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가 공식 출범했다. 경주시는 ‘하나되는 경주, 중단없는 전진’을 새로운 시정 구호로 내걸고 미래 100년을 향한 청사진을 시민들에게 제시했다. 경주 최초의 민선 3선 시장이라는 새 역사를 쓴 주낙영 시장은 시민 통합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시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새로운 4년의 시작을 알렸다. 세 번째 선택은 단순한 정치적 승리가 아니다. 지난 8년간의 시정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이자, 한 단계 더 도약하라는 책임이다. 이제 민선 9기는 과거의 성과를 넘어 경주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이번 취임식에서 발표된 8대 핵심 비전은 경주가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관광객 6000만명 시대와 세계 10대 관광도시 도약, 포스트 APEC 전략 추진, K-원자력 에너지 혁신클러스터 구축, 미래자동차 산업 육성, 스마트 농축산업 확대, 미래형 도시환경 조성, 맞춤형 복지 강화, 청년이 정착하는 도시 조성까지 문화와 산업, 복지와 교육을 아우르는 발전 전략이다. 개별 사업마다 도시 경쟁력을 높일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포스트 APEC 전략은 민선 9기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국제행사는 개최 자체보다 이후 무엇을 남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APEC 기념관과 국가상징숲 조성, 세계경주포럼 창설, 외교문화원 설립 등은 경주를 국제회의와 문화외교의 거점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한 구상이다. 신라 천년의 역사문화유산과 국제행사 경험을 연결한다면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를 넘어 국제도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산업 기반 확충 역시 필수 과제다. SMR 국가산업단지와 원자력 혁신클러스터 조성, 미래자동차 산업 육성, AI 데이터센터 유치 등은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다. 제조업과 첨단산업이 함께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다. 산업과 일자리, 인구정책은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돼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청사진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기억 속에는 또 하나의 선언으로만 남게 된다. 관광객 증가와 산업단지 조성, 기업 유치, 청년정착은 이미 여러 차례 제시됐던 과제들이다. 이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비전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다. 사업별 추진 일정과 재원 확보 방안, 중앙정부와의 협력 전략,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특히 대규모 국책사업은 정치적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치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민선 9기의 또 다른 과제는 ‘하나되는 경주’라는 시정 구호를 실질적인 행정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통합의 시간이다. 취임식에서 소상공인과 근로자, 농업인, 다문화가정, 장애인, 청년, 학생, 어르신, 어린이가 함께 비전을 선포한 것은 의미 있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시민 통합은 행사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현안일수록 충분한 소통과 설득을 이어가는 것이 지방행정의 기본이다. 시민들이 정책 형성의 동반자로 참여할 수 있을 때 시정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민생경제 회복 또한 시급한 과제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지역 상권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주 시장이 취임식을 마친 뒤 곧바로 산업현장을 찾아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긍정적인 출발이다. 이러한 현장 중심 행정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규제 개선과 투자 확대, 기업지원,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때 시민들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주는 찬란한 역사문화유산을 가진 도시인 동시에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현실적인 위기를 안고 있다. 문화유산 보존과 미래 산업 육성, 관광객 확대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 균형 있게 추진될 때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며, 어르신이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도시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다.
민선 9기의 4년은 경주의 미래 수십 년을 좌우할 중요한 시간이다. 시민들은 이미 두 번의 평가를 거쳐 다시 한번 시정을 맡겼다. 그 신뢰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답은 화려한 구호나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와 성과다. 경주가 역사문화도시를 넘어 국제도시이자 첨단산업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추진력과 시민과의 소통, 책임 있는 행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나되는 경주, 중단없는 전진’이라는 약속이 시민 모두의 삶 속에서 실현될 때 민선 9기는 비로소 성공한 시정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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