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2006년 6월 26일자 발행 신문(제753호)에는 ‘경주시가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 요청서를 산업자원부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업 구성이 기존 추진 사업과 중복되고 시민 의견수렴 절차 없이 졸속으로 짜였다는 지역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는 내용으로 집중 보도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제출 시한 연기를 요구하며 반발했고,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 공식적으로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2005년 11월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확정된 데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경주 이전과 특별지원금 3000억원, 양성자가속기 사업 등과 함께 2007년 6월에는 유치지역지원사업을 55개 시행사업, 총 3조4290억원 규모로 확정했었다.
당시 경주시가 제출한 지원사업 요청서는 55개 사업의 밑그림이 된 문서로, 경주시의 향후 20년을 좌우할 만큼 무거운 사안이었다.
시민단체 “지원사업 요청, 큰 틀 없이 졸속으로 짜여”
당시 본지 보도에 따르면, 경주시가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요청서를 산업자원부에 제출하기로 한 법정 시한(7월 1일)을 앞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가칭)국책사업유치지역 정부지원사업 추진준비위원회’(국정추위)는 그해 6월 23일 오전 경주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출 시한 연기를 요구했다. 국정추위는 방폐장 유치가 절대다수 시민의 뜻에 따라 결정된 만큼, 그 결과물인 지원사업 요청 결정에도 시민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방선거 일정 때문에 시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제대로 열지 못한 채 사업이 추진된 만큼 이를 보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정추위가 문제 삼은 것은 사업 구성 자체였다. 당시 경주시가 마련한 지원요청사업안은 총 99건, 국비 4조1636억여 원 규모였는데, 그 상당수가 황룡사지 복원(국비 1880억원), 일정교·월정교 및 신라 옛길 복원(267억원), 경주읍성 복원(356억원) 등 이미 추진 중이던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과 겹치는 내용이었다. 도로교통망(SOC) 확충에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2조2598억원의 국비가 배정돼, 새로운 사업 발굴보다는 기존 사업에 예산을 얹는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주생활쓰레기소각장이나 불국사 노외주차장 매입관리 사업 등 방폐장 지원과 무관해 보이는 항목이 포함된 점도 논란이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사업안 마련 과정에서 시민 의견수렴이 사실상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경주시는 외부 대학에 용역을 맡겨 사업안을 마련한 뒤, 제출 시한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서야 시의원과 시민단체에 의견 제시를 요청해 “졸속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봉우 당시 국책사업추진지원단장은 “7월 1일까지 사업요청안을 산자부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변동될 수 없으며, 한번 제출한 내용 외에 추가 신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경주시는 기존안에 10여건을 더한 110여건, 국비 4조3000억원 규모의 요청안을 확정해 제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민사회, ‘제출 시한 연장하라’ 성명 발표
국정추위는 기자회견에 이어 경주신문을 통해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지원사업 신청 기한 연장을 공식 촉구했다. 성명서는 경주시민 89.5%의 압도적 찬성으로 방폐장을 유치하게 된 경위를 짚으며, 그동안 문화재보호법 등 각종 규제로 성장 동력을 제약받아온 경주가 생존을 위해 방폐장을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정추위는 △사업 목록 제출이 다소 늦어져도 정부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점 △지방선거로 인해 시민설명회·공청회가 충분히 열리지 못한 점 △천문학적 예산과 경주의 미래가 걸린 사안인 만큼 새로 구성될 경주시의회의 채택 결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 △방폐장 유치가 시민 다수의 뜻으로 결정된 만큼 지원사업 요청에도 시민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 등을 연기 요청의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성명서는 정부와 경주시가 행정편의주의로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임시 저장 중인 고준위 핵폐기물과 신월성원전 추가 건설은 물론 방폐장까지 모두 정부가 가져가라는 시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지역지원액을 최소화해 신뢰를 잃을 경우 향후 원전 정책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현실이 됐나?
당시 국정추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했던 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지원사업안이 경주의 장기 발전 전략이라는 ‘큰 틀’ 없이,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을 재포장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시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당시 확정된 55개 일반지원사업 가운데 문화유산 복원 등 11개 사업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시민단체가 ‘경주시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과 중복된다’고 지적했던 분야가 문화재 복원 부문이었던 만큼, 20년 전 제기된 우려가 실제 사업 추진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는 이번 보도를 시작으로, 55개 일반지원사업의 추진 현황과 부진 원인을 점검하고, 2006년 당시 제기됐던 문제의식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짚어보는 기획 연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이 애초의 취지대로 경주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독자들과 함께 확인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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