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홈 오피니언 칼럼 경주논단

환경을 말하는 축제에서 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축제로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36호 입력 2026/06/18 12:44 수정 2026/06/19 17:35

 

 

장성애 디딤ESG교육원 대표경주신문 독자위원확대
장성애
디딤ESG교육원 대표
경주신문 독자위원
6월 13일 경주시 환경 대축제가 열렸다. 제18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40여 개 부스와 다양한 체험, 환경 퀴즈 골든벨, 경품 행사 등으로 구성되었다. 시민들이 환경 문제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기후 행동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예전보다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생수병 사용을 줄이려는 변화도 보였다. 분명 반가운 출발이다.

 

그러나 18회라는 숫자 앞에서 우리는 한 번쯤 멈추어 물어야 한다. 이 숫자는 환경 대축제가 오랜 시간 시민 곁에 있었다는 기록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오래 같은 방식의 행사를 반복해 왔는지, 또 시간만큼 경주시민의 환경 의식 변화에 이바지했는지 돌아보게 하는 숫자이기도하다. 해마다 열리지만 해마다 새롭게 만들고, 나누고, 버리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지속 가능한 축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에 가까워질 수 있다.

환경을 주제로 한 축제가 곧 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축제는 아니다. 플라스틱 생수병은 줄었지만 2000명이 넘는 참여자에게 플라스틱 물병이 제공되고, 부스마다 체험 키트와 홍보물이 나누어진다면 지속가능성의 의미는 흐려질 수 있다. 선의로 준비한 사은품과 체험물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불편한 물건이 되고, 바로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어느 한 행사나 한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 축제가 비슷한 고민 앞에 서 있다. 주제는 환경, 역사, 농산물, 청소년, 문화예술, ESG 등으로 다르지만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천막 부스가 줄지어 서고, 체험 키트가 배부되고, 현수막이 걸리고, 홍보물이 나누어지고, 경품 추첨이 이어진다. 참여자는 많고 행사는 활기차지만, 행사가 끝난 뒤 남는 물건과 쓰레기, 그리고 일회성 소비문화에 대해서는 충분히 묻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멈춤이다.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사은품과 경품이 필요하다는 관성, 체험은 반드시 키트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익숙한 방식, 행사마다 새 현수막과 홍보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습관을 이제는 한 번 멈추어 보아야 한다. 멈추어야 보인다. 우리가 환경을 말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물건을 만들고, 나누고, 버려왔는지가 보인다.

시스템 사고의 학자 도넬라 메도즈는 작은 변화가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지점을 ‘레버리지 포인트’라고 보았다. 경주의 축제에서 그 지점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불필요한 사은품, 일회용 체험 키트, 한 번 쓰고 버리는 현수막을 멈추는 데 있을지 모른다. 순환 경제의 관점에서도 쓰레기는 행사 마지막에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 행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만들지 않도록 설계해야 할 문제다.

기후 행동의 첫 번째 설계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반복해 온 행사를 과감히 멈추어 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해마다 했기 때문에 올해도 하는 부스, 작년에 나누었기 때문에 올해도 준비하는 사은품, 관례처럼 제작하는 현수막과 홍보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경품 중심 운영을 잠시 멈추고 물어야 한다. 이것이 꼭 필요한가. 이것이 환경적인가. 이것이 시민에게 오래 남는 실천으로 이어지는가.

그리고 행사 마지막에는 반드시 ESG 관점의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이 행사는 지속 가능했는가. 참여한 시민은 즐거웠는가. 그 즐거움은 낭비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었는가. 축제가 끝난 뒤 경주는 더 깨끗해졌는가, 더 건강해졌는가, 더 행복해졌는가. 이러한 질문이 남을 때 비로소 축제는 하루의 행사를 넘어 도시를 바꾸는 배움이 된다.

특히 경주는 이 문제를 더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경주는 여름철 무더위가 강한 도시이고, 동시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전력 소비, 물 소비, 음식물쓰레기, 교통 혼잡, 냉방 수요, 일회성 소비도 함께 늘어난다. 관광객은 잠시 다녀가지만, 그들이 사용한 에너지와 남긴 쓰레기, 발생시킨 탄소는 지역에 남는다. 여기에다가 관광을 위한 소규모 축제형식의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관광도시 경주가 직면한 ESG의 과제다.

경주시 환경 대축제에 비추어 경주형 지속 가능 축제의 출발점을 설계해 봐야 한다. 사은품과 경품은 과감히 줄이고, 꼭 필요하다면 물건이 아니라 지역상점 이용권, 자전거 이용권, 수리 쿠폰, 대중교통 이용권, 제로웨이스트 실천권처럼 생활 변화와 지역 순환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일회용 체험 키트는 줄이고, 고쳐 쓰기, 나누어 쓰기, 다시 쓰기, 실천 약속, 행사 이후 30일 인증 같은 프로그램을 늘릴 수 있다. 새 현수막 대신 재사용 가능한 안내판과 디지털 홍보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경주는 천년고도다. 천년을 견딘 도시는 하루의 흥행보다 오래 남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관행이라고 불리는 습관을 멈추자. 그 멈춤이 경주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축제나 행사를 바꾸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경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