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앞에서 우리는 종종 불편한 광경을 목격한다. 아무렇지 않게 세워진 일반 차량들, 그리고 정작 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발길을 돌려야 하는 현실. 경주시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과 홍보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적절한 조치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단순한 주차 편의 시설이 아니다. 이동에 제약이 있는 시민들이 사회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이동권의 실질적 구현이다. 그 공간이 무단으로 점유될 때마다 장애인의 권리는 소리 없이 침해된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점은 단속 범위의 정밀화다. 많은 시민들이 허용된다고 오해하는 1~2분의 단순 정차, 진입로 차단, 이동통로 침범, 물건 적치 등 ‘주차방해 행위’까지 집중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과태료 역시 불법주차 10만원에서 주차표지 위·변조 및 부당사용 200만원까지 위반 유형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위반 행위의 경중을 명확히 구분하는 체계적 접근이다.
통계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지난해 2172건의 위반 신고가 접수됐고, 올해는 6월 현재 이미 1063건이 신고됐다. 증가하는 신고 건수는 시민 의식의 성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만연한 위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단속의 실질적 억지력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속적 의지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요구된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단속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잠시 편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의 이면에는, 그 공간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절박함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성숙한 도시는 약자를 위한 공간을 지켜내는 문화 위에 세워진다.
경주시의 이번 정책이 단속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문화적 전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배려는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함께 져야 할 의무이며, 지역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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