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全州
김사인
자전거를 끌고
여름 저녁 천변 길을 슬슬 걷는 것은
다소 상쾌한 일
뚝방 끝 화순집 앞에 닿으면
찌부둥한 생각들 다 내려놓고
오모가리탕에 소주 한 홉쯤은 해야 맞으리
그러나 슬쩍 피해가고 싶다 오늘은
물가에 내려가 버들치나 찾아보다가
취한 척 부러 비틀거리며 돌아간다
썩 좋다
저녁빛에 자글거리는 버드나무 잎새들
풀어헤친 앞자락으로 다가드는 매끄러운 바람
(이런 호사를!)
발바닥은 땅에 차악 붙는다
어깨도 허리도 기분이 좋은지 건들거린다
배도 든든하고 편하다
뒷골목 그늘 너머로 오종종한 나날들이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그러나 여기는 전주 천변
늦여름, 바람도 물도 말갛고
길은 자전거를 끌고 가는 버드나무 길이다
이런 저녁
북극성에 사는 친구 하나
배가 딴딴한 당나귀를 눌러 타고 놀러 오지 않을라
그러면 나는 국일집 지나 황금슈퍼 앞쯤에서 그이를 마중하는 거지
그는 나귀를 타고 나는 바퀴가 자글자글 소리 내며 구르는 자전거를 끌고
껄껄껄껄껄껄 웃으며 교동 언덕 대청 넓은 내 집으로 함께 오르는 거지
바람 좋은 저녁
여름 저녁이 선사하는 충만한 낭만성
무겁고 거북한 생각을 내려놓고 잡어탕(오모가리탕)에 “소주 한 홉쯤은 해야 맞”겠다고 은근 생각하지만, 굳이 자신의 심사를 술로 풀고 싶진 않다. 물가에 내려갔다가 “취한 척 부러 비틀거리며 돌아”와 “썩 좋다” 중얼거린다. 이 ‘좋음’은 “저녁빛에 자글거리는 버드나무 잎새”와 “풀어헤친 앞자락으로 다가드는 매끄러운 바람”, 사물들이 그에게 베푸는 향연 때문에 ‘호사’로까지 상승된다.
“발바닥은 땅에 차악 붙”고, 허리와 어깨가 건들거리는 지경에 이른다. 옹졸스러운(오종종한) ‘나날’은 여름 저녁 “바람 물도 말”간, “자전거를 끌고 가는 버드나무 길”이라면 얼씬도 못한다. 이런 저녁이라면 “북극성에 사는 친구 하나”가 “배가 딴딴한 당나귀를 눌러 타고 놀러 오지” 말란 법도 없다. 당나귀 딴딴한 배는 팽팽한 낭만성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그는 “국일집 지나 황금슈퍼 앞쯤에서 그이를 마중하는 거지”, 설레며 생각한다. ‘화순집’에서 ‘국일집’, ‘황금슈퍼’로 이르는 도정은, “다소 상쾌한 일”에서 “썩 좋다”, “이런 호사를!”을 거쳐 ‘발바닥’이 “땅에 차악 붙는”, 감정이 점점 고양되는 과정과 내밀하게 어울린다.
“그는 나귀를 타고 나는 바퀴가 자글자글 소리 내며 구르는 자전거를 끌고”, “바람 좋은 저녁” 혼자가 아닌 둘이서 “껄껄껄껄껄껄 웃으며 교동 언덕 대청 넓은 내 집으로 함께” 오른다.
우리는 당나귀를 탄 친구를 낭만성이 가득한 ‘이상적 자아’로, ‘대청 넓은 내 집’을 너그럽고도 넓어진 그의 마음결로 읽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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