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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는 언제 끝나나, 정부는 약속으로 답하라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52호 입력 2026/10/29 10:07 수정 2026/10/29 10:08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 등이 시청 앞에서 정부에 보상과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구호는 거칠지 않았으나 내용은 무겁다. 34년째 이어진 ‘한시적’ 보관의 대가를 묻고, 20년 전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는 일이다. 정부는 더는 침묵으로 답해서는 안 된다.

월성원전 내 캐니스터와 맥스터 1차분은 1992년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노상에서 임시로 관리해 왔다. 임시라는 말이 34년을 넘기면 더 이상 임시가 아니다. 원전 소재 지역 가운데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경주뿐이라는 점은 부담이 한곳에 얼마나 쏠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아픈 대목은 정부 스스로 한 말이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존 시설을 지원하는 방향에서 지역과 협의하겠다고 답했고, 2025년에도 논의를 통한 해결을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통과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의 후속 시행령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말은 있었고 제도는 없었다. 정책 신뢰는 대개 이런 간극에서 무너진다.

방폐장 반입 지원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2005년 유치 당시 연 85억원이 거론됐지만 실제 지원액은 16억원으로 약속의 18%에 그친다. 반입량이 적었다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나, 그 책임을 지역 몫으로 돌릴 수는 없다. 약속은 조건이 달라졌다고 슬며시 접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조건을 놓고 다시 협의해 지키는 것이다.

물론 소급 보상의 범위와 기준을 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형평성과 재정 부담, 다른 지역과의 균형도 따져야 한다. 불이행 시 방폐장 운영을 중단하라는 주장은 에너지 수급과 안전관리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려움이 협의를 미룰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기준을 만들고 근거를 공개하며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고준위 폐기물 관리는 앞으로 수십 년 이어질 과제다. 주민 수용성 없이는 어디서도 한 걸음 나아가기 어렵다. 지금 경주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다른 지역이 정부를 믿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다. 제3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 기존 건식저장시설 지원 방안과 수수료 현실화 방안을 담아야 한다. 경주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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