미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김 교장은 “경주에 있는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오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 학생들의 진학 기회 확대에 관심을 나타냈다.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기존 학교 시설을 리모델링해 기숙사를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원 기숙사 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그는 “임기 동안 ‘입학하고 싶은 학교, 기업이 먼저 찾는 학교’의 기틀을 완벽히 다지고 싶다”며 “10년 뒤 우리 학교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반도체 소부장·장비 분야의 기술 명장을 배출하는 요람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경주의 자랑이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주역으로 당당히 성장할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교직원이 발에 땀이 나도록 뛰는 ‘영업사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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