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로 상징되는 정부 주도의 첨단산업 육성 및 지역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인해, 지금까지 에너지전환의 주역이 되어왔던 지역사회가 ‘탄소중립’이 아닌 ‘탄소회귀’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반도체·AI 등 미래산업의 거점이 각 지역에 고르게 뿌리내리는 것은 합당하지만, 그것이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를 다시 확장함으로써 시대에 역행하는 구실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경쟁력을 살리려는 국가적 사업이 지역의 ‘에너지 역행’으로 이어지는 이 역설에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책임이 크다. 큰 틀에서 보아 지금껏 우리나라 정부는 지역의 소규모 민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보급의 책임과 리스크를 떠맡겨 두고,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보호의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전력망 안정화를 명분으로 석탄·LNG·원자력 등 기존 대규모 발전소의 최소 출력은 우선 보장해 준 반면, 전력 과잉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소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출력제어가 가해졌다. 여기에 더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바뀌는 에너지 정책 기조로 지역의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시장을 떠났다. 이렇듯 재생에너지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지역의 첨단산업 인프라를 개발하고 이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다 보니 자연히 화석연료에 재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 원인은 에너지 생산은 지역이, 에너지 소비와 고부가가치 산업은 수도권과 대도시가 독식하는 에너지 불균형-불평등 구조에 있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분절된 구조에서 장거리 송·배전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화석연료가 계통 경합에서 우위를 점했다. 에너지 시스템의 뿌리깊은 불평등은 송전망 확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과 불신을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속도를 내지 못하게 되었고, LNG 중심의 화석연료가 지역에 터를 잡을 대형 산업 인프라의 공급망 역할을 맡게 되었다. 따라서 지역의 경제적 먹거리와 지역이 주도하는 에너지전환이 함께 가려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산업과 에너지에 대한 확실한 원칙에 우리 사회가 합의해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 에너지생산과 에너지전환을 모두 떠안아 왔던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보다 확실한 혜택과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중심의 ‘지산지소형’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검토 중인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준으로 요금 차별성을 강화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RE100 산업단지에 대한 파격적인 입지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자리잡도록 유도하고 장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첨단산업이 전력망과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을 찾아 움직여야지, 산업이 있는(또는 생길) 곳에 전력공급을 맞추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더불어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 프로젝트는 화석연료의 추가 및 연장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원칙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의 지속적인 축소 및 퇴출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지역의 대형 인프라 사업과 신규 전력수요 추가는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 공급과 물 사용량, 소음공해 등 지속가능성 평가의 통과를 전제로 허용돼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이른바 메가 프로젝트를 지역 중심의 에너지전환, 그리고 경제와 산업의 녹색전환을 일궈내는 ‘터닝 포인트’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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