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인을 보고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냄새가 안 나서 부럽다”는 것이다. 이건 농담도 아첨도 아니다. 가령 겨드랑이 체취는 ABCC11이라는 유전자 하나가 거의 결정한다고 한다.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아포크린 땀샘에서 특정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피부 위 세균이 이를 분해하면서 특유의 암내가 생기는 구조다. 반대로, 이 유전자의 비활성 변이형을 가지면 세균이 분해할 물질 자체가 없기 때문에 냄새가 안 난다. 참고로 한국인들의 비활성 변이형 보유 비율이 무려 97~99%에 이른다고. 이 말인즉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취에 가까운’ 민족이란 분석이다. 순서를 매겨보니까 유럽계(2%)와 아프리카계(3%)가 가장 암내가 심한 편이고, 동아시아인(80~95%)은 전반적으로 매우 양호하며, 그중 원탑이 한국이다. 이건 뭐 ‘국뽕’ 아니냐고 의심해도 어쩔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니까.
그런데 왜 “한국인에게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말이 세상 곳곳에서 들려오는 걸까? 답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실제로 우리가 마늘을 많이 먹기도 하고, 심지어 생으로 먹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마늘 속 황화합물(특히 알릴 메틸황이라는)은 대사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체내에 오랫동안 머물다가 서서히 빠져나온다고 한다. 땀이나 호흡으로만 말이다. 그러니 샤워를 하거나 향수를 뿌려봐도 마늘 특유의 냄새를 단박에 잡을 수 없다. 몸에서 직접 내보내야지, 강제로나 인위적으로 어떡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2004년 기준)을 보면 한국은 7.72kg 정도다. 이 수치는 유럽에서 ‘마늘 먹는 민족’이라고 놀림받던 이탈리아(0.71kg)의 10배가 넘는다. 우리가 진정한 ‘마늘의 민족’인 셈이다. 하기야 단군 신화 시절부터 마늘을 달고 살았으니 뭐 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마늘뿐일까, 여기에 김치, 된장, 젓갈 같은 발효식품까지 더해보면 ‘인천공항에서 시작되는’ 한국 냄새가 완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 조합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전혀 다르게 인식된다. 우리에게 구수하고 콤콤한 냄새지만 처음 맡는 외국인에게는 생경하고 강렬한 자극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쌀국수 위 고수가 우리 입에는 화장품을 먹는 것처럼 느껴지는 식이다.
하지만 냄새는 민족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식탁의 지문’에 가깝다. 인도인한테서는 커민과 강황 냄새가 나고, 프랑스인한테서는 버터와 치즈 냄새가 난다. 각자 음식 문화가 몸에 스며들어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서 한국인에게 마늘 냄새는 당연하다. 냄새는 우월함이나 열등함의 증거가 될 수 없다. 그저 특정 지역 사람이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가 하는, 가장 솔직한 자기소개 같은 느낌이다. 미군 훈련소에 입소한 한국인이 한 달간 미국식 식단만 먹고 나왔더니, 동료 한국인이 “너 왜 미국 사람 냄새가 나?”라고 했다고 한다. 냄새는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바로 어제 먹은 저녁 식사로 결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한국인은 억울하다. 유전자는 세계 최강의 무취(無臭)를 타고났건만, 하필이면 가장 독한(!) 마늘을 제일 많이 먹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한국다운 역설이다. 무취로 타고난 것도 사실이고, 먹거리로 인해 강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 됐든 한국인의 존재는 냄새로 증명된다.
이제 한국 냄새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있다. 냄새를 피하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그 냄새를 쫓아다닌다. 뉴욕 한식당 앞에 줄을 서고, 런던 마트에서 김치를 찾으며, 파리 유튜버는 삼겹살에 생마늘을 올려 먹는다. 냄새 없는 민족이 마늘을 많이 먹다 보니 생긴 그 ‘톡 쏘는 무취’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냄새를 풍기는 쪽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되레 부러움을 사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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