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성공 사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관광도시의 지속적인 경쟁력은 뛰어난 관광자원만이 아니라, 이를 연구하고 혁신하며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나온다. 관광산업과 고등교육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도시가 결국 세계시장을 선도한다.
스위스의 작은 도시 로잔은 1893년 세계 최초의 호텔학교로 문을 연 EHL 호스피탈리티 경영대학을 품고 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학교는 QS 세계대학평가 호텔·레저경영 분야에서 8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며,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정도를 넘어 세계 호텔산업의 표준을 만들어내는 연구와 산학협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도 다르지 않다. 홍콩폴리텍대학교의 호텔·관광경영대학은 세계 대학평가에서 관광경영 분야 8년 연속 1위에 오르며, 부속 교육·연구 호텔을 직접 운영해 교실과 현장을 연계한다. 마카오의 사례는 더욱 시사적이다. 마카오 정부는 1995년 관광산업을 도시의 미래로 삼아 공립 관광 특성화 교육기관을 설립했고, 이 학교는 지난해 정식 대학으로 승격해 관광·호텔·문화유산 분야에서 아시아 정상급으로 성장했다. 카지노와 리조트로만 알려졌던 도시가, 관광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도시로 스스로를 재정의한 것이다.
문화유산도시도 마찬가지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세계적인 대학이 도시의 브랜드를 높였고, 교토는 대학과 연구기관이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연구를 축적하며 도시 경쟁력을 키워 왔다. 결국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관광객만 찾는 도시가 아니라, 연구자와 학생,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모이는 도시다.
경주에는 이미 그 씨앗이 자라고 있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의 호텔관광경영학부는 1984년 개설 이래 40년간 이 도시에서 호텔·관광 전문인력을 길러왔고, 지역의 호텔·리조트와 실습·산학협력을 이어오며 관광도시 경주의 인적 기반을 묵묵히 떠받쳐 왔다. 여기에 고고미술사학과와 오랜 발굴·연구 성과를 쌓아온 대학박물관으로 대표되는 문화유산 연구 역량까지 더하면, 경주는 ‘관광’과 ‘문화유산’이라는 두 축을 모두 갖춘 흔치 않은 교육·연구 도시다. 문제는 이 소중한 자산이 그동안 도시의 미래 전략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제 이 씨앗을 키워야 한다. 세계문화유산과 풍부한 관광자원, 국제회의 시설, 호텔과 리조트, 역사문화 콘텐츠는 넘치도록 갖추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세계 수준의 전문인력을 길러낼 교육·연구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관광산업을 고도화하는 지식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마침 정부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 역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냉정히 보면 다른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발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관 하나를 데려오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경주의 강점인 역사문화와 관광산업을 국가 차원의 교육·연구 기능과 연결하는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관광·문화유산 관련 공공기관과 연구기관, 전문 교육기능이 함께 들어설 때, 경주는 비로소 다른 도시가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유치 논리를 갖게 된다.
관광은 이제 단순한 서비스업이 아니다. 문화와 기술, 교육과 연구가 융합되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경주가 천년의 유산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바꾸려면, 관광객을 맞이하는 도시를 넘어 관광을 연구하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에는 세계적인 관광대학이 있다. 이제 경주도 그 길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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